돈처럼 계산되고, 생산품처럼 사용된다.
그러나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순간, 시간은 목적이 된다.
시간은 돈이 아니다. 시간은 생명이다.
시간을 생명으로 보기 시작하는 순간, 일상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가치의 기준이 완전히 달라진다.
사업을 할 때 가장 부족했던 것은 언제나 ‘시간’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을 연료처럼 태우며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시간을 단순히 ‘흐르는 것’으로 본다면 인생은 소모다.
반대로 시간을 ‘생명의 형식’으로 본다면 인생은 실현이다.
엔텔러키(Entelechy)는 잠재가 현실이 되는 과정, 즉 존재가 자기 목적을 향해 완성되어 가는 운동성을 뜻한다.그렇다면 시간은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존재가 자신을 완성해 가는 리듬이다.
이때 시간은 ‘수단’이 아니라 ‘가치’가 된다.
우리는 시간을 쓰는 것이 아니라,시간이 우리를 써서 완성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생명의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교환하며 살아야 할까?
2007년, 나는 타임뱅크(Time Bank) 인터뷰를 처음 만났다.
그것은 감동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전복이었다.
그들은 시간을 화폐로 환산하지 않았다.
변호사의 1시간과 청소부의 1시간은 동등했다.
생명에는 등급이 없기 때문이다.
그 인터뷰는 내가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선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시간이 자산이 아니라 생명이라면,
브랜드 역시 돈의 언어로만 측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나는 ‘가치의 화폐’를 바꾸는 일,
다시 말해 시간을 생명 단위로 환원하는 시스템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준비 중인 유니타스라이프(UnitasLife.org)와 오는 12월 출간 예정인 『엔텔러키 브랜드 Vol.3 — 1인 기업가와 휴먼브랜드』 이후의 모든 시스템을 타임뱅크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공동체에 속한 사람이라면 타임뱅크 코리아(손서락 대표)를 검색해 자료 두 개만 읽어보길 권한다.
왜 내가 그렇게 놀랐는지, 단번에 알게 될 것이다.
나는 AI 이후의 시대,‘협동조합’, 특히 타임뱅크 시스템을 도입한 협동조합이 인류 공동체의 마지막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저축해 ‘자산’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이 되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기술 문명 속에서 목적으로 남을 수 있는 길이다.
타임뱅크는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나?”가 아니라
“너는 누구의 생명을 어떻게 나누고 있나?”라고.
“The cost of a thing is the amount of what I will call life which is required to be exchanged for it, immediately or in the long run.” — Henry David Thoreau, Walden, Chapter 1: Economy
어떤 것의 대가란,그것을 얻기 위해 당장 혹은 결국에 교환해야 하는, 내가 ‘생명’이라 부르는 것의 양이다.
소로가 150년 전에 던진 이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가 무엇을 얻기 위해 시간을 쓸 때마다, 사실은 생명의 일부를 교환하고 있다.
그리고 그 교환이 ‘돈’이 아닌 ‘목적’을 위해 일어날 때, 비로소 시간은 생명이 된다.
질문 : 타임뱅크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을 위해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타임뱅크'란 무엇인가요?
손서락 대표 : 타임뱅크는 '시간을 단위로 거래하는 공동체 기반의 시스템'입니다. 시간을 거래하는 은행이라고 생각하시면 간단해요. 돈을 주고받지 않고 이웃끼리 품앗이하듯이 도움과 도움을 주고받는 모임이죠.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모든 도움은 시간 단위로 기록하고 저장합니다.
제가 1시간 동안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면, 나중에 1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어르신에게 말벗을 해드리면, 그 시간은 시간화폐(Time Credit)로 저장되고, 나중에 저는 우쿨렐레를 배우거나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죠. 이 모든 거래는 돈 없이 시간이라는 단위로만 이루어집니다.
타임뱅크 운동은 1980년대 미국의 인권변호사 에드가 칸 박사가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는 철학 아래 '타임 달러' 운동으로 처음 시작했습니다. 모든 이의 한 시간은 평등하다는 개념에서 출발하여, 전문가의 한 시간이나 아이의 한 시간이나 모두 동등하게 인정됩니다.
타임뱅크는 '관계'를 만드는 운동입니다. 인간의 관계는 돈으로 형성되지 않으며, 돈이 없으면 사라지는 관계로는 공동체가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홍보나 시장적인 성장 방식이 아닌, 인간 누구나 가지고 있는 '돌봄의 생태계'를 중심으로 관계를 연결하고 확대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딱 200명, 그 정도가 우리가 책임질 수 있는 관계의 한계치라고 봅니다. 50명 정도는 전화 한 통이면 바로 달려와 줄 사람들입니다. 이건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관계의 밀도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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