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책이 독자를 선택할 때

시즌2 엔텔러키브랜드/엔텔러키브랜드

by chief-editor 2025. 10. 1. 16:50

본문

책이 독자를 선택할 때

영화 《The Hurricane》(1999)에는 잊히지 않는 대사가 나온다.

캐나다 청년 레스라 마틴이 헌책방에서 25센트짜리 책 한 권을 집어 든다. 살인 누명을 쓰고 19년째 감옥에 있던 복서 루빈 카터의 자서전이다. 책을 들여다보던 레스라에게 친구가 말한다.

"You know what Les, sometimes we don't pick the books we read, they pick us."

"있잖아, 레스. 가끔은 우리가 책을 고르는 게 아니라, 책이 우리를 선택해."

 

말은 영미권에서 종종 인용되는 격언, “Books find their own readers”(책은 자기 독자를 스스로 찾아낸다) 닮아 있다. 책은 운명처럼 독자를 끌어당기고, 때로는 소명으로 이어지는 없는 힘을 품고 있다.

 

그 책은 레스라를 선택했고, 그는 친구들과 함께 석방 운동을 시작했다. 결국 루빈 카터는 19년 만에 자유를 되찾는다. 25센트짜리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삶을 바꾼 것이다.

 

편집자로서 나는 이 믿음을 따른다. 책은 자기 독자를 찾아간다.

어떻게 책이 자기 독자를 찾아가게 만들까? 그것은 질문이다. 질문을 통해서 같은 질문을 가진 사람을 책으로 끌어당길 수 있다. 

그렇다면 책을 만드는 편집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나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당신의 브랜드가 사라진다면, 세상에서는 어떤 가치가 사라질까요?"

이 질문에 쉽게 답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잠시의 침묵 뒤에 흘러나오는 대답이 바로 브랜드의 본질이다.

엔텔러키브랜드는 그렇게 건져 올린 대답들을 담는다. 인터뷰이는 자신이 한 말을 읽으며 낯선 자신을 마주한다. "제가 이런 말을 했나요?" 본질은 그대로인데 표현은 처음 보는 경험이다. 그것은 디지털 카메라 사진으로 자기 얼굴을 보다가 유화로 그려진 얼굴을 보는 느낌이라고 한다.

나는 그들이 한번도 듣지 못했던 질문을 통해 나오는 그들의 대답을 정리한다. 

어떤 대답은 전두엽에서 나오고, 어떤 대답은 뼈에서 나오고 또 어떤 대답은 영혼에서 나온다. 나는 그들의 단어들을

다듬고 정돈하고, 순서를 조정하고, 문장을 다듬는다. 질문을 통해 스스로도 몰랐던 소명을 드러내게한다. 

 

이 책에 실린 사람들은 각자의 무대에서 기준을 세우고 있다. 루빈 카터가 링 위에서 그랬듯, 그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싸우거나, 바꾸거나, 새롭게 정의한다.

25센트짜리 책이 한 사람을 움직였듯, 이 책 또한 누군가를 움직일 것이라 믿는다. 같은 질문을 품고 있던 누군가에게, 이 책이 찾아가기를.

책은 자기 독자를 선택한다. 책이 당신을 선택했다면, 같은 질문을 갖고 있는 당신은 같은 질문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