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탄생 -1]
브랜드를 운영하는 지인들이 브랜드 대행사 선정을 앞두고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며 의견을 구할 때가 있다. 나는 그 순간이 가장 난감하다. 포트폴리오만으로는 실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대행사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인들에게 이렇게 묻도록 조언한다.
“대행사의 브랜드 철학 관점에서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보십니까?”
“대행사의 브랜드 휠을 보여줄 수 있나요?”
“당신의 대행사가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은 무엇입니까?”
하지만 실제로 자신들의 브랜드 휠을 제시하며 철학을 설명할 수 있는 대행사는 좀처럼 드물다.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남의 브랜드만 다루느라 정작 자기 브랜드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때 흔히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실감난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런 상황에 놓인 지인들에게 TED에서 본 건축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강연이 끝난 뒤 누군가가 물었다.
“어떻게 당신은 철학에 입각한 아름다운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습니까?”
그 건축가는 짧게 답했다.
“좋은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됩니다.”
좋은 브랜드 대행사를 찾는 길은 의외로 단순하다.
먼저 우리가 좋은 브랜드가 되는 것. 철학을 가진 브랜드는 진짜 질문을 할 수 있고, 그 질문은 철학을 가진 파트너를 알아보게 만든다.
브랜드 철학은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우리 브랜드는 왜 존재하는가?”
300년 전 철학자 라이프니츠(G.W. Leibniz, 1646–1716)는 이렇게 말했다.“어떤 것도 충분한 이유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Nihil est sine ratione).”
당신의 브랜드는 존재할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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