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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는 논문집과 녹색평론 같아요.”

시즌2 엔텔러키브랜드/엔텔러키브랜드

by chief-editor 2025. 9. 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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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는 논문집과 녹색평론 같아요.”
대전에 사는 애독자가 이번 [엔텔러키브랜드 - 브랜드십과 협동조합]을 읽고 이렇게 피드백을 주었다.
처음에는 잠시 생각이 멈췄다. 논문집 같다는 말은 아마 글이 많고 무겁게 느껴졌다는 뜻일 것이다. 그림이 적고 활자만 빼곡하니, 독자에게는 ‘읽기 쉽다’보다 ‘공부하는 책 같다’는 인상을 주었던 것 같다. 그러나 동시에 “녹색평론 같다”는 말은 최고의 찬사로 들린다. 단순히 읽고 덮는 잡지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꾸고 사유를 이끌어내는 잡지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2007년 유니타스브랜드를 창간할 때에도 “잘 만든 책보다 읽히는 책을 만들라”는 충고를 여러 차례 들었다. 그러나 나는 10년 동안 오히려 교재 같은 책을 만들었다. 자랑을 위해서가 아니라, 언젠가 브랜드 대학을 세울 날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수학처럼 지식을 쌓는 학문이 아니다. 오히려 시대마다 새로운 브랜드가 등장해 기존의 이론을 무너뜨린다. 그래서 기초와 원칙, 철학이 필요했고, 그것이 교재처럼 책이 두꺼워진 이유였다.
이번 엔텔러키브랜드는 조금 다르다. 과거처럼 10년을 기다려 대학을 세우려 하지 않는다. 이미 [브랜드의 탄생]이라는 워크북을 선보였고, 10월 말에는 골목대학을 열 예정이다. 이번 Vol.1과 Vol.2는 그곳에서 사용할 브랜드 시뮬레이션 교재이자, 실험의 장이다.
녹색평론은 1991년 창간 이후, 환경과 생태, 협동조합, 탈성장 담론을 오랫동안 이끌어온 철학 저널이다. 독자모임이 전국적으로 퍼져 일종의 운동으로까지 확장된 잡지다. 만약 [엔텔러키브랜드]가 논문집 같다면, 그 제목은 아마 이런 모습일 것이다. “좋은 브랜드가 좋은 생태계를 만드는 인문학적 고찰.” 그리고 감히 녹색평론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그것은 우리가 단순히 브랜드를 연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브랜드를 하나의 운동으로 이어가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브랜드는 소비를 자극하는 성감대가 아니다. 브랜드는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힘이다. 우리는 그 힘을 묻고, 가르치고, 살아내는 잡지를 만들고자 한다.
2007년 유니타스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그러니깐 2009년 아이폰이 들어오기 전이었다. 나는 10년이 지나면 사람들이 브랜드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2025년이 된 지금, 디지털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브랜드를 바라보는 철학적 태도와 관심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엔텔러키브랜드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곧바로 골목대학을 열어, 브랜드를 ‘읽는 것’에서 ‘살아보는 것’으로 옮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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