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252,003,274,489,856,000.
루빅큐브가 만들어낼 수 있는 조합의 수다.
3차원을 가르치기 위해 고안된 단순한 학습 도구였지만, 이 작은 정육면체는 인류에게 복잡성의 세계를 열어주었다.
1초마다 하나씩 새로운 조합을 시도한다 해도 모든 경우를 탐험하기까지 수십억 년이 걸린다.
작은 정육면체 속에 숨겨진 무한한 변주.
이것은 오늘날 브랜드 경영의 현실과 놀랍도록 닮았다.
루빅큐브의 함정은 한 면을 맞추는 순간, 다른 다섯 면이 무너진다는 데 있다.
여섯 면을 동시에 고려하지 않으면 완성할 수 없다.
브랜드도 그렇다.
매출을 올리되 품위를 잃지 말고,트렌드를 따르되 정체성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혁신하되 본질을 놓치지 말고,리뉴얼을 하되 스타일은 바뀌지 않아야 한다.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변해야 하고, 변하지 말아야 한다.
그 모순의 긴장을 견디는 것이 브랜드 경영의 본질이다.
매일 아침, 브랜드 경영자는 이 모순 앞에 선다.
매출을 올려라. 하지만 품위를 잃지 마라.
고객을 만족시켜라. 하지만 모든 고객을 쫓지 마라.
트렌드를 따라가라. 하지만 전통을 버리지 마라.
혁신하라. 하지만 정체성을 잃지 마라.
이것은 모순이 아니다.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을 지키는 것이 브랜드 경영의 본질이다.
그런데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리더다.
사람은 실수하고, 변덕을 부린다.
특히 창업자가 곧 경영자인 경우, 그 감정의 작은 파동 하나가
수십 년간 쌓아온 브랜드 자산을 흔들어버린다.
큐브를 기분 내키는 대로 돌리면 답은 나오지 않는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리더의 취향이 브랜드의 방향이 되는 순간, 브랜드는 길을 잃는다.
루빅큐브에는 ‘프리드리히 메서드’가 있다.
수많은 경우의 수 속에서도 정해진 순서를 따라가면 반드시 완성에 이른다.
가끔 어린아이가 3초 안에 큐브를 맞추는 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질서의 반복이다.
브랜드에도 그런 법칙이 있다.
혼돈 속에서 질서를 세우는 법,
그것이 브랜드십(Brandship)이다.
브랜드십은 브랜드가 브랜드답게, 그리고 지속 가능하게 살아남도록 만드는
원칙 기반의 경영 패러다임이다.
리더의 감정이 아닌, 원칙으로 세워진 브랜드.
브랜드는 사람처럼 흔들리고, 사람처럼 배운다.
당신의 브랜드 큐브는 지금
어떤 색을 먼저 맞추고 있는가.
매출인가, 명성인가, 조회수인가.
한 면을 맞춘 순간, 그 브랜드는 이미 무너지고 있다.
한쪽 면의 완벽이, 나머지 다섯 면을 무너뜨린다.
그것이 브랜드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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