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맞이할 채비는 하셨습니까?”
나는 『더 이상 일하지 않을 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책을 쓰면서 김훈 작가(1948년생)의 『허송세월』에서 깊은 통찰을 얻었다. 그 책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벗들한테서 소식이 오는데, 죽었다는 소식이다. 살아 있다는 소식은 오지 않으니까, 소식이 없으면 살아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선배나 동료들의 갑작스러운 부고를 접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 순간마다 죽음의 냄새를 맡았다. 그래서 나는 깨달았다. 내가 주장하는 자기다움의 원천은 죽음이라는 사실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결정할 때 비로소 명료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유니타스라이프의 사역 영역에 상조를 포함시켰다. 같은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채비’를 알게 되었다. 채비는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장례 문화 공동체다. 이곳에는 ‘채비학교’라는 이름의 죽음을 준비하는 커리큘럼도 마련되어 있었다. 김경환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채비는 다양한 장례 브랜드가 아니라, 이별을 사려 깊게 준비하는 삶의 태도 그 자체를 지향합니다.”
이것이 내가 원하는 죽음의 방식이다. 부모가 늙어가고 죽어가는 과정은 자녀에게 삶의 교훈이 되듯, 죽음을 살아내는 태도 또한 다음 세대에 남길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상조회사 사이트에 들어가면 오직 돈 냄새만 난다. 죽음을 시장성이 커질 비즈니스로 취급하고, 장례를 마케팅과 행사로 꾸민다.
나는 장례식장을 다녀올 때마다 다시 확인한다. 죽음은 삶을 현명하게 만드는 스승이라는 사실을. 죽음을 목적으로 살아가는 삶은 결코 허무하거나 염세적이지 않다. 오히려 더 진지하고, 더 소중하며, 오늘 하루를 감사하게 만든다.
나는 갑작스럽게 끌려가듯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 반드시 찾아올 죽음을 채비하며, 죽음 이후의 삶을 오늘부터 살아가고 싶다. 『유니타스브랜드』 휴간 이후 10년 만에 다시 창간한 『엔텔러키브랜드』는 나의 채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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