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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배우는 브랜드 VS 거리에서 배우는 브랜드

브랜딩/브랜드 B자 배우기

by Content director 2022. 3. 2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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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중에 한 명이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며 회사로 직접 찾아왔다. 그는 6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여러 정부기관에서 하는 창업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상표등록을 하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브랜드 네이밍을 보여 주면서 희망찬 미래를 이야기했다. 나를 찾아온 목적은 브랜드를 공부하기 위한 방법과 특별히 브랜드와 관련된 좋은 책을 추천받고 싶어서였다. 

 

“창업 아이템으로는 커피숍을 하겠다고 이미 정하신 거죠?” 


나는 조용히 말했다. 지금까지 자신이 어떤 커피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지 1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이런 질문을 하니까 그는 당황스러워했다. 


“네, 맞아요.” 


그는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먼저 그에게 10개의 질문을 할 것이라고 정중하게 양해를 구한 다음 연속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독자님의 브랜드가 우리나라에 약 2,000개의 커피 프랜차이즈와 경쟁할 수 있는 특별한 점이 있을까요? 하루에 커피 세 잔을 마시는 분이라면 정말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중 독자님은 몇 퍼센트에 해당할까요? 커피가 좋아서 혹시 우리나라에서만이라도 커피숍 100군데는 가보신 적이 있나요? 그리고 창업 교육을 가르치는 분들이 자신이 가르치는 대로 창업을 해 성공한다면 그들은 왜 가르치기만 할까요?” 


물론 대답을 바라고 질문한 것은 아니다. 단지 마지막 반응이 궁금했다.


“그런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나 기관이 있나요?” 


더욱 커진 눈으로 그는 나를 쳐다보았다.

 

“커피 브랜드를 런칭하기 위한 브랜드 책은 없습니다.” 

 

브랜드 책은 브랜드에 관해서 너무 쉽게 말하고 게다가
논리적이기까지 해서 쉽게 설득된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브랜드를 알기 위해서 책만 공부하는 것은 그야말로 파산 행위다. 책의 저자가 유명한 사람일수록 그들은 ‘공부’만 했고 브랜드를 현장에서 경영할 확률은 매우 적다. 브랜드 책은 브랜드에 관해서 너무 쉽게 말하고 게다가 논리적이기까지 해서 쉽게 설득된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책의 지식은 지혜(지식과 통찰)를 일반화해서 정보로 매뉴얼화한 것이다. 이런 책만 믿고 브랜드를 공부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단순하게 도표로 정리된 내용대로 브랜딩을 따라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컨설팅 회사가 프레젠테이션에서 보여 준 현란한 전략대로 하면 브랜딩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런데 왜 대기업은 수천 억 원을 쏟아부으면서도 제대로 된 브랜드 하나 못 만들까?

 

세련된 지식일수록 위험하다.거부감 없는 지식일수록 의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 지식은 읽고 소화하기에는 좋지만 지나치게 가공되었기 때문이다. 
또 책으로 전달되는 지식은 태생적 한계가 있다. 


 

마치 브랜드 레시피처럼 만들어진 책을 그대로 따라 해 브랜드를 만들고 경영할 수 있다면 누구나 다 성공하겠지만, 아쉽게도 아직 세상에는 그런 성공 사례가 없다. 나는 늘 내가 쓴 책에 이런 상황을 설명한다. 세련된 지식일수록 위험하다. 거부감 없는 지식일수록 의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 지식은 읽고 소화하기에는 좋지만 지나치게 가공되었기 때문이다. 또 책으로 전달되는 지식은 태생적 한계가 있다. 독자에게 일단 읽혀야 하고, 편집 방향과 구성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부분도 다른 부분에 맞추어 정리 삭제되고, 문제가 되는 주제는 살짝 비껴가기도 하며, 자신도 아직 모르는 주제는 중요할지라도 쓰지 않는다. 특히 쉽게 써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복잡한 핵심 지식을 말하지 않고 넘어간다. 

 

 

요점 정리가 잘된 책은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책이지 ‘지혜’가 있는 책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브랜드는 문화의 결정체이기 때문에
그것을 구축하는 지식은 문화를 따라서 계속 변한다. 

 

 

물론 브랜드 교육의 첫 단계는 책 읽기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책을 읽는 것이 브랜드 학습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브랜드를 공부하기 위해 책을 읽기로 결정했다면, 수학 공식을 찾듯이 ‘정답’이 있는 것처럼 생긴 책들을 좋아해서는 안 된다. 도표와 매뉴얼, 요점 정리가 잘된 책은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책이지 ‘지혜’가 있는 책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브랜드는 문화의 결정체이기 때문에 그것을 구축하는 지식은 문화를 따라서 계속 변한다. 

 

책을 통한 브랜드 교육의 방법은 이렇다.

 

첫째, 특정 주제를 가지고 비슷한 책을 계속 내는 저자들의 책을 모두 읽어야 한다. 중복된 내용도 있고 수정·첨가된 내용도 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저자가 처음에는 막연하게 다룬 부분이 시간이 지날수록 책의 주제가 되기 때문이다. 저자가 어떤 주제에 대해 계속 반복하고 있다면 그것은 ‘필수 지식’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이와 반대로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저자들의 책들을 위에서 말한 방식과 동일한 방법으로 읽어야 한다. 그러면 같은 현상에 대해 다른 관점을 배울 수 있다. 저자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은 ‘정답에 가까운 정답’이다. 

 

셋째, 가급적 실무 경험이 있는 저자의 책을 읽거나 실무 경험이 없다면 같은 주제에 대해 여러 권의 책을 낸 저자의 책을 읽어야 한다. 물론 실무 경험자가 낸 책은 자신만의 경험으로 확고한 관점이 생겨서 오히려 편협한 지식을 강제 주입할 수도 있다. 반면에 같은 주제의 책만 여러 권 쓴 사람은 지식의 편집으로 화려하지만 실제가 없는 경우도 있다.

 

브랜드가 지금처럼 변하기 전의 모습, 즉 브랜드의 ‘발화점’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보았기 때문이다. 브랜드 학습에서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넷째, 브랜드에 관한 새로운 지식을 처음 소개한 책을 읽어야 한다. 어느 저자가 새로운 개념을 알게 되었더라도 다른 책이 먼저 나와서 그 개념을 소개했다면, 그 책을 의식해서 처음 생각과는 매우 다른 형태의 개념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책을 쓰기 위해서 다른 책을 연구한다. 그러나 다른 저자의 개념을 좀 더 보완하여 완벽하게 만들려고 했더라도 사실과 달리 현란하게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최초로 새로운 개념을 가지고 나온 책들은 신선하지만, 그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내용이 많고 어려워서 시장에서 사라지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을 찾아서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런 책의 저자들은 브랜드가 지금처럼 변하기 전의 모습, 즉 브랜드의 ‘발화점’을 다른 사람보다 ‘먼저’ 보았기 때문이다. 브랜드 학습에서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저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책을 쓰기 위해서 다른 책을 연구한다. 
그러나 다른 저자의 개념을 좀 더 보완하여 완벽하게 만들려고 했더라도 
사실과 달리 현란하게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에게 거리는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다 이야기할 수 있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지점은 없다. 

 

끝으로 브랜드에 관한 책을 읽는다면, 지금 막 발간된 책을 읽기보다는 오히려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책을 보는 것이 좋다. 10년 전 책을 읽으면서 지금과 다른 것은 무엇이고 같은 것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에 나온 브랜드 관련 책들은 대부분 예언서에 가까운 톤으로 ‘세상은 변한다’고 말한다. 특히 애플과 스타벅스의 사례를 보면서 지금과 비교하면 브랜드의 미래를 읽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다.

 

쇠갈비를 그냥 먹는 사람은 ‘고기’를 먹는 것이고, 쇠갈비에서 갈빗살, 마구리, 토시살, 안창살, 제비추리를 나눠서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맛’을 먹는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 책을 보고 브랜드의 품질 대신 보이지 않는 구조, 속성, 가치와 감성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브랜드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맛을 알아낼 수 있다. 그 맛을 안다면 그 브랜드가 가져올(몰고 올) 미래의 시장도 내다볼 수 있다. 

 

브랜드 학습은 책과 현장, 현장과 책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 거리로 나가는 것은 지식을 입체적인 지혜로 만들기 위함이다.


 

따라서 책을 읽은 다음에는 ‘맛’보기 위해서 거리로 나가야 한다. 거리로 나가 책에서 말한 내용들이 거리에서 그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거리에 나가서는 책과 반대로 혹은 다르게 움직이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을 설명한 책을 찾아서 읽어야 한다. 브랜드 학습은 책과 현장, 현장과 책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책을 읽고 거리로 나가는 것은 지식을 입체적인 지혜로 만들기 위함이다.

 

브랜드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 브랜드에 관한 수많은 현상들 중 검증되고, 성과로 나타난 것들만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브랜드가 출현하고 3~4년이 지나서야 저자들은 그 브랜드에 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누구도 그때의 상황을 겪지 않고는 언급하지 못하기에 놓치는 것이 많다. 그래서 지금 거리로 나가 직접 눈으로 시장을 파악해야 한다. 

 

브랜드의 교육장은 거리다.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책에서 배운 단어들로 브랜드를 재해석해야 한다. 

 

브랜드의 교육장은 거리다.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책에서 배운 단어들로 브랜드를 재해석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질 수 없는 지식들을 분석하면서 나만의 것으로 가질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상품은 살 수 있지만 매장, 간판, 파사드, VMD 등과 같은 것은 소유할 수 없는 것들이다. 사진을 찍는다 해도 시즌에 따라서 변하고 소비자도 변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책에서 말하지 못하는 지식, 가질 수 없는 지식은 그렇기에 거리에 있다.

 

“일단 서울 시내를 모두 뒤져서 독자님이 생각한 커피숍과 비슷한 것을 모두 모아 보세요. 그래서 지금까지 배운 지식으로 그 모든 커피 브랜드의 숍을 정리해 보세요.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점, 자신과 생각이 같은 점 그리고 자신이 꼭 하고 싶은 점들을 모아서 브랜드 관점으로 정리해 보세요. 아이디어, 컨셉, 전략, 로고 등 브랜드의 모든 항목에 100개의 모든 커피 브랜드를 정리해 보세요. 그러면 거기서 뭔가 보일 것입니다. 그것은 제가 말할 수 없지만, 분명 보이는 것은 당신이 만들 브랜드의 차별화 강점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정리된 것을 저에게 보여 주시면 제가 추천할 책과 카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독자와 헤어졌다. 그리고 8개월 동안 그는 연락이 없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25 브랜드 B자 배우기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
- 브랜드로 구축된 세상을 보다: 브랜드의 B자 배우기, BEING_가질 수 없는 것을 갖게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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