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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을 넘어 영속가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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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과 브랜드의 시간, 그리고 브랜드십

 

영리 기업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제품을 개발하고, 주 고객을 바꾸고, 신시장을 개척하고, 사업 영역을 변경한다. 혁신과 변화라는 이름으로 기업의 라이프사이클을 연장하며 이익을 달성한다.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영리 기업의 본능이자 목적이다. 그래서 영리 기업의 목표는 결국 지속 가능한 경영이다.

 

영리 기업이 지속 가능하지 못하고 무너진다면 사회적으로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실업이 발생하고, 그 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던 다른 기업들까지 타격을 입는다. 기업 하나의 몰락은 하나의 조직만 사라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고용과 거래, 지역경제와 산업 생태계 전체에 충격을 준다. 그런 점에서 영리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기업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리 기업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선택해 왔다. 그중 하나가 사회적 책임에 따른 행동이다. CSR과 ESG가 바로 그런 흐름이다.

 

지속가능경영이란 영리 기업이 전통적으로 추구해 온 매출과 이익만이 아니라, 환경과 윤리와 같은 사회적 문제에도 대응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유지하려는 경영을 말한다. 즉, 영리 기업이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 더 오래 선택받기 위해, 더 오래 존속하기 위해 사회와의 관계를 새롭게 조정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기업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가.

 

영리 기업의 평균 수명을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10년 안팎이고, 미국 역시 15년을 넘기기 어렵다. 기술 발전이 빨라질수록 기업의 탄생과 소멸의 속도는 더 빨라진다. 특히 기술 기업은 더 빨리 등장하고 더 빨리 사라진다. 시장은 새로운 기업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너무 많은 기업을 너무 빨리 잊어버린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시장에는 100년 기업은 많지 않지만 100년 브랜드는 많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뉴발란스나 컨버스를 신고 있다면, 그는 이미 100년이 넘는 브랜드를 일상 속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티파니 반지를 선물하려고 한다면, 그는 단순한 보석이 아니라 100년 넘게 사랑과 약속의 상징성을 유지해 온 브랜드의 시간을 구매하려는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기업은 사라질 수 있지만 브랜드는 사라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컨버스의 기업사는 여러 번 바뀌었지만 컨버스라는 브랜드는 여전히 살아 있다. 애스턴 마틴은 여러 차례 위기를 겪고 주인이 바뀌었지만 브랜드는 부활했다. 100년이 넘는 브랜드들의 역사를 보면, 브랜드를 소유한 기업은 수없이 바뀌었지만 브랜드 자체는 계속 유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것은 기업의 시간과 브랜드의 시간이 다르다는 뜻이다.

 

바로 여기서 지속가능과 영속가능을 구분할 필요가 생긴다.

 

지속가능은 기업의 시간이다.

영속가능은 브랜드의 시간이다.

 

 

기업은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지속 가능성을 추구한다. 하지만 브랜드는 버티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브랜드는 시간을 초월하여 다시 살아날 가능성까지 품는다. 기업은 망할 수 있지만 브랜드는 다시 다른 주인을 만나 살아날 수 있다. 그래서 기업이 브랜드를 구축하려는 이유는 광고와 홍보를 통해 인지도와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지속 가능함을 넘어 영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물론 상표를 등록했다고 해서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가 된다고 해서 무조건 영속하는 것도 아니다. 브랜드의 시간 역시 위협받을 수 있다. 브랜드를 흔드는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는 자기 브랜드를 대체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제품과 기술, 그리고 새로운 사용 방식이 등장하는 일이다.

 

애플의 아이폰은 원래 핸드폰 회사가 만든 제품이 아니었다. 컴퓨터를 만들던 기업이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통해 기존 휴대전화 시장과 브랜드를 뒤흔들었다. 그 결과 모토로라와 블랙베리 같은 브랜드는 한순간에 밀려났다. 이후 그들도 리뉴얼과 재도전을 시도했지만 예전의 위상을 되찾기는 쉽지 않았다.

 

얼핏 보면 이것은 애플과 모토로라의 제품 경쟁처럼 보인다. 그러나 본질은 제품 싸움만이 아니다. 본질은 고객의 이동, 더 정확히 말하면 사용자의 마음이 이동한 사건이다. 브랜드란 기업이 자기 상표를 주장하는 이름이 아니라,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에게 말하는 어떤 의미이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과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과 영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것은 사용자다.

 

그래서 영리 기업은 끊임없이 고객의 관심과 욕구에 반응하며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유지하려고 한다. CSR과 ESG의 확산 역시 고객의 구매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소비자가 더 이상 가격과 품질만이 아니라 환경, 윤리, 책임, 가치에 반응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기업 역시 변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많은 영리 기업이 진심으로 사회적 책임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다. 여전히 적지 않은 기업이 CSR과 ESG를 마케팅과 홍보의 연장선에서 다루고 있다. 기업의 이익에 반하거나 영향을 크게 줄 경우에는 실행하지 않거나 축소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모든 기업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대체로 영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본질적 목적을 바꾸기보다 기존 목적을 더 오래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그런 기업이 여전히 지속 가능한 이유가 있다. 아직까지는 고객이 완전히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영리 기업의 브랜드를 대체할 만한 강력한 사회적 브랜드가 충분히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사회적 기업의 질문이 시작된다. 영리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고객 욕구의 만족에 달려 있다면, 사회적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무엇에 달려 있는가. 나는 사회적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사회문제 해결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여기서 ‘이론적으로’라고 말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단서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이론이란 현실을 덮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현실을 더 정확하게 보게 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존재 이유를 가질 수 있다. 다시 말해 사회문제가 계속 존재하는 한 사회적 기업 역시 계속 존재할 명분을 가질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현실은 훨씬 더 어렵다.

 

사회적 기업이 만드는 사회적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과 영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는 생각보다 많다. 미션에 비해 초라하고 경쟁력 없는 제품, 제품을 만들면서 오히려 다른 사회문제를 유발하는 구조, 사회문제 해결과 기업 논리 사이의 충돌, 목적과 돈의 갈등, 기업의 방법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기업 지식이 부족한 조직 구조, 방만한 경영, 사회문제 해결을 중시하는 구성원과 기업 운영을 중시하는 구성원 사이의 우선순위 갈등, 사회문제 자체의 변화까지, 사회적 기업은 영리 기업보다 더 복합적인 도전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영리 기업은 어찌 보면 명확하다.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목표와 수단이 비교적 선명하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은 돈만 벌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아니다. 사회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것은 외부 경쟁만이 아니다. 오히려 내부의 혼란이 더 치명적일 때가 많다. 목적과 수익이 충돌할 때, 미션과 운영이 어긋날 때, 구성원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못할 때, 사회적 기업은 외부보다 내부에서 더 심각하게 흔들린다.

 

영리 기업은 지속 가능함을 위한 수많은 방법을 연구해 왔다. 경영학, 재무, 마케팅, 운영, 전략, 조직 등 수많은 학문과 전문가의 지식이 축적되어 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은 이런 부분이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기업 운영의 언어에 사회적 목적을 조금 얹는다고 해서 사회적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를 따지듯 사회적 목적이 먼저냐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먼저냐를 따지는 방식으로도 사회적 기업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사회적 기업은 둘 중 하나를 나중에 덧붙이는 조직이 아니라, 처음부터 목적과 지속 구조를 함께 품어야 하는 조직이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은 불편한 존재다. 영리 기업처럼 돈만 따라갈 수도 없고, 전통적 비영리 조직처럼 기업의 지속 구조를 외면할 수도 없다. 어떤 사람은 사회적 기업이 기업 논리 때문에 불편해질 바에는 비영리 조직으로 돌아가는 것도 전략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것도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과 영속 가능성이다. 다시 말해 사회적 목적을 가진 조직이 어떻게 오래 살아남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시간을 넘어서는 브랜드가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여기서 브랜드의 본질을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브랜드란 제품을 넘어서는 비제품성이다. 우리는 포르셰를 운송수단으로만 사지 않는다. 티파니를 은으로만 구매하지 않는다. 브랜드는 제품의 물성을 넘어서는 가치와 상징, 감정과 공동체를 만든다.

 

그리고 브랜드는 궁극적으로 공동체성을 지닌다. 영리 기업의 브랜드 목표도 결국은 이 비제품성과 공동체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제품을 넘어 의미를 만들고, 고객을 넘어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그런데 사회적 기업은 놀랍게도 이 두 가지를 이미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자연을 살리자’는 문장은 제품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강력한 비제품 가치다. 또 환경문제를 고민하고,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미 하나의 공동체적 가능성을 품고 있다. 다시 말해 사회적 기업은 영리 기업이 브랜드를 통해 힘겹게 만들어내려는 비제품성과 공동체성을 출발점에서부터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바로 이것을 제품으로 구현하고, 메시지로 설득하고, 행동으로 연결하는 것이 사회적 기업이 만드는 사회적 브랜드다. 나는 이런 사회적 브랜드를 캠페이닝 브랜드라고 부른다.

 

 

 

사회적 브랜드의 제품을 사는 사람들은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투표하는 것이다.

소비가 아니라 동참이다.

구매가 아니라 응원이다.

고객이 되는 것이 아니라 멤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론적으로 사회적 브랜드는 지속 가능할 뿐 아니라 영속 가능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회적 브랜드는 욕구 만족만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고, 거래만이 아니라 연합을 만들며, 소비자만이 아니라 목적 공동체를 조직하기 때문이다.

 

이제 사회적 기업의 도전은 분명하다. 제품을 통해 캠페이닝을 해야 한다. 브랜드를 통해 사람들을 연합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사회적 기업 내부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요인들까지 해결해야 한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이어야 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사회적 기업 자체가 사회문제 해결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조직의 목적이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고, 브랜드가 구성원을 이끄는 원리가 되며, 리더 개인의 카리스마가 아니라 목적이 조직을 다스리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바로 이것을 나는 브랜드십이라고 부른다.

 

브랜드십은 기준과 순서를 바꾸는 일이다. 제품에서 비제품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비제품에서 제품으로 가는 일이다. 소비자가 나중에 공동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목적 공동체가 먼저 유권자가 되는 일이다. 인간의 리더십으로 조직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목적에 의한 브랜드십으로 조직이 움직이게 하는 일이다.

 

생명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존 러스킨은 1862년에 쓴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에서 소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물건을 살 때마다 먼저 이 구매가 생산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해야 하고, 지불하는 돈이 생명을 소비한 가치에 합당한지를 생각해야 하며, 구입하는 물건이 생명에 유익한 방향으로 얼마나 소용될지를 생각해야 하고, 물건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분배되는지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은 단순한 도덕 훈계가 아니다. 소비의 기준이 바뀌면 시장의 기준이 바뀌고, 시장의 기준이 바뀌면 기업의 본질도 바뀔 수 있다는 통찰이다.

 

만약 소비의 기준이 이런 방향으로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영리 기업도 결국 사회적 기업처럼 행동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실제로 러시와 같은 브랜드는 욕구 만족이 아니라 문제 해결과 기준 변경을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 나는 이것을 이유에 근거한 선택, 곧 reason-based choice라고 부른다. 소비의 기준이 자신의 욕구에서 사회문제로 옮겨가는 것이다.

 

결국 사회적 기업의 브랜드 전략은 제품을 잘 파는 방법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욕구 만족을 넘어 문제 해결로, 소비를 넘어 투표로, 고객을 넘어 유권자로, 리더십을 넘어 브랜드십으로 이동하는 전략이다.

 

이제부터 우리가 더 깊이 이야기해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사회적 브랜드의 리더십이자 전략이며, 사회적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영속 가능성을 동시에 붙드는 구조, 곧 브랜드십이다.

 


 

 

https://bit.ly/3FNMARD

 

사회적브랜드 social brand [사회적 기업, 비영리 단체, 소셜 벤처의 소셜 임팩트]

‘이론적으로’ 사회적 기업이 강력한 사회적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실적으로 모든 영리기업들이 사회적 브랜드를 만들어 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경영의 구루였던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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