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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브랜드는 싸우는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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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회적 기업을 세우기 전에 비제품으로 소셜 브랜드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문제라는 제품을 가지고 비제품인 소셜 브랜드를 만들고, 그것을 기반으로 사회적 기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소셜의 어원이 동맹이라는 점도 함께 설명했다. 이제 소셜 브랜드, 곧 동맹 브랜드의 정체성을 살펴볼 차례다.

 


 

동맹에는 목적이 있다. 어원의 의미를 따지면 동맹은 대개 연합 전쟁과 상호 보호를 위해 맺어졌다. 전쟁을 하기 위해 동맹을 맺거나 전쟁을 막기 위해 동맹을 맺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소셜 브랜드는 사회적 문제와 싸우기 위해 사람들이 맺는 동맹이다.

 

동맹은 사회적 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승인과 동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사회적 문제를 공동의 문제로 삼고, 함께 동맹을 결성해 싸우는 소셜 브랜드를 캠페이닝 브랜드라고 부른다.

 

캠페인의 어원은 평원을 뜻하는 라틴어 캄푸스에서 나왔다. 캠프와 캠퍼스도 같은 어원에서 왔다. 평원에서 전쟁을 벌인다는 의미가 캠페인이라는 단어가 된 것이다. 지금은 사회적, 정치적 목적을 위한 조직적 운동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소셜 브랜드의 기본 정체성은 캠페이닝 브랜드다. 말 그대로 싸우는 브랜드다.

 

일반 기업은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대체로 세 단계의 방식을 사용한다.

첫째, 제품을 만든다.

둘째, 그 제품이 주는 약속, 곧 소비자 편익과 비교우위를 제시한다.

셋째, 그 약속이 만든 기대를 뛰어넘으려 한다.

이 방식은 특히 크라우드 펀딩 브랜드에서 자주 확인된다.

 

그러나 캠페이닝 브랜드는 다르게 움직인다.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사는 사람은 기존 제품보다 더 좋기를 바랄 수는 있어도 처음부터 그런 높은 기대만으로 구매하지는 않는다. 물론 품질 만족에 대한 기본 기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만으로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사지 않는다.

 

캠페이닝 브랜드가 움직이는 힘은 자긍심에 가깝다.

자긍심은 무엇인가를 이룸으로써 느끼는 감정이기도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한계에 도전하는 과정에서도 생긴다. 우리말에는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표현이 있다. 줄여서 ‘졌잘싸’라고 부른다.

 

캠페이닝 브랜드의 영혼은 바로 이 ‘졌잘싸’에 있다.

 

간혹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는데 아쉽게 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분패했다는 말을 쓴다. 그러나 캠페이닝 브랜드는 원래부터 이기기 어려운 싸움에 들어간다. 누가 보아도 질 가능성이 큰 전쟁에 무모하게 도전하는 것이다. 캠페이닝 브랜드의 시작은 처음부터 쉽게 이길 수 없다. 질 수밖에 없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자체가 실패의 끝은 아니다. 바로 그 과정이 브랜드의 스토리가 된다.

 

계속 지다가 언젠가 이긴다는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잘못된 생각을 바꾸는 일이다. 그것이 캠페이닝 브랜드의 근본이다.

 

일반 기업은 어떻게 회사가 망할 것인가를 계획하지 않는다. 언제나 성장을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에서 망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어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망할 수 있다. 그러나 도전하겠다.

우리는 이러다가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러나 끝까지 하겠다.

 

캠페이닝 브랜드의 핵심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 태도다. 그것이 캠페인이고, 곧 전쟁이다.

 

일반 기업의 목표는 브랜드 구축이다.

지속 가능한 기업과 영속 가능한 브랜드를 세우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사회적 브랜드에서 브랜드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목적은 사회적 문제 해결이다.

 

물론 사회적 기업도 일반 기업처럼 지속 가능한 조직을 꿈꿀 수 있다. 하지만 그 마음만 앞세우면 캠페이닝 브랜드의 자세는 나오지 않는다. 전쟁에서 가장 무서운 군인은 체력이 좋은 군인이 아니라 죽기를 각오한 군인이다.

 

사회적 기업이 만든 소셜 브랜드가 진정한 캠페이닝 브랜드가 되려면, 사회적 기업의 구성원과 사용자가 모두 군인과 같은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사회적 기업의 성과와 목적, 가치 너머에 남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이다.

휴먼 브랜드다.

 

사회적 기업의 유산은 사회적 목적을 이루는 사람을 남기는 데 있다. 그것은 기업 자체가 아니라 개인이 될 수도 있다. 사회적 기업의 직원이 아니라 그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될 수도 있다. 사회적 문제와 목적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브랜드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사회적 기업의 브랜드 철학이다.

 

성공은 동맹을 만들지만 실패도 끈끈한 공동체 의식을 만든다. 어떤 실패는 성공보다 더 값질 수 있다. 우리의 실패가 누군가에게는 도전의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사회적 기업을 세우고 일부러 실패하라는 뜻은 아니다. 여기에는 실패의 시차가 있다. 내가 말하는 실패는 기업 경영 자체의 실패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사회의 적이 되는 기업이 되는 길이다.

 

7장과 8장은 모두 사회적 기업을 세우기 전에 먼저 공동체와 커뮤니티를 만들라고 말한다. 사회적 기업에서는 조직을 세우고 나서 무너지는 실패를 하기보다, 그 전에 커뮤니티 안에서 의도되고 계획된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제대로 실패해야 배울 수 있다. 제대로 한 실패만이 가치가 있고, 그것이 모두 브랜드 스토리가 된다. 그것을 통해 좋은 사회적 브랜드가 좋은 생태계라는 사실을 실제로 경험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망할 것을 기획하지 않는다. 언제나 성장만을 말한다. 그러나 끝없는 성장만을 추구하는 논리는 생물학적으로 보면 암의 논리와도 닮아 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자본주의가 만든 수많은 브랜드는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파괴의 구조를 만들어 왔다. 사회적 기업은 이 논리를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

 

캠페이닝의 관점에서 보면 군대에서 철수도 전략이다. 사회적 기업이 어려울 때 어떻게 접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도 전략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목적만은 남겨야 한다.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은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지만 자신을 바꾸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사회적 기업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을 바꾸는 일이다. 기업 역시 일반 기업의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업답게 바뀌어야 한다.

 

착한 일을 한다고 해서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쁜 사람은 착한 일을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착한 사람도 나쁜 일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사회적 기업 중에는 착한 일을 하고 있지만 나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렇게 보이거나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

 

구글의 창업 초기 모토는 “Don’t be evil”이었다. 이 문구는 이익을 위해 영혼을 팔지 말자는 뜻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기업 구조 조정과 함께 “Do the right thing”에 가까운 방향으로 바뀌었다. 중요한 것은 구호 자체가 아니다. 그 문장이 사용자에게 실제로 어떻게 느껴지는가다.

 

 

사람들은 구글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악해지지 말자”를 느끼는가, 아니면 “전 세계의 정보를 체계화해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한다”는 목적을 느끼는가. 사용자가 무엇을 느끼느냐에 따라 브랜드는 동맹군이 되기도 하고 적군이 되기도 한다.

 

캠페이닝 브랜드의 비제품은 브랜드 네이밍과 네이밍을 닮은 사명, 곧 슬로건이다.

 

파타고니아는 자신의 사명을 이렇게 말한다.

 

“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

 

이 문장을 가지고 그들의 사이트와 매장을 보면 많은 것이 보인다. 더 중요한 것은 파타고니아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실제로 이 기준으로 움직이는가다. 또 지구 환경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파타고니아를 실제로 입고 좋아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8년 월스트리트 금융업 종사자들 사이에서 파타고니아 플리스 조끼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 조끼는 금융 종사자의 상징 같은 유니폼이 되었다. 수요가 폭증하자 구하기 어려워졌고, 프리미엄이 붙어 팔리기까지 했다. 그러자 파타고니아는 공동 성명을 내고 환경 보호에 우선순위를 두는 기업과 비 코퍼레이션 인증을 받은 기업에 판매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발표했다. 단체 구매 요청이 와도 팔지 않았다.

 

 

파타고니아는 사회적 기업은 아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많은 비영리 단체를 지원하는 기업이다. 그것뿐 아니라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소비를 위한 소비를 하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어떤 소비자는 이에 반감을 가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을 반짝 이벤트나 네거티브 마케팅으로 보지 않았다. 파타고니아는 파타고니아답게 행동했다. 그리고 결국 판매량도 더 늘었다.

 

파타고니아는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캠페이닝 브랜드가 아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회적 브랜드다.

 

사회적 기업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제품을 팔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자긍심을 가지려면 기업을 만들기 전에 먼저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조직과 공동체가 먼저 브랜드가 되는 경험을 해야 한다.

그것이 Living the Bran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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