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IBM의 팔미사노 전 회장은 흔들리던 IBM을 다시 세우기 위해 비전을 새롭게 정립해야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기본적으로 지식에 기반을 둔 기업의 경우, 제품이 아니라 사람이 브랜드가 됩니다. 다른 제품이 IBM의 브랜드 약속과 맞아야 하듯이,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은 직원들도 그래야 합니다.”
2003년 7월, 팔미사노 전 회장은 IBM의 인트라넷 ‘밸류즈잼(ValuesJam)’을 통해 토론을 시작했다. 전 세계 직원들은 IBM 브랜드에 내재된 가치와 정렬하는 것을 목표로 72시간 동안 토론에 참여했다. 15만 명의 직원이 접속했고, 100만 개가 넘는 메시지가 쌓였다. 팔미사노는 0.9미터 높이의 문서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IBM의 세 가지 가치 실현은 다음과 같다.

팔미사노 전 회장은 이 가치들을 “기업으로서 IBM이 지닌 사명”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 가치는 오랫동안 IBM의 중심에 남아 있었다. 이처럼 전 직원이 리더십이 아니라 브랜드에 초점을 맞추고 브랜드 가치를 내재화하는 것을 브랜드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이 교육 과정을 통해 배우고 적용하려는 것도 바로 IBM이 실천한 이러한 브랜드십이다.
사회적 기업뿐 아니라 일반 기업 역시 점점 더 높은 기준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 탁월한 경영 지식은 마치 인문학과 같다고 말했던 피터 드러커는 기업을 이렇게 정의했다.
“기업은 이익만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며, 기업의 행위는 개인의 행위와 마찬가지로 윤리적 표준에 맞추어 평가된다. 따라서 기업은 자기 행동에 대하여 법적, 도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며, 사회 속에서 건전한 기업 시민이어야 한다.”
일반 기업들도 이제 지속 가능한 경영에 정말 필요한 것이 가치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샤넬, 에르메스, 포르셰 같은 브랜드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항목이 분명히 보인다. 아직 많은 기업이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방향은 분명해졌다. 다만 태생적 한계와 업계 경쟁의 구조 때문에 일반 기업이 심각한 사회문제에 끝까지 책임을 다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사회적 기업의 도전이자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기업의 사회적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비제품은 사람이다.
이 말은 사람을 단지 퍼스널 브랜드로 만들자는 뜻이 아니다. 사회적 기업 자체가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사람부터 먼저 사회적 사람, 곧 휴먼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회적 기업의 구성원 모두가 문화와 가치, 이념과 목적을 브랜드처럼 살아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디샵 창업자 아니타 로딕의 말을 다시 떠올려 보자. 그녀는 기자에게 성공의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비즈니스를 하는 방식, 우리가 제품을 만드는 방식, 우리가 원료를 공급받는 방식,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과 다른 것입니다.”
결국 사회적 기업이 만드는 소셜 브랜드의 비제품은 진짜 제품을 다르게 만들게 된다.
문화는 모두가 모여 합의해서 선언문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문화는 반복되는 의사결정 속에서 동일한 경험을 공유하고, 그 경험에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사회적 기업은 늘 우리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토론이 생기고 가치관과 세계관의 충돌도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때 브랜드의 방향이 세워진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기업에서는 이것을 흔히 Dos & Don’ts라고 부른다.
다음 질문들은 일반 기업에서도 비즈니스 모델과 기업 가치를 설계할 때 자주 던지는 질문들이다.
질문 1. 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질문 2. 반드시 만족시켜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질문 3. 그들은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가
질문 4. 어떤 결과가 필요하며,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질문 5.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다섯 가지 질문은 사회적 기업만을 위한 질문은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영리 기업이 실제로 이런 질문에 답하며 회사를 경영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이라면 이 질문들에 반드시 답해야 한다. 사회적 기업은 목적이 이끄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도 당연히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를 고민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은 다른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기억되기를 원하는가.
이 질문이 기준이 되면, 그때부터 사회적 기업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분명해진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도 상상해 보면서 질문을 만들고, 함께 모여 토론하며 답을 붙여야 한다.
우리 브랜드를 구매하는 사람들을 무엇이라고 부를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팔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
우리는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우리의 분노는 어떻게 모두의 분노가 될 수 있는가.
왜 사람들은 우리와 함께 분노해야 하는가.
우리의 정직과 신뢰를 브랜드로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
사람들이 우리의 캠페이닝 브랜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지지자, 곧 일반 기업의 언어로 말하면 고객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우리가 망했을 때 고객들이 돈을 모아 우리를 다시 세우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의 고객들이 직원도 아닌데 회사에 와서 함께 일한다면,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가.
이런 수많은 질문을 거치면서 사회적 기업은 단지 기업이 아니라 브랜드로서의 변화를 경험해야 한다.
사회적 기업의 브랜드는 내부 문화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인생은 값지고 가치 있다”는 훈장을 서로 주고받는 일과도 같다.

사회적 기업이 브랜드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직원들이 사회적 기업이 전달하려는 가치를 이해할 때, 지지자들과 강력한 연대를 만들 수 있다. 직원들은 공통의 목적과 가치로 단결되기 때문에 서로 더 강한 동맹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무엇보다 기업의 사명에 비추어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게 되면, 브랜드의 더 높은 목표를 따르게 되고, 자신의 일과 제품이 지닌 의미와 중요성을 훨씬 크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제부터 사회적 기업의 소셜 브랜드를 어떻게 구축하고 활용할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이 Marketing과 Branding이라는 말을 들어 보았지만, 이 둘을 구분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마케팅은 Number One이 되는 것이다. 시장에서 1등이 되는 것이 많은 기업의 목표다. 시장 점유율 1위, 매출 1위, 수익 1위가 마케팅의 언어다. 반면 브랜딩은 돈만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브랜드의 목적은 Only One이 되는 것이다. 자기다움으로 남과 다름을 만드는 일이다. 물론 애플처럼 Only One으로 Number One이 된 브랜드도 있다. 그러나 명품 브랜드는 대개 Only One과 Number One을 동시에 추구하지는 않는다.
사회적 기업이 만든 소셜 브랜드는 Number One도 Only One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사회적 브랜드의 목표는 One Team이 되는 것이다. 굳이 사회적 기업의 언어로 풀어 말하자면, Social One이 되는 것이다.
넘버 원이 아니라 소셜 원이다.
사회적 기업의 직원과 고객이 하나가 되어 사회적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브랜드의 방향도 일반 기업이 추구하는 차별화와는 다르다. 사회적 기업이 만드는 사회적 브랜드의 목적은 Social One, 곧 One Team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브랜드로 하나의 팀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사회적 브랜드의 브랜드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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