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것이든 처음 하는 일에는 시행착오가 따른다.
생물학적 부모에서 진짜 부모가 되는 일도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다. 아이를 기다릴 때는 기쁨이 크지만, 막상 아이가 태어나면 기쁨보다 해결하고 도와야 할 일이 훨씬 많다. 부모가 되는 교육을 따로 받지 않았어도 아이가 태어났기 때문에 부모가 되는 것이다. 부모가 되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데도 우리는 특별한 노하우를 배우지 않은 채 부모가 된다. 처음에는 부성애와 모성애라는 본능만으로 아이를 키운다.

기업의 대표도 첫 부모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창업자는 창업에 관한 교육은 받을 수 있지만, 리더십은 대개 교양 선택과목처럼 스치듯 배우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 겪는 어려움의 대부분은 결국 창업자와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창업자에게 리더십은 생존의 문제다. 창업과 동시에 기업의 위기도 함께 시작되기 때문이다. 리더십에 관한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리더가 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곧바로 알 수 있다. 그 안에는 사람이 다 갖추기 어려운 덕목들이 빼곡하다. 섬기고, 경청하고, 솔선수범하고, 위기에 강하고, 비전을 보여 주고, 인내하며, 전문지식으로 경영 위기를 돌파하라는 요구가 이어진다. 수많은 성공한 리더의 장점과 사례를 뜯어내 조합해 놓으면 마치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급 리더상이 만들어진다.
창업자에게 기업과 브랜드는 대부분 처음 겪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창업과 폐업 통계를 보면 창업한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3년 안에 문을 닫는다. 살아남은 기업도 5년, 10년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주변을 둘러봐도 창업 후 10년 이상 회사를 유지하는 사례가 얼마나 드문지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의 창업자, 대표이사, 사장, 그리고 리더가 된다는 것은 원래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다. 사회적 기업의 창업자와 창업 멤버에게는 이 어려움이 일반 기업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사회적 문제 해결과 기업 경영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일반 기업보다 두 배가 아니라 스무 배는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부모는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낳기 전에 다른 아이를 충분히 키워 보는 훈련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그냥 부모가 되는 것이다. 예전에 자신의 부모에게 배웠다고는 하지만, 정작 자신이 영아였을 때 부모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기억할 수 없다. 그렇다고 아이를 많이 낳았다고 해서 더 탁월한 부모가 되는 것도 아니다. 아이마다 다르고 상황이 늘 다르기 때문이다.
창업자도 마찬가지다. 직장을 오래 다녔다고 해서 경영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리더십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해서 리더십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두 번째 창업이라고 해서 반드시 더 잘하는 것도 아니다. 구성원이 달라졌고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창업의 리더십 위기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원래 기업과 브랜드는 성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 기업은 그 어려움을 측정하기 어려울 만큼 크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다. 경영과 브랜드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창업자는 자신의 실수와 연약함도 인정한 채 도전할 수 있다.
둘째, 사회적 기업은 창업하기 전에 지금까지 말한 것처럼 커뮤니티와 비제품을 먼저 만들어 보며 훈련해야 한다. 이 훈련의 목표는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부족함을 확인하는 데 있다. 처음부터 성과를 내려 하면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기도 전에 포기하게 된다.
셋째, 이미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면 리더십에서 브랜드십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회적 기업의 리더는 창업자, 창업 멤버, 대표이사, 경영진을 포함한 의사결정 주체를 말한다. 사회적 기업의 조직 규모를 생각하면 대부분이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리더라고 볼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리더 한 사람의 리더십이 아니라 브랜드십을 중심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사회적 기업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소셜 리더십이라고 부를 수 있는 브랜드십이 필요하다.
영속하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리더가 하는 역할은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리더가 브랜드를 운영할 때 수많은 의사결정을 언제나 혼자서 할 수는 없다. 리더는 결국 가변적인 인간이다. 리더의 선택이 언제나 옳을 수도 없다. 리더 역시 인간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한계를 자각하는 리더는 자신의 일시적인 리더십과 브랜드의 영속성을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는 이것을 브랜드십이라고 부른다.
브랜드십은 먼저 리더의 자리에 브랜드가 앉아 있다고 상상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결재 서류를 들고 리더의 집무실에 들어갔는데, 그 자리에 브랜드가 앉아 있다고 생각해 보자. 브랜드가 리더가 된다는 것은 구성원들이 연약한 인간의 지시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결정을 따르게 된다는 뜻이다.
브랜드의 결정이란 곧 브랜드다움에 따른 결정이다.
앞서 살펴본 파타고니아를 떠올려 보자. 파타고니아 직원들은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가 사람들이 자신의 옷을 입는 것을 좋아했을까. 금융가에서 단체 구매 요청이 들어왔을 때, 파타고니아는 기뻐했을까, 아니면 우려했을까. 결국 파타고니아는 환경 인증을 받은 기업에만 판매하기로 했다. 충동 소비를 조장하는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자기 옷을 사지 말라고까지 말했다. 이런 결정을 대표이사가 혼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직원이 투표로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기준은 단순하다.
“파타고니아는 어떻게 결정해야 파타고니아가 되는가.”
브랜드십은 바로 이 질문을 중심에 두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브랜드가 브랜드로 남기 위한 결정을 하는 것이다. 일반 기업에서는 이익을 포기하는 결정이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에서는 이런 포기의 순간이 일반 기업보다 훨씬 더 자주 찾아온다.
조금쯤은 타협해도 되지 않을까. 이번만은 모른 척해도 되지 않을까. 이런 유혹이 늘 생긴다. 그러나 목적과 다른 의사결정을 하기 시작하면 순간적으로는 구성원들이 이해하는 것처럼 보여도 신뢰는 빠르게 무너진다. 그때부터 기업에는 재앙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사회적 기업에서 브랜드십이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타협하지 않는 태도다.
따라서 브랜드의 구성원들은 “이 결정이 우리 브랜드다운 결정인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스스로 판단하게 된다. 모든 구성원이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리더, 곧 창업자와 사장, CEO, 대표이사는 자기 취향과 성향에 따른 결정이 아니라 브랜드의 기준에 따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리더는 자신이 만든 브랜드가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좋은 브랜드라면 누구라도 영속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강력한 한 사람의 리더가 이끄는 브랜드는 그 리더가 떠나는 순간 큰 위기를 겪곤 한다.
피터 드러커는 『비영리단체 경영』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장 나쁜 악평을 받아야 할 지도자는 자기 직위에서 물러난 뒤 조직을 파멸 상태에 놓이게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조직을 효과적으로 운전한 사람일 수는 있어도 진정한 비전을 보여 준 지도자는 아니다.
이런 리더는 조직에 자기만 남기고 브랜드와 문화를 남기지 못한 사람이다.
좋은 브랜드가 영속하기 위한 대안으로 나는 브랜드십을 제안한다.
브랜드십의 이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인 리더는 유한하지만 브랜드는 무한하다.
따라서 브랜드십을 갖는다는 것은 영속하는 브랜드를 갖는다는 뜻이다.
둘째, 브랜드십이 자리 잡으면 리더 한 사람이 아니라 전 직원이 리더십을 갖게 된다.
셋째, 브랜드십을 조직에 심는 리더는 브랜드의 주연이 아니라 조연이 된다.
넷째, 브랜드십을 가진 브랜드는 결국 사람 한 명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에 의해 운영된다.

브랜드십을 가진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리더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리더가 자기 자리를 브랜드에 내주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이 만든 사회적 브랜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소셜 리더십, 곧 브랜드십이 필요하다. 브랜드가 소셜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의 리더십이 왜 브랜드십이어야 하는가.
그 이유는 분명하다. 사회적 기업은 한 사람의 카리스마와 선의만으로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이 영속하려면 사람이 아니라 브랜드가 의사결정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리더가 조직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조직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사회적 기업은 개인의 한계를 넘어 문화로 운영되는 브랜드가 된다.
사회적브랜드 social brand [사회적 기업, 비영리 단체, 소셜 벤처의 소셜 임팩트]
‘이론적으로’ 사회적 기업이 강력한 사회적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실적으로 모든 영리기업들이 사회적 브랜드를 만들어 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경영의 구루였던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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