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발달 과정은 영아기, 유년기, 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갱년기, 노년기로 나뉜다.
같은 사람이라도 단계에 따라 특징은 분명하게 달라진다.
동물은 인간처럼 세분화하지는 않지만 번식 가능 시점을 기준으로 유체와 성체로 구분된다. 식물과 곤충 역시 성장과 발달 과정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제품도 마찬가지다. 테스트 버전, 1차 상품, 개량상품, 1세대 제품 등 단계에 따라 다른 이름을 붙인다.
그런데 브랜드는 대체로 그냥 브랜드라고만 부른다.
분명 브랜드에도 단계가 있는데, 우리는 그 단계를 거의 구분하지 않는다.
자신의 브랜드가 인간으로 치면 유년기인데, 다른 브랜드의 장년기 성공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자신에게 맞지 않는 브랜드 사례와 지식을 억지로 적용하다가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업계에서 마케터가 브랜딩을 운운하면 겉멋 들었다고 비아냥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브랜드는 진행형이다.
처음부터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는 계속 발전하며, 브랜드십도 계속 변하면서 완성되어 간다.
그런데도 대다수 경영인은 브랜드의 단계별 지식과 개념을 제대로 갖고 있지 않거나 매우 부족하다.
서점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 책의 대부분은 인간의 장년기에 해당하는 브랜드 사례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성공 사례를 유년기에 해당하는 자기 브랜드에 적용하면 당연히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래서 책에서 보았던 드라마틱한 브랜드 성공은 현실에서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실제로 브랜드를 단계별로 구분해 보면, 마크, 상표, 브랜드로 나눌 수 있다.
이것은 지구의 생물을 식물, 동물, 미생물로 나누는 것과 비슷하다.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구분을 위한 유용한 기준이 된다.
아무 의미도 없는 단지 로고와 심벌은 마크에 가깝다.
그러나 이것이 상표등록이 되는 순간 법적 지위를 갖게 된다.
그때부터 그것은 상품에 붙을 수 있는 상표가 된다.
이제부터 거래될 수 있다.
하지만 거래된다고 해서 곧바로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격과 품질 외에 차별화가 있어야 한다. 자신만의 스타일과 커뮤니티가 있어야 한다. 로고와 심벌이 있다고 브랜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소비자가 가격과 성능만이 아니라 브랜드를 보고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야 비로소 우리가 책에서 사례로 읽는 브랜드의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런 브랜드의 상위 단계에 있는 것이 명품이다.
명품의 영역에 들어가면 일반적인 마케팅이 그대로 통하지 않는 구역으로 들어서게 된다.
이렇게 브랜드에도 계층과 단계가 있는데도 우리는 단계별로 나누어 공부하지 않는다. 젖먹이에게 뛰라고 말하지 않고, 고양이에게 물로 들어가는 훈련을 시키지 않는 것처럼, 브랜드마다 적용해야 할 지식과 운영 방식은 달라야 한다.
그런데 어떤 기업은 상표 디자인을 브랜딩 전략이라고 부르고, 어떤 기업은 브랜드를 판촉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상품 판매에만 사용한다. 시장에서 통용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사회적 기업의 사회적 브랜드도 처음부터 일반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사회적 기업이 말하는 브랜드는 일반 기업이 말하는 브랜드와 다르다. 사회적 브랜드의 목표는 넘버원이나 온니원이 아니라 소셜 원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마케팅과 브랜딩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소셜 브랜드는 비제품을 제품으로 만드는 일이다.
이 점은 여러 차례 강조해도 여전히 간과된다. 현장에서도 반복해서 강조하지만 늘 놓치는 부분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회적 기업 현장에서 비제품의 브랜딩이라는 지식을 실제로 경험해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론으로는 이해한다. 설명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막상 적용하려고 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사회적 기업은 기존 브랜드 지식을 사회적 브랜드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물론 소셜 브랜드도 제품이 세상에 나오면 그때부터는 일반 브랜드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상표가 처음부터 브랜딩을 할 수는 없다.
일반 브랜드 관련 책을 읽고 그 지식을 사회적 브랜드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영아기 아이를 청년처럼 뛰게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일반적인 상표는 처음에는 생존을 위해 마케팅을 한다. 이 과정에서 가격과 품질만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자기 정체성을 보여 주며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브랜딩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업종과 아이템,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르다. 소셜 브랜드의 제품도 처음부터 무조건 브랜딩하거나 마케팅할 수는 없다. 제품으로서 가치가 없는 제품이라면 그것은 사회의 적이 되는 기업이 될 뿐이다.
사례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방식만 정답이라고 말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가 된다. 그러나 하나만은 기억해야 한다. 상표에서 브랜드까지, 그리고 사회적 브랜드까지 다양한 단계가 존재하며, 그 단계마다 적용해야 할 브랜드 지식도 다르다는 사실이다.
어린아이에게 망치를 쥐여 주면 모든 것을 못으로 본다는 말이 있다.
자신이 아는 몇 가지 지식과 한 권으로 끝낸 브랜드 지식으로 상표, 브랜드, 사회적 브랜드를 모두 설명하려는 태도가 가장 위험하다.
둘째, 일반적인 리더십의 논리로 사회적 기업의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일반 기업에서는 흔히 기업은 리더의 비전만큼 자란다고 말한다. 어느 정도 맞는 말처럼 들린다. 그래서 기업은 강력한 리더십을 추구한다. 리더는 큰 비전을 제시하고 사람들에게 기업의 성장 모습을 보여 주며 조직을 끌고 간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탁월한 리더들도 대부분 일반 기업의 리더들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 단체에서 활동하는 탁월한 리더는 누구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찾기가 쉽지 않다.
사회적 기업의 아이덴티티는 사회적이라는 데 있다.
이것은 일반 기업과의 차이를 설명하는 단순한 형용사가 아니다. 소기업, 중기업, 대기업, 유한회사, 합자회사처럼 돈과 법적 책임, 권한으로 구분하는 분류와도 다르다. 사회적 기업은 일반 기업과 달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이다. 이것은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차원이 다른 기업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에는 일반적인 리더십이 아니라 소셜 리더십이 필요하다.
소셜 리더십이라고 하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우는 투사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다. 어떤 비영리 단체와 사회적 기업에는 실제로 그런 투사 같은 리더십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에는 투사형 리더십보다 공동체를 만들어 내는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리더이지만 리더가 아닌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브랜드십이다.
브랜드와 기업에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기업과 브랜드는 리더의 의사결정 총합이기 때문이다.
리더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기업이 실제로 만들어진다.
리더란 브랜드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권자다.
결정권자라는 말에는 권한과 책임의 무한성이 함께 들어 있다. 브랜드의 리더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시작의 주체이고, 브랜드의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진행의 주체다. 그래서 브랜드의 리더 자체가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기본 정체성을 이루는 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리더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스 아이덴티티로 바꾸어 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왜 브랜드가 그런 결정을 해야 하는지 구성원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대표의 결정이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된다. 이렇게 되면 브랜드는 브랜드의 방향이 아니라 리더의 취향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 보스 아이덴티티가 곧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되는 순간, 영원할 수도 있는 브랜드는 리더의 의사결정에 생명을 담보 잡히게 된다.
브랜드십과 리더십을 정리하기 위해 리더십의 정의를 잠깐 살펴볼 필요가 있다.
Leadership에서 접미사 ship을 떠올리면 함선이라는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다. mother ship이라는 말이 모선을 뜻하듯, leader ship이라는 말도 결국 리더가 움직이는 배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브랜드를 리더에게 완전히 맡기고, 리더만 믿고 가는 배는 과연 안전할까.
100년 브랜드의 연대기를 살펴보면, 브랜드의 가장 큰 적은 경쟁 브랜드가 아니라 자신과 브랜드를 하나라고 믿는 오만한 리더였다. 브랜드는 리더가 돌리는 스크루 프로펠러가 아니라, 리더가 올라타고 운항해야 하는 Brand Ship이 되어야 한다. 리더는 ship이 아니라 captain이다. 자신이 브랜드의 전부가 아니라 전체 속의 하나의 기능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자신도 그 Brand Ship에서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브랜드십을 가진 브랜드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리더가 자신의 리더십을 팔로워와 공유하면서, 모든 팔로워가 브랜드의 리더가 된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에서 브랜드가 중요하다. 브랜드가 곧 리더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브랜드 안에는 보이지 않는 의사결정자인 브랜드 문화가 생겨난다. 그리고 이 문화를 통해 브랜드는 특정 1인의 리더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자신의 가치와 소명에 따라 영속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때 리더의 역할은 조연이 된다.
리더는 자기 팔로워와 소비자들을 브랜드의 주체로 세우는 사람이다.
브랜드가 브랜드십을 갖는다는 것은 브랜드가 자기 아이덴티티에 맞는 철학을 구축했다는 뜻이며, 브랜드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브랜드다운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일은 오직 리더만이 자신의 리더십을 통해 시작할 수 있다.
사회적 기업의 사회적 브랜드를 리더에게만 맡기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리더를 믿지 말자는 뜻이 아니다. 리더도 결국 연약한 인간 가운데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모든 구성원이 같은 기준으로 의사결정하는 브랜드십 속에서 일하게 되면,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소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믿음의 아이덴티티를 갖추게 된다. 공통된 믿음을 가진 조직을 우리는 종교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고 사회적 브랜드를 종교로 만들자는 뜻은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동맹, 곧 소셜이다.
브랜드십의 목적은 모두가 리더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소셜 리더십이다.
사회적 기업의 소셜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십은, 브랜드의 핵심 사명인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가치관, 비전, 목표, 목적, 협력, 존경, 그리고 일하는 과정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고객과도 함께 공유하게 되는 것이 사회적 브랜드의 브랜딩이다. 사회적 기업이 브랜드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리더십이 아니라 브랜드십을 통해 영속 가능한 경영을 하기 위해서다.
이제 이런 관점은 사회적 기업만의 언어가 아니다.
2019년 8월 미국 대기업 경영자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180여 개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이렇게 선언했다.
“주주가치가 기업이 추구하는 모든 목적이어서는 더 이상 안 된다.”
그들은 주주를 넘어 종업원, 소비자, 환경, 지역공동체, 거래업체 등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공정한 대우와 지속 가능한 이윤 창출을 새로운 기업 목적이라고 선언했다.
이 선언은 매우 중요하다.
일반 기업조차 리더 한 사람의 비전이나 주주 가치만으로는 더 이상 기업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기업은 더 분명해야 한다.
사회적 기업은 처음부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그러므로 사회적 기업의 리더십은 일반 기업의 강한 리더십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사회적 기업은 브랜드십을 통해 모두가 함께 판단하고, 함께 책임지고, 함께 목적을 실현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사회적 브랜드가 사회적 브랜드답게 살아남는 방식이다.
사회적브랜드 social brand [사회적 기업, 비영리 단체, 소셜 벤처의 소셜 임팩트]
‘이론적으로’ 사회적 기업이 강력한 사회적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실적으로 모든 영리기업들이 사회적 브랜드를 만들어 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경영의 구루였던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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