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학교, 창업자학교

창업주는 나 홀로 모든 것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비전보다는
걱정이 더 앞선다.

 

2002년 2월 27일 수요일 새벽 5시 30분, 나는 미처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되어 버렸다. 
아내는 나름대로 10개월 동안 뱃속에 아기를 품고 태교라는 것을 했지만 당시 나는 창업 초기라서 아기의 출산 날짜만 알았을 뿐이지 뱃속에서 어떻게 자라 가는지는 전혀 몰랐다. 

처음 아빠로서의 역할은 매우 고단했지만 쉬웠다. 해달라는 대로 해주면 끝이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되어 버린 지금은 해달라고 모두 해주면 안 되며, 하고 싶지 않은 것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제 아빠에서 아버지가 되어 가고 있지만 나는 그동안 ‘아버지’에 관해서는 전혀 몰랐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해외에서 근무하셨기에 아버지와 친밀한 관계를 가져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 나는 아빠가 아니라 아버지로서의 역할이 어렵고 무척이나 낯설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아버지학교’라는 프로그램을 알았을 때 내용도 모르면서 왠지 꼭 가야 할 것 같았다. 비록 짧은 8년간이었만 내가 아버지로서 너무나 부족하다고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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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되는 것처럼 창업주도 어느 날 갑자기 창업주가 된다. 

개인 사업자 등록증을 받는 순간 ‘나 홀로 사장님’이 되는데 그 기분은 새롭게 태어난 기분도 있지만 몇 분 지나면 조직에서 버려졌고 사회에서 혼자 남게 되었다는 낯선 기분이 더 강하게 감정을 지배해 버린다.

이제 나 홀로 모든 것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비전보다는 걱정이 더 앞선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창업주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 여기까지 읽으면서 당장 먹고살아야 하는데 너무 거창한 것부터 시작한다고 오해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창업과 동시에 폐업을 하는 절대적인 이유는 놀랍게도 바로 자기 자신 때문이다.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되는 것처럼 창업주도 어느 날 갑자기 창업주가 된다. 

 

 

이래 봬도 어제까지는 대기업에 다닌 임원이었는데, 수십억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어느 학교를 나왔는데 …, 이 모든 화려한 스펙은 다시 시작하는 당신에게 전혀 ‘쓰잘데기없다.’ 좀 잔인한 말이겠지만 기억이 꿈보다 많은 것은 죽어 가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왕년에’를 입에 올리지도, 생각도 말아야 한다. 창업했다면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동네 구멍가게 아줌마와 아저씨일 뿐’이다.

 

이렇게 처음부터 인생을 다시 시작하면 그 누구도 금방 지치고 말 것이다. 아버지가 된 내가 가장 크게 아쉬워하는 것은 첫째 아이를 그냥 그렇게 키웠다는 점이다. 둘째도 잘해 보려고 했지만 생각만 앞설 뿐이고 그렇게 쉽지 않았다. 
반면에 나는 지금 회사의 창업주로서 많은 경험을 통한 행운(은혜라고 말하고 싶다)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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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유니타스브랜드〉라는 잡지 및 교육 회사를 창업하기 전에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면서 60여 개의 브랜드를 런칭, 리뉴얼했고 그 과정에서 간접 경험을 많이 했다. 뿐만 아니라 브랜딩 컨설팅회사, 광고대행사, 홍보대행사, 드라마 제작사등 4개의 회사를 운영해 보았다. 물론 지금도 다른 회사를 컨설팅하고 있으며 수많은 브랜드와 기업을 인터뷰하면서 간접 경험을 하고 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창업과 경영에 있어서 시간과 비용을 줄이거나 앞으로 오게 될 위기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성공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창업주는 창업과 동시에 두 가지의 길을 걷게 되는데, 
‘하나는 생존할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완성될 것인가?’이다. 
창업 현장에서는 둘 중에 하나밖에 없다.

 

 

창업주는 창업과 동시에 두 가지의 길을 걷게 되는데, ‘하나는 생존할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완성될 것인가?’이다. 직장 생활이라면 잔꾀를 부려서라도 잔존할 수 있겠지만 창업 현장에서는 둘 중에 하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런 경험을 토대로 내가 배운 확실한 한 가지가 있다면 일시적인 성공을 자랑하지 말고 시간을 헛되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까불지 말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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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내가 창업을 한다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 1. 창업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