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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트렌드는 숨겨진 갈망의 표현이다.

브랜딩/브랜드와 트렌드

by Content director 2021. 11. 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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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다가올 심리혁명기는 영혼의 등가물(等價物)을 만드는 기업이 지배할 것이다”

The interview with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Photo by Vincent Starr

연관 칼럼'헨릭 베일 가드', '존 마에다', 그리고 '알랭 드 보통'과의 옴니버스 인터뷰 🔗

 

당신이 정의하는 
트렌드란 무엇인가? 

 

Alain de Botton  트렌드나 취향에 대한 아주 흥미로운 대답은 독일의 미술사학자인 빌헬름 보링거(Wilhelm Worringer)의 20세기 초반 작품인《추상과 감정이입》이란 에세이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보링거는 인류 역사에서 미술에는 ‘추상’과 ‘사실’이라는 두 가지의 기본적인 취향만이 존재했다고 말하는데, 여기에서 우리는 트렌드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먼저 보링거가 말한 각각의 정의를 살펴보자. 

'추상미술이란 몇 가지의 기하학적 라인으로만 그려진 그림이나, 모자이크 또는 단순한 패턴이 반복되는 도자기'들로 정의했다. 이것은 천 년 동안 비잔티움, 페르시아, 뉴 기니 그리고 아프리카의 일부에서 특히 인기가 있었는데, 20세기에는 미국 대도시의 상류층에서 신성시될 만큼 추상미술이 서구 문명을 다시 지배했다. 반면 사실주의 미술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들이 추구했고 르네상스 시대부터 19세기 말까지 유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일종의 ‘실물과 똑같은’ 미술을 의미한다. 사실주의 작가들은 색채나 상황 등의 모든 것을 실제와 똑같이 모방하는데 매진했다. 

 

 

그는 그 변화의 교차점을 결정하는 기본 요인으로
그 사회 내에서 충분하게 공급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 사회가 결핍되었다고 느끼는 가치’를 꼽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이론이 미술뿐만 아니라 디자인이나 건축에도 손쉽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이론이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을 때, 지금 (트렌드의 정체를 찾고자 하는) 우리가 그의 이론에서 가장 주목할 측면은 ‘왜 한 사회의 충성심이 어떤 유형의 취향에서 다른 유형의 취향으로 바뀌느냐’에 대한 그의 해석이다. 그는 그 변화의 교차점을 결정하는 기본 요인으로 그 사회 내에서 충분하게 공급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 사회가 결핍되었다고 느끼는 가치’를 꼽고 있다.

 

추상예술의 경우에서 보자. 조화, 정적, 규칙적인 반복이라는 특징이 스며들어 있는 추상은 주로 사회가 평온함을 갈망할 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왜냐하면 그런 사회는 주로 법과 질서가 붕괴되어가고, 이데올로기가 변하며, 도덕적이고 영적인 혼란으로 인해 물리적인 위협까지 가해지는 무질서 속에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아메리카 대륙이나 뉴기니의 마을 분위기가 그랬다. 이 같은 격변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보링거가 일컫는 ‘평온함에 대한 엄청난 욕구’를 겪는다. 그들이 반복된 무늬가 새겨진 바구니나 마르크 로스코(Mark Rothko)나 아그네스 마틴(Agnes Martin)과 같은 미니멀리즘 화가 작품들의 추상화를 본다면, 즉각적으로 아름답다고 느낄 것이다.

 

추상주의의 대표 화가인 몬드리안의 ‛Composition with Red, Blue and Yellow(1930)

우리 사회에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함축적인 형태로 담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때마다 
그것을 아름답다고 부르며, 그것이 예술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내·외부적인 질서가 높은 수준에 이른 사회에서는 반대 갈망이 나타나곤 한다. 그러한 사회의 시민들은 판에 박힌듯한 일상과 숨 막힐듯한 통제, 예측가능성으로부터 벗어나길 간절히 원한다. 그리고는 그들의 심리적 갈증을 해소시켜주고, 규정하기 힘든 강렬한 감정을 다시 일깨워주는 사실주의 예술로 돌아서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사회에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함축적인 형태로 담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때마다 그것을 아름답다고 부르며, 그것이 예술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인생이 산란하고 살고 있는 도시가 혼란스러울 때는 거의 텅텅 빈 캔버스를 아름답다고 말할 것이다. 

 

‘좋은 취향’이란 우리가 느끼는 공포심으로부터 우리를 도피시켜주고, 우리가 열망하는 것으로 인도하며, 잃어버린 미덕을 정량으로 투여해주는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다.

 

사실주의의 대표 화가인 쿠르베의 The Painter Studio(1855)

 

 

트렌드는 한 문화가 어떠한 미적 가치관의 
내부적인 결핍에 대한 해결책이라는 것을 집합적으로 결정하는 시기다.

 

 

따라서 누군가가 어떤 특정 스타일을 선택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내부적 결핍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선호를 말해준다. 매우 웅장하며 금박으로 으리으리하게 꾸며진 화려한 가구들을 선택하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 엘리트 계층들의 취향을 보자. 예상과 달리 이러한 취향은 내면적으로 특히 풍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서는 선호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눈에 띄게 화려한 스타일은 혼란과 굶주림 그리고 굴욕에 대한 두려움에 쫓겨 절망적으로 도망치고 싶은 사람들이 특별히 주목할 것이다. 

 

반면에 건축가인 존 포슨 (John Pawson)의 스타일로 대표되는 차분하고, 여백이 많으며, 순수한 미니멀리즘 스타일의 공간을 대단히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자. 이 사람들의 내면은 사실 결코 차분하고 순수하지 않은 상태에 있다. 그들은 보통 분열과 공황상태에 대한 두려움에 굉장히 짓눌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  

 

 

미니멀리즘 건축가, 디자이너 '존 파우슨' Abbey of Our Lady of Nový Dvůr - John Pawson

 

 

이번에는 최근 새로 지어지는 주택 단지들에게서 분명하게 드러나듯 현대인들에게 널리 선호되는 소박한 혹은 투박한 스타일을 보자. 유리와 강철로 가득한 최첨단 현대 도시의 외곽에서 앙증맞은 작은 집들로 이루어진 주택단지들이 갑자기 생겨나고 있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사람처럼 보이길 이토록 원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 작은 오두막들은 작고 하얀 말뚝의 울타리와 오래되고 울퉁불퉁 뒤틀린 가짜 지붕과 기둥으로 만들어지고 정원에는 이상한 땅속 요정 석상이 들어서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것이 소박하고 인간적인 전통적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징표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것은 우리의 과도한 근대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있어 하이테크의 눈부신 지배하에 있게 했고, 우리에게 무언가 오래되고 소박한 것을 갈망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내 생각을 정리하자면, 트렌드는 한 문화가 어떠한 미적 가치관의 내부적인 결핍에 대한 해결책이라는 것을 집합적으로 결정하는 시기다.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있어 하이테크의 눈부신 지배하에 있게 했고, 우리에게 무언가 오래되고 소박한 것을 갈망하게 만들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오늘, 
당신의 일상은 어떻게 변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나? 

 

Alain de Botton  10년 미래는 각한 변화가 거의 없을 것이다. 변화를 상상하기에는 2050년 정도를 생각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때가 오면 우리는 먼저 감정을 통제하는 방법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다. 행복 알약이 시장에 출시될 것이며, 그것은 우리의 성과를 최대화시켜줄 것이다. 또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했을 것이고, 제약 분야에도 엄청난 혁신을 이루었을 것이다. 암은 정복되었을 것이고, 사람들은 손상된 장기를 재생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수명은 200살 혹은 그 이상이 될 것이다. 반면 핵폭발을 야기하는 악한 국가가 등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을 안내하고, 영감을 주고, 위로하는 새로운 세속적인 형태의 종교가 나타날 것이다.

 



당신이 요즘 가장 주목하고 있는 트렌드는 무엇인가?
그 트렌드를 주목하게 된 장소나, 사건, 책 등의 계기가 있었나?

 

Alain de Botton  최근 ‘몸’이 아닌 ‘마음’의 문제에 대해서 고심하는 호텔과 스파 트렌드에 관심이 많다. 또한 신개념의 학교에도 관심이 많다. 여기에서는 마치 패션 업체같이 지식 패키지를 너무나 아름답게 구성해서 고객들에게 제공한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스쿨 오브 라이프도 그런 개념이다. 또 하나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아름답게 디자인된 건축물에서 생활하고 싶어 하는 트렌드다. 대표적인 예가 *리빙 아키텍처다. 

 

*스쿨 오브 라이프
이곳은 ‘삶을 더 잘, 그리고 더 지혜롭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는 사회적 기업이다. 런던에 자리 잡은 이곳에서는 ‘고요함 속에서 머무는 법’ ‘더 나은 대화를 만드는 법’ ‘사랑하는 일 찾기’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는 법’ ‘가족과 멋진 시간을 보내는 법’ ‘사랑을 지속하는 법’ 등 사람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기 위한 오프라인 강의를 제공하며, 주말 설교, 심리 치료, 독서 치료, 그리고 낯선 이와 함께 식사하기 프로그램 등 목적을 위한 다양한 방법적 접근을 하고 있다.

*리빙 아키텍처
이곳 역시 사회적 기업으로 영국 주변에 월드클래스의 현대적 건축물을 지어 놓고, 사람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휴일 동안에 빌려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영국의 건축계와 주말 휴일에 혁명을 불러오겠다고 그 사명을 밝히고 있다.

 



과거를 돌아보면 산업혁명, IT혁명 등 급변하는 시기가 있었다. 
앞으로도 그런 시점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 
그 시점을 어떤 혁명기라고 표현하겠나?

 

Alain de Botton  우리는 ‘심리 혁명’에 접어들려 하고 있다. 브랜드들이 뚜렷한 성장을 거두고 나면, 대부분은 브랜드 확장을 시도한다. 이는 기업이 한 사업 분야에 진입 후 다른 분야에도 그 브랜드의 장점들이 나타나도록 관리함으로써 그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서 기업들은 그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학에 대해서 소비자 충성도가 깊어지길 바란다. 

 

우리는 심리 혁명에 접어들려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성 정장을 만드는 사업으로 시작한 기업이라면, 그들의 가치는 같은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레스토랑, 호텔, 나아가 리조트 사업에까지 이전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심지어 가구 디자인에 적용되어도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들은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하나의 제품보다는 에토스(ethos, 기품, 정신, 인격 등을 이르는 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또한 그들이 처음 넥타이로 사업을 시작하고 그것으로 사람들이 그 브랜드의 미적 가치와 품질을 인식했다 하더라도, 그들의 넥타이는 단지 하나의 넥타이가 아니라 의자의 다리나 음식에 있어서 전체 요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 시작점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하나의 제품보다는 
에토스(ethos, 기품, 정신, 인격 등을 이르는 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남성정장으로 구축한 브랜드 에토스를 호텔, 가구, 전자제품 등에 적용하는 데까지 성공한 조르지오 아르마니

 


이렇게 브랜드의 철학이나 에토스에 대한 중요성을 알아가고 있는 기업들은 앞으로 다가올 심리 혁명기에도 미래가 어둡지 않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이런 기업들이라 하더라도 기업 내부적인 심리 혁명에는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기업의 관성이나 불필요한 겸손은 기업 내부에서 가장 열의에 찬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채우지 못하게 했다. 특히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이론에서 가장 꼭대기에 있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채우지 못하게 했다. 기업들은 이 욕구 이론의 기본을 대충 생각해온 것이다. 그동안 기업들이 집중한 것은 제품과 서비스를 조금씩 개선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직원들이, 소비자들이) 잠자고, 먹고, 안전하게 이동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기실현, 교육, 사랑, 내적 성장에 대한 우리의 욕망은 방치되었다. BMW의 정확함과 엄격함이 학교를 설립하거나 정당을 창당하는 데로 나아가지 못하고 차를 만드는 것에서 끝난 사례는 그들의 역사에서 실패한 부분이다.

 

 

내가 이렇게 심리 혁명기에는 당신의 정신을 구체적인 물체로까지 
구현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우리 인간의 본성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생각이 구체화된 이성적인 생물체임과 동시에 감성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심리 혁명기에 어울리는 브랜드 확장에 실패한 사례는 이런 브랜드만이 아니다. 어쩌면 더 유리했을지 모르는 ‘지식 운동’도 마찬가지였다. 사상가들은 자신의 생각이 물질적인 영역에서 무료의 아날로그 서비스와 제품들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만약 그것에 성공했다면 그들의 생각은 현실 속에서 물질적인 등가물로 존재함으로써 더 생생하게 우리 주변에 살아 있었을 것이다. 실존주의 철학이 그대로 옷과 같은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왜 심리요법을 호텔이나 리조트 사업에 적용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그들의 정신을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는 것에 대한 영감은 종교에서 얻을 수 있다. 종교 단체들은 엄격하고 지적이고 이론적인 종교라는 것을 의복, 요리, 미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일관된 정체성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독교, 유대교, 불교는 라디오 방송국, 레스토랑, 박물관, 강의장, 의류와 같은 부수적인(종속적인) 것들도 인류의 구원과 연관하여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심리 혁명기에는 당신의 정신을 구체적인 물체로까지 구현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우리 인간의 본성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생각이 구체화된 이성적인 생물체임과 동시에 감성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어떠한 개념이 입력될 때에만 지속적으로 그 개념에 영향받을 수 있다. 

종교 단체의 활동 모습에서 볼 수 있듯, 책이나 영화 등의 간접적인 전달뿐만 아니라, 우리가 입고, 먹고, 노래 부르며, 잠을 자는 환경에까지 항상 그 정신이 맴돌게 해야 한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기업들이 미래를 얻을 것이다. 

 

 

우리가 입고, 먹고, 노래 부르며, 잠을 자는 환경에까지 항상 그 정신이 맴돌게 해야 한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기업들이 미래를 얻을 것이다. 

 

 



Q.
만약 당신이 속하지 않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면
어떤 사업을 하겠나?
그것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lain de Botton  나는 풍요롭고, 아름다우며 무엇보다 지적인 신 개념의 호텔 체인을 시작하고 싶다. 만약 한국에 이 사업을 나와 함께 하고 싶은 동업자가 있다면 alain@alaindebotton.com으로 내게 연락해 달라. 
레저 호텔들은 우리의 몸이 원하는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점점 깨달아가고 있다. 최고급의 침대 시트, 기능성 욕실, 스타일리시한 인테리어, 스파, 그 지역에서 나는 좋은 음식, 럭셔리 서비스 같이 (몸이 원하는) 최상의 것들은 지금도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마음의 요구인  ‘영혼’은 보통 무시된 채였다. ‘영혼’이라는 말은 낡은 구식의 단어 같지만 언제나 우리를 환기시키는 단어이기도 하다. 전형적인 럭셔리 호텔들은 우리의 몸이 원하는 욕망을 한껏 채워주면서 미니골프, 일요신문, DVD 서비스, 지역 관광서비스 이상의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영혼을 위한 호텔’이라는 새로운 호텔을 제안한다. 그 호텔은 럭셔리 스파부터 모든 사람의 행복에까지, 우리의 몸뿐만 아니라 영혼의 요구에도 능숙하게 정성을 다할 것이다. 이 호텔이 문을 연다면 이런 특별한 콘셉트 때문에 전 세계의 소비자들이 즉각적인 관심을 받을 것이다. 미디어들의 취재 경쟁도 예상된다. 

 

 

건축의 트렌드는 다음 두 가지 영역에 있어서의 영혼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할 것이라고 본다. 
하나는 ‘커뮤니티’에 대한 요구이며, 다른 하나는 특히 ‘관계와 커리어’에 관한 지식이다. 

 


또한 웰빙을 고민하는 건축물들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호텔의 건축은 전통적이고 자연적인 재료들과 최고의 기술이 만나 가장 현대적인 형태로 만들어질 것인데, 완전히 새로운 구조물을 기대해도 될 것이다. 건축적으로도 훌륭할 이 호텔은 많은 현대식 레저 시설들이 저지르는 ‘물리적 럭셔리가 럭셔리의 끝’이라는 오류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보다 영혼의 요구를 담당하는 든든한 배경막이 되는 곳이 될 것이다.  이 호텔이 잘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음 두 가지 영역에 있어서의 영혼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할 것이라고 본다. 하나는 ‘커뮤니티’에 대한 요구이며, 다른 하나는 특히 ‘관계와 커리어’에 관한 지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호텔에 머무는 것을 일 년 중 책을 읽을 만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염원은 그 사람의 진짜 고민과 딱 들어맞는 책을 찾지 못해 허물어지곤 한다. 그래서 ‘a genuine emphasis on reading’이라는 특별한 독서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있다. 독서치료사가 있어서 사람들의 정신 상태를 진단해 줄 것이고, 그 사람에 맞는 독서 요법을 제안할 것이다. 

 

또한 호텔 부지 안에는 강한 인상을 줄 만한 도서관이 있어서 이곳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켜주고 영감을 줄만한 책들을 추천해 줄 것이다. 한 묶음의 책들은 그 사람에게 필요한 룸 서비스와 함께 그의 방으로 보내질 것이다. 또한 특정 구절이나 특정 내용이 변형된 여러 책의 내용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 서비스도 동반된다. 

 

 

알랭 드 보통의 저서들 출처 https://www.alaindebotton.com/

 

 

때때로 가족이나 직장과 같은 특별한 관계가 아니더라도, 
‘더 좋은 관계를 만드는 법’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이 독서 프로그램은 사고방식의 혁명을 위해서 항상 많은 양의 독서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하고 있다. 때로는 에세이나 시 한 편, 혹은 완벽하게 압축된 한 문장으로도 혁명을 성취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하나의 커뮤니티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이 호텔은 사람들이 때때로 가족이나 직장과 같은 특별한 관계가 아니더라도, ‘더 좋은 관계를 만드는 법’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누구나(혼자든 그룹이든) 관계에 대한 주제로 강의를 할 수 있고, 원한다면 서로 토론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또한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치료 전문가와 함께 본인의 커리어를 훑어보고 특별한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영혼을 위한 다양한 검사와 프로그램은 진정으로 시간을 들일만 하다고 생각한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 동안 얻은 통찰력은 집으로까지 가져갈 수 있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수학하고 현재 런던에 살고 있으며, 그의 책은 전 세계 25개국에 출간되고 있다. 2003년 2월 프랑스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슈발리에 드 로드르 데자르 에 레트르’는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저서로는《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불안》《행복의 건축》《여행의 기술》 등이 있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18 브랜드와 트렌드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 “곧 다가올 심리 혁명기는 영혼의 등가물을 만드는 기업이 지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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