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영생불멸, 불황을 이겨내는 브랜드의 3가지 비밀(브랜드 현상황 필요)

브랜딩/불황에서 브랜딩, 불황으로 브랜딩

by Content director 2022. 4. 20. 15:43

본문

반응형

ⓒbrandness.co.kr

불황은 호황하는 브랜드의 최고의 브랜딩 기간이다. 왜냐하면 태생적으로 불황 속에서 활황하는 DNA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불황을 이기는 힘이 브랜딩이고, 가치며, 철학이 된 브랜드는 계속되는 불황에 내성이 생겨 좀처럼 쓰러지지 않는다. IMF 출생 브랜드 3개와 불황에 호황하는 브랜드를 보면서 그들의 태생 비밀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특이점이 온다》 《영적 기계의 시대》를 저술한 미래학자이자 발명가 *레이 커즈와일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특이점’을 이해하면, 과거의 의미와 미래에 다가올 것들에 대한 시각이 바뀐다고 했다. ‘특이점’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인간의 보편적 삶이나 개인의 개별적 삶에 대한 인생관이 본질적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위기를 예언한 책으로 잘 알려진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도 ‘특이점’과 비슷한 ‘극단 값 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유니타스브랜드가 만난 다섯 개 브랜드의 공통점은 시장의 특이점(불황기의 소비 변화)과 극단 값(막강한 신규 브랜드 출현)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브랜드였다. 이처럼 불황에도 활황 하는 다섯 개 브랜드의 성공 이론을 한 단어로 정의하라면 ‘일관성’이다. 이들은 불황에도, 그리고 호황에도 어떠한 환경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영생불멸의 브랜딩(The Immortal Branding)’ 을 하고 있었다.

 

*레이 커즈와일  Ray Kurzweil

발명가이자 사상가, 미래학자로서 ‘지칠 줄 모르는 천재’ ‘궁극의 사고 기계’라는 별명이 있다.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등재, 미국 기술훈장 등을 받았으며 《특이점이 온다》 《영적 기계의 시대》 등의 저서가 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Nassim Nicholas Taleb

철학자, 역사가, 수학자이자 월가의 투자 전문가다. 회의주의 철학과 증권가 경험을 바탕으로 1987년 ‘블랙먼데이’를 겪으면서 떠올린 아이디어로 《블랙 스완》을 썼으며, 최근 불황으로 그가 예측한 이론이 현실이 되면서 탁월한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The Immortal 
DNA

아메바(amoeba)는 위족(僞足)으로 움직이는 원생동물이자 단세포생물이다. 아메바는 어느 정도 자라면 자신의 몸을 둘로 나누어 버린다. 한 마리에서 두 마리, 두 마리에서 네 마리로 계속 나뉜다. 아메바의 ‘기하급수적 분열’이라는 탁월한 특성을 비즈니스에서는 ‘아메바 조직’이라는 시스템으로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일본의 전자 부품 전문 기업인 교세라다. 그들은 각각의 아메바 조직 리더의 책임하에 매출과 비용을 철저히 독립적으로 정산하고,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독립채산獨立採算 경영’을 하고 있다. 그 아메바 조직이 이익을 내면 번성하는 것이고, 이익을 내지 못하면 소멸한다.

 

최근 과학과 경영 분야에서는 단세포생물부터 자작나무, 상어, 흰개미, 벌, 기러기 등 자연에 적응하면서 생존하는 동·식물들의 강점을 배우는 것이 트렌드다. 실제로 몇몇 기업들은 자연에서 배운 것을 적용하여 자신들도 믿지 못할 성과를 내었다고 한다. 우리도 불황에서 호황하는 브랜드를 찾기 위해 먼저 연구한 것이 ‘자연과학’이다. 대부분의 자연과학자들이 말하기를 법칙은 ‘우연히’ 발견된다고 한다. 우연히 얻은 위대한 발견은 아스피린에서 반도체의 실리콘까지 무수하다. 최근 활발히 연구 되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영생불멸’의 동·식물을 보면서 우리도 ‘우연히’ 바로 가까이 있었지만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영생불멸 브랜딩’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과 동물에 기생하는 선충의 몸속에는 다우몬(daumone)이라는 페로몬이 있다. 이는 성장 과정에서 생체 노화 조절 기능을 수행한다. 다우몬이 있는 선충은보통 약 20도의 온도에서 평균 14일 정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생식기가 발달되기 직전의 어린 유충이 먹이를 섭취하지 않고 움직임이 없는 장수 유충(휴면 유충)이 되면 수명은 최대 10배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휴면기에 들어갔던 선충에게 다시 먹이가 공급되고 살기에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면 정상 수명 주기로 돌아와 나머지 일생(사람의 청소년기)을 살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우몬은 선충의 성장 과정에서 과밀 상태나 환경적 스트레스(열, 화학 물질, 오염 등), 식이 고갈 등의 위협 요인이 느껴지면 생명 연장을 위해 휴면기에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해파리의 일종인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Turritopsis Nutricula)는 성숙 단계에 도달한 후에 다시 폴립(polyp, 강장동물의 기본 체형) 상태로 돌아가면서 죽지 않는 것이 최근 알려졌다. 해파리는 이론적으로 이런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면서 지구상에서 영생불사(永生不死)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체라고 한다.

 

우리가 특집으로 연구한 웅진코웨이, 한솥도시락, 유니클로, 잡코리아는 불황과 호황에도 끊임없이 성장하는 브랜드였다. 이 브랜드들이 오히려 불황기에 더욱 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외 경제·경영과 소비 심리를 연구하는 교수진과 전문가들, 브랜드 운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비법을 발견했지만, 사실 너무나 간단해 보여서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화에 애를 먹었다. 왜냐하면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아 다양한 해석과 마케팅 이론을 적용해 보았지만 기대와 달리 특별한 무언가는 없었기 때문이다. 비법과 노하우 혹은 혁신적 가치 생산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결론보다는 “가장 위대하고 심오한 진리는 가장 단순하고 소박하다”라는 톨스토이의 말처럼 그들의 입을 통해 듣게 된 결론은 지극히 소박하고 겸손한 ‘태도’에 관한 것들이었다. 다섯 개 브랜드의 책임자들에게 들은 말은 모두 같은 ‘대본’을 보고 말하는 것처럼 똑같았다.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진 이들 브랜드의 장점을 살아있는 생명체에 비교한다면 
이들은 스피드, 야성, 면역력, 회복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황 중에 호황하는 것이다.

 

도저히 납득하지 못할 ‘불황에서의 고성장 매출 자료’를 확인하면서 이들이 뭔가 숨기는 것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준비된 질문 이외의 질문들을 던졌지만, 그들은 더 이상 우리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특별한 그 무엇인가를 듣고 싶어하는 우리 때문에 분위기는 어색해졌고, 뭔가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10년 차 정도 경력의 브랜더라면 그들이 말한 이 단순한 답변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알 것이다.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다섯 개 브랜드가 대답한 단순한 성장 원리는 그들의 문화, 철학, 전략의 구조를 이해하지 않고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즉 그들이 이렇게까지 단순화된 성공 원리를 갖기까지, 즉 브랜딩이 되기까지 어떻게 이런 구조와 문화를 갖게 되었는가에 대한 ‘진화 과정’을 파악해야 했던 것이다. 또한 자신의 성공 이유를 말로 설명하지 못하고 단순히 “문화입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조직 안에 고착화된 ‘알고리즘’도 파악해야 했다.

 

이를 연구하며 불황 중에 활황하는 브랜드에 존재하는 세 개의 영생 유전자, ‘The Immortal DNA’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세 개의 유전자는 지극히 제한된 브랜드 지식으로만 분류한 것뿐이다. 인체의 한 부분으로 그 사람의 존재를 정의할 수 없는 것처럼 불황 극복의 3가지 요소들은 각각 하나의 대표성을 가질 수 없다. 이들은 브랜드 안에서 함께 작동하는 일종의 톱니바퀴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실제로 각각 따로 떨어진 세 개가 아니라 한 개처럼 보인다. 그들의 특별함을 정의하며 분류할 수 있는 학명이 아직 없기에 우리는 복잡하지만 상상을 도울 수 있는 신조어로 그들의 공통점을 정의했다.

 

첫째는 변화에 앞서 먼저 변화하는 ‘하우이즘 폴립(Howism-Polyp)’, 둘째는 강력함으로 단순화된 ‘슈퍼 심플(Super Simple)’, 셋째는 이 모든 것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필라클라이언트(Philoclient)’다.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진 이들 브랜드의 장점을 살아있는 생명체에 비교한다면 이들은 스피드, 야성, 면역력, 회복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황 중에 호황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 개의 원칙은 매우 단순한 구조였기 때문에 우리가 조사한 브랜드는 하나의 ‘덩어리’처럼 느껴졌다. 앞선 인터뷰이들이 말한 것처럼 “불황에는 호황기에 사용하던 모든 마케팅 법칙이 사라지고 브랜드 원칙만이 남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8,852m의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다. 정상을 1,000m 앞둔 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도altitude가 아니라 태도(attitude)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찾은 3개의 요소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세 가지가 결합되어 얼마나 빨리 반응하여 변화를 주도할 것인가? 이것은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분명 태도의 문제다.

 

1) 하우이즘 폴립
(Howism-Polyp)

*피터 드러커는 『혁신을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라는 논문에서 혁신을 이렇게 말한 적이있다.

 

“한 기업이나 산업에서 혁신의 기회는 주로 다음 네 가지 경우에 찾아 온다. 첫째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둘째는 일치되지 않는 부조화의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 셋째는 운영상의 필요성이 생기는 경우, 그리고 마지막으로 산업이나 시장의 상황이 변화하는 경우다.”

 

피터 드러커가 불황에 빗대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불황은 이 네 개의 조건을 거의 충족시키기에 시장에서의 ‘혁신’을 제대로 이룰 수 있는 기회다. 불황이 되었다는 것은 모든 기업이 혁신을 해야 하며, 혁신으로 인해 시장을 새롭게 재정의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시기가 된 것이다.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
《경제인의 종말》《단절의 시대》《21세기 지식 경영》등 30여 권의 저서를 펴낸 미국의 경영학자다. 오랜 기간의 경영 자문 경험과 강의, 이론을 집대성한 그의 저서는 20여 개국에서 600만 권 이상의 판매 부수를 기록할 만큼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화수

성균관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정보대학원에서 MIS 전공 석사를 취득하였다. 2000년 (주)잡코리아의 대표로 취임했다. 현재는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 유니타스브랜드 Vol.9 p108 참고

 

 

웅진코웨이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매출이 1/4로 급감해서 생산해 놓은 정수기가 창고에 재고로 쌓여 있었다. 광복 이후 성장 경제에 익숙하던 한국의 소비자들은 디플레이션에 대한 면역력이 없었기 때문에 소비 또한 꽁꽁 얼어붙었다. 이때 웅진코웨이는 ‘어떻게’ 재고 정수기를 판매했을까? 

 

웅진코웨이는 정수기를 넘어 다양한 자사 상품을 가지고 렌트 관리체제로 확장하는중에 있다.  ⓒcoway

 

한솥도시락의 이영덕 사장은 맥도날드 시스템을 도입하여 도시락 전문점을 만들고 싶었다. 싸고, 맛있고, 빠른 도시락 전문점이어야 했다. 일본의 도시락 전문점 호까호까라는 벤치마킹 대상도 있었고, 노하우도 전수 받았지만 일본과 한국 사정은 달랐다. 한솥도시락은 ‘어떻게’ IMF 외환위기에 급격히 성장하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가격을 유지할까?

 

 

유니클로의 야나이 타다시 회장은 슈퍼마켓 같은 패션 브랜드 숍을 만들어서 누구나 싸고 품질이 좋은 상품을 사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베이직한 상품만으로 구성하다 보니 패션의 핵심인 트렌드에서 벗어나야 했다. 유니클로는 ‘어떻게’ 이렇게 단순한 컨셉을 실현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잡코리아 *김화수 대표는 1997년 대학원생의 신분으로 웹 에이전시 운영을 시작했다. IMF 외환위기와 함께 밀려온 불황기에 ‘웹’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웹을 기반으로 할 것, 직접 생산해야 하는 컨텐츠를 최소화할 것, 최소한의 인력만으로 가능할 것 등이었다. 이 가설을 가지고 김화수 대표는 ‘어떻게’ 잡코리아의 수익 구조를 만들어 냈을까?

 

 

이미 답은 알고 있을 것이다. 웅진코웨이는 렌털 서비스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내구재를 소비재로 전환시키는 전략으로 120만 원짜리 정수기를 한 달에 2만 5,000원으로 살 수 있게 했다. 잡코리아는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스위치 보드 모델을 떠올리고, 수수료 수익 모델을 통하여 많은 투자 자금 없이 불황기에 필요한 취업 인력 마켓 플레이스를 열었다. 

 

한솥도시락은 배달 서비스가 주를 이루던 도시락 시장에 테이크아웃 서비스를 고집함으로써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유니클로는 베이직 캐주얼을 1년 전에 기획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한 시점에 모두 판매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렇듯 바로 ‘어떻게’ 가 관건이다. ‘무엇’을 팔 것인가 하는 생산자 중심의 전통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어떻게’ 팔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하우이즘 폴립이다. 불황기를 기회로 삼아 성장하거나 불황기에 런칭해서 성공한 브랜드들은 하우이즘 폴립을 고민했다. 즉 어떻게 파느냐 자체가 비즈니스 컨셉으로 설계된 것이다.

 

하우이즘 폴립에 대한 고민은 새로운 시장을 열기도 하고(잡코리아), 새로운 프로세스를 고안해 내기도 하며(한솥도시락), 평범함을 특별하게 팔고(유니클로), 새로운 비즈니스 컨셉을 만들기도 한다. 특히 웅진코웨이는 ‘무엇’보다 ‘어떻게’ 팔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는 마케팅 혁신 기업이다.

 

웅진코웨이의 렌털 서비스, 룰루비데의 생필품화, 제휴 마케팅을 통한 페이프리 등 웅진코웨이는 언제나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정수기를 팔 것인지 백과사전을 팔 것인지가 아니라 정수기와 백과사전을 어떻게 팔지를 먼저 고민한 웅진코웨이는 그래서 불황에 강하다. 아니 불황을 이용한다. 어떻게 팔지 고민한 후에 무엇을 팔지 고민하면 새로운 시장, 새로운 고객, 새로운 제품을 볼 수 있다.

 

너무나 쉽게
무시되는 진리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가지면 기업 중심으로, 정확히 말하면 경영자 중심으로 브랜드가 운영된다. 자신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거나 경쟁자를 무너뜨리는 것을 쉽게 생각하고, 대부분의 마케팅 활동도 일반 매체를 통한 주입식 광고로 일관하며, 그야말로 시장을 밀고 나간다. 이상하게도 호황기에 성장하는 브랜드는 소비자 중심으로 움직이기보다는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자기중심적으로 경영을 한다. 그러나 불황이 닥치면 문제가 달라진다. 종전의 고객은 사라지거나, 급기야 충성 고객들이 지금의 브랜드를 버리고 새로운 브랜드를 찾는 것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불황에는 도저히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 불가능한 고객 이동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호황에 도도하던 자기중심적 성장 브랜드에게 ‘고객 관점’은 구호 정도의 단순 표어기 때문에 불황에 반드시 필요한 고객 관점으로 쉽게 변하지 못한다. 하우이즘에 폴립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폴립은 강장동물의 기본 체형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다. 불황 때는 고객 창조만이 브랜드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 따라서 고객 창조를 위해서는 종전의 성체를 버리고 다시 폴립, 즉 ‘창업 초기의 고객에 대한 겸손한 마음’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호황기에는 무엇을 팔 것인가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팔 것인가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종전 상품과 종전 방식을 고수하려고 한다면, 결국 불황을 견디다 매출 저하 압박에 못 이겨 가장 치명적인 실수인 ‘할인’을 함으로써 빨리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본능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우이즘 폴립을 찾을 것인가, 즉 어떻게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로 넘어간다. 기본 전략은 가치를 높이거나(value up)가격을 낮추는 것(cost down)이다. 불황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싼 상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비싸게 보이는 것을 싸게 샀다는 합리적 구매를 원한다. 이때 고객 창조는 고객이 원하는 가치 혁신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특히 불황 고객을 창조하기 위해는 극단의 위치에 있는 value up과 cost down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치를 높이거나 가격을 내리면 고객이 일시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지만,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면 상상하지도 못한 새로운 고객이 창조된다. 왜냐하면 이것은 새로운 시장을 통째로 창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획기적인 성공을 한 기업들은 value up과 cost down을 동시에 만족시킨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으로 이케아, 사우스웨스트항공, 델과 같은 사례를 들 수 있다. 유니클로와 한솥도시락은 밸류 체인 상의 혁신을 통해, 웅진코웨이는 종전 시장에 낯선 개념을 도입한 마케팅 혁신과 아이디어 혁신을 통해 value up과 cost down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앞서 말했듯 소비자가 소비를 억제하는 불황에서는 종전의 방법으로는 도저히 성공할 수 없음을 이미 우리는 IMF 외환위기를 경험하면서 알게 되었다. 불황에 활황 하는 방법 중 하나가 고객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모든 경영학의 구루는 이구동성으로 혁신은 회의실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이야기하면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고객은 절대로 알려 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단지 고객은 불평만 할 뿐이다. 그 불평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것이 다반사다.

 

‘돈 들이지 않고 구직할 수 없을까?’

‘돈 쓰지 않고 정수기나 비데를 사용할 수 없을까?’

‘식당보다 1/3가격으로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없을까?’

‘누구나 아는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없을까?’

한 벌 살 가격으로 세 벌 살 수 있는 품질 좋고 트렌디한 옷은 없을까?’

 

진정 고객이 원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의 마음(polyp)’으로 돌아가서 어떻게든 그들의 요구를 들어 줄 ‘방법(howism)’을 찾고, 이것을 실현시키려고 노력할 때 시장 파괴와 독점을 거머쥐는 활황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2) 슈퍼 심플(Super Simple)

불황에 활황 하는 브랜드들의 원칙 중 하나가 ‘단순함(simplicity)’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활황 하는 브랜드들의 단순함이란, 단순하지만 모방하기 쉽지 않은 원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들의 원칙에 가장 근접한 단어를 ‘단순함’이라고 표현했지만, 그들은 이것을 숭배하고 추앙하며 경배하고 있었다.

 

고대의 위대한 사상가부터 현대의 유능한 비즈니스맨까지 단순함에 대한 예찬론은 끊이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이토록 심플함을 동경해 온 것은 그만큼 이것이 쉽지 않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실제로 단순함은 쉽지 않다. 예일 대학 부설 인간관계연구소의 심리학자 존 콜라드John Collard는 인간은 단순함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이 두려움을 갖는 원인을 일곱 가지로 구분하는데, 그중 ‘사고(thinking)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들이 왜 단순하지만 위대한 사고를 쉽게 하지 못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콜라드 박사는 사람들은 스스로 사고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노력하기보다는 타인의 생각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단순한 해결책을 쉽사리 찾아내지 못한다고 한다. 단순한 진리, 단순한 해결책은 복잡한 사고의 결과기 때문이다.

 

단순함에 대한 근본적인 두려움에 대한 또 하나의 심리학적 접근으로, 캘러 모그 박사는 사람들이 ‘생략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실패를 대비하기 위해 다양하면서도 가능한 많은 대안과 해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순한 사고와 아이디어만으로는 불안함과 불충분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략을 통해 만들어지는 단순함에 쉽게 이르지 못한다.

 

특히 불황을 처음 경험하는 마케터들은 뭔가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새로운 방법은 주로 성공한 해외 사례와 최신 전략으로 검증된 그 무엇이다. 그러나 그것을 찾았다 하더라도 실행하는 데 있어 불황으로 인해 경쟁자가 사라지거나, 경쟁상황이 매우 단순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마케팅 실행안을 들고 머뭇거리기 일쑤다.

 

불황에서 
진짜 경쟁자는 시간

불황이 되면 그때부터 시간과의 경쟁이다. 기업이 시간과 경쟁하는 상황이 되었다면 이미 진 게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시간과 경쟁하면 반드시 쫓기고, 몰리면 몰릴수록 악수惡手를 두게 된다. 시간에 쫓기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 때문에 결국 브랜드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집행하게 된다.

 

유니타스브랜드가 인터뷰한 다섯 개의 회사는 모두 시간을 지배하고 있었다. 시간을 지배하는 통치 구조는 단순함이다. 의사 결정, 시장 반응에 따른 고객 대응, 상품 준비, 종전 개념의 파괴, 서비스의 시간, 그리고 전략의 수행 등 모든 부분이 지극히 단순했다. 뭔가 있을 것이라고 계속 질문하지만 그들의 대답은 똑같았다. “특별한 것은 없다.”

 

*스티브 리브킨   Steve Rivkin

마케팅 전략과 네이밍 분야에서 권위자로 손꼽히는 그는 트라우트 앤 파트너스의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잭 트라우트와 함께 마케팅 전략에 관한 《뉴포지셔닝》 《단순함의 힘》 등을 저술하였다.

 

*하타세 사토시
1993년 유니클로 본사에 입사하여 점장 및 슈퍼바이저로 현장 경험을 쌓은 그는, U.K 사업본부, 재고 컨트롤부 부장을 역임한 후 2002년 한국 유니클로의 공동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유니타스브랜드 Vol.9 p96 참고

 

불황에서 느끼는 시장 변화의 속도는 호황의 5배는 된다고 한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찾는 시간은 웹의 탄생 이후에 디지털 속도로 변했다. 예를 들어 신상품이 월요일에 출시되면 다음 주 월요일 정도에 브랜드의 성패를 확인할 수 있었기에 일반 시장의 판매 확인 주기는 일주일이었다. 그러나 웹의 등장으로 인해 아침에 상품을 올리면 그다음 날 확인할 수 있어 ‘24시간’으로 그 주기가 짧아졌다.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단축된 것은 다행이지만 손쓸 방법 없이 신상품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짧은 주기를 가지게 된 것은 불행이다. 빠른 시장의 결과로 인해 어제 집행한 마케팅에서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을 해야 할 지를 바로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생존은 반응에 달렸고, 그 반응의 속도는 단순함에 비례한다.

 

일찍이 저렴한 가격과 새로운 디자인, 그리고 빠른 소비자 반응 시스템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가구 브랜드 이케아의 창업주 *잉그바르 캄프라드는 “단순함은 비즈니스의 덕목이다. 단순하면 강력해진다”고 사업 비밀을 폭로(?)한 바 있다. 경영 혁신 전도사로 불리는 *잭 트라우트와 *스티브 리브킨도 “비즈니스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단지 그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 분야에 있을 뿐이다. 복잡함에 맞서 싸우려면 단순함을 이용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모방하는 경쟁자들은 항상 모방할 수 없는 것들에 유혹을 느낀다. 그래서 모방자들은 너무나 단순해서 강력한 브랜드를 만나면 더 나은(복잡한) 방법을 찾으려 한다. 단순함의 노하우는 너무 간단해서 오히려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니클로의 경영 방식을 공개했지만 대부분의 브랜드는 그것을 모방하지 못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유니클로를 벤치마킹한 브랜드들은 성급하게 1~2년 안에 성과를 보려 했기 때문이다. 유니클로의 단순함은 벤치마킹으로 흉내 낼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 ‘수련된 자세’와 유니클로 코리아 부사장 *하타세 사토시의 말대로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그들의 정신이다. 그는 유니클로의 단순성은 20년 이상 지속되어 99.99%로 정련(精鍊)된 것이라고 얘기한다. 

 

유니클로, 한솥도시락 안에서도 단순함을 위해 수년간 현장 훈련을 통해 ‘정련된 심플함’이라는 경영 전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최고의 품질을 최저의 가격으로 빠르게 제공하겠다는 한솥도시락, 좋은 물건을 싸게 판다는 유니클로는 분명 단순한 브랜드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그 단순함으로 인해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진 슈퍼심플을 가진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들이 심플한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 지키는 두 가지 원칙이 있는데, 이것은 앞서 말한 하우이즘 폴립과 같은 근본에서 나온다. 

 

첫째가 고객 중심주의 원칙에 충실한 것이고, 둘째가 확장 유혹에 대한 포기를 통해 자사의 경쟁 우위 요소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브랜드가 ‘진실로’ 고객 중심을 결심하면 모든 것이 단순해진다. 고객의 가치를 위한 것은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은 간혹 브랜드의 존재감(자신의 성공 존재감=자만심)을 위해 브랜드를 복잡하고 다양하게 만들고 싶은 유혹도 받는다. 이런 행동은 시쳇말로 ‘뭔가 있어 보이려고’ 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불황은 이런 연출을 최악의 상황으로 만든다. 사람들은 있어 보이는 것보다는 실용적인 것을 찾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실용적인 것에 대해 합리적인 구매를 했다고 믿으며 자신이 구매한 상품에 애착을 갖게 된다. 호황에 성장한 대부분의 브랜드는 고객 중심보다는 자기 중심적 브랜드가 많다. 이들은 고객의 요구보다는 트렌드라는 또 다른 구매 욕구가 성장시킨 것이기 때문에 호황의 매출을 자신의 기초 체력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런 브랜드들은 그동안의 의사 결정을 모두 브랜드 관점에서 한 것이기에 다시 소비자 관점으로 돌아가는 것에 익숙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소비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단순해지는 길이다. 바로 이것이 가장 강력해지는 1단계임을 명심해야 한다.

 

단순함의 원칙인 ‘포기’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어색하다면, ‘전략적 선택’이라는 말로 대신해도 된다. 성장의 유혹은 확장이다. 사라진 대부분의 기업이 자신의 핵심 부분에만 집중해서 망했던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무리한 확장 이후에 사라진다. 그래서 고성장 중에 브랜드가 포기(전략적 선택)를 통한 집중의 원칙을 적용, 그 브랜드의 강점만을 강화시켜 성공한 브랜드를 찾기가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테이크아웃을 원칙으로 하는 한솥도시락도 배달 서비스를 해 달라는 고객을 과감히 포기함으로써 테이크아웃을 하는 고객에게 더욱 저렴한 가격의 맛있는 도시락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경쟁 우위에 집중할 수 있었으며, 광고를 포기함으로써 가장 저렴한 도시락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 유니클로는 자사 브랜드가 패션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공산품을 판다고 말한다. 고급스러운 패션을 포기한 대신 베이직한 디자인 패션 부품을 대량생산을 통해 저원가로 생산하고, SPA라는 생산 시스템으로 중간 유통식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high quality, low price’라는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단순함을 위해 포기하는 것은 바로 ‘시간’과 경쟁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리드하기 위해다. 불황의 경쟁자는 호황기의 경쟁사가 아니라 ‘시간’이다. 시장의 변화에 대한 단순 반응은 불에 데인 것과 같은 상처만 남긴다. 시장을 보고 예상 반응을 통해 시간보다 앞선 공간(소비자의 마음)을 주도해야 한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단순함을 위해 포기하는 것은 바로 ‘시간’과 경쟁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리드하기 위해다. 불황의 경쟁자는 호황기의 경쟁사가 아니라 ‘시간’이다. 

 

 

사람이 만든 조직은 사람의 수만큼 (자동적으로) 복잡해진다. 이 말은 소비자의 새로운 욕구와 새로운 경쟁자에 대해 복잡하게(느리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불황일 때는 호황일 때 하던 잦은 회의로 인해 일반적인 반응보다 10배 이상 느려진다. 공룡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조직을 심플하게 만들기 위한 가장 심플한 방법은 사람을 줄이면 된다. 이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수천 명의 사원과 수백 개의 매장, 수만 명의 소비자를 변함없는 상품과 서비스로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심플은 어떤 형태일까? 아니 어떻게 그렇게 움직일 수 있을까? 그 답은 개미에게 있다.

 

너무나 심플해서 뭔가 전문 용어로 포장하고 싶지만 느낀 대로 그들의 심플함을 설명한다면 첫 번째는 ‘열심히’ 일한다. 좀더 추가한다면 ‘알아서 열심히’ 일한다. 보다 알기 쉬운 수식어로 말한다면 ‘개미처럼 다른 사람들의 반응과 자신의 반응에 리듬을 타면서 물 흐르듯이 열심히’ 일한다. 즉 그들에게는 단순함을 유지하면서 고객에게 바로 반응하려는 열정이 있었다. 물론 이 부분에서 ‘정직’이라는 단어가 심플과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그들은 ‘낮은 가격, 좋은 품질, 빠른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공급업체와 본사, 소비자의 관계가 정직했다. 대박 전략보다는 소비자 앞에서 정직한 브랜드 경영을 보여주고 자신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그들을 강력한 단순성super simple으로 만들었다. 그들의 단순성은 구조와 개념이 아니라 가치와 정직이라는 보이지 않는 영역에 있는 힘이다. 따라서 그들은 불황이라는 바이러스에 대해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소비자의 필요와 욕구를 향해 더 단순해지고, 더 강해진다. 복잡한 전략서에 따른 행동 지침도 없다.

 

‘지금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너무나 단순한 질문에 스스로 답하기 위해는 ‘단순’한 행동이 더 ‘단단’해져야 한다.

 

3) 필라클라이언트(hiloclient)

철학(philosophy)은 그리스어 필로소피아(philosophia)에서 유래한 단어로, Philo는 ‘사랑하다’ ‘좋아하다’라는 뜻의 접두사고 Sophia는 ‘지혜’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이다. 흔히들 브랜드 철학을 ‘기업 철학’ 혹은 ‘기업 전략’으로 규정짓곤 한다. 하지만 철학의 고어에서 알 수 있듯이 철학의 대상은 ‘지혜’고 행위는 ‘생각’이 아니라 ‘사랑’이다. 철학적 관점에서 브랜드 철학을 직역한다면 ‘브랜드 사랑’ 정도로 말할 수 있지만 실제적 해석은 ‘고객 사랑’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브랜드 철학의 존재는 경영의 일관성을 가져온다. 특히 이런 불황에도 일관성이 있는 브랜딩을 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신뢰를 준다. 철학은 전략보다 앞서기 때문에 철학이 있는 브랜드는 불황이라 하더라도 쉽사리 전략을 바꾸지 않는다. 만약 소비자가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업 철학을 이해하고 공유한다면 그때부터 소비자는 브랜드를 자발적으로 응원하면서 브랜드 전도사가 되어 유모처럼 그 브랜드를 키울 것이다. 그래서 불황일수록 철학을 다듬고, 불안과 위기가 엄습해 왔다면 철학이 더욱 의사 결정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소비자는 돈을 주고 산 상품에 대해 ‘감동받을 만한’ 품질을 원한다. 
왜냐하면 소비자는 가격을 지불하고 물건을 산 것이 아니라 가치를 산 것이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소비자를 상대로 ‘대박’을 노리는 소비 촉진 지향적 브랜드며, 다른 하나는 고객을 ‘섬김’의 관점으로 보는 고객 가치 지향적 브랜드다. 불황이 되면 ‘대박용’으로 급조된 브랜드가 여기저기 나타난다. 그래서 그런 브랜드는 브랜드 철학이 없고 전술(전략도 없는)만 있기 쉽다.

 

우리가 만난 다섯 개의 브랜드는 말 그대로 필라클라이언트 Philoclient(고객 사랑)가 브랜드의 ‘의미’이자 ‘목적’이었다. 개도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알 수 있다. 당연히 소비자는 눈앞에 있는 브랜드가 자신을 위해 만든 것인지, 매출을 올리기 위해 만들었는지를 금세 알 수 있다. 불황에 어떻게 고객을 도울 수 있을까 고심하며 만든 브랜드와 불황인데 기업은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만든 브랜드. 이 두 브랜드를 딱히 정의할 수 없지만 소비자는 분명히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지표가 가격 대비 품질이다.

 

품질은 고객에 대한 진심이며, 브랜드의 진실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여기서 품질은 상품이 아니라 브랜드가 고객에게 주는 모든 체험, 모든 이미지를 말한다. 소비자가 정하는 품질의 수준은 ‘경쟁사보다 더 좋은 것’이 아니다. ‘가격에 비해 좋은 것’도 아니다. 소비자는 돈을 주고 산 상품에 대해 ‘감동받을 만한’ 품질을 원한다. 왜냐하면 소비자는 가격을 지불하고 물건을 산 것이 아니라 가치를 산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공짜로 정수기와 비데를 설치할 수 있죠?” - 웅진코웨이
“이렇게 맛있는 밥이 어떻게 이렇게 싸지? - 한솥도시락
“이거 너무 싼 거 아니야, 빨면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닐까?” - 유니클로 
“벌써 500명이 지원했다고?” - 잡코리아

 

너무 싸면 소비자는 당연히 의심을 한다. 하지만 품질에 일단 만족하게 되면 브랜드를 향한 ‘의심’은 브랜드를 향한 ‘충심’으로 변한다. 이런 화학적 변화를 필립 코틀러는 ‘강력한 브랜드 구축 3단계 전략’으로 소개한 적이 있다.

 

1단계, 브랜드 이름을 정한다.
2단계, 브랜드 이름에 대한 풍부한 연상과 약속을 개발한다.
3단계, (여기가 핵심이다) 고객의 모든 브랜드 접촉점을 관리하여, 그 브랜드와 관련된 고객의 기대를 달성하거나 추월한다.

 

참고로 다섯 개의 브랜드의 품질은 모두 고객의 기대를 추월했다.

 

불황에 소비자와 관계 맺기

브랜드와 관계를 맺는다는 말은 이해는 되지만 설명을 해보라고 하면 난감하다. 관계라는 것은 인격체 간의 친밀도를 표현할 때 쓰이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랜드는 단순히 사용 가치를 넘어선 의미론적 가치가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 것이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구매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을 사는 것보다는 존재적 가치를 위해 사는 것이다. 관계는 상호적이다. 만약, 브랜드와 고객이 완성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면 네 가지 감정을 공유하는데, 이해, 존중, 신뢰, 그리고 사랑이다. 

 

이해, 흔히 초단기 대박 마케팅을 흠모하는 것은 소비자와의 기본적인 이해 관계를 무시하고 이해 관계로만 소비자를 본 것이다. 브랜드가 소비자와의 완성된 관계를 원한다면 먼저 소비자가 우리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 시장에서 창고로 그대로 흘러가는 상품들의 대부분이 전략과 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이해심이 없어서다.

 

존중, 고객과 브랜드가 서로 존중하는 관계는 가장 잘 지켜지지 않고 소홀히 여겨지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코카콜라가 펩시를 따라 하려다가 고객의 입맛을 함부로 바꾸려 했다는 괘씸죄에 걸려 소비자 불매 운동을 겪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브랜드가 만들어져서 고객이 그것을 애용한다면 기업은 고객의 감정을 존중하면서 브랜드의 사용을 명예롭게 해주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에르메스가 재고품을 할인 판매하지 않고 소각하는 것은 브랜드의 명예를 지키려는 마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미 구매한 고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존중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신뢰, 신뢰는 고객이 스스로 내린 선택으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구매 방식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다. 브랜드를 선택(구매)한 것은 스스로 선택한 일종의 위험(?) 행위로서 자신이 선택한 브랜드를 통해 어떤 해를 받더라도 감수하겠다는 의미기도 한다. 브랜드가 고객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는 확신을 보여주거나 체험시켜 주어야 하며, 고객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정직하고 양심적이라는 면을 느껴야 하며, 원칙에 충실한 모습과 기업에게 다소 불리한 약속이라도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런 불황에서 가장 깨어지기 쉬운 부분이 바로 신뢰다. 신뢰는 한 번 깨어지면 좀처럼 회복되기 어렵고, 불신과 배신의 감정 때문에 분노가 되어서 여러 사람에게 전염된다. 우리가 만난 다섯 개 브랜드의 가장 강한 부분이 바로 신뢰다.사랑, 브랜드가 추구하는 고객과의 최고의 관계(품질)는 사랑이다. 사랑은 가장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브랜드가 고객과 추구하는 마지막 관계는 사랑이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는 앞장에 있는 슈퍼내추럴 코드에서 자세히 논하였다.

 

모두 죽어가고 있는 불황에서 오히려 활황 하는 브랜드를 지켜보며 ‘고객을 위해 열정적으로 섬기면 하늘이 그 브랜드를 세운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어려운 불황에 얄궂은 틈새시장이나 대박 아이디어에 연연하지 않고 고객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창업 초기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만이 불황의 브랜딩이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13 브랜딩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
10장. 불황에서 브랜딩, 불황으로 브랜딩 - 영생불멸의 브랜딩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