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옛날보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그 여파가 더 빨리 느껴집니다. 그쪽 회사는 별일 없습니까?”
일본에 유례없는 대지진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추가 인터뷰를 위해 다시 방문한 한 중소기업의 CEO가 인사 대신 이렇게 말을 건넸다. 겨울 추위도 채 가시지 않은 어느 해의 3월, 무려 규모 9.0의 지진이 가까운 일본을 흔들었을 때 누군가는 일본에 살고 있는 친지들을 걱정했을 테고, 또 누군가는 지진으로 유출된 방사능이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주지 않을까 두려워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중소기업 CEO들의 두려움은 그것과는 달랐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주요 수출입국 중 하나인 일본의 대재난, 그것이 줄 경제적인 타격을 최전선에서 고스란히 맞게 될 것이 바로 내 회사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감돌았고, 아니나 다를까 여진(餘震)은 곧바로 느껴졌다 한다. 지진 후 일주일 만에 중소기업중앙회가 25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피해현황을 조사했고 그중 203개 기업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지진 피해가 클 경우 두 달 후쯤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 대기업들과는 대조적이다.
매일매일 경영자가 부딪치는 한계들도 마찬가지다.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때마다 당장 내일의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연재해는 평등하다. 대기업이라 해서 지진이 피해 가는 것도 아니고 중소기업이라고 더 강한 지진을 맞게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대형 재해가 발생한 후에 남겨진 피해(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시장 상황의 변화로 인한 간접적인 피해조차도)를 수습하는 일은 중소기업에게 훨씬 가혹한 일이다.
어떤 기업이건 사용할 수 있는 자원에는 제한이 있겠지만 대기업에 비해 전반적으로 자원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어려울 때 해결책을 쉽게 마련하지 못하고 더 큰 시련을 겪게 마련이다. 이들은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한계에 부딪친다. 흔치 않은 자연재해만을 두고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매일 경영자가 부딪치는 한계들도 마찬가지다.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때마다 당장 내일의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브랜딩까지 하자 생각하니 마음의 짐도 배가된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머릿속에, 진짜 지진은 그때 일어난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떤 것을 ‘추구하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종종 어떤 주체가 ‘하지 않는 것’은 ‘하는 것’ 혹은
‘할 수 있는 것’보다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그런 의미에서 작은 브랜드의 브랜딩 주제를 위해 앞서 만나보았던(혹은 앞으로 만날) Vol 21. 스마트브랜딩에서 만난 10개의 브랜드들은(완전하지는 않지만) 중소기업으로서 더 많은 한계 상황을 경험하면서도 끊임없이 브랜드에 대해서 고민하고, 기업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단단한 강도(Strength)를 가진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들을 ‘브랜드’라 칭한다면 이 브랜드가 저마다 ‘자기다움’을 가진 것이라 볼 수 있고, 이것은 동시에 ‘남과 다르다’는 의미다. 따라서 우리는 10개의 브랜드 모두가 동시에 가진 공통된 전략이나 전술을 억지로 뽑아내려 애쓰지는 않았다. 각 케이스가 줄 수 있는 메시지가 다르다고 생각해서다. 다만 이들을 통해 작은 기업들이 만든 강한 브랜드가 어떤 방향을 추구해 왔는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어떤 것을 ‘추구하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종종 어떤 주체가 ‘하지 않는 것’은 ‘하는 것’ 혹은 ‘할 수 있는 것’보다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이들을 ‘브랜드’라 칭한다면
이 브랜드가 저마다 ‘자기다움’을 가진 것이라 볼 수 있고,
이것은 동시에 ‘남과 다르다’는 의미다.
“첫 번째는 ‘경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타 출판사나 다른 사람들이 이룬 것들과 경쟁해서 기존의 가치를 잠식하거나 갉아먹는 행동을 하거나 기존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지 않겠다는 의미다.”
- 도서출판 보리 대표 윤구병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경쟁을 피한다, 혹은 가치혁신을 이루어 경쟁이 의미 없도록 만든다는 모토는 이미 ‘블루오션 전략’을 필두로 해 각종 사례가 뒷받침되면서 우리에게 그야말로 ‘익숙한 혁신’이 되었다.
물론 ‘익숙하다’는 말이 ‘쉽다’는 말과 동의어는 아니다. 익숙한 말이지만 실천하기 어렵고, 어렵다는 걸 알지만 모두가 바라는 것이 바로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고도 생존하는 ‘비경쟁’이다.
중소기업에게 비경쟁은 어쩌면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일지도 모른다. 흔히 말하는 레드오션에 후발주자로, 그것도 막대한 자본력이나 풍부한 인력, 전에 없던 기술력을 동원하지 않고 뛰어들어 정면승부를 통해 성공한 케이스가 몇 가지나 떠오르는가? 분명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고 그나마도 비경쟁이 아니라면 뒤에 언급할 비상식이나 비타협 등의 추구점이 있는 기업일 것이다. 운동 경기가 아니고서야 경쟁(한자로 다툴 경(競)에 다툴 쟁(爭)을 사용한다)에서 모든 기업이 공평한 조건에서 다툼을 할 수는 없다.
분명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고 그나마도 비경쟁이 아니라면
뒤에 언급할 비상식이나 비타협등의 추구점이 있는 기업일 것이다.
유리한 조건의 대기업이 이미 패권을 장악한 시장을 중소기업이 비집고 들어가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그래서 중소기업은 시장을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분할하거나 전혀 다른 가치(제품이 아니다)를 선보여 그것을 기준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 ‘최초는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이점을 노리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브랜드 케이스들에서 보았듯, 그리고 앞서 인용한 도서출판 보리 윤구병 대표의 말만 들어보더라도 진정한 ‘브랜드’로서 비경쟁을 추구한다는 것은 시장 논리에서의 비경쟁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기존 가치를 잠식하거나 갉아먹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말에 힌트가 있다.
오로지 이들에게 의미 있는 경쟁은
세상에 이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브랜드가
얼마나 더 많아질 것인가를 기준으로 하는 일종의 ‘철학 경쟁’뿐이다.
이들은 기존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얻는 가치를 인정하고 동일한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장이 이미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가치들 이외에 사회에 필요한 가치가 없을까를 고민하고 그것을 제공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결과적으로 치열한 다툼으로서의 경쟁은 사라진다. 다툼이 사라진 자리에 오히려 협력과 공생이 남는다. 그렇기에 이들은 남들이 보기에는 경쟁자가 분명한 대상의 훌륭한 점은 쉽게 인정할 수 있고, 그들과의 협력과 제휴에도 거리낌이 없을 수 있었다. 게다가 좋은 점은 받아들이고 문제점은 지적할 수 있다.
비타협을 추구하는 기업들도 원칙에만 부합한다면
얼마든지 융통성을 발휘했고, 그것이 각 브랜드의 스마트한 전략으로 드러났다.
이 모든 것은 경쟁자와 자신이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임을 알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우리가 만나본 비경쟁을 추구하는 브랜드들은 시장점유율과 매출에 연연하지도, 경쟁자의 일거수일투족에 예민하게 굴지도 않았다. 오로지 이들에게 의미 있는 경쟁은 세상에 이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브랜드가 얼마나 더 많아질 것인가를 기준으로 하는 일종의 ‘철학 경쟁’뿐이다.
철학 경쟁이 중소기업이 만든 강소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추구하는 바라면 이를 위한 내실 다지기도 뒤따르게 마련이다. 비타협은 그런 기업들이 추구하는 바다.
융통성은 종종 스피드라는 말과 함께 중소기업의 강점처럼 일컬어진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게 작은 조직을 빠르게 움직이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이 융통성이라는 것은 ‘타협하지 않는다’는 말과 분리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상식에 반하는 행동은 언제나 처음이 어렵다.
비즈니스를 함에 있어서도 언제나 암묵적인 상식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에 반하는 것들이 처음부터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업이 어떤 분명한 목적과 이에 맞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고, 중요한 원칙을 단기적인 이익이나 상황을 핑계로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비타협을 추구하는 기업들도 원칙에만 부합한다면 얼마든지 융통성을 발휘했고, 그것이 각 브랜드의 스마트한 전략으로 드러났다.
다만 그들의 만들고자 하는 브랜드의 목적에 위배될만한 여지가 있는 행위는 그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은 이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칼 같은 단호함을 보였기에 우리로서는 확인을 위해 재차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대기업과의 상생은 꼭 필요하지만, 이들의 힘에 의지해 중소기업이 만드는 브랜드의 힘이 약해지거나 우리가 일하는 방식대로 일할수 없다면 상생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중략) 일부러 PB상품을 만드는 등의 OEM은 하지 않고 있다. 압력이 있어도 우리의 저력을 믿기 때문에 우리 나름의 기준을 고수하는 것이다.”
- 쥬빌리 쇼콜라띠에 대표 김영환
타협하지 않기 때문에 얻는 불이익이야 왜 없겠나. 중소기업의 경우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종종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힘의 논리에 의해 공공연하게 압력을 받을 때도 있다. 그런데 그마저도 단기적인 불이익일 뿐이라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번 이런 상황을 겪을 때마다 의사결정은 신중하게 이루어지지만 좋은 의미에서의 이 ‘고집’이라는 것이 웬만해서는 꺾이지가 않기에 고려 대상이 못 된다. 게다가 오히려 이런 고집이 믿음직하다는 인상을 심어주어 더 좋은 효익을 끌어올 때도 있단다.
“성공? 나는 기존 은행의 방식과 정반대로 일했을 뿐이다.”
불과 20달러가 없어 고리대금업자의 괴롭힘에 시달려야 했던 방글라데시 서민을 도와주면서 시작된 그라민 은행의 창립자 무하마드 유누스는 그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압축한다. 이 말은 기존 은행들이 서민에게 닫혀있고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던 데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하마드 유누스가 비즈니스를 함에 있어 얼마나 상식에 반하는 행동을 했을지를 짐작케 한다. 신원 보증이나 담보 없이 갚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빈곤층에 돈을 대출해주는 그라민 은행은 비즈니스의 주요 골자에 있어서부터 이미 상식에 반하고 있다. 단돈 27달러를 빌려주는 것으로 시작했던 이 은행의 오늘이 궁금한가? 이들은 사회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며 2,000개가 넘는 지점에서 90%가 넘는 원금 회수율을 보이며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고 2006년에는 유누스와 함께 노벨 평화상을 받기까지 했다.
비상식적인 것을 추구하는 중소기업들은
그러나 확실히 차별성에 있어서 만큼은 남다른 브랜드를 만든다.
상식에 반하는 행동은 언제나 처음이 어렵다. 비즈니스를 함에 있어서도 언제나 암묵적인 상식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에 반하는 것들이 처음부터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시장에서는 물론 하고 처음에는 소비자들마저도 ‘이상하다’ 혹은 ‘뭐 그렇게까지 하나’ 하는 시선을 준다.
비상식적인 것을 추구하는 중소기업들은 그러나 확실히 차별성에 있어서 만큼은 남다른 브랜드를 만든다. 물론 기존의 방식을 거부하기에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하고 그래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들이지 않아도 될 추가 비용을 지불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럼으로써 다른 방식을 찾는 데 성공하면 확실한 차별성을 갖게 된다.
이런 브랜드들이 상식적이지 못하다는 소리를 듣는 방법을 사용해 브랜드의 차별성을 키워왔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찾은 다른 방법들이 모이고 모일수록 그 차별성은 더욱 확고해진다. 제고 처리의 어려움이 있으면서도 3~6개월 내에 생산한 제품만 출고하며 남다른 홍보 방식을 고집하는 제니스웰, 남들은 다 하지 말라 하는 투자를 마다하지 않고 세밀화를 담은 책을 펴내는 보리출판사,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소프트웨어에 투자해 온 폼텍, 잘되는 레스토랑의 규모를 줄이면서까지 사명에 충실한 사업을 전개해가는 aA 디자인 뮤지엄 등 앞서 만나본 모든 브랜드들이 상식적이지 못하다는 소리를 듣는 방법을 사용해 브랜드의 차별성을 키워왔다.
기존 시장의 중심에 서있는 대기업이 쉬이 흉내낼 수 없는 방법으로 말이다.
비경쟁을 추구하다 보니 타협하지 않아야 하는 부분들이 생겼다던지,
비상식적으로 일하려다 보니 비경쟁하는 상황이 되었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가 만나본 작은 브랜드들은 이상 3가지 공통점들 중 하나 이상을 추구하며 브랜드를 키워가고 있다. 3가지 모두를 처음부터 염두에 둔 기업도 있었고 어느 한 가지를 추구하다 보니 다른 두 가지가 따라서 충족된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비경쟁을 추구하다 보니 타협하지 않아야 하는 부분들이 생겼다던지, 비상식적으로 일하려다 보니 비 경쟁하는 상황이 되었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3가지 요소 모두가 결과적으로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음은 분명하다.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게
시장의 모든 상황과 변수들은 모두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될 수가 있다.
걸리버가 파도에 휩쓸려 소인국 해안에 다 달았을 때 걸리버보다 더 놀라고 두려웠던 것은 아마 소인국에 살던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똑같은 눈, 코, 입, 그리고 손과 발을 가진 사람이 이토록 거대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런 걸리버가 얼마든지 우리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위협적으로 느껴졌을까.
그런 소인국 사람들이 걸리버의 세계에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지게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 안의 것은 하나도 빠짐없이 생존을 위협하는 장애물일 것이다. 머리 위를 오가는 거대한 발들과 달려오는 자동차 바퀴들뿐만 아니라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비마저도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의심케 할 것이다.
브랜드를 만들다 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나와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
그간 많은 인터뷰이들이 알려준 현장 지식이다.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게 시장의 모든 상황과 변수들은 모두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될 수가 있다. 제품을 잘 생산하던 한 중소기업이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그것도 우리나라가 아니라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 때문에 문을 닫게 되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브랜드를 만들다 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나와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 그간 많은 인터뷰이들이 알려준 현장 지식이다.
‘작은’ 우리에게 시장이 좀 더 관대했다면 세우지 않았을 전략들이
각 브랜드들의 차별성을 만들었고 경쟁력을 키웠다.
그러나 스몰브랜드의 브랜딩이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는 또 한 번, 넘지 못할 한계처럼 보이는 것들이 많을수록 오히려 그만큼 더 큰 혁신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배운다. 자원이 부족하지 않았다면 고민하지 않았을 일들, 인력이 좀 더 있었다면 떠올리지 않았을 방법들, ‘작은’ 우리에게 시장이 좀 더 관대했다면 세우지 않았을 전략들이 각 브랜드들의 차별성을 만들었고 경쟁력을 키웠다. 한계를 알았기 때문에 혁신의 단초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떤 이들은 우선 매출을 늘이고 단기적으로 이익을 충분히 얻어 중소기업이 가질 수밖에 없는 문제들을 해결한 다음에, 즉 규모를 충분히 키워 대기업으로 성장한 다음에 고민해도 되는 문제가 브랜드가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양적인 성장이 항상 중소기업에 닥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가끔은 ‘기업은 성장하지 않으면 퇴보한다’는 말이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성장’의 의미가 잘못 해석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팽창 그 자체는 결코 영구적 목적이 될 수 없다.
오직 팽창만 추구하는 것은 유기체로 보자면 위확대증이나 암과 동일하다.
로버트 토마스코는《거대 기업의 종말》에서 잘못된 성장의 해석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사업에서 성장이란 개념은 팽창과 혼동되기 쉽다. 성장하는 기업들은 흔히 부산물, 상관물, 또는 성장의 징후로 팽창을 경험한다. 하지만 성장의 자리를 팽창이 차지하게 되면 수단과 목적은 혼동을 일으킨다. 규모, 사업영역, 그리고 수익성의 증가는 전진 운동의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이 전진을 부추기지는 않는다. 팽창 그 자체는 결코 영구적 목적이 될 수 없다. 오직 팽창만 추구하는 것은 유기체로 보자면 위 확대증이나 암과 동일하며 기업 세계에서 보자면 엔론, 타이코, 그리고 월드콤과 동일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추구해야 할 성장은 팽창이 아니라 목적에 맞는 전진이다.
이른바 ‘3非 법칙’은 팽창이 아니라 전진으로서의 성장을 위한 이 선택들이
결과적으로 브랜드로서 전진할 수 있는 차별성과 자기다움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는 브랜드가 추구해야 할 바와도 일맥상통한다. 위에서 살펴본 브랜드들의 이른바 ‘3非 법칙’은 팽창이 아니라 전진으로서의 성장을 위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선택들이 결과적으로 브랜드로서 전진할 수 있는 차별성과 자기다움을 만들었던 것이다.
‘브랜드’는 물맷돌의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물맷돌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것에 담긴 신뢰와 믿음이 중요하다.
항상 등장하여 식상하긴 하지만, 성경에서 다윗은 작은 물맷돌 5개로 거인 골리앗을 이겼다. 그 상황에 비유하자면 중소기업(다윗)에게 골리앗이 꼭 대기업이 되란 법은 없다. 골리앗은 대기업일 수도 있고, 때아닌 재난일 수도 있고, 지난 IMF 경제난 같은 시장의 어려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윗이 든 무기로서 ‘브랜드’는 물맷돌의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다윗의 물맷돌이 그랬듯 물맷돌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그것에 담긴 신뢰와 믿음이 중요하다.
역사가 증명하듯, 꼭 풍부한 자원과 자본만이 시장에서 성공하고 존경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처럼 감사할 수가 없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21 스마트브랜딩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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