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자신만이 품고 사는 질문 하나쯤은 있다.
신은 존재하는가에서 시작해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가장 골치 아픈 질문인 “나는 누구인가?”에 이르기까지 그렇다.
나에게도 오래 붙들고 살아온 질문이 있다.
바로 “브랜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학문적 호기심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당시의 나에게 이 질문의 답은 절박했다. 나는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리뉴얼하는 컨설팅을 해 왔다. 모두가 아는 브랜드를 예로 들면 제이에스티나 같은 주얼리 브랜드에서부터 컨버스 신발 리뉴얼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맡았다. 이것저것 모두 합치면 60여 개의 브랜드 론칭과 리뉴얼 프로젝트를 진행한 셈이다.
사람들은 컨설턴트와 사기꾼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한다.
성공하면 컨설턴트가 되고 실패하면 사기꾼이 된다는 뜻일 것이다.
나는 사기꾼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마케팅과 브랜드에 관한 책은 닥치는 대로 읽었고, 그 안에 나오는 전략들을 실제 현장에 대입해 실행 보고서를 만들었다. 성공한 것도 있었고 실패한 것도 있었다. 그만큼 절박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브랜드가 돈과 전략으로 만들어지는 줄 알았다. 다시 말해 광고와 마케팅, 그리고 조직의 기획 역량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하면 할수록 내가 가진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알게 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브랜드가 사실은 골목가게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대기업이라고 해서 브랜드를 잘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이었다. 책에는 분명 성공 전략과 방법이 명확하게 나와 있었지만, 그것을 그대로 적용한다고 해서 같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책에는 없지만 현장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무엇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것을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 나는 『유니타스브랜드』라는 잡지를 창간했다. 브랜드 관련 책에 나오지 않는 브랜드 성공의 이유를 직접 찾고 싶었다. 그래서 수많은 브랜드를 인터뷰하고 관찰하면서, 책에 없는 브랜드의 작동 원리를 하나씩 정리해 나갔다. 그렇게 어느 정도 나만의 이론과 관점이 정립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또 하나의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이렇게 알게 된 브랜드 이론을 실제로 적용해서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
책에는 없는 내용을 1만 페이지 넘게 정리했지만, 그것이 실제로 작동하는 지식인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 1만 페이지로 정리된 지식은 마치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박제 동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작동하지 않는 지식은 말 그대로 그럴싸하게 보이는 stuffed knowledge, 곧 ‘박제 지식’일 뿐이다. 사람들이 『유니타스브랜드』를 읽고 그대로 적용하면 정말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그래서 직접 해 보기로 했다.
[마리몬드]라는 브랜드가 탄생하기 전, [블루밍 패션]이라는 기업에 『유니타스브랜드』에서 정리한 지식을 그대로 적용해 [마리몬드] 론칭을 컨설팅했다.
그 이후에도 마리몬드 같은 작은 브랜드들을 여럿 돕게 되었고, 그 일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잡지 발행을 멈추고 실제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유니타스브랜드 골목대학]을 열었다. 스타벅스, 러쉬, 애플, 나이키처럼 우리가 잘 아는 브랜드들도 처음부터 대기업이 만든 브랜드가 아니라 골목에서 작게 시작한 브랜드였다. 그래서 나는 브랜드 지식을 검증하기 위해서도 아주 작은 자리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골목가게 주인 60여 명과 함께 브랜드 교육을 시작했다. 지금도 나는 골목대학 출신 사장님들과 만나고 있다.

그 후 2016년에는 본격적인 학교를 세우기 위해 ST & Company와 합병했고, ST Unitas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2022년 2월 2일, 나는 유니타스브랜드 시즌 2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 2023년 2월 2일, 시즌 2인 The UNITAS를 시작하게 되었다. 시즌 2의 편집 방향은 “좋은 브랜드는 좋은 생태계다”와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잡았다.
이번 연재와 함께 보여줄 동영상 교육의 주제는 사회적 기업이 만드는 ‘사회적 브랜드’다.
나는 사회적 기업이 만드는 사회적 브랜드가 매우 강력한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막연한 믿음이 아니다. 나는 『유니타스브랜드』를 만들며 이 주제를 꾸준히 연구했고, 직접 인터뷰하고, 실제 현장에서 사회적 기업과 함께 브랜드를 론칭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 낯설 수 있다. 그 부분은 앞으로 이어질 연재를 통해 차근차근 다루려 한다.
먼저 브랜드 이론부터 말하겠다.
일반 기업의 브랜드 론칭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흐름을 따른다.
브랜드는 처음부터 브랜드가 아니다.
처음에는 말 그대로 제품이다. Item(Commodity), 즉 상품이다.
그런데 이 제품이 신뢰와 가치, 그리고 약속을 쌓아가면 더 이상 제품에 머무르지 않고 Identity, 곧 정체성의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예를 들어 지금은 애플 노트북이 흔하지만, 애플 아이폰이 한국에 처음 론칭되던 2009년 무렵만 해도 애플 제품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 시절 카페에서 애플 노트북, 그러니까 맥북으로 일하고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은 노트북 화면이 아니라 그 노트북을 쓰는 사람의 얼굴을 보곤 했다.
애플은 노트북을 파는 회사인 동시에 신세대, 혁신, 도전이라는 캐릭터를 지닌 브랜드였다. 애플 노트북은 제품이지만, 그 안에는 사용하는 사람에게 특정한 이미지와 스타일, 곧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는 힘이 있었다. 이것을 나는 ‘비제품적 가치’라고 부른다. 제품이 사용자의 정체성을 규정하게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Commodity(Item)가 아니라 Identity가 된다.
그리고 Identity가 된 브랜드는 사용자의 선택과 시대적 맥락에 따라 3단계인 Ideology 브랜드로 나아간다. 이 단계에서 브랜드는 단지 물건을 파는 수준을 넘어 시대정신을 말하는 대표성을 갖게 된다. 계속 애플을 예로 들자면, Think Different는 어떤 사람에게는 단지 광고 슬로건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하나의 복음처럼 받아들여진다. 애플 말고도 내가 주변에서 Ideology 브랜드를 꼽으라면 러쉬와 파타고니아를 들 수 있다.
이 두 브랜드의 웹사이트를 직접 둘러보고, 머릿속에 남는 단어가 무엇인지 확인해 보면 좋다. 참고로 일반 기업에서는 제품의 차별화를 위해 아이덴티티와 이데올로기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경우도 많다.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Commodity(Item)에서 Identity로 넘어가는 브랜드는 대부분 명품 브랜드다.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브랜드의 꿈이고, 동시에 나의 꿈이기도 했다.
지금 쇼핑몰에서 은반지 한 돈을 검색하면 45,000원 정도다. 그런데 티파니에서는 930,000원에 판매된다. 물질만 놓고 보면 똑같은 은이다. 그러나 티파니는 물성 너머의 비물성을 가지고 있다.
Identity 브랜드가 다시 Ideology 브랜드가 되는 경우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내가 배운 브랜드의 지식은 Commodity > Identity > Ideology라는 흐름이었다. 이 단계별 변화를 이루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 그리고 이런 변화에는 공식이 있다. 제품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사람들이 인정하고 공유하면 가치가 생긴다. 그 비제품적 가치가 오랫동안 유지되면 상징이 된다. 티파니가 결혼과 청혼의 상징이 된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나는 여기서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사회적 기업은 일반 기업과 정반대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Commodity(Item) > Identity > Ideology가 아니라
Ideology > Identity > Commodity로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반 기업이 상상하기 어려운 브랜드 법칙을 사회적 기업은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나는 이 방법을 적용해 마리몬드라는 브랜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문제에 대한 이데올로기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고 알리기 위해 제품을 만든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사회적 브랜드가 아이덴티티 형성과 제품화 과정에서 충분한 전문성을 갖춘다면 시장에서도 매우 강력한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어떤 상표가 브랜드가 되었다는 것은, 그 제품이 가격과 성능을 넘어 비제품적 특성, 곧 가치와 메시지로 제품 자체를 뛰어넘었다는 뜻이다.
또 하나가 있다. 이것 역시 『유니타스브랜드』를 출판하던 당시에는 나에게 매우 큰 발견이었다. 지금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2007년 『유니타스브랜드』를 창간하면서 나는 이것을 분명히 확인하게 되었다.
바로 브랜드 공동체다.
일반 기업이 추구하는 브랜드 전략 가운데 하나는 커뮤니티 형성이다. 소비자가 브랜드의 마니아가 되고, 그 마니아들이 강한 결속력을 가진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방식이다. 그런데 사회적 기업은 브랜드를 완성하기도 전에 이런 공동체를 먼저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브랜드의 힘은 결국 소셜에 있다.
그런데 사회적 기업은 이름 그대로 소셜에서 출발한다. 다시 말해 브랜드 역시 소셜에서 시작할 수 있다.
지금 말한 내용은 다른 연재 영상에서 더 자세히 다루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기업의 브랜드를 어떤 공식에 넣기만 하면 쉽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데올로기에서 시작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일반 기업보다 훨씬 더 고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사회적 브랜드를 캠페이닝 브랜드라고 부른다.
소셜과 비제품적 가치에서 시작하는 사회적 브랜드의 핵심은, 이번 연재에서 다루게 될 브랜드십이다.
브랜드십은 브랜드를 생산하고 운영하는 경영자의 리더십으로 브랜드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 자체가 추구하는 목적에 의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사회적 브랜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두의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회적 기업에게 브랜드 지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한다.
브랜드십.
이데올로기를 제품으로 만들고,
그 제품을 다시 소셜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사회적 브랜드의 핵심 연료다.
사회적 브랜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데올로기와 소셜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론칭한다. 어떤 면에서는 브랜드 지식의 끝단에 있는 명품 브랜드 전략과도 닮아 있다.
이번 동영상 과정은 지금 말한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설명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이 과정은 브랜드 론칭과 브랜드십 운영을 위한 워크숍용 동영상이다. 다시 말해 워크숍에 들어가기 전에 들어야 하는 선행학습용 안내 강의다. 사전 안내 강의를 듣고 곧바로 브랜드 워크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구성한 내용이다.
이 내용을 글이 아니라 매우 제한적인 목소리로 전달해야 했다. 그것도 15분 안에 요약 발표 형식으로 설명해야 했기 때문에, 제작하면서 아쉬움이 많았다. 지금 내 앞에 놓인 책들만 해도 약 1,500권이 넘는데, 그것을 15분 안에 모두 설명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루하지 않게, 신선하게, 동사를 중심으로 핵심만 전달하라는 동영상 제작 가이드를 들었지만 나는 처음부터 그것을 완전히 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주변에서는 동영상에서 설득하려 하지 말고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설명하라고 조언했다. 내가 원래 말을 어렵게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캐릭터까지 만들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동영상은 설명을 넘어서 설득하고, 어쩌면 설파하는 방식이 되었다. 혹시 반복적인 내용이 나오더라도 그것은 공식 설명을 위해 불가피한 부분으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점은, 사실 브랜드십을 설명할 수 있는 사례는 훨씬 더 많다는 점이다. 다만 여러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서 누구나 알고 있는 몇몇 브랜드만 사례로 다루었다. 좋은 사례도 물론 있지만, 나쁜 사례는 훨씬 더 많다. 다양한 사례는 워크숍 시간에 비공식적으로 더 다루겠다.
이 프로그램 안에는 자기다움, 브랜드 창업, 휴먼브랜드에 대한 내용도 함께 들어 있다. 그래서 일부 내용은 서로 겹치기도 하고, 어떤 내용은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나는 사회적 기업에서 목적이 이끄는 브랜드를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브랜드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유니타스브랜드』라는 잡지를 만들면서 내가 내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그러다가 질문은 더 많아졌다.
“좋은 브랜드란 무엇인가?”
“세상을 바꾸는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결국 그 질문의 답을 찾는 길은 직접 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해 보면 알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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