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결정체는 ‘믿음(신뢰)’이다. 인간관계에서 믿음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려 구축되는 반면에 아주 쉽게 깨지기도 한다. 브랜드와 인간과의 관계도 똑같다. 이처럼 믿음을 구축하는 브랜드의 길은 오르막길이며, 마라톤이다. 따라서 절대로 속도에 관심을 두어서는 안 된다. 브랜드를 가지고 단기간에 ‘대박’을 꿈꾸면 ‘쪽박’만 날 뿐이다. 100년 이상 된 브랜드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주인(기업)은 수없이 바뀌었지만 브랜드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이 브랜드를 구축하려는 이유는 지속가능을 넘어 영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인 것이다. 일단 상표를 가진 상품이 브랜드가 되면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 어떤 생각으로 어떤 브랜드를 만들어야 할까?
‘브랜드로 이루어진 세상’은 인간의 이야기와 의미,
그리고 목적이 담긴 창조품들이 인간의 생태계에 충만함을 의미한다.
뮤리엘 러카이저(Muriel Rukeyser)는 시인답게 “세상은 원자가 아니라 이야기로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은 그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정치인들에게 세상은 선거권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며, 기업인들에게 세상은 소비자와 생산자들이 살고 있는 곳일 테다. 이처럼 우리는 같은 세상에서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
나에게 있어서 세상은 브랜드로 이루어진 곳이다.
‘브랜드로 이루어진 세상’은 단순히 마트, 백화점 그리고 상가들로 가득 찬 상권의 발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인간의 이야기와 의미, 그리고 목적이 담긴 창조품들이 인간의 생태계에 충만함을 의미한다. 알다시피 지구에 사는 종(species, 種) 중에 오직 인간만이 자연의 생태계가 아닌 인간이 만든 문화와 문명의 생태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지구라는 행성은 옛적부터 지구의 일부로 존재한 자연과 거기에 인간들이 만든 창조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어제는 없었던 새롭게 창조된 것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그리고 사라진다).
그것은 손에 잡히는 물건일 수도 있고, 느낌과 경험으로만 소유할 수 있는 행복일 수도 있고,
아니면 무색무취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 땅에 있는 모든 동·식물들은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개량 혹은 점진적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어제 저녁에 시작하여 오늘 새벽에 갑자기 창조된 것들은 없다. 반면 인간의 문화와 문명에서는 초 단위로 새로운 것이 탄생된다. 계량과 개선은 기본이고, 끊임없이 어제는 없었던 새롭게 창조된 것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그리고 사라진다). 그것은 손에 잡히는 물건일 수도 있고, 느낌과 경험으로만 소유할 수 있는 행복일 수도 있고, 아니면 무색무취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의 주변에 어떤 물건(?)이 있다면 그것을 보길 바란다. 아마도 그저 인간이 만들어 낸 상품으로 보일 것이다. 그런데 좀 더 세심하게 물건의 표면을 살펴보자. 거기에는 물건의 이름 혹은 이 물건을 만든 기업의 이름이 적혀 있을 것이다. 창 밖으로 보이는 건물도 모두 자신만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인간이 만든 생산품에는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지문(로고와 심벌)이 묻어 있다. 왜 이렇게 수많은 창조물들이 생겨 나는 것일까? 대체 그 종류는 얼마나 될까?
인간이 만든 생산품에는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지문(로고와 심벌)이 묻어 있다.
왜 이렇게 수많은 창조물들이 생겨 나는 것일까? 대체 그 종류는 얼마나 될까?
현재까지 집계된 파리의 종류는 4,000종이며, 모기는 3,000종이라고 한다. 아마존을 비롯하여 아프리카 밀림에서 아직 파악되지 못한 것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겠지만 어쨌든 수많은 종류의 파리가 왜 필요한 걸까? 오직 하나의 종인 인간인 나는 수많은 종의 파리와 모기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유일한 종인 인간은 파리나 모기의 종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분명 ‘물’이지만, 그냥 물과는 ‘다른’ 물이라고 말하면서 만들어진 물 브랜드만 우리나라에만도 100여 종이 된다. 모든 나라의 물 브랜드까지 다 합치면 대체 몇 개나 될까?
그런데 주목해 볼 만한 것은 이 수많은 물 브랜드 중에 왜 유독 다논에서 만든 에비앙만 전 세계의 사람들이 먹는 물이 되었을까? 조금 더 생각을 뻗어 나가 보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물에 설탕과 탄산가스 그리고 콜라 열매를 섞어 콜라를 만들 수 있는데 왜 세상에는 콜라 브랜드가 두 개만 존재할까? 정말로 콜라를 만드는 기술이 메모리를 만드는 기술보다 더 어려울까?
코카콜라를 마시는 것은 ‘젊음’을 즐기는 것이고,
에비앙을 마시는 것은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즐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브랜드는 원자로와 우주선을 만드는 기술에 의해 탄생되는 것이 아니라, 환상적인 마술이라 불리는 마케팅에 의해 만들어진다. 코카콜라를 마시는 것은 ‘젊음’을 즐기는 것이고, 에비앙을 마시는 것은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즐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기술적으로 보여 줄 수 없다. 하지만 (초기이긴 하지만) 마케팅(마술) 그리고 브랜딩(예술)을 통해 그것을 믿게 할 수 있다. 인간은 이렇게 기술이 아닌 마술을 이용하여 비슷하지만 다르게 그리고 필요 없지만 새롭게 만드는 창조물로 인간의 생태계를 채워 가고 있다. 따라서 브랜드의 ‘관점’으로 인간의 마음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세상은 분명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더 정확히 말하면 브랜드의 이야기 그리고 브랜드를 만드는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브랜드의 ‘관점’으로 인간의 마음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세상은 분명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더 정확히 말하면 브랜드의 이야기
그리고 브랜드를 만드는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사람들이 나에게 가장 많이 하는 두 개의 질문이 있다. 하나는 브랜드 전문지인 유니타스브랜드의 출간 이유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답을 하면 그 다음은 자연스럽게 ‘브랜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그 이유는 순전히 나의 대답 때문이다.
“이렇게 어려운 잡지를 왜 만들었죠?”
“진짜 브랜드를 알고 싶어서요.”
“그래요? 그런데 진짜 브랜드가 뭐죠?”
“그것을 알면 브랜드를 만들죠(말 장난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이다).”
브랜드 컨설팅을 할 때 내가 찾는 것은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이다.
그것을 브랜드 업계에서는 브랜드가 추구해야 할 ‘원형’이라고 말한다.
나는 브랜드가 무엇인지 알아서 ‘진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1999년, 푸마라는 브랜드를 컨설팅할 때 나는 ‘반항’이라는 그 무엇(이미지, 기운, 느낌, 스토리 등)을 푸마에서 보았다. EXR이라는 브랜드를 컨설팅할 때는 ‘안티에이징(Anti-aging)’이라는 것을 브랜드에서 보았다. 그런가 하면 제이에스티나라는 브랜드를 컨설팅할 때는 ‘사랑 받음’이라는 그 무엇을 브랜드를 통해 선명하게 보았다. 컨버스는 또 어떤가. 그 브랜드에서는 ‘자유로운 자아와 연결된 동료들’이라는 키워드를 보았다.
브랜드 컨설팅을 할 때 내가 찾는 것은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이다. 그것을 브랜드 업계에서는 브랜드가 추구해야 할 ‘원형’이라고 말한다. 할리데이비슨의 원형적 이미지는 ‘종마’이고, 페라리는 ‘빠른 마차’이며, 그 안에 있는 인간의 본성은 ‘권력’ ‘우월감’ ‘압도적 승리의 자부심’이다.
그래서 나는 브랜드를 연구할 때 인간의 변하지 않는 가치와 본능을 대입해 그 퍼즐을 맞추려고 한다. 이 퍼즐 조각을 맞추기 위해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브랜드의 실체라 할 수 있는 상징의 의미를 파악하면 된다.
이처럼 브랜드 연구란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기능 그리고 새로운 이미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만약 최근 구매했거나 혹은 구매하고 싶은 브랜드가 있다면 ‘왜’라는 질문으로 계속 자신을 추궁(?) 해 보자. 생산자들이 브랜드에 걸어 둔 주문인 ‘합리적인 구매’라는 최면에서 깨어난 후, 스스로 왜 이것을 구매했는지 세 번만 물어보면 자신이 브랜드를 구매한 진짜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나는 브랜드를 연구할 때 인간의 변하지 않는 가치와 본능을 대입해 그 퍼즐을 맞추려고 한다.
조각을 맞추기 위해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브랜드의 실체라 할 수 있는 상징의 의미를 파악하면 된다.
“나는 잘 쓰던 휴대폰을 버리고 당장 필요 없는 스마트폰을 왜 샀지?”
“문자도 보내고, 메일도 확인하고 그리고 어플을 통해 영어 공부도 하고….”
아마도 당신의 이성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런 것은 얼마든지 다른 것을 통해서도 할 수 있잖아. 실제로는 그렇게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왜 샀지?”
“이걸 통해서는 페이스북도 쉽고 편하게 할 수 있고, 사진도 언제든지 찍어 SNS에 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일 일기도 쓸 수 있잖아.”
“원래 너는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잖아. 정말, 이거 왜 샀어?”
“나이가 들다 보니 디지털 기계를 사용하지 않으면 왠지 시대에 뒤처지는 것 같고, 그리고 이런 것(구형 휴대폰)을 들고 다니면 구시대라는 말을 들을 것 같아서….”
사람들은 이러한 상태를 가장 쉽고 빠르게 해결하는 방법으로 ‘소비’ 와 ‘소유’를 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한다.
내가 굳이 살 필요가 없는 스마트폰을 구매한 진짜 이유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이 기계를 사용하는데 나만 사용하지 않으면 시대가 나를 추월할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불안함 때문이다. 늙어간다는 생각과 낙오되었다는 느낌, 그래서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다는 생각은 불편한 감정을 만든다. 이런 불편한 감정은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뭔가를 찾아야 한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 이런 막연한 불안감에서 나오는 거북한 상상은 청춘이 지나가고 나이가 들어 이제 ‘내가 죽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나이 듦에 대한 초라한 감정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화려한 의류, 스포츠, 자동차(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 오너의 염색하지 않은 머리카락을 보라), 전자기기와 같이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것들을 소비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외하고 구매한 물건들을 살펴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대강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소비를 통해 그들은 현재의 시간에 머물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이 사회의 어떤 대열에서 이탈되고 있다는 느낌은 사람을 몹시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상태를 가장 쉽고 빠르게 해결하는 방법으로 ‘소비’와 ‘소유’를 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한다.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외하고 구매한 물건들을 살펴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대강 파악할 수 있다. 앞서 말한 대로 그 물건을 구매한 이유에 대해 서너 번 진지하게 질문해 보면 누구나 자신이 구매한 브랜드의 실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B자를 배우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이 구매한 브랜드에 대해 그 브랜드가 유발시키는 충동, 구매하게 된 이유,
그리고 선호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 명확히 아는 것이다.
브랜드의 B자를 배우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이 구매한 브랜드에 대해 그 브랜드가 유발시키는 충동, 구매하게 된 이유, 그리고 선호하게 되는 이유에 대해 명확히 아는 것이다. 그래야만 다른 사람들이 브랜드를 구매하는 다양한 행태에 대해 유추해 보거나, 혹은 가설을 만들어 브랜드의 실체와 가능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것에 ‘소비자 조사’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러니까 브랜드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을 정량화하고 구조화시키는 순간 매우 헷갈리기 시작한다. 대부분 이런 보고서들은 과학적으로 보이는 3D 그래프를 만들고, 처음 들어 보는 희한하고 요상한 영어 단어를 ‘트렌드’라는 이름이라 부르며 이것을 통해 구매 이유를 설명하려고 한다. 과연 그렇게 나온 수치가 정확한 것일까? 정확한 것이라 해도, 대부분의 마케터들은 정량화된 그래프가 구매의 실체라는 것을 믿지는 않을 것이다.
‘소비자 조사’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러니까 브랜드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을 정량화하고
구조화 시키는 순간 매우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것을 확인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자신이 사고 싶은 브랜드의 쇼윈도 앞에 서보자. 순간적인 충동에 의해 숨이 차올라 판단이 흐려지기도 하겠지만, 그것을 구매하려고 하는 합리적인 변명(?) 대신 가장 진솔한 감정을 들여다보자. 이때부터 인간의 원형을 가진 브랜드의 정체가 감정의 수면 위로 천천히 드러난다. 흥분한 감정을 모두 가라앉혔을 때 그 뒤에서 윤곽을 드러내는 구매의 실체는 바로 결핍, 상처, 두려움, 존중 받고 싶음, 안정된 삶, 우월한 단체의 소속감, 무리 속에서의 뛰어남 등이다. 이런 감정의 결을 뒤집어 보면 이것을 채워 줄 만한 듬직한 브랜드가 보일 것이다. 충동구매와 브랜드의 구조는 이렇게 한 겹으로 되어 있다.
감정의 결을 뒤집어 보면 이것을 채워 줄 만한 듬직한 브랜드가 보일 것이다.
충동구매와 브랜드의 구조는 이렇게 한 겹으로 되어 있다.
브랜드는 이러한 본능의 날것(Raw)으로 그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결핍은 열정, 상처는 회복, 두려움은 극복, 존중받고 싶음은 남의 부러운 시선과 안정된 삶, 우월한 단체의 소속감은 웹 회원과 우수 회원, 무리 속에서 뛰어남은 나의 소유에 대한 자부심으로 세련되고 우아하고 기품있게 보여준다. 때로는 인간의 본능이 컬러, 향기, 포장, 서비스, 용기, 광고, 쇼윈도 등 각종 장치들로 인해서 전혀 다른 시대정신과 상징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같은 양 극단의 융합이 브랜드이며, 이렇게 양극단이 합성되는 화학적 변화를 브랜딩이라고 한다.
인간의 본능이 컬러, 향기, 포장, 서비스, 용기, 광고, 쇼윈도 등
각종 장치들로 인해서 전혀 다른 시대정신과 상징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같은 양 극단의 융합이 브랜드이며, 이렇게 양극단이 합성되는 화학적 변화를 브랜딩이라고 한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노스페이스, 몽클레르 그리고 샤넬을 살펴보자.
먼저 질문부터 해보겠다. 언론에서 해외 명품 브랜드에 관해 고발하는 보도를 내면 오히려 이 브랜드들의 판매가 올라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자신이 입은 옷의 브랜드 심벌을 분명 감추었는데도 소비자들은 용케 그것을 찾아내어 입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리즘(prism)을 통해 다양한 빛의 스펙트럼을 보듯, ‘소유 욕구’라는 프리즘을 통해 살펴보면 사람들이 브랜드를 구매하는 숨은 이유를 단계별로 볼 수 있다.
1단계 : 있어야 한다(생존을 위한 물건이다).
2단계 : 있으면 좋다.
3단계 : 타인과 같은 것을 가지고 싶다.
4단계 : 타인보다 좋은 것을 가지고 싶다.
5단계 : 타인과 다른 것을 가지고 싶다.
6단계 :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싶다.
7단계 : 자신만의 물건을 원한다.
8단계 :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브랜드를 원한다.
9단계 : 남들이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싶다.
10단계 : 돈으로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싶다.
‘소유 욕구’라는 프리즘을 통해 살펴보면 사람들이 브랜드를 구매하는 숨은 이유를 단계별로 볼 수 있다.
당신이 최근에 구매한 브랜드는 몇 단계인가?
자신이 구매한 물건들을 위의 10단계에 대입해 구매 이유를 자세히 기록해 보면 자신의 구매 패턴을 알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나는 인정받고 싶다!’
‘나는 성공하고 싶다!’
‘나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
각각의 질문에 브랜드가 대답하고, 각각의 욕망에 브랜드가 화답한다. 브랜드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이 세 개의 질문과 세 개의 욕망은 인간의 본능 그 자체다. 따라서 이것을 채워 주는 브랜드는 말 그대로 본능의 결과에 따른 결정체라 볼 수 있다. 오늘날 브랜드가 강력해진 것은 이성적인 경제생활의 결과물이 아니라, 본능적인 충동의 만족감 때문이다.
브랜드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정확히 어떤 것을 의미할까? 만약 브랜드에 관한 지식이 없다면 단순히 기업에서 부르는 ‘소비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백화점에서 팔고, 비싸고, 유명 연예인이 나와 광고를 하면 그것이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나쁜 재단사의 거짓 칭찬을 덥석 물어 버린 ‘벌거벗은 왕’과 똑같다.
브랜드는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의 그 무엇을 채우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브랜드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소비생활을 할까? 호화 찬란한 명품만을 구매하면서 쇼핑 중독에 빠지게 될까? 오히려 그 반대다. 브랜드 파워에 의존하거나, 혹은 탐닉적 구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할 수 있는 브랜드를 찾아낸다. 무엇보다 가격으로 가치를 만들어 내거나 연예인의 인지도로 충성도를 만드는, 소위 장사치들이 만들어 내는 브랜드로부터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
브랜드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할 수 있는 브랜드를 찾아낸다.
브랜드는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의 그 무엇을 채우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따라서 브랜드를 아는 것만큼 사람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브랜드에 관한 지식이 있는 것만큼 시장과 세상 그리고 문화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브랜드에 관한 지식을 어떻게 알아갈 것인가’이다. 자, 다시 이 질문으로 돌아왔다. 거듭 말하지만, 브랜드에 관한 책만 보거나 전문적인 수업을 듣는다고 브랜드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는 사람의 필요와 욕망의 결과이기 때문에,
브랜드 연구의 초점은 구매 이유가 아닌 왜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이유와
어떤 철학으로 시장에 존재하고 있는지에 맞춰져야 한다.
브랜드 책과 수업에서 다루는 브랜드는 대부분 대기업의 검증된 성공 사례들이기 때문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시장의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그런 사례들 중에는 주식 시장을 의식해 기획 편집한 독버섯 같은 지식이 섞여 있기 때문에 반드시 분별해야 한다. 과거의 자료를 이해는 하되 그것을 단순 암기하거나 그대로 적용하지 말고 본인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 특히 브랜드는 사람의 필요와 욕망의 결과이기 때문에, 브랜드 연구의 초점은 구매 이유가 아닌 왜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이유와 어떤 철학으로 시장에 존재하고 있는지에 맞춰져야 한다.
브랜드는 사람의 필요와 욕망의 결과이기 때문에,
브랜드 연구의 초점은 구매 이유가 아닌 왜 만들어졌는지에 관한 이유와 어떤 철학으로
시장에 존재하고 있는지에 맞춰져야 한다.
이런 방법으로 브랜드를 학습하기 위해 패션 라이선스 잡지에 소개된 브랜드를 알고 미용실이나 병원에 비치된 브랜드에 관한 무가지를 읽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지나침을 알아야만 충분함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인간의 그림자인 브랜드는 인류학, 문화, 경제, 미디어, 심리, 문학, 철학, 역사, 정치 등 방만할 정도로 방대한 지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브랜드는 세상을 보는 창이며, 그런 의미에서 브랜드의 ‘B’자는 마케팅이 아니라 ‘인류학’이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책을 꼽는다면 바로 그림이 없는 요리책일 것이다. 김치찌개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머릿속에 동일한 이미지로 저장되어 있어서 그림이 필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찐 마늘과 통감자로 만든 호박찜 국수’ 요리라고 한다면 대강 상상은 할 수 있어도, 정확하게 어떤 모습과 맛일지는 사람들에 따라 각기 다르게 생각한다. 책에서 말해주는 레시피대로 음식을 만들어 보지만 요리가 완성될 때까지 그 ‘맛’과 ‘향’을 예측하기 어렵다.
브랜드를 직접 런칭하고 경영해 보면
음식의 손맛과 같은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그것을 굳이 표현하라고 한다면 우연과 필연 그리고 축복이다.
브랜드 런칭과 운영에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은 요리책만 보고 요리를 공부한 사람과 같은 브랜더들이다. 그들은 브랜드에 관한 수많은 고등 지식을 배웠기에 자신이 배운 것이 ‘전부’이며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배운 브랜드 전문 용어에 브랜드 키워드와 상품을 조합시킨 후 큰 찜통에 모두 집어넣고 물을 넣은 후 불로 끓이면 브랜드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리책에는 재료의 조합만 있지 ‘손맛’은 없다. 브랜드를 직접 런칭하고 경영해 보면 음식의 손맛과 같은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그것을 굳이 표현하라고 한다면 우연과 필연 그리고 축복이다.
전략적으로는 전혀 성공할 수 없었던 브랜드가 소수지만 다수보다
훨씬 더 열렬한 소비자에 의해 전체 시장으로 번져가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도 벌어진다.
브랜드는 전략적으로 성공하기보다는 그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우연적으로 나타나 결국 필연이 되어 성공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니까 전략적으로는 전혀 성공할 수 없었던 브랜드가 소수지만 다수보다 훨씬 더 열렬한 소비자에 의해 전체 시장으로 번져가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도 벌어진다.
마켓에서 벌어지는 이런 초현실적인 현상에 대해 브랜드에 관한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무시 혹은 일시적인 장애라고 여긴다. 반면 브랜드에 관한 지식은 있지만 유연성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브랜드를 그 시대가 주는 사회적 리듬에 맞춰 당초 기획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브랜드를 성장시킨다.
브랜드에 관한 지식은 있지만 유연성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브랜드를
그 시대가 주는 사회적 리듬에 맞춰 당초 기획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브랜드를 성장시킨다.
브랜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특정 브랜드에 대해 ‘부적절한 관계’라고 불릴 만큼 뜨거운 ‘마니아적 경험’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브랜드의 ‘B자’ 중에서도 가장 ‘B자다운 B자’라 말하고 싶다. 이런 경험이 없으면 책에서 말하는 브랜드의 정수를 체험한 저자들의 간증(?)이 ‘화성에 사는 브랜더’들의 말장난처럼 들린다. 브랜드는 ‘감정’ 그리고 ‘관계’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저자들이 칭송하는 브랜드의 이론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브랜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특정 브랜드에 대해
‘부적절한 관계’라고 불릴 만큼 뜨거운 ‘마니아적 경험’이 있어야 한다.
이처럼 브랜드를 향한 사람들의 감정과 관계의 근본은 ‘믿음’에 있기 때문에, 브랜드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환갑을 넘긴 60대 할아버지가 할리데이비슨을 사기 위해 매장을 기웃거리는 것은 할리데이비슨이 마음의 청춘을 현실로 보여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할리데이비슨을 자유의 상징이라고 ‘믿어 버리는’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과연 있을까?
예를 들어 부부간의 믿음은,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에서 이 사람과의 사랑이 최고라는 것을 믿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믿음을 요구하려면 배우자 이외에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지금의 배우자가 자신에게 최고의 사람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 순간, 상대방에 대한 감정과 관계는 완전히 깨지게 된다. 그래서 진정한 믿음은 ‘(마음을 정하는) 결심’이 아니라 ‘(행동을 정하는) 결정’이라고도 한다. 믿음에 대한 이러한 정의에 대해 성경은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의 증거, 바라는 것들의 실체’라고 했다. 이것을 결혼에 빗대어 해석한다면 ‘결혼’은 최고의 배우자임을 믿음으로 ‘증거’하는 것이다. 또한 그 증거를 토대로 현실로 보여 주는 ‘실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와 결혼할 때 당신은 그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 한다.
바로 이러한 감정이 소비자가 당신의 브랜드를 향해 가져야 하는 그런 종류의 감정이다”
《유니크 브랜딩》의 저자 스캇 데밍은 “브랜드 충성도는 고객을 브랜드와 결혼시키는 것과 같다. 장기적인 충성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마케터는 고객이 결혼 결심을 하기까지 필요로 하는 정보와 그와 관련된 브랜드의 물리적 특성, 스타일, 캐릭터와 같은 모든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 브랜딩은 마치 결혼할 때와 같은 소속감을 수반하는 강한 애착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누군가와 결혼할 때 당신은 그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어 한다. 바로 이러한 감정이 소비자가 당신의 브랜드를 향해 가져야 하는 그런 종류의 감정이다”라고 말했다.
스캇 데밍의 브랜드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면
우리가 공부하는 브랜드는 ‘경영학’이 아니라 ‘연애학’인 것 같다.
그의 정의를 살펴보면 우리가 공부하는 브랜드는 ‘경영학’이 아니라 ‘연애학’인 것 같다. 과연 브랜더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소비자로 하여금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청혼’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궁극의 브랜딩은 소비자가 브랜드에 ‘청혼’하는 것을 넘어서 소비자와 브랜드가 하나되는 성육신(成肉身, Incarnation)까지 될 수 있어야 한다.
궁극의 브랜딩은 소비자가 브랜드에 ‘청혼’하는 것을 넘어서
소비자와 브랜드가 하나되는 성육신(成肉身, Incarnation)까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브랜드를 향한(에 관한) 소비자의 믿음은 무엇일까? 나에게는 여러 종류의 만년필이 있는데 그중 가장 아끼는 만년필은 시가 35만 원짜리 몽블랑 만년필이다. 그 이유는 이 만년필로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두 권의 책의 초안을 작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만년필은 나중에 유산으로 물려줄 품목 중의 하나로 리스트에 올라 있다. 지금으로부터 40년이 흐른 다음, 몽블랑이라는 브랜드는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을까? 브랜드의 가치가 지금보다 더 올라가지 않는다면 유산으로 이 만년필을 받은 자식들은 아버지(필자)라는 의미만을 가진 이 유산에 대해 시큰둥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몽블랑에 대한 믿음이 있다. 지금보다 더 좋은 브랜드가 되어 있을 거라는 믿음 말이다. 그래서 내가 남겨 준 몽블랑도 시대적 가치(개인적 가치는 없을지라도)에 따라 상당한 가치가 될 것이라 ‘믿는다’.
내가 몽블랑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유산적 가치를 그 브랜드 속에 집어넣었다.
만약 독자 중에 브랜드에 대해 이처럼 사적인 감정이 개입된 ‘부적절한 관계’가 없다면 브랜드의 실체를 공감하기란 무척 어려울 것이다. 상품과 품질은 이성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는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브랜드와 감성은 리바이스의 예처럼 ‘가격’을 초월한 ‘믿음’에 의해 결정된다. 이 믿음은 본질도 바꾸어 버린다.
“우리는 요구르트를 팔지 않고 다논을 팝니다.”
“지미추를 신는 순간 영혼을 판 거야.”
“스타벅스는 커피를 팔지 않고 도시의 쉼을 팔고 있다.”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것은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아니라 도심에서 말을 타는 것이다.”
이 말들을 보면 분명 성경이 말한 대로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의 증거이고, 바라는 것의 실상인 것 같다. 믿음의 대상은 원형(Archetype)이다. 원형은 철학적인 의미에서는 ‘이데아’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심리학에서는 ‘원시적인 이미지’라고도 부른다. 브랜드에서는 ‘진짜 같은 진짜’를 ‘원형 브랜드’라고 말한다. 예를 든다면 리바이스 청바지를 말할 때 사람들은 ‘진짜’ 오리지널 미국 브랜드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 리바이스는 ‘자유’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는 것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자유의 원형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자유를, 그리고 이것이 진짜 자유인 것처럼 누리는 것이다. 참고로 데님과 청바지의 기원은 유럽이다.
‘진짜 같은 진짜’에서 ‘진짜 같은’의 의미는 ‘상징’을 말하는 것이고,
뒤에 나오는 ‘진짜’는 ‘비유’로서 그것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말한다.
그래서 ‘진짜 같은 진짜’에서 ‘진짜 같은’의 의미는 ‘상징’을 말하는 것이고, 뒤에 나오는 ‘진짜’는 ‘비유’로서 그것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말한다. 자유의 원형을 리바이스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나에게 자유의 원형을 가진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리바이스 대신 ‘페라리’를 택할 것이다. 페라리는 진짜 스포츠카이며, 내 안에 있는 자유를 그대로 느끼게 해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티파니는 청혼과 사랑이라는 원형을 가지고 있다(혹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어떤 남자가 여자에게 티파니를 선물하는 것은 결혼에 대한 마음을 진심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물론 그 남자가 결혼하고 몇 년이 지나 차고에 할리데이비슨을 끌고 왔다면 이제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을 의미할 테다.
아무리 브랜드에 관한 지식(컨텐츠)이 많아도 그것을 이해할 만한 경험(컨텍스트)이 없으면 브랜드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것은 그림이 없는 ‘찐 마늘과 통감자로 만든 호박찜 국수’의 맛을 상상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상상력이 뛰어나도 맛은 상상할 수 없다. 브랜드도 아무리 말해도 경험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브랜드에 관한 지식(컨텐츠)이 많아도 그것을 이해할 만한 경험(컨텍스트)이 없으면
브랜드를 이해하기 어렵다. 브랜드도 아무리 말해도 경험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왜 브랜드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마케팅은 판촉을 불필요하게 하고, 브랜드는 마케팅을 불필요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 말의 진의를 확인하고 싶다면 자신이 생각하기에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 명품 브랜드, 전자기기 브랜드의 웹사이트를 방문해 보자. 들어가자마자 팝업 창이 뜨면서 각종 할인 이벤트과 사은품 이벤트 창이 뜬다면 어쩌면 지금까지 이 책에서 말한 브랜드가 아닐 수도 있다. 브랜드를 가격과 덤으로 흥정하는 것은 판촉이다. 진정한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말하지, 자신을 사면 횡재하는 거라고 떠벌리지 않는다.
왜 브랜드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마케팅은 판촉을 불필요하게 하고,
브랜드는 마케팅을 불필요하게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의 친구 중 한 명이 패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주변 지인들과 동업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2년도 견디지 못하고 그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그는 잘 다니던 대기업을 퇴사하고는 주변의 조언도 듣지 않고, 사무실에서 거의 먹고 자면서 2년 동안 브랜드 런칭 준비에 몰두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친구와 친척을 포함한 20여 명의 사람들에게 진정성 있는 발표와 설득으로 투자를 유치했다. 그렇게 런칭한 브랜드는 그에게 있어 그야말로 늦둥이 외동아들과도 같았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비록 지방 백화점이지만 입점이 확정되어 미래는 어느 정도 장밋빛이었다. 그것을 본 초기 투자 지인들도 고무되었다. 그래서 1차 투자를 한 지인들은 스스로 다른 사람들을 유치하여 더 많은 투자금을 확보해 줬다. 하지만 두 번째 겨울을 나지 못하고 친구의 브랜드는 사라지고 말았다. 실패의 이유는 수백 가지가 넘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설명하지 않겠다.
부도를 맞은 친구는 패닉 상태에 빠졌지만, 이틀 정도 앓다가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해 풍비박산 난 사무실로 돌아왔다. 가장 시급한 일은 지인들의 소개로 자신의 브랜드에 투자한 2차 투자자들의 원금을 돌려주는 것이었다. 먼저 창고에 쌓아놓은 재고를 처분해서 현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업계 용어로 한 땡처리 경영자가 친구의 재고를 사기 위해 창고를 방문했다. 패션 비즈니스를 일명 걸레장사라 하는 이유는 옷은 트렌드와 계절이 맞지 않으면 그야말로 아무도 못 입는 걸레가 되기 때문이다. 그날 나는 어제 몇 만 원에 팔리던 옷이 걸레가 되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kg당 천 원입니다.”
이 소리를 들은 친구의 얼굴은 부도를 맞았을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부도는 몇 달 전부터 예상했지만 이렇게 상품이 걸레 취급 받으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친구는 재고 처리 업체 사장에게 브랜드 로고와 심벌의 제작비만 5,000만 원, 웹사이트 구축비가 3,000만 원, 광고 제작비는 1억 원이 들었다고 말했지만, 그는 듣지도 않고 박스에 있는 물건들만 살피고 있었다. 수억 원의 브랜드 비용은 완전히 무시당한 채 실값처럼 팔려 나가는 자신의 상품들을 보며 친구는 망연자실한 뿐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친구를 데리고 창고 뒤편으로 나와 나는 이 상황에 대해 대책을 논의하자고 했다. 그때 재고 처리 업체 사장이 무엇인가를 들고 우리를 찾았다.
그는 재고를 뒤지다 트루릴리젼(True Religion)이라는 청바지를 발견한 것이다. 그 옷은 런칭 준비를 하며 친구가 외국 출장 중에 사 온 샘플이었다. 재고 처리 업체 사장은 우리에게 트루릴리젼 옷을 흔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거 진짜인가요?”
“예!”
“그럼 이것은 소비자 가의 50%를 쳐주겠습니다.”
“…….”
친구가 통분하던 같은 해인 2008년 7월,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의 탄광지대에서 발견된 ‘LOT 501’이라는 리바이스 청바지가 경매 사이트에 올랐다. 당시 이 바지와 함께 발견된 종이 가방에서 1895년부터 1898년까지 존재하던 랜즈버그 시의 상점 이름이 적혀 있었다. 보관 상태까지 양호했던 이 청바지는 경매를 통해 우리나라 돈으로 약 3,600만 원에 최종 낙찰되었다고 한다. 경매로 가져간 곳은 다름 아닌 리바이스 본사였다. 이 청바지가 리바이스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아마도 걸레 혹은 쓰레기라고 했을 것이다.
어제 몇 만 원이던 청바지는 오늘은 1,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팔리고, 약 120여 년 전의 낡은 청바지는 3,600만 원에 팔린 것이다. 브랜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극명한 사실과 현실을 우리는 보고 있었다. 친구는 2년 동안 전 재산과 모든 열정을 쏟아 만든 브랜드는 ‘자칭’ 브랜드일 뿐이었으며, 결국 무게가 아무리 많이 나가도 그 무게만큼의 가격으로도 팔려 가지 못하는 상품이라는 ‘진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경기가 어려워지자 소비자들은 위험한 소비 대신 가장 안전한 브랜드를 선택하게 되었고,
결국 친구의 브랜드는 급격히 매출 하락세를 보이며 사라지게 되었다.
내 친구는 자신이 만든 패션 브랜드가 정말로 브랜드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2년 차 의류 상표였을 뿐이다. 연예인들에게 협찬을 하고,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으며 그리고 잘나가는 패션 잡지에서 유명한 브랜드의 옆 페이지에 자신의 브랜드가 등장하니까 착각했던 것이다. 브랜드라고 생각했기에, 그는 유명 브랜드처럼 광고를 했고, 유명 브랜드들이 프로모션을 하는 것과 똑같이 프로모션을 했으며, 유명 브랜드와 비슷하게 상품들도 만들었다. 하지만 경기가 어려워지자 소비자들은 위험한 소비 대신 가장 안전한 브랜드를 선택하게 되었고, 결국 친구의 브랜드는 급격히 매출 하락세를 보이며 사라지게 되었다.
자신의 브랜드가 단지 ‘상표를 가진 상품’일 뿐이라고 인정했다면
처음부터 어떤 마케팅을 했을까? 브랜드인 척하는 마케팅이 아니라
브랜드를 구축하는 마케팅을 했다면 경기가 어려워도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만약에 자신의 브랜드가 단지 ‘상표를 가진 상품’일 뿐이라고 인정했다면 처음부터 어떤 마케팅을 했을까? 브랜드인 척하는 마케팅이 아니라 브랜드를 구축하는 마케팅을 했다면 경기가 어려워도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친구도 애플처럼 전혀 할인을 하지 않고 정상 가격으로 판매하는 브랜드, 그야말로 정통 브랜드처럼 노세일(No sale) 브랜드를 지향했다. 하지만 6개월도 안 돼 떨어지는 단기 매출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세일을 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다시 노세일 브랜드로 전환하고, 그런가 하면 현금 회수를 위해 품목별 혹은 특정 아이템별로 부분적 세일을 진행하다가 연말 기념으로 균일가 세일을 하기도 했다. 과연 이렇게 해서 진정한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이 아니라
소비자라고 불리는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라는 인식 아래 브랜드를 만들었다면
세일 기간에 그는 어떻게 행동을 했을까
그도 뒤늦게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깨닫고 후회했지만 그와 동시에 브랜드는 사라졌다. 만약 50년 동안 브랜드를 구축할 계획을 가지고 출발했다면 친구는 어떻게 했을까?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이 아니라 소비자라고 불리는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라는 인식 아래 브랜드를 만들었다면 세일 기간에 그는 어떻게 행동을 했을까
한국 사람의 성격을 표현할 때 ‘냄비 근성’, ‘성질이 급한’ 그리고 ‘빨리빨리’라는 비유를 사용한다. 그래서일까? 이동통신 광고를 보면 주제는 항상 ‘속도’다. 이런 기질을 가지고 있는 한국 사람이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 이 점에 대해서는 ‘한국 사람’인 나도 의심스럽다. 우리 주변에 명품 혹은 시장을 리딩 하는 브랜드를 살펴보면 대부분 50~100년 된 브랜드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 혹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든 브랜드를 살펴보자. 특히 대기업들이 브랜드를 만들었을 때 얼마나 빨리 리모델링을 하고 또 다른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는가. 그들이 만든 브랜드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브랜드의 결정체는 ‘믿음(신뢰)’이다.
인간관계에서 믿음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려 구축되는 반면에 아주 쉽게 깨지기도 한다.
브랜드와 인간과의 관계도 똑같다. 이처럼 믿음을 구축하는 브랜드의 길은 오르막길이며, 마라톤이다.
따라서 절대로 속도에 관심을 두어서는 안 된다.
브랜드의 결정체는 ‘믿음(신뢰)’이다. 인간관계에서 믿음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려 구축되는 반면에 아주 쉽게 깨지기도 한다. 브랜드와 인간과의 관계도 똑같다. 이처럼 믿음을 구축하는 브랜드의 길은 오르막길이며, 마라톤이다. 따라서 절대로 속도에 관심을 두어서는 안 된다. 브랜드를 가지고 단기간에 ‘대박’을 꿈꾸면 ‘쪽박’만 날 뿐이다.
100년 이상 된 브랜드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주인(기업)은 수없이 바뀌었지만 브랜드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이 브랜드를 구축하려는 이유는 지속가능을 넘어 영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인 것이다. 일단 상표를 가진 상품이 브랜드가 되면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네 번이나 망하고 주인이 바뀌었던 영국의 자동차 브랜드인 애스턴마틴처럼 과거에도 브랜드였던 것은 설사 기업이 망한다 하더라도 다시 새롭게 부활한다. 이처럼 브랜드는 기업에게 영속가능한 생명력을 준다. 따라서 브랜드를 구축한다는 말은 광고와 홍보를 통해 인지도와 충성도를 쌓는다는 말 외에 영속가능한 기업이 된다는 의미다.
100년 이상 된 브랜드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주인(기업)은 수없이 바뀌었지만
브랜드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이 브랜드를 구축하려는 이유는 지속가능을 넘어 영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인 것이다.
브랜드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Basic) 지식은 브랜드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브랜드를 처음 설계할 때부터 ‘할인과 사은품’ 행사를 하지 않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차별화로 너무 빨리 성장하지 않고, 너무 많은 소비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며 그리고 너무 큰 성공을 바라지 말아야 한다. 브랜드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브랜드는 달라진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25 브랜드 B자 배우기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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