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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브랜드, 선명한 브랜드 02 - 왜 브랜드는 문화의 결정체인가?

브랜딩/브랜드 B자 배우기

by Content director 2022. 3. 1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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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연과 별개의, 또 다른 인간들만의 자연을 만들어 그 안에 생태계를 만들었다. 그것이 문화와 문명이다. 그렇게 문화와 문명을 창조하는 에너지를 우리는 ‘브랜드’라고 부른다. 브랜드의 내부를 보면, 끊임없는 창조와 파괴 그리고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어떻게 브랜드란 사회 구성원들의 구성품으로 가치가 책정된 문화의 결정체가 되었는지 또 기업의 현장에서 우리는 어떻게 브랜드를 보아야 하는지 이야기해본다. 

 

 

브랜드의 어머니, 
브랜더


브랜드에 관한 정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 깊이 들어가기 전에 먼저, 브랜드에 관한 영감을 얻기 위해 다른 예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직장에서 브랜드와 관련된 직접적인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주로 마케터와 디자이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좋은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그 이유는 의견, 취향, 전공, 경력 등 수많은 관점의 차이로 인해 같은 브랜드를 보고도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방향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의견이 충돌하거나, 혹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것이 문제 될 때도 있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문제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브랜드는 무엇인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 비롯된 것이다. 

 

 

의견, 취향, 전공, 경력 등 수많은 관점의 차이로 인해 
같은 브랜드를 보고도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방향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케터와 디자이너가 논쟁하는 회의실에 영업부 담당까지 가세하면 서로 다른 3개의 의견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는 30여 개의 다른 의견이 등장한다. 자신의 의견을 시작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에 반대하는 의견, 자신의 생각을 변호하기 위한 의견, 남의 생각에 자신의 생각을 첨가한 의견, 심지어는 사장님의 의견을 재해석한 자신의 의견까지도 나오며 논쟁의 쟁점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다. 만약 이 자리에 브랜드 매니저가 들어온다면 어떨까. 수많은 의견을 하나로 좁히기보다는 오히려 서로의 입장과 견해 차이가 무엇인지 얘기하면서 대립각만 날카롭게 세우게 된다. 

 

매출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영업부의 입장, 충성도와 인지도를 올려야 하는 마케팅부의 입장, 현재 많이 팔리는 상품의 디자인을 리뉴얼해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디자인실의 입장, 그리고 각각의 입장이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브랜더의 입장, 이렇듯 각기 자신의 자리에서 저마다 다른 입장으로 브랜드를 바라본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자가 나타나 그들에게 뭔가 해답을 주기 위해 한마디를 하면 상황은 더 혼란스러워진다. 경영자의 얘기는 결국, 돈도 벌고 브랜드도 구축하는 아이디어를 가져오라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각기 목표가 다른 영업부, 마케팅부, 디자인실의 입장,
그리고 각각의 입장이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브랜더의 입장,
이렇듯 각기 자신의 자리에서 저마다 다른 입장으로 브랜드를 바라본다. 


내가 브랜더라면 나는 브랜드를 어떤 입장으로 바라볼까?

 

이런 논쟁이 일어날 때 왜 브랜더들은 이 상황을 해결하지 못할까? 

다름 아닌 두 개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이 판촉을 하지 않으면 당장 매출이 떨어질 것인데, 매출이 떨어지면 당신이 집 팔아서 책임질 겁니까?” 

둘째는 “맨날 팔리는 물건만 계속 팔고, 남들과 비슷한 것만 팔면 어느 순간에 브랜드가 망가질 텐데 그때 당신이 업무상 배임죄와 민사 책임도 질 것인가요?” 

 

만약 어떤 브랜더가 이 모든 상황을 책임지고 ‘퇴사’도 불사하겠다고 얘기했다 하더라도 오히려 퇴사는 책임이 아니라 회피에 더 가깝다. 책임지겠다는 호기를 부리려면 최소한 자신의 집을 저당 잡혀 대출 받은 돈으로 프로모션을 하거나, 브랜드가 망했을 때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서약을 써야 그것이 책임이 아닐까? 그런데 과연 이런 브랜더들이 있을까? 

 

브랜드가 망했을 때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서약을 써야 그것이 책임이 아닐까? 
그런데 과연 이런 브랜더들이 있을까? 

 

예전에 헤드헌터로부터 브랜드 매니저로 추천 받은 두 명의 사람 중 누구를 채용할지 고민하는 경영자와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한 명은 디자이너 출신으로서 경영학을 공부한 사람이고, 다른 한 명은 경영학을 공부하고 디자이너가 된 사람이다. 경영자는 이 두 명의 입사지원서를 보여 주고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브랜드를 잘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물어보았다.경영자에게 한 명을 추천하는 대신에 내가알고 있는 예화를 들려주었다.

 

이것은 구약성경의 열왕기상(上)에 수록된 솔로몬 왕의 예화다.

 

하루는 창녀 두 사람이 왕에게 와서, 그 앞에 섰다. 그 가운데서 한 여자가 나서서 말했다. 

 

“임금님께 아룁니다. 저희 두 사람은 한 집에 살고 있습니다. 제가 아이를 낳을 때 저 여자도 저와 함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이를 낳은 지 사흘 만에 저 여자도 아이를 낳았습니다. 집 안에는 우리 둘만 있을 뿐이고,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 여자가 잠을 자다가 그만 잘못하여 자기의 아이를 깔아뭉개 그 아들은 그 날 밤에 죽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깊이 잠든 사이 저 여자가 한밤중에 일어나서 아이를 바꾸었습니다. 제 옆에 누워 있는 저의 아들을 데리고 가서 자기 품에 두고, 자기의 죽은 아들은 저의 품에 뉘어 놓았습니다. 제가 새벽에 저의 아들에게 젖을 먹이려고 일어나서 보니, 아이가 죽어 있었습니다. 아침에 제가 자세히 들여다보았는데, 그 아이는 제가 낳은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여자가 대들었다. 살아 있는 아이가 자기의 아들이고, 죽은 아이는 다른 여자의 아들이라고 우겼다. 먼저 말을 한 여자도 지지 않고, 살아 있는 아이가 자기 아들이고, 죽은 아이는 자기의 아들이 아니라고 맞섰다. 그들은 이렇게 왕 앞에서 다투었다. 왕은 속으로 생각했다. ‘두 여자가 서로, 살아 있는 아이를 자기의 아들이라고 하고, 죽은 아이를 다른 여자의 아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좋은 수가 있다.’ 왕은 신하들에게 칼을 가져 오게 하였다. 신하들이 칼을 왕 앞에 가져오자, 왕이 명령을 내렸다. 

 

“살아 있는 이 아이를 둘로 나누어서, 반쪽은 이 여자에게 주고, 나머지 반쪽은 저 여자에게 주어라.” 

 

그러자 한 여자가 왕에게 애원하였다.  

“제발, 임금님, 살아 있는 이 아이를, 저 여자에게 주시어도 좋으니, 아이를 죽이지는 말아 주십시오.” 

 

그러나 다른 여자는 “어차피, 내 아이도 안 될 테고, 네 아이도 안 될 테니, 차라리 나누어 가지자”고 말하였다.

 

 그때 드디어 왕이 명령을 내렸다. 

“살아 있는 아이를 죽이지 말고, 아이를 양보한 저 여자에게 주어라. 저 여자가 그 아이의 어머니다.”

 

좋은 브랜더의 기준은 무엇일까? 브랜드에 대한 자신의 관점과 정의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이다.

 

이 예화를 들려준 후 나는 두 명의 후보자를 불러서 이런 지시를 해보라고 제안했다. 

“우리도 매출을 올려야 하니까 이번 세일 기간에 경쟁사처럼 대박 상품을 만들고 50%까지 할인 판매해 작년의 재고를 다 처분하자!”

이런 지시가 내려졌을 때 진짜 브랜더라면 어떻게 할까? 브랜드에 대한 자신의 관점과 정의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이다. ‘예’ 혹은 ‘아니오’라는 두 개의 대답은 그가 어머니(브랜드를 자신의 생명처럼 아끼는)인지 아니면 옆집 아줌마(브랜드를 통해서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는)인지 구별해 낼 수 있다. 

 

진정한 브랜더는 브랜드의 가치, 컨셉, 방향,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참고로 이 섹션은 마케터 혹은 디자이너가 브랜더로 업그레이드 되기 위한 Brand의 B자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보다 더 어머니 같은 초보 유모를 위한, 그러니까 사장보다 더 브랜드를 아끼는 사람 혹은 브랜드를 자기 자식처럼 생각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 안내이다. 그래서 이 글은 브랜드를 만들거나 혹은 관리하면서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할 때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방향을 알려 주는 것이 목적이다.

 

‘매출이 인격이다’는 말도 있지만, ‘브랜드는 영혼’이기 때문에 돈 때문에 영혼을 파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어머니들은 자식 교육에 대한 수준 차이는 있지만, 위기의 순간에 보여주는 모든 어머니들의 ‘모성애’에는 차이가 없다. 브랜더마다 브랜드에 관한 지식과 전략에서 수준 차이는 있다. 하지만 브랜드를 해치는 지시가 내려졌을 때 취하는 진정성에는 차이가 없다. 

 

브랜드의 정의는 경영자 혹은 브랜드 매니저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정하는 것이다.
아무리 스스로가 브랜드라고 우겨 본들 고객이 하찮게 여기면
그것은 하찮은 상표와 상품의 조합일 뿐이다. 

 

 

진정한 브랜더는 브랜드의 가치, 컨셉, 방향,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브랜드의 정의는 경영자 혹은 브랜드 매니저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정하는 것이다. 아무리 스스로가 브랜드라고 우겨 본들 고객이 하찮게 여기면 그것은 하찮은 상표와 상품의 조합일 뿐이다. 따라서 브랜드 매니저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브랜드가 추구하는 것과 고객이 그 브랜드에 대해 정의하는 것이 일치하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브랜드의 B자를 ‘Baby’라고 생각한다면, 올바른 경영학으로 인문학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브랜더라고 생각해도 좋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으며, 혹시 브랜드에 관한 정의가 바뀌었다면 다시 한 번 브랜드의 정의를 적어 보자.

 

(5) 브랜드란? _________________

 

브랜드 매니저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브랜드가 추구하는 것과
고객이 그 브랜드에 대해 정의하는 것이 일치하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사람은
무엇인가?

 

‘브랜드는 무엇인가?’에서 시작해, 갑자기 ‘사람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와서 어리둥절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에 대해 ‘누구’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 보았지만 ‘무엇’인가를 질문을 받으면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당신 앞에 《정글북》에 나오는 늑대 소년 ‘모글리’가 앉아 있다고 생각해 보자. 아직도 늑대처럼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당신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약 이런 모글리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인간에 대해 그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정의할 것인가? 

 

아마도 답을 찾기 위해 항상 그랬던 것처럼 습관적으로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인간’이라는 단어를 입력했을 때 나오는 너무나도 모호한 결과물을 먼저 볼지도 모른다.

 

 ‘인간이란 두 발로 서서 다니고 언어와 도구를 사용하며, 문화를 향유하고 생각과 웃음을 가진 동물.’ 

 

모글리가 과연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 모글리는 정글에서 함께 살던 원숭이들이 가끔 두 발로 걸으면서 그들만의 언어로 서로 얘기(?)하거나, 막대기와 같은 도구를 사용하던 것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특히 매우 시끄럽게 떠들고 웃던 원숭이를 생각하면서 결국 원숭이와 인간이 같은 것이라는 생각에 이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백과사전을 보자. 좀전의 정의에 살을 덧붙여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직립 보행을 하며, 사고와 언어 능력을 바탕으로 문명과 사회를 이루고 사는 고등 동물.’ 

 

이 정의가 우리(인간)를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자신을 이 정의에 대입시켜 보면 훨씬 쉽다. 물론 포괄적으로는 맞는 정의라 할 수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에서 출발한 정의일 뿐이지 인간 자체를 정의한 것은 아니다. 특히 영혼의 존재를 믿는 종교인들과 감성과 상상력을 추구하는 시인과 철학자들에게 이 정의는 함량 부족이다. 

 

직립 보행을 하며, 사고와 언어 능력을 바탕으로 문명과 사회를 이루고 사는 고등 동물', 이 정의가 사람인 당신을 설명할 수 있는가?

 

다시 모글리를 데리고 도서관으로 가보자. 

 

인간을 설명할 수 있는 책을 다시 찾아보는 것이다. 인간의 인체 해부도를 보여 주면 모글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모글리는 그 책을 보고 군침을 삼킬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가장 인간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소설을 보여 줄까? 아니면 시를 읽어 줄까? 그도 아니면 역사책을 읽어 주어야 할까? 과연 모글리에게 인간이 무엇인지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이 뭐든지 간에 측정할 수 있으면 예측이 가능하고, 정의할 수 있으면 조정할 수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측정할 수 없거나 정의할 수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사전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의 정의로 사람을 말할 수 있는가?
‘인간이란 두 발로 서서 다니고 언어와 도구를 사용하며, 문화를 향유하고 생각과 웃음을 가진 동물.’
‘직립 보행을 하며, 사고와 언어 능력을 바탕으로 문명과 사회를 이루고 사는 고등 동물.’  

 

브랜드에 대한 정의도 그렇다.

자, 그렇다면 정의되지 못하고 설명할 수 없는 인간과 브랜드는 도대체 무엇일까?

논리적으로 이것이 정의되지 못하면 인간은 설명할 수 없고, 브랜드를 만들 수도 없다. 

 

인간이 무엇인가에 관해서는 철학이라는 사유의 방법이 생긴 이후로 수천 년 동안 연구되고 있으며, 그렇게 정의되지 않는 인간이 만든 브랜드 또한 아직도 정의되지 못한 채 개인적 체험과 통찰로 인한 ‘간증’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경영에서는 놀랍게도 인간과 브랜드에 관해 너무나 명쾌해서 거부감이 생길 정도로 단순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정의할 수 없는 인간에 대해서도 한 문장으로 설명하고 있다. 바로 ‘인간은 소비자’라고 말이다. 하지만 모글리는 이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해 수천 년 동안 연구되고 정의되지 않는 인간이 만든 브랜드 또한 아직도 정의되지 못한 채 개인적 체험과 통찰로 인한 간증으로 설명되고 있다.

 

 

경영에서는 정의할 수 없는 인간에 대해서도 한 문장으로 설명하고 있다.
바로 ‘인간은 소비자’라고 말이다. 

 

모글리가 살던 드넓은 숲을 보면 고요함으로 인해 평온한 안식마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자연 속에 살았던 모글리에게 현대 사회의 자연이라 할 수 있는 문화와 문명을 말해 보겠다. 


“모글리, 인간은 인간이 만든 정글에서 살아야 된다. 정글에서는 너처럼 생긴 늑대는 볼 수 없었지. 늑대가 무리를 지으면서 사는 것처럼 인간도 무리를 지으면서 살아야 돼. 그것이 인간이 말하는 문화와 문명이라는 자연의 법칙이야. 우리의 정글은 여기야.”

 

물론 이 말이 모글리에게는 충분하지 않은 설명이다. 하지만 2만 종류의 나비가 살고 있는 자연의 생태계에 빗대어 쌀 브랜드 5,000개와 수백 개의 물 브랜드를 비롯해 모든 것이 브랜드로 이루어진 인간의 생태계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하다.

 

인간들만의 자연을 만들어 그 안에 생태계를 만들었다. 
그것이 문화와 문명이다. 그렇게 문화와 문명을 창조하는 에너지를 우리는 ‘브랜드’라고 부른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창조’라는 생산의 영역과 ‘파괴’라는 또 다른 창조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경영에서는 생산과 소비라는 상관관계로 만들었지만, 실제로 인간은 창조와 파괴를 통한 진보를 계속해 오고 있다. 인류는 지금까지 모글리와 타잔을 제외하고는 자연과 완전히 하나가 되어 살지 않았다. 자연과 별개의, 또 다른 인간들만의 자연을 만들어 그 안에 생태계를 만들었다. 그것이 문화와 문명이다. 그렇게 문화와 문명을 창조하는 에너지를 우리는 ‘브랜드’라고 부른다. 브랜드의 내부를 보면, 끊임없는 창조와 파괴 그리고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인간이 만든 것 중에 이름이 없는 것은 없다. 그러니까 자연 그대로의 것을 소비하는 것은 없다. 인위적인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 쌀, 물, 생선 그리고 야채마저도 그 누군가가 이름을 붙이고는 커다란 유통 시스템(생태계/먹이사슬)을 통해 판매한다. 인간은 쌀과 물뿐만 아니라 죽은 닭에게도, 법으로 똑같이 규정된 함량과 성분으로 이루어진 석유에도 이름을 붙였다.

 

인간은 쌀과 물뿐만 아니라 죽은 닭에게도, 
법으로 똑같이 규정된 함량과 성분으로 이루어진 석유에도 이름을 붙였다. 

 

인간이 만든 것 중에 이름이 없는 것은 없다. 그러니까 자연 그대로의 것을 소비하는 것은 없다.

 

 

심지어 매년 반복해서 돌아오는 11월 11일에는 ‘빼빼로데이’라고 이름을 붙여 브랜드로 만들었다. 우리 주변에 ‘상품’으로서 존재하는 것은 거의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유일하게 자연과 달리 또 다른 유사 생태계를 만들어, 그곳에서 사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문화와 문명의 비유로 사용한 ‘생태계’의 사전적 정의는 매우 명확하다. 생태계(生態系)란 1935년에 등장한 단어로 ‘어느 환경 안에서 생육하는 생물군과 그 생물들을 제어하는 제반 요인을 포함하는 복합 체계’다. 이 말이 어렵다면 ‘어떤 장소에서 생물적 요소(생산자, 소비자, 분해자)와 비생물적 요소(흙, 빛, 광물질, 산소 등)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이해해도 좋다.

 

지구 상의 복잡한 생태계를 지극히 단순하게 정의했지만 이 개념에는 ‘상호 의존성’과 ‘완결성’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먹이사슬이라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과 ‘에너지의 순환’도 설명되어 있다. 생태계의 핵심은 모든 것이 그물망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것이 전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유일하게 자연과 달리 또 다른 유사 생태계를 만들어, 
그곳에서 사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브랜드의 내부를 보면 끊임없는 창조와 파괴 그리고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시 돌아와서, 이 개념을 통해 브랜드와 인간을 생각해 보자. 피라미드로 이루어 이진 생태계의 1단계는 분해자 미생물이다.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 단계로 올라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을 지칭하는 ‘소비자’라는 단어 때문에 인간이 최종 소비자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연 생태계 개념이다. 

인간의 시장에서 인간의 위치와 기능은 조금 다르다. 자연 생태계에서는 소비 계층이 최상위지만, 인간 생태계에서는 가장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반면에 생산 계층은 피라미드의 가장 윗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인간은 생태 피라미드의 각 단계에서 모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쩌면 피라미드보다는 구형으로 생태계를 그리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자신들을 지칭하는 ‘소비자’라는 단어 때문에 인간이 최종 소비자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연 생태계 개념이다. 

 

 

모글리는 언뜻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인간은 피라미드 생태계의 꼭대기가 아니라 원형 생태계의 중앙에 있다. 그리고 그 생태계는 ‘브랜드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보면, 인간은 분해자, 생산자 그리고 동시에 소비자로서 존재한다. 기업과 브랜드는 인지도, 충성도 그리고 매출에 의해 피라미드의 가장 상단에 위치하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소비자들이 무리를 지어 1등 기업의 물건을 한 달만 구매하지 않으면 그 즉시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던 기업은 주가 하락으로 인해 금융계의 분해자, M&A팀에 잡혀 해체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인간의 생태계에서 자연 생태계에 해당하는 비생물적 요소가 수천 년 동안 유지돼 온 생태계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비생물적 요소는 바로 웹이다. 이 웹은 소비와 생산의 주체를 뒤바꾸었고, 무엇보다 브랜드 중심으로 생태계를 다시 구성하고 있다. 만약 독자가 카메라 동호회에 가입하고 싶어 포털 사이트에서 ‘카메라 동호회’를 검색해본다면 아마도 가장 먼저 검색되는 동호회는 (그것이 어떤 브랜드든) 브랜드 카메라 동호회일 것이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몇몇 (브랜드와 상관없이) 카메라 동호회가 검색된다. 더 재밌는(?) 것은 설사 카메라 동호회에 가입했다 할지라도 결국 그 안에서 또다시 브랜드 동호회에 가입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세상은 점점 브랜드의 관점으로 시장은 물론이거니와 
문명 생태계, 그리고 인간들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새롭게 정립되고 있다. 

 

 

이처럼 세상은 점점 브랜드의 관점으로 시장은 물론이거니와 문명 생태계, 그리고 인간들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새롭게 정립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접하고 있는 웹은 불과 2000년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세상이라는 것을 인지한다면 더욱 실감이 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모글리를 데리고 백화점과 브랜드의 거리로 나가 우리가 무엇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 줄 것이다. 왜냐하면 모글리에게 ‘사람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해주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문화의 결정체 


마케터들에게 사람은 ‘소비자’ 혹은 ‘타겟’이라고 불리는 ‘그 무엇’이다. 분명 마케터들이 말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이웃이고 친구의 동생인데도 불구하고 마케팅 회의 시간에 불리는 그들은 ‘그 무엇’이다. ‘고객을 왕’이라고 말하지만 마케팅 전략 회의 시간에 이 왕들은 브랜드를 소비하는 그 무엇에 불과한 것처럼 들린다. 문제는 이런 사고방식을 전문가답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사람은 ‘소비자’ 혹은 ‘타겟’이라고 불리는 ‘그 무엇’이다.
분명 마케터들이 말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이웃이고 친구의 동생인데도 불구하고
마케팅 회의 시간에 불리는 그들은 ‘그 무엇’이다. 

 

어찌 되었든 마케터들은 인간의 문화와 삶 속에 있는 브랜드를 파악하고자 아주 특별하고 전문가(?) 답게 훈련받는다.

 

그 중에 몇 가지를 예로 든다면, 어떤 마케터들은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의 집에 들어가 그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를 통해 집주인의 프로파일을 작성해보는 훈련을 받는다. 누가 보면 마치 살인사건 현장을 조사하는 과학수사요원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만큼 똑같은 방법으로 훈련을 한다. 또한 그들은 소비자의 삶을 연구하며 자신들이 출시할 새로운 브랜드가 소비자의 생활에 어떻게 일부분이 될 것인가를 파악한다. 이런 훈련을 통해 마케터들이 얻는 지식은 브랜드를 통해 인간의 삶에 배어 있는 문화를 이해하는 전략적 지혜(?)다.

 

마케터에 따라 소비자의 삶을 연구하며 자신들이 출시할 새로운 브랜드가 생활에 어떻게 일부분이 될 것인가를 파악하며 문화를 찾는 방법도 있다.

 

사전에 허락을 받고 얼굴도 모르는 조사 대상자의 집에 들어가 브랜드를 파악하는 훈련의 첫 번째 지침은 브랜드와 브랜드가 아닌 것 그리고 유사 브랜드를 구분하는 것이다. 그 중 마케터가 제일 먼저 찾아야 하는 것은 조사 대상자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가 찾은 브랜드를 모두 정렬해 놓은 다음, 조사 대상자의 가치 기준이 무엇인지 파악해본다. 그리고 어떤 문화권에 있는 사람인가를 살펴본다. 왜 이것을 구매했을까? A브랜드의 가치와 B브랜드의 가치는 서로 상충하는데 왜 두 개 다 샀을까? 일반적으로 A브랜드를 사는 사람은 C브랜드도 함께 구매하는데, C브랜드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마케터는 조사 대상자가 브랜드를 구매하게 된 가치, 습관 그리고 문화를 찾는 것이다. 

 

가치는 문화가 결정하는 일종의 사회적 가격을 말한다. 

 

가치는 문화가 결정하는 일종의 사회적 가격을 말한다. 1999년 이후 우리나라의 커피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었다. 봉지커피, 다방커피 그리고 헤즐넛 커피다. 다방커피는 한국에만 있는 유일한 컨셉으로 한국 사람의 강한 입맛에 맞게 진화된 김치와 더불어 독특한 음료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제 주변에서 다방커피를 즐겨먹는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다방커피만이 커피의 전부라 생각했던 1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이토록 커피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 중의 하나가 될지 누가 알았을까? 건물마다 커피숍이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왜 유독 스타벅스만이 단기간에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가 될 수 있었을까?
이것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와 문화간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만약 조사 대상자의 부엌에서 500만 원짜리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과 그 옆에 일명 봉지커피라 불리는 인스턴트 커피가 같이 놓여 있다면 매우 많은 가설이 나온다. 이것과 유사한 현상이 있는지 찾기 위해서 옷장을 비롯해 모든 제품을 대구 형식으로 비교해 본다.

 

이 변화의 핵을 파악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새로운 커피 시장뿐만 아니라세계의 커피숍을 바꾼 스타벅스를 살펴보아야 한다. 스타벅스가 나타나기 전에 이보다 더 좋은 브랜드가 있었고, 커피를 더 맛있게 만드는 브랜드도 더 많았다. 그런데 왜 유독 스타벅스만이 단기간에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가 될 수 있었을까? 이것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와 문화 간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먼저 문화에 관한 정의를 살펴보자(점점 깊이 빠지고 있다).

 

 “브랜드는 지식·신앙·예술·도덕·법률·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혹은 구축된 가치) 또는 습관의 총체(혹은 경험의 총체)다.” 
브랜드란 사회 구성원들의 구성품으로 가치가 책정된 문화의 결정체다. 

 

1871년, 영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는 자신의 저서인《원시문화(Primitive Culture)》에서 “문화는 지식·신앙·예술·도덕·법률·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이다”라고 정의했다. 문화에 관한 가장 오래된 정의 중의 하나이며, 또 가장 많이 인용되는 정의 중 하나다. 이 정의에서 ‘문화’라는 단어를 ‘브랜드’로 바꿔 읽어 보자. 

 

“브랜드는 지식·신앙·예술·도덕·법률·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혹은 구축된 가치) 또는 습관의 총체(혹은 경험의 총체)다.” 

 

브랜드란 사회 구성원들의 구성품으로 가치가 책정된 문화의 결정체다. 

미국 문화를 대표하는 브랜드를 꼽아 보자. 

 

코카콜라는 미국의 문화일까? 아니면 자유의 문화일까? 

말보로는 어떤 나라의 문화를 대표하는 것일까? 

애플은 미국 문화일까 아니면 전 세계에서 혁신을 꿈꾸는 디지털 세대의 문화일까? 

루이뷔통은 가방일까, 아니면 신분 계층 문화일까? 

소니는 문화일까, 아니면 일본의 문명일까? 

바디샵은 유럽 문화일까, 아니면 자연을 보호하자는 지구의 메시지일까? 

 

대부분의 집에서는 몇 십 만원의 커피머신과 봉지커피가 공존한다.
이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극변하는 문화를 절절하게 반영하고 있는 단적인 예다 

 

어떤 조사 대상자의 집에서는 그 사람의 가치와 컨셉이 일관성 있게 브랜드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집에서는 몇십만 원의 커피머신과 봉지커피가 공존한다. 이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극변하는 문화를 절절하게 반영하고 있는 단적인 예다. 뒷 컬럼에서 더욱 자세히 다루겠지만 우리가 브랜드에 대해 알아야 할 이유는 바로 브랜드가 문화의 결정체이자 총체이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구매는 상품의 소비가 아니라 문화의 공유다. 한마디로 브랜드란 인간 문화의 전체는 아니겠지만 부분의 합이라고는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의 세상은 브랜드(문화)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브랜드는 생산자가 말하는 그것(Commodity)이 아니라 소비자가 느끼는 그 무엇(Identity)이기에 만든 사람이 정의할 수 없다. 특히 선호도를 가진 브랜드는 그저 완성형인 상품이 아니라 진행형인 가치이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이제 여기서 다시 한 번 브랜드의 정의를 내려보자. 이전까지 내렸던 정의와 비교해서 생각이 달라진 것이 없다면 그냥 넘어가도 된다. 하지만 다르게 정의할 수 있다면 한 번 더 내려 보자.

 

(6) 브랜드란? _________________

 

브랜드의 이면에 숨어 있는 문화적 가치와 세계관을 읽는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것은 나만의 스테레오 타입으로 
브랜드와 사람을 보는 매우 위험한 사회적 난시라는 것을 인정한다. 

마케터 출신인 나도 앞에서 소개했던 특수 훈련(?)을 혹독하게 받았다. 그래서 지금도 누군가의 초청을 받아 집에 방문하면 예전에 배웠던 훈련 프로그램이 본능적으로 작동된다. 꼭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브랜드를 스캔하면서 초청한 사람의 프로파일을 정리하곤 한다. 이런 훈련을 통해 배운 지식들을 대인관계나 처세에 활용하지 않으려고 하지만(부분적으로 그리고 본능적으로 활용됨은 시인한다) 현재 책을 만들고, 컨설팅을 하는 데 있어서는 매우 유용한 습관이긴 하다. 또한 브랜드의 이면에 숨어 있는 문화적 가치와 세계관을 읽는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것은 나만의 스테레오 타입으로 브랜드와 사람을 보는 매우 위험한 사회적 난시라는 것을 인정한다. 

 

사람들을 분석하는 차원에서 브랜드라는 렌즈로 사용하지만, 
브랜드에 관한 지식은 소비생활의 주체인 사람들의 지혜가 되어야 한다. 

 

브랜드에 관한 지식은 마케터들만의 전문 지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록 나는 사람들을 분석하는 차원에서 브랜드라는 렌즈로 사용하지만, 브랜드에 관한 지식은 소비생활의 주체인 사람들의 지혜가 되어야 한다. 브랜드를 분별하는 지식을 가지면 좋은 브랜드와 나쁜 브랜드를 구별할 수 있기 때문에 헛된 지출을 막을 수 있다. 이것은 마치 복잡한 교통 시스템에서 운전자가 신호등에 있는 몇 개의 컬러만 이해하고 지키면 자신의 생명(브랜드 관점에서는 재산)을 보존하는 것처럼, 브랜드에 관한 몇 가지 지식만 있으면 브랜드를 누리고 즐기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따라서 브랜드의 B자를 배워야 한다면 문화에 대한 이해도와 해석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25 브랜드 B자 배우기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
- 세상을 브랜드로 이해하다. Brand의 B자 배우기, Becoming : 모호한 브랜드, 선명한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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