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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은 달인, 인생은 초보

자기다움

by Content director 2022. 9. 2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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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 내 친구가 술 취해서 하는 말. 

"야, 내가 누군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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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너는 대기업 비행선에서 살았던 외계인이야!" 


 

 

자신의 특이점이 닳아 없어진 ‘닳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직과 타인에 의해서 자신의 특이점이 닳아 없어지기 전에 스스로 자신을 끌과 정으로 조각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끌로, 자신이 잘하는 것을 정으로 만들어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환경을 끌과 정을 내리치는 힘으로 사용해야 한다.

 

생활은 달인, 
인생은 초보

인간은 원본으로 태어났지만, 
누군가의 복사본으로 죽게 된다.

 

우리는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일에 길들여져 있고 익숙해져 있다. 수많은 사람과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같은 드라마를 시청해야만 국민 감정을 이해할 수 있고, 같은 영화를 관람해야만 같은 즐거움에 동참할 수 있다. 같은 연예인, 같은 브랜드, 같은 생각 심지어 먹는 것까지 같아지려고 한다. 그렇게 길들여진 우리는 ‘아무거나’와 ‘같은 것으로’ 를 선호하게 되었다. 결국, 자신이 왜 그것을 선택했고 좋아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하게 되었다.

 

백화점 혹은 홈쇼핑을 보면 판매원들은 이런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한다.

“손님, 이것은 제일 많이 팔리는 물건입니다. 강남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입니다. 연예인들이 많이 입고 다닙니다.”

 

사람들은 자기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 왜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남의 결정을 따를까? 많은 사람이 결정한 것이 옳다고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어떤 것을 사야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의 취향을 나의 취향이라고 믿는다.

 


 

모든 사람에게 오직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가 다르다는 점이다. 그런데 사람은 대중과 함께 살아가기를 원하는 동시에 대중이 아닌 오직 자신만의 취향으로 살아가고 싶어 한다. TV 프로그램에서 어떤 연예인이 소품으로 들고 나온 상품들은 다음 날 아침 일명 ‘대박 상품’으로 둔갑하여 대중(그곳에 포함되어 있는 우리)을 요동시킨다. 이것도 드라마를 통해 설정된 피싱(속임수)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알면서도 기꺼이 속아 넘어간다.

 

압구정 근처를 돌아다니면 세계 최대 규모의 성형 공단(?)이 들어선 것을 볼 수 있다. 성형 공장들은 비교하기 민망한 수술 전후 사진이나 TV에서 보았을 법한 얼굴들을 전시하고 있다. 당혹스러운 것은 사람들이 이런 사진을 보면서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부러워한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같아지려고 할까?

 


 

모든 사람이 소중한 이유는 모두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같은 지문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것을 굳이 남의 손가락을 들여다보면서 확인할 필요가 없다. 명동에 나가서 같은 옷과 신발 그리고 똑같은 가방을 든 사람을 과연 만날 수 있을까? 수천만 명이 있더라도 이렇게 같은 스타일로 입고 마주칠 확률은 거의 없다. 그래서 패션을 문화적 지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사람은 생물학적으로도, 인류문화학적으로도 완벽히 모두 다르다.

 

분명 인간은 확실히 다름에도, 그 다름을 기준으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하는지를 모른다. 그 결과로 인간은 원본으로 태어났지만, 누군가의 복사본으로 죽게 된다. 이렇듯 우리는 유일한 존재이며 유일한 삶을 살 수 있음에도 대중과 맞추기 위해서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희석한다. 잉여되거나 여분의 사람으로 전락하고 만다. 거북하게 들리겠지만 버려질 수 있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하루하루 대중과 함께 살아가는 생존에 대해서는 달인이지만, 자신의 80년(평균 수명) 인생에 대해서는 초보 운전자다.

 


 

도대체 왜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특이점)에 대해서 이토록 무지할까? 그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 의무 교육이 우리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조직에 참여할 때까지 우리를 ‘일반화’시켰기 때문이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어떤 조직에서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는그런 일반형 인간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어떤 교육도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가르쳐 주지 않았다.

 

이 상태로 사회의 조직에 들어가면 조직에 충성하는 조직원으로 살게 된다. 조직의 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째는 비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평범한 일이다. 둘째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비범한 일이다. 개인의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조직에 맞추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개인의 특이점은 조직의 일에 의해서 희석된다. 물론 개인이 평범한 일을 추구하는 조직에 희석되지 않고 조직의 일을 개인의 특이점으로 바꾸어 뜻밖에 성공하는 예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전설에 불과하거나 경영 관련 책에 가끔 나오지만 전혀 확인할 수 없는 사례일 뿐이다. 대부분 내 친구처럼 열심히 시킨 일만 한다. 이런 삶을 살게 되면 인생의 중반쯤 와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그 뜻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도 모르게 된다. 자신의 원본도 모르고, 자신이 누구의 복사본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의 임원을 생활의 달인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달인은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오는 어설프게 모든 것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달인(達人: an expert, a master)의 사전적 정의는 널리 사물의 이치와 도리에 정통한 사람이나 특정 분야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대기업의 임원까지 한 사람이라면 분명 조직력과 개인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틀림없다. 혹시 이런 달인들이 주변에 있다면 달인의 특이점(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에 관해서 질문을 해보자. 그의 대답으로 그가 인생의 달인(전문가)이 되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특이점이 모두 닳아 없어진 ‘닳인’인지를 구별할 수 있다.

 

내 친구처럼 자신의 특이점이 닳아 없어진 ‘닳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직과 타인에 의해서 자신의 특이점이 닳아 없어지기 전에 스스로 자신을 끌과 정으로 조각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끌로, 자신이 잘하는 것을 정으로 만들어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환경을 끌과 정을 내리치는 힘으로 사용해야 한다.

 


 

나 역시 ‘닳인 방지법’을 스스로 깨달은 것은 아니다. 내가 조직에 의해서 닳아 가던 중에 어떤 멘토로부터 전수 받았다. 1994년에 나는 문화기획 간사로 일하면서 닳고 있었다. 내가 담당했던 일은 강의 기획, 책상 정리, 간식 준비, 강의 녹음 그리고 강사 섬김이었다. 1년 동안 똑같은 강사들의 강의만 평균 3번, 심한 경우에는 10번 이상을 들었다. 나중에는 강사의 강의를 거의 외울 지경이었다. 그즈음 불만을 토로하는 내게 선배 간사가 이렇게 말했다.

 

“뒷자리에 앉아서 불만스러운 마음으로 강사 평가나 하지 말고 네가 이 강의를 맡는다면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면서 들어 봐.”

 

멘토의 조언을 처음부터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내가 강의를 한다면’이라는 생각으로 강의를 듣자 강의의 부족한 부분과 탁월한 부분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닳고 닳아 가는 내 인생은 관점만 바꾸었는데도 조각되기 시작했다. 서로 내용이 다른 강의들이 연결되면서 또 다른 지식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연결되는 지식을 통해서 나는 1년이 지나자 27세에 ‘행사기획’이라는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짬뽕 지식이라고 불리던 이런 지식을 요즘에는 ‘융복합 지식’이라고 부른다. 서로 다른 지식을 통해서 또 다른 지식과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는 것은 나에게는 나의 지식을 만드는 ‘끌과 정’이었다. 나는 이런 방법을 《유니타스브랜드》의 편집장이 되어서도 계속 활용하고 있다.

 


 

세상에 나를 맡기면 세상은 나를 닳아 버리게 만든다. 하지만 내가 ‘자기다움’이라는 것을 의식하면서 ‘일’을 통해 나를 스스로 깎는다면, 나는 닳지 않고 조각될 수 있다. 스트레스, 해야만 되는 일, 생존 때문에 억지로 하는 일, 복종할 수밖에 없는 일, 먹고 살아야만 하기에 하는 일을 어떻게 나를 깎는 힘으로 바꿀 수 있을까? 바람을 등지고 돛대를 올려서 태평양을 건너가듯이, 내 안에서 부는 바람인 ‘자기다움’을 이해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은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진 일이다. 
스티브 잡스가 200년 전에 태어났다 해도 애플이 나올 수 있었을까? 
지금 환경에서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 것은 임시적이며 가변적이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보다는 나를 나 되게 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자기다움’이다.


출처 : 자기다움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 1. 다른 사람의 꿈에서 깨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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