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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상징, 그 이상의 것과 상징, 그 이하의 것

창업/창업 입문

by Content director 2022. 11. 1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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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브랜드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무조건 다르고 특이하다고 브랜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다움’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읽은 브랜드의 정의가 (심하게는) 지식인들의 말의 유희 내지는 말장난처럼 들렸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앞서 인용한 난해한 정의를 나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설명해 보겠다. 

 

2002년, 로만손시계의 컨설팅 의뢰를 받고 나는 제이에스티나라는 브랜드를 런칭한 적이 있다. 당시는 금 한 돈이 6만 원이었고 은 한 돈은 600원이던 시절이다. 시장조사를 위해서 롯데백화점에 갔다가 티파니 매장에 들러 아내의 결혼 기념일 선물로 목걸이를 하나 사주려고 했다. 티파니가 비싸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티파니 제품 중에는 은 제품도 있으니 그중에서 하나 사려고 했다. 나는 작고 귀여운 목걸이를 발견했고 점원에게 얼마냐고 물어 보았다.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250만 원 정도라고 했다.

 

너무 놀라서 엉겁결에 나는 이렇게 질문했다.  

“이거 은 아니에요?”


점원은 당황한 나의 표정에 더 당혹스러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티파니입니다.” 


탄소와 흑연 그리고 다이아몬드는 원소기호 C, 원자번호 6번인 탄소의 동소체로 산출된다. 이들의 구성 성분인 탄소는 수소, 산소 혹은 질소 등과 공유 결합을 하면서 생체분자의 기본 요소로 사용되고, 흔히 석탄과 석유의 주성분이다. 다이아몬드도 주성분이 탄소다. 천연광물 중에 가장 강도가 우수하며 광채가 뛰어난 ‘돌’이다. 그래서 다이아몬드를 ‘금강석’이라고 부른다. 이 탄소 덩어리는 원자번호 6번 탄소와는 색다른 ‘감성’을 가지고 있다. 

 

 

4월의 탄생석이라는 스토리도 가지고 있다. 이 스토리 때문에 그저 단단한 돌이 인간의 삶에 본격적으로 끼어들었다. 또한 인간 세계의 시장에서는 아주 독특한 다이아몬드 공식이 만들어졌다. 바로 ‘단단한 돌=비싼 돌’이다. 손톱보다 작은 돌로 집을 지을 수도 있으며, 검지와 중지에 돌을 달고 다니면서 우리 스스로 부자임에 만족하고 자랑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티파니는 무엇일까? 

 

이제부터 복잡해진다. 사랑, 순수, 결혼, 화려한 청혼, 약속, 첫사랑의 첫 번째 선물 그리고 김중배 씨. ‘티파니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그 누구도 단단한 탄소 덩어리를 파는 회사라고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티파니는 ‘무엇’이 아니라 ‘누구’이기 때문이다. 탄소 결정체가 아니라 가치의 결정체가 되어서 사람의 마음과 감정, 그리고 영혼을 표현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되었기 때문이다.

 

상품을 브랜드로 만들 때 핵심 원천 기술은 ‘연상 이미지와 가치 생성’이다. 따라서 진정한 브랜드는 이처럼 상징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티파니는 은이 아니라 은 이상의 것이다. 

 

‘그 이상의 것’을 이해하고 기획한 것이 제이에스티나의 심벌이었다. 

‘티아라’는 여자 왕관이다. 그러나 제이에스티나라는 브랜드가 런칭되기 직전까지도 왕관은 흔한 심벌이었다. 빵집 심벌을 비롯해서 패션 브랜드의 심벌로도 왕관은 널리 사용되었다. 하지만 주얼리 쪽에서는 왕관을 가지고 브랜드를 만든 곳이 없었다. 실버 귀고리를 14K 귀고리보다 비싸고 더 갖고 싶게 만들기 위해서는 은의 순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금 귀고리 ‘이상의 것’이 되어야만 했다. 

 

ⓒjestina

 

여자들에게 ‘그 이상’이란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 일 것이다. 남자들이 왕관 모양의 귀고리를 선물한다면 여자들은 어떤 마음일까? 그 기쁨의 강도는 단순히 예쁘고 귀여운 액세서리를 선물로 받은 것과는 분명 다르다. 그 이상의 것, 왜냐하면 ‘티아라’라는 상징을 통해서 남자는 자신의 여자친구를 공주로 받들어 모시겠다는 왕자의 엄숙한 맹세를 하는 셈이다. 그래서 티아라라는 ‘상징’은 금과 은을 뛰어넘는 그 이상의 가치인 ‘공주’ 를 브랜드로 만들었다.

 


 

 

2000년, 한국리더십센터로부터 새로운 다이어리를 위한 마케팅 컨설팅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지금의 ‘프랭클린 플래너’는 워낙 많이 사용되고 유명해져서 누구나 알고 있는 제품이지만, 10년 전에는 두껍고 복잡한 이 플래너가 10만 원이 넘는 최고가 다이어리(?)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다이어리는 수두룩하게 많았다. 과연 사람들에게 금도 바르지 않은 종이 다이어리가 10만 원이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다이어리 그 이상의 것은 무엇일까? 

 

ⓒfranklinplanner

 

그때 만든 카피를 지금도 이렇게 사용하고 있다. 

‘다이어리가 아닙니다. 플래너입니다.’ 그 이상의 것은 ‘아닙니다’였다. 

프랭클린 플래너는 다이어리가 아니라 플래너이기에 특별하고 비싸다는 것이었다. 

 


 

2006년, 컨버스라는 브랜드의 리뉴얼 컨설팅을 의뢰 받고 나는 고민에 빠졌다. 브랜드가 새로운 회사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팔고 있던 100만 켤레의 신발이 시장에 재고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재런칭으로 급하게 수입해 온 상품은 3만 8,000 원인데, 기존 재고 상품과 가짜 상품들은 시장에서 1만 원에서 1만 5,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언뜻 봐서는 전혀 구별이 안 되는 제품이 무려 2만 원이나 비싸게 팔리는 형국이었다. 

 

ⓒConverse

 

이 두 개의 제품은 육안으로 ‘그 이상의 것’은 고사하고 아무런 차이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입하는 제품에는 신발 안창과 바닥에 ‘R(Original이라는 뜻)’이 새겨진 것을 발견했다. 기존의 컨버스는 라이선스 신발이기 때문에 R자가 없었고 수입하는 신발에는 R자가 있었기에 다음과 같은 캠페인을 실시했다. ‘기존의 컨버스를 가져오면 오리지널을 드립니다. 신발 안창과 바닥에 있는 R자로 확인하세요.’ 그 후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사람들은 3만 원짜리 신발에만 있는 ‘그 이상의 것’인 ‘오리지널’을 찾아서 매장으로 들어왔다(참고로 첫 해 20억 안팎이던 컨버스의 매출은 현재 2,0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2007년, 나는 드디어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을 중고로 1,500만 원을 주고 구매하려고 했다. 친구에게 찾아가서 몇 가지 장비와 함께 동호회 가입 방법을 물었다. 친구는 나에게 자기가 속한 팀은 정통 스타일을 추구하기 때문에 옷과 헬멧 그리고 장화까지 고루 갖추고 타야 하고 그것이 할리데이비슨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Harley-Davidson

 

친구가 권장하는 항목을 사계절에 맞게 모두 사려고 하니 2,000만 원이 넘었다. 그래서 할리데이비슨을 포기했다. 왜 오토바이(그들은 모터사이클이라고 말한다)를 타는데 그렇게 갖춰 입어야 하냐고 신경질적으로 물었지만 내 친구는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네 결혼식에 청바지에 러닝셔츠 입고 오면 좋겠냐?” 

갖춰 입고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것을 결혼식에 예복 입고 참석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친구와 더 이상 어떤 대화가 될 수 있을까? 친구에게 할리데이비슨은 타고 다니는 ‘그 이상의 것’이었다.

 

 


 

2009년 〈유니타스브랜드〉 고문으로 계시는 교수님의 연구실에 놀러 간 적이 있다. 연구실에 비치된 수천 권의 책에 기가 죽어 있는데, 교수님이 나에게 작은 책을 보여 주셨다. 유명한 출판사인 파이돈(Phaidon)에서 나온 책이었다. 교수님은 그 책을 나에게 건네주면서 보라고 했다. 안의 내용을 살펴보니 몇 개의 페이지가 뒤집혀서 인쇄되어 있었다. 하지만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서점에 들렀다가 이 책을 샀는데 집에서 보니 이런 책이더군.”

“그럼 바꾸셔야죠!”
“파이돈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은 웬만하면 다 사는데 이런 책은 처음이야. 이런 것은 희귀본인데 왜 바꿔!”

 

그러니까 파이돈출판사에서 나온 파본은 불량 제품이 아니라 희귀본으로서 마치 아프리카에서 발견한 희귀한 핑크하마(염색체 불량) 같다는 것이다. 

 


 

2010년, 나를 팔로잉하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현재 심정을 남겨 놓았다.

“아이폰 4G, 몇 시간 안 남았다. 어릴 적 머리맡에 양말 걸어 두고 선물을 기다리던 크리스마스 전날 밤의 딱 그 심정이다. 아니 내 돈 주고 내가 사면서 대체 왜?” 

 

상품이 브랜드가 되었을 때 과연 어디까지 특이한 현상이 일어날 것인가를 알아야만
브랜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내가 직접 경험한 브랜드에 관한 ‘그 이상의 것’들에 관한 이상한 체험들이다.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면 필자가 희한한 것이 아니라 당신이 관심이 없어서 안 보였던 것이다. 지나침을 알아야만 충분함과 부족함을 알 수 있듯이 상품이 브랜드가 되었을 때 과연 어디까지 특이한 현상이 일어날 것인가를 알아야만 브랜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인터넷에서 브랜드 사이트에 접속해 그들이 자신이 구매한 제품에 대해서 어떤 댓글을 남겼는지를 보면 이런 현상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제 다시 브랜드의 정의로 돌아가서 브랜드가 무엇인가, 그리고 내가 오픈하게 될 가게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를 확인해 보자. 

먼저 브랜드 정의의 시초가 된 미국 마케팅협회의 정의를 다시 살펴보자.

 

‘브랜드란 한 기업의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a.식별시키고 나아가 경쟁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b.차별화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이름, 사인, 상징물, 디자인 또는 이들의 조합이다.’

 

이 정의에서 매우 중요한 문장은 ‘a.식별시키고’와 ‘b.차별화하기위해서’다. 

 

 

이것을 가장 단순하고 담백하게 정의한 것은 이 책의 앞부분에서 복선으로 슬쩍 보여 주었다. 

바로 ‘브랜드란 자기다움으로 인해서 남과 다름을 보여 주는 상품’이라는 것이다.

무조건 다르고 특이하다고 브랜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다움’이 있어야 한다.

 

백화점에 가서 상표를 가리고 옷을 보았을 때 과연 자신이 고른 상품이 어떤 브랜드라는 것을 알 수 있을까? 노트북의 상표를 가린다면 어느 기업의 제품인지 알 수 있을까? 특정 음식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그 맛으로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있을까? 알 수 있다면 궁극의 브랜드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BMW라는 브랜드가 신차를 만들었을 때는 로고를 붙이지 않아도 멀리서 봐도 BMW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카드에서 또 다른 서비스와 함께 새롭게 디자인한 현대카드가 나왔다면 우리는 그것이 어떤 스타일로 나올 것인지 대충 감이 잡힌다. 

애플이 내년에도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낸다면 그것 또한 어떤 모습일지 짐작할 수 있다. 

버진이라는 회사가 문어발식으로 또 다른 사업에 뛰어들었다면 우리는 왜 그들이 그것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이것은 진부한 것이 아니라 ‘자기다움’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독자가 창업을 통해서 만들게 될 가게는 ‘자기다움으로 인해서 남과 다른’ 가게여야만 한다.

그렇게 시작한 매장은 5년 혹은 10년이 지나서 ‘자기다움으로 인해서 남과 다른’ 강력한 브랜드가 될 것이다(이것을 마케팅에서는 최고의 전략으로서 차별화 전략 혹은 USPUnique Selling Point전략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기다움’이라는 근본적 차별화 전략(?)을 집행할 수 있을까?

이때 반사적으로 다음과 같은 생각이 이어진다.

 

혹시 인테리어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광고와 전단지 비용으로 천만 원을 써야 되지 않을까? 

도대체 밤식빵 덩어리를 차별화한다면 밤알을 몇 개 더 넣어야 할까? 

다행히도(?) 이런 것으로는 ‘자기다움’을 만들 수 없다.

 

이 세상에서 오직 유일한 것이 있다면 과연 무엇일까(지금까지우리는 이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다)?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닮은 것도 있지만 절대로 같은 것이 아닌 것은 무엇일까? 

바로 가게와 브랜드의 자기다움은 거기서 시작한다. 

바로 창업주 자기다. 

바로 창업주가 오리지널의 근본이고, 차별화의 시작이며, 브랜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아내가 창업을 한다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 1. 창업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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