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비즈니스가 변화의 흐름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에코 스피릿’ 섹션을 통해 기존에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방식이 한계에 직면했으며, 변화의 임계점에 도달한 사실을 목도했다.
2012년 1월에 열린 제42회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일명 다보스포럼) 주제는 ‘거대한 전환: 그리고 새로운 모델의 형성(The Great Transformation: Shaping New Models)’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스위스의 다보스로 모인 2,600여 명의 석학과 비즈니스, 금융, 경제계 리더들의 화두는 역시 자본주의였다. 그러나 접근하는 분위기는 예전과 사뭇 달랐다.
전 영국 총리였던 고든 브라운은 “인류가 새로운 역사의 장을 쓸지, 아니면 1930년대 대공황처럼 큰 상처만 남기는 보호주의로 후퇴할지 선택의 기로에 섰으며, 세계가 함께 생존하기 위한 최선책은 상호의존성, 즉 공조를 재인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럼의 대주제 ‘거대한 전환’은 다보스포럼에서 등장한 조어가 아닌, 칼 폴라니라는 경제학자가 1944년에 쓴 저서 제목이다. (2022년 다보스포럼은 최근 혼란스러운 국제 경제 상황과 정세를 반영한 '전환점에 선 역사: 정부 정책과 기업 전략'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진실한 에코가 지향할 스피릿과,
그 스피릿으로 구축할 경제는 무엇일지 연결지어 사색해보겠다.
지금부터 ‘거대한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한 경제학자 칼 폴라니를 중심으로, 인간의 책임윤리를 강조한 철학자 한스 요나스, 질 들뢰즈와의 공동작업으로도 잘 알려진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 그리고 최근 대두하는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기업가의 역할을 재조명한 경영학자 로저 마틴의 이론을 순서대로 짚어보며 진실한 에코가 지향할 스피릿과, 그 스피릿으로 구축할 경제는 무엇일지 연결 지어 사색해보겠다. 덧붙여 여기서는 간단한 소개로 그치지만,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와 울림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음을 기억하자.
칼 폴라니는 위의 말로 시장경제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단언했다.
“시장 경제는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한 적도 없다.”
그렇다. 폴라니는 현재 주류 경제학의 이론적 토대가 되는 자기 조정시장을 전면 부정한 것이다. 그는 토지, 사람, 화폐를 상품으로 보지 않았다. 토지는 본래 자연에 귀속되어 있다. 사람 역시 임금을 받으려고 태어나지 않았고, 화폐는 단지 신용 거래에 필요한 증서였다. 이렇게 본질적으로 상품화할 수 없는 요소를 상품화하려는 시도로 생겨난 반작용이 바로 사회의 자기 보호운동이다. 그래서 폴라니는 인간과 사회의 파괴를 경제의 진짜 문제로 생각했다. 기존 자유주의 관점의 경제학이 인간을 이익 추구의 존재로 간주했다면, 폴라니는 인간을 영혼을 가진 존재로 이해했다.
우리가 직업을 선택할 때 오로지 이윤, 즉 경제적 이유에서만 선택하지 않는 것이 그 방증이다. 폴라니는 약 1만 년의 시간 속에서 겪은 산업혁명과 신석기 혁명을 대비시켰다. 신석기 혁명으로 인간과 자연이 만나는 방법이 바뀌었듯이, 기계와 인간과 자연이 만남으로써 인간과 자연물은 기계의 투입물, 즉 상품이 되어 버렸다. 인간과 자연이 상품이 되어 기계의 투입물이 된 결과에서 짚어낼 문제점은, 환경파괴 이전에 스스로 존엄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모든 걸 투입과 창출로만 보는 기계적인 사고에 찌들어버린 바로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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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기계의 투입물에서 ‘인간’으로 회복하고 싶은 자들에게
“역사를 돌이켜 보건대, 모든 이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제공해주는 것이 지금 보면 꼭 불가능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10년간 기술이 충분히 발전된 듯 하니까요. 인간성의 회복은 항구적인 성공을 위한 조건이 되었습니다.”
- 리처드 벅민스터 풀러
앞서 폴 호켄의 기사에서도 잠깐 언급되었던 한스 요나스는 1979년, 저서 《책임의 원칙: 기술 시대의 생태윤리》에서 인간 중심적 입장의 환경보전을 주장했다. 자연을 가공해 창출하는 생산력 극대화로 인간의 진정한 자유가 성취될 수 있다고 말하는 마르크스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한스 요나스는 유토피아적인 ‘희망의 원리’가 아닌 ‘책임의 원리’를 제시한다. 요나스는 목적론적 자연신학 관점에서 ‘신을 위해 생명을 보전할 책임’이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는 신이 우리에게 부여한 자유를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서 의 자연보호로 해석할 수 있다.
전통 윤리학이 인간의 존재, 즉 ‘인간은 무엇인가’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집중했다면, 한스 요나스가 제시하는 생태 윤리학에서는 질문의 대상인 인간 존재 자체가 자연으로 확장한다. 인간의 자연에 대한 책임을 묻는 물음에는 ‘책임의 원형적 대상’으로 신생아를 비유하는데, 이는 곧 미래의 후손에 대한 책임을 우리가 져야 함을 의미한다.
더욱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면, 요나스가 비단 인간과 자연뿐만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우리가 지닐 ‘책임의 원리’를 주창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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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이 맺는 관계가 불편한 자들에게
“당신이 만족스럽지 않고 기분이 좋지 않다면, 그것은 당신이 살고 있는 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 세상은 당신이 그다지 크게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조금씩 자기 주위 환경과 조화를 이루어 가도록 성장함으로써 자신의 고통을 줄여갈 수 있습니다. 당신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당신 자신입니다.”
- 프랭크 타운센드, 《땅earth》 中
흔히 들뢰즈-가타리로 우리 귀에 익숙한 펠릭스 가타리는 1980년대에 생태운동에 본격적으로 가담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생태운동이 ‘자연환경만을 중심으로 한 환경문제’에 국한되어 있는 점에 한계점을 느낀 가타리는 자연 생태(환경생태학)에 사회 생태(사회 생태학), 그리고 마음 생태(정신 생태학)의 개념을 접합하여 저서 《세 가지 생태학》을 1989년에 완성한다. 자연 생태는 환경 보전과 보호를, 사회 생태는 기존 사회의 변혁을, 마음 생태는 생명 지향적인 삶의 태도를 의미하며, 이 세 가지 생태가 윤리적, 정치적으로 접합하는 개념으로서의 에코소피아(생태철학)를 완성한다. 또한 가타리는 ‘주체성 생산’의 개념을 여러 번 역설한다. 사소한 특이함과 다른 점에서 생명의 변화가 시작됨을 인지하고,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일반 사회 공동체에서도 이런 소수의 다양함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시선이 곧 공동체가 변화할 수 있는 새로운 동인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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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현재의 기득권을 위해 다양한 시선을 무시한 자들에게
“전혀 새로운 시장에는 전혀 새로운 가치가 필요합니다.”
- 필립 코틀러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로저 마틴은 2007년 ‘스탠포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의 기고에서 ‘균형’의 개념을 제시했다. 여기서 말하는 균형은 balance가 아닌 equilibrium으로, 저울이 평형을 유지하는 산술적이고 기계적인 균형(balance)이 아니라 진자가 정지되어 있을 때처럼 외부의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마틴이 균형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기업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사회적 기업가는 불편하지만 견고한 기존의 사회적 균형을 깨뜨리고, 보다 공정한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이런 사회적 기업가의 특징은 4가지로 구분된다.
1. 사회적 빈틈을 참지 못하고, 사회적 문제에 대해 현실적으로 접근, 구체적인 해법을 찾아 실천에 옮긴다.
2. 낯익은 문제를 새로운 모델과 아이디어로, 참신한 해법을 제시한다.
3. 돈과 시장에 대해 가치중립적이다. 돈을 악마의 유혹과 가난의 해방, 시장은 치열하고 냉혹한 경쟁의 장과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위한 장이라는 두 가지 관점으로 어떤 것이 지속가능하고 실질적인 혜택인지 고민한다.
4. 시장 안에서 새로운 균형을 추구하며, 보다 나은(better) 세상, 좀더 여유롭고 공정하고 인간다운 삶을 꿈꾼다.
(출처: 유병선, 《보노보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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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균형을 깨뜨릴 용기를 섣불리 내지 못하는 자들에게
“인간은 모두 다르고 ‘표준’은 없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인간 정신’이 있지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인가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발 밑을 보지 말고 눈 들어 별을 봅시다. 호기심을 가집시다.”
- 스티븐 호킹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28 에코시스템 브랜드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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