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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덴티티, 자기다움을 이해하는 지능

자기다움

by Content director 2022. 9. 2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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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덴티티는 뭔가 그럴싸한 개념을 만들기 위해서 복잡한 단어를 머리에 집어넣고 흔들면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다. 아이덴티티의 시작은 고객이 ‘왜 내가 이것을 사야만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하려는 데서 시작된다. 

마치 인간의 자기다움도 ‘왜 나는 나여야만 하는가?’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다. 

 

 

내가 ‘자기다움’이라는 개념과 가치를 알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브랜드’ 때문이다. 1993년부터 나는 기업의 브랜드를 창조(런칭)하는 기획 일을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창조성에 관한 호기심 때문에 선택한 일이지만, 그것은 나를〈유니타스브랜드〉라는 잡지의 발행인과 편집장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19년 동안 브랜드에 관한 연구와 실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고,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단어가 바로 아이덴티티(Identity)다.

 

브랜드가 단순히 상표가 있는 상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상품과 ‘차별화’가 되어야 한다. 기업에서 만든 브랜드들은 자신의 차별점을 보여 주기 위해서 디자인, 광고, 판촉과 협찬을 한다. 대체로 차별화가 안 된 (자칭)브랜드일수록 요란하게 소리 지르고(매체 광고), 허락 없이 눈앞에서 서성거리며(현수막과 포스터), 끊임없이 혼자 중얼(홍보)거린다. 반면에 차별화가 된 브랜드는 오히려 고요하거나 속삭인다. 그래서 사람들이 귀를 기울인다. 브랜드에서는 이런 차별화를 갖춘 브랜드를 아이덴티티(Identity)를 구축한 브랜드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자기다움’을 갖춘 브랜드다.

 


 

브랜드에서 궁극의 차별화라고 불리는 아이덴티티(Identity)라는 단어를 해부해 보면, 놀랍게도 사람에 관한 ‘자기다움’과 같은 DNA 구조가 있음을 볼 수 있다. 아이덴티티는 라틴어가 어원으로서 수천 년 전에는 고대 철학자들이 identitatem, identitas로 사용했다. 이 단어의 어근인 ident와 비슷한 의미가 있는 단어를 살펴보면 idem(같은 저자, 약자로 ID)이다.

 

 

아이덴티티는 이 단어와 혼용되면서 ‘the same(같다)’이라는 오늘날의 의미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덴티티를 ‘동일시’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우리를 증명하는 주민등록증을 ID Card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다. 그렇다면 나의 신분을 알려 주는 주민등록증 말고 나와 동일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오직 나를 표현하고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해외에서는 여권이고, 국내에서는 신용카드 그리고 휴대폰이 나를 증명해 준다. 나와 동일시되는 것이 아이덴티티다.

 


 

어떤 브랜드가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는 말은 단순히 ‘품질이 완벽하다’는 말이 아니다. 품질 그 이상의 것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할리데이비슨이라는 모터사이클은 자유, BMW는 명예와 자부심, 애플은 혁신적인 창조성, 몽블랑은 고결한 전통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자신의 브랜드로 이미지화시켰다. 이때 브랜드가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브랜드는 이런 보이지 않는 가치를 구축하려고 할까? 그 이유는 앞에서 말했듯이 다른 경쟁사가 복사할 수 없는 차별점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보이지 않게 구축된 아이덴티티는 경쟁사가 흉내 낼 수도 없고 빼앗아 갈 수도 없다. 비록 보이지 않지만 이런 아이덴티티와 가치는 강력하게 차별화되어 완벽한 브랜드로 구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캔버스 천으로 만든 신발은 캔버스 신발(Com-modity)이라고 부른다. 이 신발은 예쁘고, 가볍고, 저렴하다. 하지만 같은 캔버스화라 해도 컨버스(Converse)라고 부르는 브랜드가 되면, 그때부터는 캔버스 신발이 아니라 ‘컨버스’라는 브랜드가 된다. 예쁘고, 가볍고, 싼 신발이 아니라 음악, 열정, 반항, 자유, 실험적인 그리고 구속되지 않은 사람들의 실체(entity)인 (브랜드로서의) 컨버스가 된다. 여기서부터 브랜드가 되는 복잡하고 난해한 진화가 일어난다.

 

ⓒconverse / www.amazon.com

 

컨버스는 그 누군가에게 실체의 대상이 되는 아이덴티티가 되고, 더 나아가 브랜드 자체가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데올로기(Ideology)가 된다. 마지막 최종 단계에 이르면 브랜드는 더 이상 제품이 아니라 어떤 가치의 상징, 그 자체가 되어 버린다.

 

럭셔리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는?

최고의 전통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는?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일본의 장인 정신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독일의 전문성을 보여 주는 브랜드는? 

이탈리아의 최고 가치를 말하는 브랜드는? 

 

이런 낱말 퀴즈 같은 질문을 받으면 문득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그것이 ‘상징’ 이 되어 버린 브랜드다. 

그래서 브랜드의 꿈은 최고의 상품이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밖에 없는 상징이 되는 것이다.

 

이런 목적 때문에 브랜드를 창조하기 전에 가장 먼저 결정할 일은 ‘나의 브랜드는 어떤 상징이 되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찾는 것이다. 단순히 고객의 욕구만 만족시킬 것인가? 아니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보여 줄 것인가? 

경쟁사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칠 것인가? 

나만의 스타일을 구축할 것인가? 

이런 복잡한 선택에서 명쾌한 대답을 주는 것이 바로 아이덴티티다.

 


 

아이덴티티는 뭔가 그럴싸한 개념을 만들기 위해서 복잡한 단어를 머리에 집어넣고 흔들면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다. 아이덴티티의 시작은 고객이 ‘왜 내가 이것을 사야만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하려는 데서 시작된다. 

마치 인간의 자기다움도 ‘왜 나는 나여야만 하는가?’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다. 자기다움을 아이덴티티라고 불러도 큰 차이는 없다. 아이덴티티(Identity)가 id(Ego, 자신, 본능적 충동의 실체) + en-tity(실체)라는 단어로 구성된 것처럼, 아이덴티티(Identity)를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인 ‘자기다움’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부터 이름을 제외하고 독자와 동일시될 수 있는 것을 적어 보자. 

사실 동명이인이 많아서 이름도 오직 당신만이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름을 제외하고 당신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적어 보자. 만약 휴대폰을 보고 있다면 그것도 당신의 것은 아니다. 

지금 명의가 당신 것이라 해도 잃어버리는 순간 당신은 새로운 번호를 발급 받아야 한다.

한 달 전에 구매한 자동차 역시 당신을 대신할 수 없다.

당신은 아마 자신과 동일시되는 것을 찾고자 할 때 당신이 소유한 것들을 떠올릴 것이다. 

이것이 브랜드의 힘이다.

이처럼 브랜드는 사람들의 아이덴티티를 대신하고 싶어 한다.

 

 


 

시장을 주도하는 리딩 브랜드를 살펴보면 고객에게 기능을 설명하지 않는다. 리딩 브랜드들은 고객과 감정을 공유하고, 관계를 제안하며,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를 이야기한다. 브랜드는 인간이 추구하는 ‘자기다움’과 ‘자기답게 하는 것’을 상품으로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만약에 당신이 스마트한 자기다움을 구축하기 원한다면 무엇을 할까?

스마트폰을 먼저 살 것인가? 아니면 도서관에서 100권의 책을 읽을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은 대중의 선택을 따른다.

돈으로 거의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자기다움조차 사려고 한다. 브랜드가 단지 상품의 상표로 불린다면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말한 ‘생리적 욕구’의 충족거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미지와 가치 그리고 메시지를 구축한 브랜드는 인간의 자기실현 욕구를 충족시키는 아이덴티티가 된다. 한마디로 ‘자기다움’의 ‘다워지는 것’으로 변형되는 것이다.


출처 : 자기다움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 3. 자기다움으로 자기 세상을 창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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