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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브랜드, 시인=브랜더

브랜딩/브랜드 인문학, 인문학적브랜드

by Content director 2022. 5. 1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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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terview with 시인·문학 평론가 장석주

 

어느 가을, 광화문 교보문고의 현판에 시 한 편이 올라왔다. 

바로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다. 시의 전체가 아닌 도입 부분 중에서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라는 구절만이 걸렸지만, 이 몇 줄 안에 창조주의 섭리와 세상의 이치, 그리고 인생의 진실까지 담겨 있었다. 한참을 서서 시를 읽고 또 읽는 가운데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그것은 ‘모든 것에는 목적과 이유가 있다.’ 왼쪽의 ‘브랜드’라는 시는 그때의 깨달음을 다시금 곱씹으며 브랜드를 주제로 ‘대추 한 알’을 오마주(hommage)한 나의 졸작(?)이다. 비록 두 번 읽기는 유치하고, 남 앞에서는 절대 낭송하지 못할 시지만, 분명한 것은 브랜드에게도 동일한 대추의 신비가 있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사상가 헤라클레이토스가 “*보이지 않는 연관성은 보이는 연관성보다 강력하다”고 말한 것처럼, 대추와 브랜드는 보이는 연관성은 없지만 신과 인간의 창작품이라는 연관성이 있다. 장 시인은 아직 이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한 듯, 이 말로 인터뷰의 시작을 열었다.

“브랜드를 다루는 매체에서 나를 만나자고 해서 너무나 의아했어요. 내가 브랜드 전문지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어떤 질문이 나올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은근히 이 인터뷰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보이지 않는 연관성

헤라클레이토스는 고대 그리스 사상가로 소크라테스 이전인 기원전 6세기 말의 철학자다. 그는 모든 만물의 근원을 불이라 생각했으며 그 속에 내재된 원리를 파악하여 보편적 운동법칙인 로고스를 설명한다. 이런 방식은 눈에 보이는 것들의 연관성을 통해 사물을 파악하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연관성에 의해 파악하는 방식이다. “만물은 자신의 본질을 숨긴다”는 그의 말처럼 세상의 모든 것은 그 속에 내재된 원리를 쉽사리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것들 속에서도 그 물질의 본질을 강력하게 연결시키는 내재된 원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그의 시각으로 사물을 보게 되면 별개로 보이는 현상들 사이에서도 놀라운 연관성을 찾아낼 수 있으며 그 이면에 숨겨진 본질을 간파할 수 있다.

 


심으로 브랜더들이 시인의 영혼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바위와도 꽃과도, 이슬 한 방울과도 또 하늘의 별과도 대화를 하는 시인의 마음을 가진다면,
브랜드에 어떤 영혼을 불어 넣어야 할지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
인문학을 엿보다 


UnitasBRAND 최근에 경영에서 인문학을 배우거나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매우 큽니다. 아직까지는 이것을 경영 트렌드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예전에 도요타가 성공가도를 달릴 때 모두 도요타에게 관심을 집중시켰듯이, 지금은 모두가 애플을 벤치마킹하려고 하죠. 시인의 마음까지 뺏을 정도니까요.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힘을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인문학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관심을 선생님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장석주(이하 '장') 《위대한 기업의 조건》이라는 책을 보면,  ‘왜 이런 기업들은 위대한가’라는 주제로 30개 정도의 사례가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여기에 실린 기업 중 현재 3분의 2 이상이 없어졌거나, 급격하게 경쟁에서 뒤처져 있다는 거죠. 이 책에는 분명히 “그들은 망하지 않을 것이다”고 적혀 있는데 말입니다. 편집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당시 도요타는 불멸의 제국, 불멸의 기업으로 추앙 받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바로 ‘사람’입니다. 이 말은 단순히 제품을 잘 만드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생각하다가 CEO들은 그것에 대한 해답을 인문학에서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제품만 잘 만들면 되었죠. 거기에 광고와 홍보를 잘해서 잘 팔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더 이상 이러한 과거의 작동 방식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음을 알게 된 겁니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떤 작동 방식이 필요한 걸까요? 바로 ‘사람’입니다.

 

이제는 사람의 마음을 파고 들어가 그들에게 감동을 줘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 말은 단순히 제품을 잘 만드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은 경영학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죠. 경영학은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뺏는 것을 고민하죠.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기업이 인문학에서 그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분위기가 마련된 것이라 봅니다. 인문학을 통해 통찰력과 지혜, 그리고 창의적인 발상까지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생긴 거죠.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은 경영학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죠.
경영학은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뺏는 것을 고민하죠.

 

사실 현대 경영학의 역사를 100년 정도로 본다면, 그간 끊임없이 강조한 것은 딱 하나였습니다. 바로 ‘혁신’입니다. 그렇다 보니 개인의 욕구와 니즈가 점점 커지고, 그것이 중요해지는 사회로 변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그 변화를 감지한 지 못한 채 오로지 혁신만을 외치며 사회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거예요. 오늘날은 개인의 니즈가 너무나도 급변할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욕망과 취향까지 속도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계속 간과하며 혁신만을 추구하는 기업은 아예 사라지고 만 겁니다. 

 

사회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는 사람들은 감성을 가진..., 그들이 그 변화를 가장 먼저 봅니다.


사회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감지하는 사람은 누군 줄 아세요? 바로 뛰어난 감성을 가진 시인, 혹은 예술가적 감성을 가진 인문학자, 이런 사람들이고 이들이 그 변화를 가장 먼저 봅니다. 그래서 기업은 이들에게서 시대의 혜안을 얻고자 인문학을 배우려는 것이죠. 이제 기업도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경영학에서 말하는 것으로만 기업을 경영할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겁니다. 자신들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예술가적 감성, 직관력 혹은 영성, 어떤 시적 상상력, 그리고 창의력 이런 것이라고 기업들도 안다는 겁니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 경영학에서 말하는 것으로만
기업을 경영할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겁니다.
기업은 이들에게서 시대의 혜안을 얻고자 인문학을 배우려는 것이죠.

 

 

UnitasBRAND 그렇다면 더욱 궁금해지는데요. 인문학에서 기업이 그토록 얻고자 하는 인문학의 원천적인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생각해 보면, ‘*인문학은 죽었다’면서 교수들이 성명서를 낸 것이 불과 몇 년 전의 일입니다. 그런데 현재는 기업의 최일선에 있는 사람들이 인문학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오늘날이 ‘가치 변환의 시대’라는 것을 말해 준다고 할 수 있어요. 가치 변환의 시대란 여러 가치들이 한데 엉켜 혼란스러운 시대를 말하는 겁니다. 이러한 혼돈과 무질서의 시대 속에서 불안을 느끼는 기업의 CEO들은 인문학을 통해 안정을 찾으려고 하는 거죠. 구체적으로 말하면, 무질서와 혼돈의 시대에 사람들의 욕망이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 사람들의 마음을 무엇으로 감동시키고 울릴 것인가, 이런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것은 기술이나 이성이 아닌 인문학이기에 CEO들에게 현재 인문학은 소위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CEO들에게 ‘가치 변환의 시대’ 무질서와 혼돈의 시대에 사람들의 욕망이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 사람들의 마음을 무엇으로 감동시키고 울릴 것인가 들을 
배울 수 있는 것은 기술이나 이성이 아닌 인문학이기에...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인문학이 주는 원천적인 힘이란 바로 어떤 것의 가치를 그 가치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볼게요. 2,500년 전, 중국의 철학자 장주가 이런 말을 했어요. ‘*쓸모없는 것의 쓸모 있음’ 그는 “모든 쓸모 있는 것은 쓸모없음이 있기 때문에 쓸모가 있다”면서, 결국 “쓸모 있음이란 쓸모없음이어야만 비로소 가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언뜻 보면, 시쳇말로 말장난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텐데요, 예를 들어 반지를 보십시오. 반지는 구멍이 뚫려 있기 때문에 반지로서 가치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까 빈 구멍, 아무 쓸모도 없는 그 빈 구멍이 있어야만 반지는 반지 구실을 할 수 있는 거죠. 항아리는 물질로 된 부분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물질이 없는 비어 있는 공간을 사용합니다. 그러니까 비어 있어야만 항아리로서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처럼 쓸모 있음은 쓸모없음이어야만 비로소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쓸모 있음만을 찾습니다. 쓸모없음의 가치를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인문학이란 사람들이 쓸모 없음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의 의미를 밝혀, 가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발상과 인식의 전환을 통해 사물을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하는 것이 인문학이라는 겁니다. 

 

*인문학은 죽었다
2006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를 비롯한 전국 주요 80여 개의 대학 인문대 학장들이 ‘인문학의 위기’를 선언하였다. 이 성명서에는 고사 상태에 빠진 한국 인문학 연구 및 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 촉구 및 인문학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 모색들이 담겨 있다. 고려대 문과대 학장은 인문학 위기 선언과 관련하여 ‘사회 분위기상 다른 어느 때보다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라며 ‘인문학의 위기는 학문 자체의 위기이자 우리 미래의 위기’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인문학 위기 선언을 인문학의 중요성을 거듭 확인하고 인문 정신을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쓸모없는 것의 쓸모 있음
‘사람은 모두 유용(有用)의 용(用)만 알고 무용(無用)의 용(用)은 모른다’는 뜻의 ‘무용지용’은 《장자莊子》의 ‘인간세편(人間世篇)’에서 유래한다. 중국 고대 도가(道家)의 사상가인 장자는 맹자와 동시대에 노자를 계승한 인물이다. 《장자》의 ‘외물편(外物篇)’에도 혜자(惠子)가 장자에게 “당신이 하는 말은 아무데도 소용이 닿지 않는 것뿐이다”고 말하자 장자가 답하길 “쓸모없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야 무엇이 참으로 쓸모가 있는 것인가를 말할 수 있다”면서 무용을 앎으로써 비로소 유용을 논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대에 와서 인문학역시 그것의 비생산성과 시장성이 없음으로 인해 배척당해 왔다. 인간의 지혜와 사유의 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인문학의 가치를 무용지용을 통해 그 ‘쓸모없음’에 대한 다른 시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처럼 쓸모 있음은 쓸모없음이어야만 비로소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사람들은 어리석게도 쓸모 있음만을 찾습니다.
쓸모없음의 가치를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시가 되다


UnitasBRAND 우스갯 소리입니다. 사실 기업에서는 황당한 아이디어로 보고서를 쓴 사람에게 ‘소설을 쓰고 있다’ 혹은 ‘시를 쓰고 있다’며 비웃습니다. 아마도 시나 소설이 가지고 있는 상상이나 은유가 현실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에, 너무 이상적이거나 실현 불가능한 아이디어를 이렇게 비유하는 거겠지요. 그렇다면 시인은 시인에 대해서 무엇이라고 정의하는지가 궁금해집니다. 

 

 

 소설을 쓰는 사람은 소설‘가’라고 부르고 시를 쓰는 사람은 시‘인’이라고 하잖아요. 하나는 집 ‘가(家)’자를 쓰고 다른 하나는 사람 ‘인(人)’자를 씁니다. 이처럼 시인하고 소설가는 종족이 다릅니다. *소설은 타락한 세상의 타락한 방식으로 세상과 싸우죠. 하지만 시는 ‘샘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정화를 시키죠. 오염된 물속에 오염되지 않은 샘물을 내어 세상을 그리고 사람을 정화시켜요. 사람들은 소설가와 시인을 같은 언어를 가지고 작업하는 사람이니까 동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안을 보면 엄청 다르죠. 

 

소설은 타락한 세상의 타락한 방식으로 세상과 싸우죠.
하지만 시는 ‘샘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정화를 시키죠. 

 


시는 *영감으로 쓰는 거죠. 그래서 어떻게 보면 자기가 쓰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어요. 사물과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가 불러주는 거라고 할 수 있죠. 이렇게 불러 준 것이 시인의 무의식에 떨어져 발아되면 그게 밖으로 툭 하고 나옵니다. 그것이 시입니다. 시를 쓰려면 특별한 방식으로 사물에 접근해야 합니다. 시인은 사물 하나하나를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처럼 느끼며 사랑으로 모든 대상을 품죠. 그래서 사물들이 스스로 노래하게 만드는 게 바로 시인입니다. 무엇보다 시인이란 모든 사물과 현상과 대상들을 유일무이한 존재로 창조시키는 사람들입니다.

 

 

시인의 무의식에 떨어져 발아되면 그게 밖으로 툭 하고 나옵니다. 그것이 시입니다. 
시인은 사물 하나하나를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처럼 느끼며 사랑으로 모든 대상을 품죠.

 

 

예를 들어, *정지용의 ‘향수’라는 시에서 자기 아내를 ‘사철 발 벗은 아내’라고 명명합니다. 아내라는 것은 무수한 존재인데 사철 아무것도 신지 않고 맨발로 돌아다닌 아내란 유일무이한 존재이며 유일한 표현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지적재산권에 등록도 되는 것이지요. 이 표현은 아무도 쓸 수 없습니다. 등기가 되는 것입니다. 시인은 이렇듯 이름 없는 존재나 사물 혹은 현상을 아주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그것들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창조하는 존재라는 말입니다.

 

시인 '정지용'

 

그래서 시인은 창조주와 같은 마음을 갖습니다. 작은 사물 하나를 보더라도 금방 감응이 일어나지요. 바위 하나를 봐도, 꽃 한 송이를 봐도, 풀잎에 맺힌 이슬 한 방울을 보아도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거문고의 현이 ‘딩’ 하고 울듯 그렇게 울림이 온다는 거죠. 이것은 반대로 시인 스스로도 살아 있는 존재로서 자신의 삶을 최대치로 향유하는 것입니다.  

 

 

*소설
뤼시엥 골드망은 《소설 사회학을 위하여》에서 소설을 ‘타락한 사회에서 가장 타락한 방식으로 진실을 추구하는 서사’라고 정의한다. 마르크스주의와 프랑스의 구조주의의 영향을 받아 ‘그 사상가가 속해 있는 사회 구조와 환경 조건이 문학과 철학의 본질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마르크스주의 비평가다. 

 

*영감
영감이란 신성스러운 예감이나 느낌 혹은 창조적이거나 기발한 생각의 갑작스러운 떠오름을 뜻하는 말인데 플라톤의 대화편인 《이온》을 통해 시예술을 대상으로 한 영감에 대해 알아 볼 수 있다. 플라톤은 시인의 시작은 기술이 아닌 일종의 신적인 힘, 신적 광기인 영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 보고 있다. 이 영감을 엔투시아스모스라 부르며 이것은 이성 부재의 상태로, 인간의 자발성을 초월하여 신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신적인 은총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 설명한다. 즉, 영감은 외부로부터의 부름에 의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정지용의 ‘향수’
‘향수’라는 시로 잘 알려진 정지용은 어린 시절 고독과 빈곤 속에서도 현실의 악조건을 넘어서 꿈과 동경의 내면세계를 일구며 성장하며 이것은 그의 문학적 상상력의 바탕이 된다. 불행히도 그는 1988년 해금되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문학사에서 거론되지 않던 시인이다. 한국전쟁 중에 행방불명되어 월북작가로 분류되면서 그의 시는 반세기 동안 묻혀졌다. 해금 이후 늦게나마 그의 시를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시 ‘향수’에서  ‘사철 발벗은 아내’라는 표현은 농사일에 바빠서 자연 속에 파묻힌 토속적인 아내의 모습을 표현한 시구로 전체적으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노래하고 있다. 

 

 

시인은 이렇듯 이름 없는 존재나 사물 혹은 현상을 아주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그것들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창조하는 존재라는 말입니다.

 

 

UnitasBRAND 브랜드 컨셉이나 이미지를 만들 때 저희가 주로 사용하는 워크숍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약 10명의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브랜드 컨셉을 가장 잘 나타내는 키워드를 생각해보게 한 뒤, 그 키워드를 가지고 시를 쓰게 합니다. 그러면 총 10편의 시가 모이겠지요. 그리고는 또다시 이 10편의 시에서 핵심 키워드를 뽑게 합니다.

 

하나의 시에서 3개의 핵심 키워드만 뽑아도 총 30개의 단어가 모입니다. 이렇게 모인 단어에서 다시 10개의 단어를 선정합니다. 이번에는 이 10개의 단어를 가지고 시를 써 보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10편의 시에서 가장 마음을 울리는 하나의 시를 선정하여 이 시를 하나의 문장으로 완성해봅니다. 어찌 보면 제련 작업이라고 할 수 있죠. 

 

이렇게 하는 이유는 여러 사람의 머릿속에 다양하게 혼재되어 있는 브랜드 컨셉을 하나로 통일하기 위함입니다. 이를 위해 바로 시인의 시각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정말 재미있는 작업이군요. 저도 기업에서 강의를 할 때면, 종종 시를 써 보게 합니다. 그것도 세 시간 동안이나요. 왜냐면 닫힌 감성을 열게 하기 위함이죠. 감성이 닫혀 있으면 고객을 감동시킬 수 없잖아요? 이미 딱딱하게 굳어져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열려면 세 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예요. 그런데 놀라운 게 뭔지 아세요? 세 시간이 지나 시가 완성되면 여기저기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겁니다. 감성이 열리니 눈물이 자연스레 흐르는 거죠. 

 

 

브랜드도 곧 시라고 생각합니다.
질문하신 것처럼, 브랜드란 기업의 이념, 기업이 하는 일, 지향하는 목표, 꿈 등을
하나의 이미지나 기호로 압축해서 표현해 내는 것이 아닙니까. 

 

 

 

UnitasBRAND 그렇군요. 시가 주는 힘이 대단함을 새삼 느낍니다. 저희가 시를 쓰게 한 이유는 시만큼 압축의 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에요. *브랜드 컨셉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션, 가치, 태도… 이 모든 것의 ‘압축’적인 표현이거든요. 그래서 시만큼 이것을 표현하기에 더없이 좋은 도구(?)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면에서 브랜드와 시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으세요?

 

 시도 한마디로 ‘압축’이죠! 시라는 것은 사물과 세계, 더 크게는 우주를 시인이 생각하는 하나의 이미지로 압축해서 드러내는 것입니다. 시는 일반적인 진술이나 서술과는 달리 압축된 상징이나 은유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군더더기는 모두 버리고, 대신 본질 혹은 정수만을 담아내죠. 

 

그런 의미에서 브랜드도 곧 시라고 생각합니다. 질문하신 것처럼, 브랜드란 기업의 이념, 기업이 하는 일, 지향하는 목표, 꿈 등을 하나의 이미지나 기호로 압축해서 표현해 내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기 때문에 시와 브랜드는 닮은 구석이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압축 외에도 닮은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이렇게 압축된 시는 결국 독자의 마음에 스며들어 마음을 흔들고 감동을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시는 죽은 시죠. 

 

브랜드는 어떻습니까? 소비자가 브랜드를 접하는 순간 즐거움, 행복, 열매, 성취, 기쁨 이런 느낌들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가질 수 있고, 더 나아가 기업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있겠죠. 이런 브랜드가 결국 끈끈한 관계를 맺게 되지 않나요? 그런 의미에서 브랜드와 시는 매우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BRAND Think 
*브랜드 컨셉

우리는 브랜드 컨셉을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핵심적인 요약본’이라 정의한 바 있다(유니타스브랜드 Vol.8 p22 참조). 여기서 요약이라 함은 단순히 생략하여 양을 줄이는 일이 아니라 ‘본질적인 내용’ 과 그것만의 ‘차별점’, 즉 아이덴티티의 정수만을 응축하는 것이다. 브랜드 컨셉이 강력하게 구축되면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강화되고, 적절한 곳에 기업 내부의 에너지를 모아 효율적으로 사용 가능하게 되며, 브랜드의 방향성에 맞게 브랜드를 확장하는 데도 용이하다.

 

압축된 시는 결국 독자의 마음에 스며들어 마음을 흔들고 감동을 주어야 합니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접하는 순간 즐거움, 행복, 열매, 성취, 기쁨 이런 느낌들을 받아야 합니다. 

 

 

 

UnitasBRAND 이제 오늘, 저희가 만나자고 한 것이 이해가 되시나요? 사실《생각의 탄생》에서 소설가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가 “시인은 한 점에서 전체를 이해하고, 과학자는 전체에서 한 점을 이해한다”고 한 말을 읽으며 시인의 시각을 무척 부러워한 적이 있습니다. 한 점에서 전체를 이해하는 시각을 가졌다는 건, 그만큼 대단한 통찰력의 소유자라는 말이잖아요. 브랜더에게도 통찰력은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시인이자 화가였던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도 나보코프와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한 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의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나보코프나 블레이크의 말처럼 시인은 모래 한 알에서 우주 전체를 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죠. 시인은 일상 속에서 늘 보기 때문에 너무나 익숙한 어떤 것에서도 그것의 숨겨진 본질을 찾아냅니다. 그리고는 그것을 언어로 만들죠. 언어로 만든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무의미한 익명성 속에 있는 어떤 것에 이름을 지어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무의미를 의미로 만들어주는거죠.

 

시인이 이름을 짓는 순간, 수억 개의 모래알 중 이 모래알은 아주 특별한 것이 됩니다. 

 

 

좀 전에 말한 시인이 어떤 것을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든다고 한 것이 바로, 이름을 지어 준다를 말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보죠. 자, 바닷가에 가면 수억 개의 모래알이 있어요. 고만고만한 수억 개의 모래 알 중 하나를 딱 집어내어 거기에서 의미를 발견합니다. 그리고는 시가 씌어지죠. 이 순간이 바로 그 모래알이 익명성에서 기명성으로 발견되는 순간입니다.

 

다시 말해 이름이 탄생되는 순간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시인이 이름을 짓는 순간, 수억 개의 모래알 중 이 모래알은 아주 특별한 것이 됩니다. 이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것이 되는 거죠. 김춘수 시인의 ‘꽃’이 바로 이 의미예요. 시의 첫 구절에서 얘기하듯 그 꽃은 그냥 흔하디 흔한 꽃이었어요. 아무것도 아니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 꽃을 ‘호명呼名’ 하는 순간 어떻게 되나요?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이 됩니다. 

 

 

상품은 그저 사용품에 불가했어요. 쓰고 버리는 소모품 말입니다.
하지만 브랜드로 변하는 순간 그것은 의미가 생기죠.
그래서 브랜더들도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발견하는 사람들이라는 거죠. 


이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하찮은 것이라도 그 본질이 발견되는 순간 그것은 특별함을 부여받습니다. 시인은 이처럼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 어마어마하게 크고 엄청난 것을 발견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브랜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상품에 ‘브랜드’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는 것은 숨결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거든요. 그 전까지 상품은 그저 사용품에 불가했어요.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쓰고 버리는 소모품 말입니다. 하지만 브랜드로 변하는 순간 그것은 의미가 생기죠. 그래서 브랜더들도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발견하는 사람들이라는 거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1899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1940년 미국으로 이주하여 5년 후 미국에 귀화한다. 소설가이자 문학 비평가로 잘 알려진 나보코프는《롤리타》등 여러 편의 소설을 남겼다. 과학과 미술 그리고 시 훈련을 함께 받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한 번에 다양한 생각을 그려내는 다중감각적이며 지적으로 통합된 사고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자서전 《말하라, 기억이여Speak, Memory》에서 이런 여러 겹의 의식을 ‘우주적 동시성’이라는 말로 표현했으며 “과학자는 우주의 한 점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보고, 시인은 시간의 한 점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느낀다”고 하여 윌리엄 블레이크와 같은 성찰을 보여 주고 있다. 

 

*윌리엄 블레이크
132행의 긴 시인 ‘순수의 전조’에서 윌리엄 블레이크는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본다. 손바닥 안에 무한을 거머쥐고 순간 속에서 영원을 붙잡는다”고 했다. 그는 간결하지만 상징성 강한 시구를 통해 인생의 문제를 깊이 성찰한다. 영국 문학에서 가장 독창적인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며, 뛰어난 상상력으로 이전엔 볼 수 없었던 신비와 공상의 화가로서 많은 시작詩作과 회화를 발표했다. 초상화나 풍경화처럼 자연에 대한 외관을 단순히 복사하는 듯한 회화를 경멸하였으며 그는 일반적으로 보는 무감동한 작품을 부정하여 대개 이론을 벗어나 묵상 중에 상상하는 신비의 세계를 그렸다. 시대를 앞선 감각과 넓고 깊은 눈을 가진 그는 R.번스등과 함께 영국 낭만주의를 이끌었다.

 

BRAND Think 
*상품에 ‘브랜드’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는 것

아직도 브랜드는 ‘잘 알려진 상표’ 정도로 인식된다. 그렇다 보니 브랜드 네임도 그저 불리기 쉬운 것, 상품 라벨, 혹은 폼 나는 간판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브랜드 네임은 브랜드의 철학, 성격, 태생, 차별성, 업종, 이미지, 성별, 상품의 질, 호감도, 충성도, 브랜드 문화에 이르는 수많은 의미들이 압축되어 있어야만 한다. 숨결과 생명력이 있는 ‘생명체’ 로서 브랜드는 브랜드 네임에서부터 인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유니타스브랜드 Vol.23 ‘브랜드 임계지식 사전’ p182 참조). 

 

 

스토리는 이처럼 신비감이나 혹은 아우라까지 만들어 내죠.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드, 
시의 영혼을 
배우다


UnitasBRAND 시와 브랜드, 시인과 브랜더는 정말 찾아보면 볼수록 공통점이 많군요. 그런 의미에서 시인으로서 브랜드를 보실 때, ‘이것 참 시적인 브랜드구나’ 하고 생각되는 브랜드가 있을 법도 한데요. 선생님은 시처럼 운율도 잘 짜여져 있고 압축적인 메타포도 가져서 마치 시인이 만든 듯한 브랜드를 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애플을 좋아합니다. 우선 디자인이 너무나 마음에 듭니다. 특히 한 입 베어 먹은 사과 모양의 심볼, 그것은 그야말로 기가 막힙니다. 사과라는 것이 사실, 인류학적으로 특별한 상징을 가지는 과일이잖아요. 에덴동산에서 이브가 따먹은 선악과도 사과로 비유되고, 뉴턴이 발견한 만유인력의 법칙 또한 떨어지는 사과 속에서 탄생되었죠. 이뿐인가요. 사과는 인류학적으로 굉장히 다양한 사건들과 연관되어 있어요. 그런 면에서 사과 한 알이 갖고 있는 함축적인 다양한 의미들은 많은 시적 영감을 줍니다. 제가 아직 이에 대해 시를 쓰지는 않았지만 애플의 베어먹은 사과는 저에게 굉장한 시적 영감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마도 언젠가는 이 시를 쓸 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서 브랜드들이 신화나 전설과 같이 몇천 년 전의 이야기를 가져와서
자신의 스토리로 만드는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UnitasBRAND 선생님이 쓰신 애플에 관한 시, 언젠가 꼭 보게 될 날을 고대해 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좋아하는 브랜드 중의 하나가 애플이긴 하지만, 컨버스라는 브랜드도 좋아합니다. 얼마 전 구글에서 컨버스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던 중 아주 재미있는 사진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바로 신랑 신부는 물론이거니와 하객들도 모두 컨버스를 신고 결혼식을 하는 사진이었습니다.

일명 ‘컨버스 웨딩’ 을 한 이유를 알아보니 컨버스에서 광고를 할 때 이런 문구를 내보낸 적이 있다고 합니다.

 

“Marriage means commitment, but not without my Converse.”

 

이 글의 출처를 찾아보니 어떤 시에서 “Marriage means commitment with *converse”라는 문구를 각색한 것이더라고요.

‘컨버스(converse)’는 ‘영적인 교제’라는 뜻도 가지고 있어요. 결혼과 브랜드 이름을 묘하게 오버랩하여 컨버스를 단순히 신발 브랜드가 아니라 ‘낭만적인 약속’ 으로 만든 거지요.

 

너무 재미있네요. 사실 사물이건 브랜드건 *스토리가 씌어지는 순간 그 가치가 올라갑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스토리를 좋아하기 때문이죠. 어떤 장소에 가더라도 단순히 그 장소의 풍경만이 아름다움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 풍경에 덧붙여진 이야기, 그러니까 민담이나 설화를 들으면 사람들은 그 풍경을 색다르게 받아들이게 돼요.

 

ⓒhttps://www.davidsbridal.com/

 

스토리는 이처럼 신비감이나 혹은 아우라까지 만들어 내죠.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브랜드들이 신화나 전설과 같이 몇천 년 전의 이야기를 가져와서 자신의 스토리로 만드는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스토리는 다름 아닌 컨텐츠입니다. 

컨텐츠를 다루는 사람들은 예술가나 창조자들이죠. 그래서 저는 앞으로 기업가 유형 중에서 예술을 이해해 예술 경영 혹은 예술을 경영에 접목시키는 사람들이 기업을 주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기업가는 시를 아는 혹은 시집을 읽는 기업가 중에서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에는 사실 경영학도 들어 있고, 공학, 철학, 역사가 다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만 알면 다 안다는 거예요. 

 

 

저는 “시는 우주의 비밀을 압축한 파일이다”고 종종 얘기해요. 사람의 경험을 농축해 그 에센스만 가져와  만든 것이 바로 시니까요. 시는 우주를 한 이미지에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앞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모래 한 알에서 우주도 볼 수 있는 거죠. 시에는 사실 경영학도 들어 있고, 공학, 철학, 역사가 다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만 알면 다 안다는 거예요. 시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시를 제대로 아는 경영자는 그래서 무서운 겁니다. 

 

BRAND Think 
*converse

명사 ①담화, 환담 ②(영적인) 교제자동사 ①(…와) (…에 대해) 이야기하다, 담화하다, 담화를 나누다(talk), …와 어떤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다 ②(컴퓨터) (기기(機器)와) 대화하다 ③(친하게) 사귀다.
BRAND Think 
*스토리가 씌어지는 순간 그 가치가 올라갑니다.

“브랜딩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된 스토리를 발견하는 것이다!” 《드림 소사이어티》의 저자 롤프 옌센은 인터뷰(유니타스브랜드 Vol.3 p178 참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소모》와 《러브마크》의 저자로 유명한 케빈 로버츠 역시 비즈니스에서 진실하고 좋은 스토리를 만드는 12가지 방법을 정리하여 브랜드가 사랑 받기 위해 스토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려 주었다. 상품이 그저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이라면 브랜드는 별자리에 속한 별과 같다. 수없이 많은 별들 가운데 신화 같은 스토리를 가진 별자리 속의 별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기억’된다. 그것이 브랜드의 스토리가 가진 힘이다(유니타스브랜드 Vol.23 ‘브랜딩 임계지식 사전’ p235 참조). 

 

 

 “기업은 영성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영혼이 느껴지는 브랜드는 현재 기업이 추구하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UnitasBRAND 당장이라도 몇 권의 시집을 사서 읽어야 하는 무언의 압박을 주시는군요. 최고의 경영자가 시를 아는 경영자라면,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브랜드가 관심을 갖는 단어 중 하나가 ‘영혼’ ‘영성’입니다. 필립 코틀러라는 마케팅 전문가가 쓴 《마켓 3.0》이라는 책에서 “기업은 영성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영혼이 느껴지는 브랜드는 현재 기업이 추구하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시인이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란 어떤 브랜드여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브랜드에서 영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영혼은 그것이 사물이거나 죽은 게 아닌 생명력이 있는, 그러니까 펄떡펄떡 뛰는 살아 있음을 뜻합니다. 사람은 몸을 가지고 있지만 단순히 물질이 아니잖아요. 물질에 생명 혹은 기(氣), 또는 정신이라는 것이 모두 합쳐져 살아 있는, 생명력을 지닌 존재가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생명력’을 가진 브랜드와 사람은 교감을 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상호교감이죠. 그래서 브랜드에게 *영혼이 있다는 것은 최고의 찬사지요. 생명력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하고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의 다른 말이니까요. 

 

미래는 생태지향적이며 이타주의적인 것이 가장 화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 잘사는 게 아니라, 함께 잘사는 것 말입니다. 
 

 


그렇다면 생각해 봐야 할 것은 21세기에 사람들은 어떤 것과 교감하길 원하는가입니다. 미래는 생태지향적이며 이타주의적인 것이 가장 화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 잘사는 게 아니라, 함께 잘사는 것 말입니다. 

 

좋은 예가 공정무역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브랜드가 영원한 생명력을 가지고 사람과 끊임없이 교감하기 위해서는 이제 이러한 생태지향적, 이타성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럴 때 브랜드는 영혼을 연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영혼을 느끼게 하는 브랜드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있을까요? 저는 없다고 봅니다. 브랜드를 보며 감동을 받고, 영혼의 교감을 주고받으며 뭔가 행복해지는 느낌을 주는 그런 브랜드가 탄생해야 하는데 우리 기업들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네요. 

 

프랑스 사회학자인 자크 아탈리는 21세기는 이타주의자들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이미지는 시쳇말로 빨대를 꽂고, 모든 이윤을 빨아들이는 모습입니다. 짧은 성공을 거둘 수는 있겠지만 절대 길게는 갈 수 없습니다. 기업들은 언제나 돈 벌기만 원하죠. 돈을 벌고 싶다는 것은 다른 말로, 남의 호주머니에 있는 것을 끄집어 내겠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기 부와 욕망을 키우기 위해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이것은 ‘이기(利己)’입니다. 물론 20세기에는 이것이 어느 정도 통했습니다. 그러나 21세기는 아닙니다. 자 보십시오. 기업의 비윤리적인 면이 조금이라도 드러나면 고객은 금방 고개를 돌려 버리지 않나요? 

 

이타주의적 마음을 가진 사람, 혹은 기업이 성공하는 리더가 될 것이며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사회학자인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21세기는 *이타주의자들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그는 20세기는 이기주의자들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자기를 기꺼이 내어 주고 또 버리기까지 함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이타주의의 시대라고 했어요. 물적인 20세기의 패러다임이 영적인 21세기의 패러다임으로 바뀐 것입니다. 앞으로는 이타주의적 마음을 가진 사람, 혹은 기업이 성공하는 리더가 될 것이며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기업가가 몇 명이나 되는지 궁금하군요. 이러한 영혼을 지닌 브랜드는 계속 살아남게 될 것입니다. 100년, 200년 가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어떤 영혼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영혼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전의 철학자들과는 달리 영혼에 대해 더욱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물론이고 인간보다 더 낮은 능력을 가진 동물들도 영혼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식물조차도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혼을 식물의 혼인 생혼(生魂), 동물의 혼인 각혼(覺魂), 인간의 혼인 영혼靈魂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때 영혼은 생혼과 각혼의 기능을 모두 포함하는 가장 우월한 인간 각자의 영적인 체형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 후 스콜라 철학의 융성기에 활동한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인간의 혼은 “개성을 가진 영적인 체형으로 육신의 형상이 된다”고 설명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철학을 이어받는다. 이러한 철학의 원리가 마테오 리치 등에 의해 원용되었으며 이후에 동서양 모두에서 영혼에 대한 개념이 넓어져 동양 철학에서 말하는 “혼백은 없어지거나 흩어지고 만다”의 혼백의 원리나 서양의 영혼불멸설로 이어진다. 

 

 

자크 아탈리 (Jacques Attali) ⓒEBS

*이타주의자들의 시대

프랑스 경제학자이자 역사학자로 프랑스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하고 경제학·정치학 2개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자크 아탈리는《21세기의 승자》《21세기 사전》《호모노마드-유목하는 인간》 《인간적인 길》 《미래의 물결》 《더 나은 미래》 등 수많은 저서를 쓴 유럽 최고의 석학이다. 자크 아탈리는 2006년 서울에서 열린 제2회 세계지식포럼에서  “미래 사회는 프롤레타리아(노동 계급)가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이타주의자들이 지배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고언급했다. 그는 “과거에는 희소성이 가치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네트워크 경제 시대에는 오케스트라에서 다른 연주자가 잘해야 나의 연주도 빛을 발하는 것과 같이 정보는 많이 공유할수록 이익이며 이를 위해 지식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고 이타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바위와도 꽃과도, 이슬 한 방울과도 또 하늘의 별과도 대화를 하는 시인의 마음을 가진다면,
브랜드에 어떤 영혼을 불어 넣어야 할지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UnitasBRAND 혹시, 이러한 영혼을 가지기 위한 방법을 시인에게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 브랜더가 시인이 된다면, 그러니까 시인의 영혼을 갖게 된다면 100년을 넘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체 게바라는 우리 시대 희생의 아이콘입니다. 그는 어느 날 라틴아메리카 민중이 빈곤과 기아, 질병에 허덕이는 것을 목격하게 되죠. 그것을 계기로 평화롭고 안정된 미래가 약속된 삶을 포기하고 대신 거칠고 위험한 미래를 선택합니다. 자기를 철저하게 버림으로써 민중들을 구할 뿐 아니라 아무 이해관계도 없는 나라까지 가서 싸웁니다. 이것이 바로 그를 희생의 상징으로 만든 거죠. 그런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몰라도 재미난 것이 체 게바라의 배낭 속에는 항상 시집이 있었다고 합니다. 정말 놀랍지 않나요? 격렬한 전투 중에도 그는 시간만 있으면 시집을 꺼내 들어 읽었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는 시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아니었을까요?

 

저는 진심으로 브랜더들이 시인의 영혼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바위와도 꽃과도, 이슬 한 방울과도 또 하늘의 별과도 대화를 하는 시인의 마음을 가진다면, 브랜드에 어떤 영혼을 불어 넣어야 할지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사물에게 말을 걸어 보십시오. 그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십시오. 그러면 이때 까지 전혀 보지 못하던 새로운 가치에 눈을 뜨게 될 것입니다. 

 

*체 게바라

본명인 에르네스토 게바라보다 체 게바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아르헨티나의 로사리오 출신으로 1953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에서 의학 박사학위를 받은 의사다. 하지만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독재에 대항하기 위해 전 세계 전장을 뛰어다니며 라틴아메리카의 게릴라 지도자로서 또한 혁명 이론가로서 활동했으며, 1960년대 좌익 급진주의자들의 영웅이자 저항운동의 상징이 되었다. 볼리비아 정부군에게 붙잡혀 1967년 발레그란데 근처에서 총살당하며 생을 마감하지만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대의 아이콘으로서 그를 향한 추모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장석주 시인, 문학 평론가이자 대단한 독서광이다. 우리에게는 2009년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전면에 실린 '대추 한 알'의 시인으로 익숙하다.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한 뒤 동덕여자대학교를 비롯한 다수의 대학 강단에 섰으며, 《조선일보》 《출판저널》 등의 ‘이달의 책’ 선정위원, 국악방송 ‘행복한 문학’ 등의 진행자로 활동했다. 현재도 월간 《신동아》를 비롯한 다수의 신문과 잡지에 인문학 지식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저서로는 《나는 문학이다》 《몽해항로》 《 이상과 모던뽀이들》 등 60여 권이 있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22 브랜드인문학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 Ш. Literature) 시 = 브랜드, 시인 = 브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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