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철학자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피타고라스는 ‘숫자’라고 생각했으며, 데모크리스토스는 ‘원자’로 이해했고, 헤라클레이토스는 ‘불’이라고 얘기했다. 그런가 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물, 공기, 불, 흙이라는 4대 원소로 세상이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 믿음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지 2000년이 지난 19세기 초반, 로버트 보일에 의해 폐기되었다.
당장 자신이 입은 옷과 사용하고 있는 펜이나 노트만 보아도 그렇다.
모두 ‘이름’과 ‘상징’이 박혀 있는 상품, 즉 브랜드다.
지금 ‘세상은 브랜드로 이루어졌다’는 어떤 특별한 철학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명제대로 되어가는 현상과 무엇보다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시장은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자리에서 주변이나 창문너머 길거리만 보아도 모든 것이 브랜드로 이루어져 있음을 금세 알 수 있다. 당장 자신이 입은 옷과 사용하고 있는 펜이나 노트만 보아도 그렇다. 모두 ‘이름’과 ‘상징’이 박혀 있는 상품, 즉 브랜드다.
철학자들이 얘기하는 만물이론에 입각해 브랜드를 이야기하면 이 글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 매우 어려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어떤 ‘이론’이 아니라 ‘현상’에 대한 설명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글의 방향은 ‘무엇을 말할까’ 보다 ‘어떻게 말할까?’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단순하고 쉽게 말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의 치명적 약점이 있다. 바로 ‘일반화의 오류’다. 브랜드는 ‘일반적인 상품’에서 ‘특별화된 상품’이기 때문에 사실 일반적인 이야기로는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의도적인 간결함은 빈약한 상상력만을 자극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어쨌든 세상에 가득 찬 브랜드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철학자들의 만물 이론과 같은 논리나 가설보다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브랜드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브랜드는 ‘일반적인 상품’에서 ‘특별화된 상품’이기 때문에
사실 일반적인 이야기로는 설명할 수 없다.
북극에 살고 있는 에스키모들이 구분할 수 있는 눈의 용어는 우리나라 사람보다 많다. 에스키모들에게 눈은 오늘의 날씨 정보를 해독하는 도구가 될 뿐만 아니라, 북극이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사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는 신호이다. 이처럼 에스키모들은 어제 눈과 오늘 눈을 비교하며 그들의 내일을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분명 세상의 거리는 온통 브랜드로 가득 차 있는데 과연 이것을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가장 흔하게 쓰는 분류법은 명품, 짝퉁, 대기업 브랜드, 가짜, 비싼 브랜드, 시장 브랜드, 백화점 입점 브랜드 등과 같이 브랜드의 가격과 현재 위치가 결정해주는 분류법이다. 같은 방법으로 바다의 물고기를 분류하면 큰 물고기, 작은 물고기, 빨간 물고기, 날쌘 물고기 등으로 분류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브랜드를 알아야 하는 것은 단순히 무엇을 살까를 결정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깨닫기 위함이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거리에 수많은 브랜드가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이 상품과 상표의 조합이다. 그래서 브랜드(Brand)를 제대로 공부 하기 위해 모델 브랜드 혹은 학습 브랜드를 선택할 때, 시장에 있는 가짜, 짝퉁 그리고 다른 브랜드를 벤치마크한 브랜드를 주의(Beware) 해야 한다. 여기가 바로 출발점이다.
우리가 브랜드를 알아야 하는 것은 단순히 무엇을 살까를 결정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깨닫기 위함이다.
‘마케팅 근시안’이라는 단어는 1960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7/8월호에 발표된 테드 레빗(Ted Levitt)의 소논문 제목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 단어의 의미는 기업은 제품 개발이 아닌 고객에게 초점을 맞춰, 고객의 가치만족을 극대화하는 마케팅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테드 레빗은 철도의 사례를 들어 마케팅 근시안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 철도가 문제를 겪는 것은 고객이 철도에 바라는 요구가 대체재에 의해 채워졌기 때문이 아니라, 철도 그 자체로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도 경영인은 자신이 운송 비즈니스에 종사한다기 보다 철도업에 종사한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다른 운송업 사람들이 그들로부터 고객을 빼앗아가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산업에 대해 잘못된 정의를 내린 이유는 그들이 운송 지향적이지 않고 철도지향적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객지향적이기 보다 제품지향적이다.”
1960년대에 이런 말을 했다고 2012년인 지금 마케팅 근시안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기업의 경영자와 마케터들은 대부분 근시안이다. 이런 근시안으로 인한 이른바 시장 착시 현상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마케팅 근시안을 벗기 위해서는 스타벅스가 ‘우리는 커피 비즈니스가 아니라 피플 비즈니스다’라고 말한 것처럼 새로운 브랜드 관점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마케팅에서는 근시가 문제라고 한다면 브랜드에서는 난시가 문제다. 난시는 안구에 입사된 빛이 망막 위의 한 점에서 초점을 맺지 못해 발생하는 시력장애다. 그래서 ‘브랜드 난시안’이란 브랜드가 가격과 가치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일관성 없이 브랜드를 운영해 브랜드가 망가지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브랜드 대행사의 기획자가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브랜드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오직 한 달 뒤의 매출에만 신경을 쓴다’며 푸념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정작 그도 클라이언트의 입 맛을 자극할 만한 일명 조미료성 아이디어로 시안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사실 클라이언트의 요구는 간단하고 명쾌하다. 브랜딩을 유지하면서 실적이 될 만한 급격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다.
지금도 여전히 기업의 경영자와 마케터들은 대부분 근시안이다.
이런 근시안으로 인한 이른바 시장 착시 현상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작고한 경영의 구루인 피터 드러커는 “마케팅이란 결국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에 동의한다면 결국 브랜드 관점에서 매출은 결과이지 목표가 아니다. 브랜드 관점에서 가격은 생산자의 이윤이 아니라 브랜드를 구축하는 핵심 요소다. 따라서 브랜드 난시에 걸리지 않으려면 매출 성과와 브랜드 구축을 ‘병렬’로 보지 말고 브랜드 구축으로 인한 매출 성과라는 ‘직렬’로 보아야 한다.
브랜드 난시에 걸리지 않으려면 매출 성과와 브랜드 구축을 ‘병렬’로 보지 말고
브랜드 구축으로 인한 매출 성과라는 ‘직렬’로 보아야 한다.
Brand의 B자 배우기에서 ‘B’의 또 한 가지 의미는 ‘Beyond Promotion(판촉을 넘어선)’이다. 그렇기에 당장 이 지식을 자신의 브랜드에 적용해 뭔가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독자는 이 글이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브랜드를 통해 돈을 빨리 벌고 싶은 사람은 여기까지만 읽고 글을 덮는 것이 시간낭비를 막을 수 있다. 이 글은 브랜드로 인한 매출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25 브랜드 B자 배우기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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