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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영혼, 컨셉 : 컨셉은 거시기다

브랜딩/브랜드의 영혼, 컨셉

by Content director 2022. 1. 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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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에 대해서는 누구나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컨셉추얼라이제이션(conceptualization)은 아무나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소유의 형태로서 브랜드는 누구나 만들어 상표로 등록할 수 있다. 하지만 가치를 상징하는 브랜딩은 아무리 돈을 많이 들이더라도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컨셉추얼라이제이션은 브랜딩의 실체로서 바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조와 실행’에 관한 이야기다.

브랜드 작동 프로그램이라고도 할 수 있는 컨셉추얼라이제이션은 마치 정자와 난자의 결합에서 시작해 성인이 되어가는, 창조와 성장에 관한 신비한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거시기는 사물과 사람에 관한 대명사와 감탄사로 쓰이는 사투리다. 직장 상사 중에  ‘거시기’라는 단어를 모든 대화에서 쓰는 사람이 있었다. 

 

“그 회사 거시기한테 연락 온 적 없어요?” “보고서에 거시기 좀 넣어라!” 

 

이중에서 가장 해석이 어려운 것은 “그거 되게 거시기하네”였다. 왜냐하면 ‘되게 거시기하다’라는 말을 매우 기분이 좋을 때도 쓰고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썼기 때문이다. 거시기에 대한 것을 통합적(이 장의 주제다)으로 이해하여 감탄사와 대명사를 쓸 때가 다르다는 것을 안 뒤에야 변명과 기쁨, 귀찮거나 재촉하거나 그리고 안달할 때도 사용되는, 그것의 세밀한 의미와 느낌까지도 알게 되었다. 추측하건대 ‘거시기’는 상황과, 연출, 억양에 따라 100여 개로 분리 사용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거시기’ 사용 중에서 최고의 난도 때문에 항상 해석의 오류를 범하게 하는 문장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 거시기가 거시기냐?’였다. 

 

우리는 컨셉으로 상품을 만들고, 컨셉 때문에 구매한다. 
일상의 모든 것이 컨셉화의 과정과 결론에 관한 것들이다. 

 

그러나 직장 상사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이 말도 의역으로 다 풀이할 수 있었다. 물론 ‘거시기’라는 단어를 문법으로 공부해서 알게 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거시기를 쓰는 상사와 대화 속에서 Content(내용)만을 파악하려고 노력했지만, 거시기를 이해할 때는 Context(문맥)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용도를 알았다고 100여 가지의 현란한 활용을 모두 알게 된 것은 아니다. 필자도 ‘거시기’라는 말을 같이 사용하면서 알았다. 

 

컨셉을 ‘거시기’라고 말하는 것은 ‘거시기’처럼 ‘거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거시기’처럼 ‘거시기’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말은 컨셉은 단순히 책을 본다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좀 더 정확한 해석을 한다면 ‘컨셉은 지성과 감성을 모두 통합하여 현장에서 직접 사용하면서 배워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거시기라는 말을 현장에서 직접 사용할 때 알 수 있는 것처럼 컨셉 또한 직접 체험할 때 배울 수 있는 지식이라는 뜻이다. 아마 마케팅 관련 책 중에 가장 재미없는 것이 ‘컨셉’에 관한 책일 것이다. 

 

그 누구도 물건을 하나 구매하면서 
정서적 이익, 기능적 이익, 자아 표현적 이익을 구분하면서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구매의 우선순위에 놓지 않는다. 


재미없는 가장 단적인 이유는 마치 일상에서 편하게 쓰는 모국어를 책상에 앉아서 문법으로 공부하는 경우와 같기 때문이다. 우리는 컨셉으로 상품을 만들고, 컨셉 때문에 구매한다. 일상의 모든 것이 컨셉화의 과정과 결론에 관한 것들이다. 그것을 우리는 일상적으로 배우고 느낀다. 우리는 아침부터 저녁에 잘 때까지 컨셉화된 브랜드와 정보 그리고 이미지를 보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이런 것들로 인해서 우리는 컨셉을 아주 잘 이해하고 사용한다. 

 

그 누구도 물건을 하나 구매하면서 정서적 이익, 기능적 이익, 자아 표현적 이익을 구분하면서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구매의 우선순위에 놓지 않는다. 

모국어 문법을 공부한다고 해서 (‘교정 교열’ 능력이 생길지는 몰라도) 사용하는 말과 어투가 달라지고 갑자기 모국어가 재미있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국어를 사용할 때 단어들을 문법에 정확히 맞추어서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렇게 말한다면 외국어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컨셉에 관한 개인적 제안은 머리로 하지 말고 현장에서 배우기를 권하고 있다. 

 

단순히 컨셉을 분해하여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다시 ‘분해의 역순으로’ 
조립하는 방식을 택해 설명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책(학문적 해석)으로 이야기하는 컨셉은 단순히 컨셉을 분해하여 이해하기 위해 분해의 역순으로 조립하는 방식을 택해 설명한다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현장에서 컨셉을 ‘거시기’처럼 배울까? 

 

마케팅과 브랜드에 대해서 처음 접하는 학생들은 컨셉에 관한 책을 읽으면 주눅이 든다. 논리적이고, 기계적이고, 과학적이며 그리고 복잡하기까지 하다. 아마 컨셉이라는 개념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 컨셉을 직관과 감성으로 뽑아낸다는 것을 인정할 것이다. 또한 그런 책들을 보고 있으면 단순히 컨셉을 분해하여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다시 ‘분해의 역순으로’ 조립하는 방식을 택해 설명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러나 소총과 같은 단순한 기계들을 조립할 때는 분해의 역순으로 할 수 있겠지만, 브랜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문용어로 분해하고 조립해서 ‘이것이 컨셉이다’라고 말할 수 없다. 

 

컨셉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거시기’처럼 content와 context, 그리고 여러 content가 압축돼 만들어진 ‘논리’이다. 

 

컨셉에 관한 책들은 컨셉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사실 이것부터가 문제다. 컨셉을 만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론적으로 배운 대로 만드는 것이 아닐뿐더러 실상은 자신이 어떻게 만들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유는 컨셉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거시기’처럼 content와 context, 그리고 여러 content가 압축돼 만들어진 ‘논리’이기 때문이다. 

이상한 말로 들리겠지만 이 ‘압축된 논리’는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을 것 같았던 ‘지성과 감성’이 하나로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컨셉을 이해하지 않고 대부분 느낀다. 물론 소비자들도 컨셉을 한 줄 혹은 한 단어로 인식하지 않고 ‘통’으로 느낀다. 그것을 ‘글’로 정의하는 것에 한계가 있음은 컨셉을 다루는 사람은 모두 아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컨셉을 이해하지 않고 대부분 느끼며,
소비자들도 컨셉을 한 줄 혹은 한 단어로 인식하지 않고 ‘통’으로 느낀다. 

 

가장 오염된 단어, 
Concept


인간의 가치 중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오염된 단어를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사랑’ 일 것이다. 신과 인간의 영적 관계에서도 사랑, 부모와 자식의 혈연관계에서도 사랑, 부부의 동고동락 관계에서도 사랑이라는 말을 쓴다. 또한 물건을 좋아하거나 매춘의 행위마저도 사랑이라는 단어를 은어로 사용한다. 

관계의 밀도와 범위를 규정하는 ‘사랑’이라는 단어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열정적 소비’라는 의미로도 동일하게 사용된다.

 

경영에서 가장 많이 오염된 단어를 꼽는다면 그것은 ‘전략’이다. 전략이라는 말은 본래 군사 용어로 ‘적보다 싸우기에 좋은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라는 의미지만 지금은 아이디어, 판촉, 노하우, 차별화 등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 두 단어(사랑과 전략)보다 더 광범위하게 오염되어 사용하고 있는 단어가 바로 ‘컨셉’이다. 컨셉은 문화, 경영, 환경, 교육, 브랜드, 마케팅, 디자인, 트렌드 등 전 영역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단어다. 그러나 정작 컨셉을 파는 것이 생계(?)인 컨셉을 기획하는 사람들에게 컨셉이 뭐냐고 물어보면, “이미지, 느낌, 메시지, 아이디어, 직관… 음… 차별화가 아닌가요?”라고 되묻는다. 컨셉의 사전적 정의는 ‘개념, 관념, 사상, 생각, 발상, 착상, 구성, 테마’ 등이다. 하지만 사전적 정의의 기준에 따라서 사용하지 않고 메시지, 상황, 느낌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

 

“이번 마케팅 전략의 컨셉은 무엇인가요?”
“이번 미술 작품의 컨셉은 무엇이죠?” 
“이번 광고의 컨셉은 무엇이죠?” 
“이 도시의 컨셉은 무엇입니까?” 
“도대체 당신의 컨셉이 뭡니까?” 

 

컨셉은 사랑이라는 단어처럼 감성적이며,
전략이라는 단어처럼 이성적으로 이미 널리 사용된다.

 

이 다섯 가지의 질문에서 사용되는 컨셉이라는 단어는 모두 다르지만 우리는 ‘거시기’ 처럼 모두 알 수 있고, 또 대답할 수 있다. 굳이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해 보라고 하면 사실 애매하다. 왜냐하면 컨셉은 원래 외래어고, 사랑이라는 단어처럼 감성적이며, 전략이라는 단어처럼 이성적으로 이미 널리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랜드를 만들고 다루는 분야인 마케팅, 트렌드 그리고 디자인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바로 컨셉이다. 컨셉은 ‘거시기’처럼 일반적이고 특수한 단어기 때문에 컨셉의 사전적 정의대로 사용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미 컨셉은 현재 제각기 고착화되어 그때마다 달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통합된 정의를 갖기 어렵다. 

 

컨셉은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단어이지만 
브랜드의 존재와 가치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그래서 컨셉이 이렇게 범용적으로 제각기 사용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산업군별, 기업별, 부서별로 자신의 커뮤니케이션 용어를 스스로 정립해야 할 것이다. 반짝인다고 모두 다이아몬드가 아닌 것처럼 컨셉이라고 모두 컨셉은 아니다. 

컨셉은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단어이지만 브랜드의 존재와 가치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설명할 수 있지만 정의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컨셉이다.

 

컨셉의 
사용 설명서

 

한 대의 DSLR 카메라를 사서 421페이지에 달하는 ‘사용 설명서’를 살펴보았다. 몇 가지 기능이 있는지 알기 위해 뒤편에 나와있는 색인을 세어 보았다. 이 카메라에서 알아야 할 개념과 지식은 약 500개가 있었다. 카메라의 작동법을 알기 위해서 ‘사용 설명서’만 공부하는 사람은 아무도(간혹 있을 수도 있다) 없을 것이다. 사용설명서의 목적은 책과 같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보고 따라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서점에 있는 아이디어, 컨셉, 전략 책들이 어려운 것은 컨셉을 카메라의 사용 설명서처럼 썼기 때문이다. 아이디어에 관한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허무해지거나 자신이 난독증에 걸리지 않았나 의심스러운 정도로 재미가 없다. 어떻게 아이디어에 관한 책을 보면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까?

 

서점에 있는 아이디어, 컨셉,
전략 책들이 어려운 것은 컨셉을 카메라의 사용 설명서처럼 썼기 때문에 어렵다. 

 

 

브랜드 업계 현장 10년 차라면 컨셉을 배우기 위한 최고와 최선의 방법은 글로 읽지 않고 오감을 활용해서 직접 만들어 보고 평가 받고 논의하면서 구체화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컨셉을 도출하여 브랜드를 시장에서 작동시켜봐야만 컨셉이 브랜드와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 알기 때문이다. 물론 컨셉의 깊은 의미를 한 두 번의 브랜드를 런칭한 경험만으로는 절대 알 수 없다. 최소 5개 이상의 브랜드 런칭 경험과 10년 이상의 축적된 암묵지를 통해서만 통찰력 있게 컨셉을 간파해낼 수 있다. 그래서 컨셉의 시작을 말하라면 10년 차 이상 컨셉 기획자들은 이렇게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한다.

 

“컨셉은 필요와 요구에서 시작해 상상에서 전략으로 향하는 여정 속에서 지식과 경험의 큰 테두리 안에 있는 통찰과 영감, 직관과 분석을 통해 나오는 일련의 연금술과 같은 공정을 가지고 있죠.”

 

이것을 도표와 순서를 갖춘 프로세스로 기획하거나 설명서로 만드는 것은 지금까지의 개인적인 경험과 컨셉추얼라이저(conceptualizer)들의 조언에 비추어 본다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컨셉의 종류에 따라 계획된 공정에 넣어 도출할 수 있지만 그것은 연습, 해석 혹은 번역에 가까운 행위일 것이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듯이 컨셉은 이미지와 느낌에 해당하는 직관과 감성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컨셉은 이미지와 느낌에 해당하는 직관과 감성의 영역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브랜드들은 우리에게 어떤 직관과 감성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brandness.co.kr

 

컨셉을 언어로 설명하는 것은 시각장애인에게 피카소의 그림을 설명하는 것과 같다. 피카소의 그림은 분명 여자인데 어떤 여자라고 설명해야 할까? 메시지가 분명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결국 시각장애인에게 설명을 통해서 형태는 말할 수 있지만 느낌은 말할 수 없다. 아이디어, 디자인, 컨셉을 ‘글’과 ‘도표’로 말하는 것은 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 컨셉도 컨셉이다’라는 말은 완벽한 모순이지만 우리가 이 말에 대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공감하는 것은 바로 컨셉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컨셉은 필요와 요구에서 시작해 
상상에서 전략으로 향하는 여정 속에서 
지식과 경험의 큰 테두리 안에 있는 통찰과 영감, 직관과 분석을 통해
나오는 일련의 연금술과 같은 공정을 가지고 있다.



“도대체 이 프로젝트(보고서, 시안)의 컨셉이 뭐지?”라고 묻는 사람의 속뜻은 다양하다. 

 

거시기적 접근 방법으로 해석한다면 이렇게 묻는 사람의 어감을 파악해야 한다. 

이 뜻을 알기 위해서 한번 뒤집어 살펴보면 이렇다.

 

“뭐 이렇게 복잡해? 쉽게 말해. 이해가 안 되잖아.” 
“잘난 체하지 마라.”
“그 보고서는 마음에 안 들거든.”
“이제부터 내 생각을 이야기할 테니 잘 들어.”
“좋은 말로 할 때 들어. 그냥 다시 해.”

 

이렇게 모호하게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컨셉이 뭐냐?”는 말에는 정확한 답변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질입니다”라고 말하면 “본질? 본질이 소비자 이익인가?”

 “차별화입니다”라고 말하면 “차별화만 되면 좋은 컨셉인가? 남들이 카피하면 어떡하지?” 

“경쟁 우위입니다”라고 말하면 “소비자는 경쟁적 우위가 좋다고 해서 다 사는가? 

 

바나나 맛 우유는 무슨 경쟁 우위 요소가 있지?” 

“핵심 메시지입니다”라고 말하면 “소비자가 슈퍼에 가서 물건을 고를 때 판매 사원이 핵심 메시지를 말하나?”

 

만화처럼 보이는 상황이지만, 이것은 실제로 현실에서 생생하게 벌어지는 실제 장면들이다. 물론 이런 곤경에서 빠져나갈 길은 있다. 하지만 뒷감당은 책임 질 수 없다. 

 

“그렇다면, 팀장님이 생각하는 컨셉의 정의는 뭐죠?” 

“.......”

 

운명의 다른 말, 
컨셉

 

변형(변질, 변색)된 컨셉의 원형적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어원을 살펴보아야 한다. 

컨셉의 어원은 라틴어로 ‘모두가 공감하는 것을 (함께) 잡다, 혹은 취하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말로 ‘컨셉 좀 잡아봐’라는 말을 직역한다면 ‘모두가 공감하는 것을 잡아 봐’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컨셉을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만든다’라고만 이해하고 사용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다양한 매체의 등장과 특성에 따른 메시지 전달 방법, 경쟁사들의 출현과 경쟁적 복제로 인해 소비자들의 공감을 잡기 위한 컨셉은 더욱 세밀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그렇다고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컨셉과 가장 가깝게 해석할 수 있는 우리말이 바로 ‘개념’이다. 개념은 철학적 용어로 ‘여러 관념 속에서 공통적인 요소를 뽑아 내고 종합하여 하나로 만들어 낸 관념’이다. 이것은 언어로 표현되는 지식이며 상식의 수준에서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사회과학적으로는 귀납하여 일반화된 추상적인 개념으로 많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브랜드는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라는 것과 같은 용도로 사용된다. 이런 관념적인 용어인 ‘컨셉’을 언제부터인가(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크리에이티브’의 대체어로, ‘전략’이라는 용어를 소프트하게 풀어주는 말로, 소비자 욕구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정의’로 사용하고 있다.

산업별, 직군별로 컨셉은 수평적으로 자신의 상황에 따라 쓰여지기 시작하면서 컨셉이란 용어를 단순 ‘상징어’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브랜드를 다루는 곳에서는 이것이 좀더 복잡하게 세분화되었다. 

 

산업별, 직군별로 컨셉은 수평적으로 
자신의 상황에 따라 쓰여지기 시작하면서 컨셉이란 용어를 단순 ‘상징어’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일단 브랜드를 만드는 기업의 마케팅 부서에서의 컨셉은 ‘존재의 의미’ 혹은 ‘포지셔닝’의 개념으로 사용되어 왔다. 컨셉의 확장과 변형의 형태는 차별화, 가치, 경쟁 우위, 소비자 편익 같은 큰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즉 컨셉은 각 회사마다 혹은 부서마다도 그 의미가 다르게 사용 되었다. 컨셉이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된 것은 ‘광고’의 진화, 특히 매체가 폭발적으로 다양해지고 시장이 소비자 주도형으로 바뀌면서부터다. 그 이후 컨셉의 개념은 점점 날카롭게 변했다. 예전에는 무엇을 말할까라는 ‘뉴스’로 브랜드를 알렸다면, 지금부터는 어떻게 말할 것인가라는 ‘설득’으로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2차 컨셉 가공자라고 할 수 있는 BI나 광고 회사에서는 클라이언트의 가이드라인(그렇지 않은 경우도 간혹 있다)에 따라서 컨셉을 전달용 개념으로 바꾸는 작업을 한다.

 

이 정도에서 결론을 말하자면 컨셉의 용어는 저마다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게 사용되고 있고, 굳이 다른 대체어 혹은 새로운 단어로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우리는 라틴어를 어원으로 가진 ‘컨셉’이라는 외래어를 아직도 컨셉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라고 모두 브랜드는 아니다. 예를 들어 캐논은 니콘과 비교할 수 있지만 로모와 비교할 수 없는 것처럼, 컨셉을 모든 상황에서 사용할 수는 없다. 

 

브랜드 기획자에게는 컨셉의 ‘존재’ 가치가 중요하고, 광고나 CI 개발자에게는 컨셉의 ‘전달’ 가치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브랜드를 만들고 파는 과정에서 기획자, 디자이너, 마케터, 브랜드 매니저, 경영자, 영업 책임자 등 한 브랜드와 상품에 대해 자신의 상황에 따라 컨셉의 의미는 모두 다르다. 결국 앞서 말했듯이 컨셉은 설명할 수 있지만 정의할 수 없는 단어라는 것이다.

 

브랜드에서 각자 업무의 역할에 따른 컨셉의 존재 가치가 중요하며 광고나 CI 개발자 등 역할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도 전달 가치가 더 중요하다.

 

위대한 창조자들에게 컨셉을 정의해 달라고 할 때 오히려 그들은 어려워한다. 그들은 이미 컨셉이라는 단어에 대해 직관화되어 있기 때문에 설명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어려운 컨셉을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도표로 문서화된 책들은 있지만 그 누구도 그런 레시피를 사용하지 않는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컨셉을 만들 때 독창성과 통찰력, 직관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직관을 통해서 문제의 처음과 끝을 통찰력 있게 살펴본 다음에 ‘독창적으로’ 컨셉을 만든다는 말이다. 

 

컨셉을 만들 때 독창성과 통찰력, 직관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직관을 통해서 문제의 처음과 끝을 통찰력 있게 살펴본 다음에 ‘독창적으로’ 컨셉을 만든다는 말이다. 

 

 

성의 없는 대안이라고 생각하기 전에 먼저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니체는 독창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독창성이란 모든 사람의 눈앞에 아른거리면서도 아직 이름이 없는 것, 아직 명명될 수 없었던 그 무엇인가를 보는 것이다.”
컨셉의 결과물은 ‘독창성’이다.

 

니체의 이 정의를 통해서 컨셉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것은 모두가 느낄 수는 있지만 모두가 알 수는 없는 것을 찾아서 눈앞에 보여 주는 것이다. ‘아… 그거!’ 이렇게 보여주는 컨셉은 다분히 직관에 의해서 뽑아낸다고 한다. 

 

영국의 소설가 *로버트 그레이브스는 직관이란? 

“통상적으로 사고 과정을 모두 버린 채 문제에서 해답으로 곧장 뛰어넘는 논리의 초월”이라 말한다. 천둥과 번개가 세트인 것처럼 ‘통찰’도 직관의 뒤에 따라온다. 

 

《생각의 탄생》의 저자 *루트번스타인은 “통찰은 돌연한 계시와도 같으며, 창조적 사고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다”라고 말했다.

 

아마 컨셉을 잡는 것은 ‘아직 이름이 없는 것’을
‘논리의 초월’로 받은 ‘계시’를 붙잡는 것이라고 머리에 그려질 것이다. 

 

그들의 말에서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가 힘들겠지만 아마 컨셉을 잡는 것은 ‘아직 이름이 없는 것’을 ‘논리의 초월’로 받은 ‘계시’를 붙잡는 것이라고 머리에 그려질 것이다. 솔직히 맞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 ‘튼튼한 컨셉’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우연과 행운’의 이름으로 탄생되었다. 우리는 이것을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부르는데, 세렌디피티는 예기치 않은 행운 또는 우연을 가장한 축복이라는 뜻으로, 18세기 영국의 작가 호러스 월 폴이《세렌디브의 세 왕자》라는 우화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그의 의도와는 다소 다르게 ‘우연처럼 사소한 일에서도 큰 축복과 통찰력을 발견해 내는 능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는 “진정한 창조자는 가장 평범하고 비루한 것들에서도 주목할 만한 가치를 찾아낸다”고 말했다.

 

이처럼 컨셉도 무엇을 보는가보다는 어떻게 볼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로버트 그레이브스(Robert von Ranke Graves)

영국의 시인 겸 소설가로 우아하고 명쾌한 문체로 유명하다. 시집 이외의 대표작으로는 자서전《모든 것과의 이별》, 독자적인 토속 신화 연구《하얀 여신》등이 있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Robert Root-Bernstein)

미시건 주립대학 생리학과 교수이자 맥아더 펠로십의 수상자로, 저서로는《생각의 탄생》《발견: 과학지식의 변경에서 문제를 고안하고 풀기》가 있다.

 

*주로니

(주)릴레이인터네셔널의 대표이사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아이스크림을 건강이라는 요거트 컨셉으로 '레드망고'를 창업했었다. 또한 유기농 커피 전문점 카카오그린을 운영하였다. 하와이 주립대학교에서 경영정보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경영을 수료했다.

- 유니타스브랜드 Vol.8 p54, Vol.12 p248 참고 

 

 

우리 주변에 ‘튼튼한 컨셉’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브랜드가 ‘우연과 행운’의 이름으로 탄생되었다.

 

마케터나 브랜더들에게는 익숙한 표현인 ‘컨셉 여행’은 새로운 브랜드 컨셉을 찾기 위함이거나, 자신이 잡은 컨셉이 다른 나라에 비슷한 형태로 존재하는지 확인하거나, 아니면 힘들게 구축한 컨셉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러 가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세운 컨셉에 대한 생각과 멀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머릿속에 언제나 그 생각이 박혀있기 때문에 그것과 멀어지기란 쉽지 않다. 컨셉에 대한 아이디어는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거나 아니면 눈앞에 항상 맴돌 것이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 상태에서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것들을 보아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머릿속에 담은 컨셉보다 더 탁월한 것을 찾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 *주로니(F&B창업자) 대표의 이야기를들어보자. 

 

“컨셉 여행의 핵심은 전략적으로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우연을 느낄 수 있도록 호기심으로 보는 것이다. 전략적인 사고로 보면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는데, 호기심으로 보면 재미를 통하기 때문에 훨씬 더 쉽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가지는 첫 마음을 소비자의 관점에서 가지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보지 않는다. 재미있고 신기하며 매력적인 동시에 자신에게 유익한 것을 브랜드에서 찾으려고 한다. 컨셉 출장에서 느끼려고 하는 것은 레드망고에 대한 새로운 컨셉을 한 번도 오지 않았던 곳에서 느끼려고 하는 것이다.” 

 

아마 여행을 통해서 거대 산업을 일으킨 대표적인 브랜드가 있다면 영국의 ‘몬순(monsoon)’이라는 브랜드일 것이다. 몬순은 피터 사이먼 회장이 몬순 기후인 인도를 여행하다가 동양적인 섬유와 자수에 영감을 받고 이런 스타일의 의류가 영국인들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1973년 런던의 부샴 플레이스(Beauchamp Place)에 오픈한 것이다. 지금의 매출은 연 1조 5,000억 원 정도라고 한다.


또 여행자들 사이에 전해지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막의 폭풍’ 작전을 수행하는 병사들의 손에 작전 지도 대신 여행서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이 들려 있었다는 것이다. 이 여행서가 매우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을 다소 과장되게 표현한 말이겠지만 《론리 플래닛》은 현재 전 세계 17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650여 종의 도서가 연간 700만 부 이상 판매되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여행 안내서’다. 

 

《론리 플래닛》은 토니와 모린 부부의 여행의 열정에 의해서 
‘돈보다 시간이 많은 사람을 위해’라는 컨셉으로 탄생되었다.

 

홈페이지에서 론리플래닛의 설립자 *토니 휠러가 인터뷰를 통해 《론리 플래닛》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주고 있다.  

 

론리플래닛의 설립자 *토니 휠러가 인터뷰를 통해 《론리 플래닛》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1972년에 런던에서 시드니까지 아내이자 파트너인 모린과 여행을 했다. 유럽, 터키,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네팔, 그리고 동남아시아를 거쳐 돌아오는 무척 멋진 여행이었다. 정말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으며, 굉장한 것들을 보고 느꼈다. 여행이 끝나자 많은 사람이 우리의 여행에 대한 정보를 원했다. 이러한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없음을 느꼈고, 《론리 플래닛》을 통해 여행 정보 제공을 시작했다.” 

 

이처럼 《론리 플래닛》은 토니와 모린 부부의 여행의 열정에 의해서 ‘돈보다 시간이 많은 사람을 위해’라는 컨셉으로 탄생되었다.

 

https://www.lonelyplanet.com/about/story

 

Our Story - Lonely Planet

The story of the world's most iconic travel guides begins with Tony and Maureen Wheeler's overland odyssey from London to Australia, an adventure that prompted them to publish their first guidebook.

www.lonelyplanet.com

 

*토니 휠러 Tony Wheeler

크라이슬러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바 있던 그는 런던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하고, 아내 모린과 아시아 대륙 횡단 여행을 마치고 저술한 《아시아 횡단 알뜰여행》을 시작으로 출판업에 뛰어들어 론리플래닛을 세계 최대의 여행 전문 출판사로 키워 냈다. 
유니타스브랜드 Vol.8 p148 참고

 

이것 외에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 사례들의 성공 원인을 살펴보면 지금은 ‘전략적 의사 결정’이라고 포장은 되었지만, 
처음에는 뭐라고 딱히 말할 수 없는 ‘컨셉’에서 시작된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아마 초반에 읽었던 컨셉의 정의인 ‘아직 이름이 없는 것을 논리의 초월을 통해 받은 계시’라는 표현에 대해 처음보다 거부감을 덜 갖게 되었을 것이다. 

 

이것 외에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 사례들의 성공 원인을 살펴보면 지금은 ‘전략적 의사 결정’이라고 포장은 되었지만, 처음에는 뭐라고 딱히 말할 수 없는 ‘컨셉’에서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기획팀, 전략팀, 마케팅팀, 그리고 브랜더들은 논리적으로 구조가 딱 맞는 컨셉이 아니면 컨셉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컨셉을 만드는 툴에 맞춰져서 조립의 역순 혹은 분해의 역순처럼 명료하게 보이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무시한다. 

 

눈앞에 보이는 단어와 몇 개의 이미지로 만들어진 컨셉을 이해하지 못하면 컨셉이 아니라고 한다. 

 

이처럼 익숙해졌던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도 어떠한 관점에서, 어떠한 시각으로 보는가에 따라 전혀 새롭고 신선한 컨셉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것이다. 주변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플래시, 전구, 미국 국기 같은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 낸 *재스퍼 존스 역시 “내 작업은 눈에 익숙한 것들을 ‘보는’ 지점에서 시작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Jack Mitchell/Archive Photos/Getty Images

*재스퍼 존스(Jasper Johns)
국가, 표적, 숫자 등을 사물과 회화 이미지로 융합하는 등 팝아트의 선구적 작품들을 발표한 미국 화가로 종전 전위예술의 주류였던 추상표현주의를 네오 다다이즘으로 발전시켰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13 브랜딩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 5장. 브랜드의 영혼, 컨셉. 컨셉은 거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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