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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브랜드를 만들기. 브랜드를 문화로 만들기

브랜딩/브랜드 인문학, 인문학적브랜드

by Content director 2022. 5. 2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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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5천 년 혹은 1만 년의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살았을까? 그들에게 있었던 문화는 어떤 형태였을까? 이따금 수천 년 혹은 수백 년 전에 죽은 사람의 무덤에서 잘 보존된 미라와 더불어 그 시신이 살아 있었을 때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들이 함께 발견되곤 한다. 고고학자들은 이 부장품을 보면서 죽은 사람의 사회적 신분(귀족 혹은 왕)을 비롯해 직업을 추측한다. 또한 당시의 문화를 파악하고 어떤 종교관이 있었는지도 예측한다. 주검의 뼈에서는 확인 할 수 없는 이런 요소들을 죽어서도 함께 지니고 싶어했던 부장품을 통해서 죽은 사람의 세계관과 함께 그 시대의 문화를 파악하는 것이다.

 

부장품들(왼쪽 : 대구 북구 구암동 고분군 제5호분 내부 모습 / 오른쪽 : 타반 톨고이의 고인골 무덤에서 발굴된 부장품들(연합뉴스발췌)

 

 

2011년 11월 1일에 죽은 그 누군가의 무덤을 발굴했다고 상상해보자. 

 

 

지금으로부터 2천 년이 지난 A.D. 4011년 11월 1일. 고고학자들이 공교롭게도 2011년 11월 1일에 죽은 그 누군가의 무덤을 발굴했다고 상상해보자.

 

탄소 연대 측정법을 통해 이 무덤은 2천 년이 된 것이며 무덤의 주인은 30대 남자임을 밝혀냈다. A.D.  2천 5백 년부터 화장이 기본적인 장례문화로 안착된 데다, 수없이 발생한 지진을 생각하면 미라로 보존된 무덤을 찾은 것 자체가 놀라운 발견이라며 학계가 술렁인다. 재미있는 것은 미라 옆에 놓인 부장품이다.

 

애플의 아이폰, 로모 카메라, 컨버스 신발 세 켤레와 닥터마틴 신발 한 켤레, Sony의 Nex-5N(그런데 렌즈는 니콘의 구형 렌즈다), 몽블랑 만년필 기본형 한 자루와 플라스틱으로 된 라미 만년필이 컬러별로 5자루가 발견됐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들고 쓰고 누리는 브랜드들로 인간의 프로파일을 그려내는 것은 단순히 상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연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미라의 사회적 신분과 그 당시의 문화적 배경을 읽어 낼 수 있을까? 

 

 

과연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미라의 사회적 신분과 그 당시의 문화적 배경을 읽어 낼 수 있을까? 아마도 2011년 10월에 아이폰 5가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던 사실 또한 이 미라가 일했을 회사와 직책 그리고 성향을 파악하는 데 한몫 할 것이다. 그리고 과거(2011년 오늘) 애플 아이폰의 문화적 상징 코드를 조사해 다른 부장품들과의 연결점도 파악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 그리고 브랜드의 특정 제품을 통해 시대상을 그려내거나 한 인간의 프로파일을 그려내는 것은 단순히 상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유냐 존재냐’의 질문이 아니라 소유가 곧 존재를 알려준다.

 

 

‘소유냐 존재냐’의 질문이 아니라 소유가 곧 존재를 알려준다.

 


예를 들어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용의자의 집 신발장에서 컨버스 신발이 무려 100켤레가 발견됐다. 만약 이 현장에 CSI요원과 마케터를 조사단으로 보내면 이들은 용의자의 프로파일을 어떻게 작성하게 될까? 

 

“이 사람은 컨버스만 신은 여자만 골라서 죽이는 편집증적 사이코일 것입니다.” 

이렇게 CSI 요원이 말했다. 

 

반면 이것을 듣고 있던 마케터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이 사람 컨버스를 제대로 즐길 줄 아는구만.”

 

아마 황당한 CSI 요원이 그 이유에 대해서 묻는다면 마케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을 이어갈 것이다.

“저는 검정 컨버스만 5개가 있어요. 컨버스의 지독한 마니아라면 최소 500켤레를 가지고 있어야 되요. 이 사람은 초보 마니아 정도 될 것 같은데요. 보세요, 척 테일러 기본형밖에 없잖아요. 쉐브론 스타는 없다고요.”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의 컨버스 수집 습관을 예로 든 것은 문화 코드를 지닌 브랜드, 
혹은 브랜드 문화에 대한 극단적인 사례지만 
많은 학자들이 이같은 현상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브랜드는 상품을 팔지 않고 문화를 판다는 이야기는 이제 명품 브랜드에서부터 5천 원짜리 면 티를 파는 사람들도 이야기하는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어떤 문화를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브랜드와 융화되어 새로운 문화 코드로 자리잡을 수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물론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의 컨버스 수집 습관을 예로 든 것은 문화 코드를 지닌 브랜드, 혹은 브랜드 문화에 대한 극단적인 사례지만 많은 학자들이 이같은 현상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HEC의 교수이자 브랜딩학의 거장 장 노엘 캐퍼러의 《뉴패러다임 브랜드 매니지먼트》에서도 같은 맥락의 문구들을 찾아볼 수 있다. 

“브랜드의 제품들을 통합하는 것은 그들의 상표나 일반적인 외적 표시가 아니라 그들의 종교다. 즉 어떤 공통된 정신과 비전, 그리고 이상들이 그 브랜드에 구현되어 있는가다. 강력한 브랜드일수록 매우 강한 감정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장 노엘 캐퍼러(Jean- Noel  Kapferer)교수

 

‘문화를 통해 브랜드를 만든다’ 메시지를 럭셔리 브랜드를 위한
차별화 전략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면 이보다는 한 키 높인 생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브랜드에 관한 종교성을 이야기하며 상품이 아닌 감정을 지닌 유기체로서 브랜드를 말하고 있다. 이제는 식상하기까지한 ‘문화를 통해 브랜드를 만든다’ 혹은 ‘브랜드가 문화가 된다’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다시금 본질적인 통찰이 필요하다. 아직도 이 메시지를 럭셔리 브랜드를 위한 마케팅 포인트, 차별화 전략을 위한 문화 코드 차용, 세련된 프로모션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거나 이보다는 좀 낫지만 보이지 않는 상품의 정의에 필요한 문구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면 이보다는 한 키 높인 생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왜 그럴까? 자신의 세계관 혹은 아이덴티티와 일치하는 브랜드에 대해서 
인간이 보이는 행동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특정 코드가 있다.  

 

 

원시부족의 장례풍습, 인간이 죽은 후에도 자신이 사용했던 물건과 함께 하고 싶어하는 이유, 그리고 이에 대한 배려를 알아챌 수 있어야 그들의 세계관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비단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할리데이비슨을 비롯한 특정 브랜드의 소비자들은 유언으로 자신의 소장품을 관에 같이 넣고 달라는 말을 남기기도 한다. 왜 그럴까? 자신의 세계관 혹은 아이덴티티와 일치하는 브랜드에 대해서 인간이 보이는 행동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특정 코드가 있다.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라. 
가질 수 없는 것을 갖게 하고 가질 수 있는 것을 가질 수 없게 하라.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고 낯선 것을 익숙하게 하라. 

 

처음에 이 표현들은 특정 브랜드의 소수 사용자만이 즐기는 은밀한 밀교(密敎)에서나 볼 수 있는 그들만의 환희에 대한 서술이었고, 마케팅 연금술의 주문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제 이것은 시장에 존재하는 강력한 브랜드들의 공통된 속성으로 밝혀졌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보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이다. 특정 브랜드에 완전히 빠져야만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그들만의 ‘문화’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죽은 후에도 자신이 사용했던 물건과 함께 하고 싶어하는 이유,
그리고 이에 대한 배려를 알아챌 수 있어야 그들의 세계관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애플이 대표적인 사례이지 않은가. 애플 마니아들은 (애플의 타 제품에 비하면 매스 제품이 된) 아이폰이 애플과의 첫경험이라면 애플의 문화를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말한다. 아이폰에는 여전히 트렌드라는 트렌스 지방이 껴있기 때문이란다. 

 

 

그것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그들만의 ‘문화’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보이지 않는 문화의 표면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애플뿐만이 아니다. 럭셔리 문화의 상징이 된 브랜드, 마초 문화의 상징이 된 브랜드,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가늠하는 눈금이 되어 버린 브랜드 등, 브랜드가 보이지 않는 문화의 표면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22 브랜드인문학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 V. Culture) 문화를 브랜드로 만들기, 브랜드를 문화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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