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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 진심은 의미가 담긴 물건을 만든다

브랜딩/브랜드 경험

by Content director 2021. 10. 2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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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terview with 무인양품㈜ 기획 · 마케팅팀 팀장 송윤

 

 

모든 사물은 이름으로 불린다. 이름은 그 사람이 어떻게 살기를 바라는 염원과 의미도 담고 있지만, 그 사람을 어떻게 구별할 것이냐는 목적 역시 띠고 있다. 설령 이름이 구별의 목적만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인간은 이것만으로 다른 사람과 달라지지 않는다. 수백만 명이 같은 이름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나의 존재는 단 하나이기 때문이다.

고대 미학에서는 이러한 존재의 의미를 깨닫고 달성하는 일을 선(善)이라 불렀고, 이것을 곧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그가 갖고 있는 철학만으로 충분히 구별될 수 있다. 이는 사람이 만든, 사람을 닮은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굳이 이름을 드러내지 않아도 그가 가진 생각으로 원형은 도드라지고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어쩌면 무인양품(無印良品)은 이 사실을 정말 잘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무인양품은 스스로 이름이 있기를 거부(無印)했다. 대신 정말로 좋은 물건(良品)이 무엇인지 이해하려 했다. 비싸야 이름값을 하고 화려해야 좋은 물건의 정답인 줄 알았던 시절이었다. 그들은 말한다.

“좋은 물건(良品)에는 미리 준비된 정답은 없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 무한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언뜻 보기에 브랜드의 사용가치에 가까운 ‘기본과 보편’을 그들은 어떻게 무인(無印)으로써 상징(印, 브랜드)을 만들어가고 있을까.

 

 


제품,
경험의 기본을 말하다

 

1980년 가을, 일본 경제는 유래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고가의 해외 브랜드가 이목을 끌었고, 그만큼 저가의 질 나쁜 제품들도 난무하며 소비 양극화가 심해지던 이때, 세이유 백화점에 생소한 코너가 등장했다. 기존 브랜드들에 대한 대항을 콘셉트로 한 이 코너의 캐치프레이즈는 ‘브랜드가 없는 좋은 상품’이었다. 생활에 진실로 도움이 되는 제품을 가장 질 좋고 적합한 가격으로 제공하자는 것이 발상의 시작이었다. 

몇몇 기본적인 생활용품으로 시작한 소박한 코너는 생각보다 빠르게 인기를 얻었고, 세이유 사에서는 코너의 캐치프레이즈에서 이름을 따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기 시작한다. 그 이후 30여 년간, 무인양품은 꾸준하게 일관된 철학을 드러내고 있다. 

 

아래는 2003년, ‘무인양품의 미래’라는 캠페인에서 드러난 그들의 생각이다.

 

“무인양품(無印良品)은 개성과 유행을 상품화하지 않고 브랜드의 인기를 가격에 반영시키지 않습니다. 또한 지구 차원, 소비의 미래를 내다보는 관점에서 상품을 만들어 냅니다. 무인양품은 ‘이것이 좋다’라는 기호성을 유인하는 상품 제작이 아닌, ‘이래서 좋다’는 이성적인 만족감을 고객에게 갖게 하는 상품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상표보다 *제품 본연의 모습에 충실하자는 철학은 자연스럽게 제품의 군더더기를 덜어낸 무인양품의 간소한 제품에서 드러난다. 그들은 원래의 모습에 충실한 제품을 좋은 물건이라고 정의했고, 이런 양품들은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와 양질의 생활을 만들어간다. ‘깨진 표고버섯’ 같은 제품은 건조 시 끝이 조금씩 부서져서 상품가치가 떨어진 버섯을 모았을 뿐인데도 크게 히트했다. 

사람들이 건조버섯을 조리할 때 어차피 부셔서 사용하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무인양품의 기본은 사물의 기능이나 일상의 필요를 의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물건이 가진 원형에 충실하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 

 

 

무인양품(無印良品)은 개성과 유행을 상품화하지 않고 
브랜드의 인기를 가격에 반영시키지 않습니다.

 

 

출처 : https://www.bal-bldg.com/ko/staging/kyoto/muji.html

 

그릇, 주전자, 이불, 속옷 등 소위 일상용품이라 불리는, 시대의 변화에도 항상 같은 형태로 있는 물건들이 있다. 이들이  원래의 모습으로 제 기능을 충실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조금씩 개선하는 것이 무인양품이 존재하는 이유다. 단순함은 불 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복잡함을 일관 되게 정렬하는 일이다.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갈 수 있는 찰나를 생활의 기본을 정렬함으로 하여금 경험하는 것이다.

 

*제품 본연의 모습에 충실하자
기본에 충실한 제품을 만든다는 철학 아래, 무인양품의 콘셉트는 세 가지로 정렬된다. 소재, 공정, 그리고 포장이다. 제품에 가장 적합한 소재를 발굴하고, 이 소재에 가장 적합한 공정이 무엇인지 판단해 불필요한 작업은 과감히 생략한다. 대신,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품 생산 과정의 마감이나 가공기술에는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 

상품 제작에서 낭비되는 소재가 없도록 기존 규격과는 다른 실질 본위의 제품을 생산하기도 한다. 이렇게 완성된 제품은 제품 자체로 존중해서 과도한 포장은 지양하며 간단한 상품 설명을 달은 태그만 부착되어 있다. 지구의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쓰레기를 감축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일상의 
기본이 주는 경험


UnitasBRAND 무인양품(이하 무지)은 생활 속의 기본이 되는 경험을 이야기하며 소재, 공정, 포장을 언급한다. 무지를 너무나 잘 설명하고 있지만, 이런 부분은 브랜드의 경험보다 무지의 제품을 설명하는데 가까운 것 같다. 이런 키워드를 아울러 브랜드 접점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무엇일까.

 

송윤 팀장 심플(Simple)이다. 소재, 공정, 포장 등 세 가지 콘셉트를 포괄할 수 있는 단어이기도 하면서 무지의 코어이기도 하다. 딱 필요한 것만 남겨놓은 제품은 사람들의 일상에서 꼭 필요한 경험을 제공한다. 심플할수록 고객과 무지가 만족할 수 있는 접점은 커진다. 심플함은 무지만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10년 전부터 일본 본사에서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무지 앙케트를 진행한다. 무인양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22개국의 고객 분들께 물어보는 거다. 그러면 세 번째 안에 반드시 심플이 나온다. 우리가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고객들은 심플이라는 단어로 무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UnitasBRAND 심플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지 외에도 애플이나 유니클로 같이 생각나는 브랜드들이 있다. 

무지만의 심플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송윤 팀장 우리의 심플함은 모듈이다. 하나의 제품만 심플한 것이 아니라 어떤 제품이 집안 어디에 있어도, 같은 톤으로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것이다.

 

 

UnitasBRAND 무지를 찾는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바라나.


송윤 팀장 직접 느끼는 경험이다. 보통 경험을 시각적인 측면에서 이해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비주얼에서 그치지 않고 고객이 실제로 제품과 접촉하고 느끼기를 원한다. 고객들이 가장 무지스럽게 만들어진 제품들을 본 다음, 실제로 터치해보고 사용해보고 소재감을 느껴보는 것까지가 우리의 경험인 것 같다. 옷을 고를 때를 생각하면 일반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활용품으로 넘어오면 약간 다르다. 생활용품들은 보통 패키징이 완벽하게 돼서 실제 이 상품을 만져봤을 때 어떤 느낌인지 모를 때가 굉장히 많다. 우리는 제품을 제품 본연의 모습으로 만드니까, 소위 ‘돌직구’로 승부한다. 그 모습 그대로 단순하게 보여드리는 배려를 하는 게 무지가 제공하려는 경험이다.

 

무인양품의 기본은 사물의 기능이나 일상의 필요를 의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물건이 가진 원형에 충실하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

 

출처 : https://www.muji.com/

 

UnitasBRAND 하지만 생활용품의 특성 자체가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시간이 축적되지 않으면 그 소소한 진가를 알기가 쉽지 않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송윤 팀장 실생활에 100%는 아니어도 가장 비슷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접시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접시는 집에서 실제 테이블 위에 놓고 쓴다. 그러면 그 제품은 테이블 위에서 봤을 때 가장 예뻐야 한다. 무지는 그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그게 올바른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제품은 하나의 맥락에서 소비되지 않나. MUJI to GO라는 구성으로 캐리어 안에 여행 소품들을 그대로 넣어 보여준다든지, 매장에 어떻게든지 집 모양을 만들고 거기에 맞는 디스플레이를 보여드리려고 준비하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그리고 그 디스플레이는 예쁘게 정렬되기보다 어쩌면 그대로 늘어놓는 게 더 솔직하다. 

 

집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이곳저곳에 놓거나, 해당 제품이 제 역할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곳에 놓는 것이다. 아직 매장에서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씩 개선해나가면 고객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을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00%의 생활을 매장에서 이뤄내는 게 우리의 가장 큰 목표이기도 하다.

 

출처 : https://www.bal-bldg.com/ko/staging/kyoto/muji.html

 

UnitasBRAND 좋은 브랜드 경험은 고객의 이해에서 나온다

 

송윤 팀장 무지의 경험은 곧 생활 그 자체인 것 같다. 일상에 근접하게 맞닿아 있는 기본 제품들이 많은 만큼, 고객들의 실제 경험담도 많이 들려올 것 같은데. 무인양품연구소라고 고객의 소리를 듣고 무지답게 해석하는 부서가 있다. 사람의 기본적인 생활을 디자인하는 만큼,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고객과의 접점을 많이 열어두려 한다.

 

무인양품연구소로는 제품에 대한 개선 요청이 많다. 쿠션의 리클라이닝이 되는 좌식의자 겸 소파도 이렇게 탄생했고, 사이즈에 대한 요청도 감안해서 제작에 반영했다. 또 우린 소파라고 하면, 앉아서 사용하는 것만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일본 고객은 소파가 아니라 소파 앞에 앉아서 기대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바닥에 앉았을 때 등의 각도에 맞게 쿠션이 튀어나와 있는 소파도 만들었다. 또, 소파에 누워있는 사람들이 편하게 누울 수 있게끔 베개 역할을 하는 팔걸이에 조금 더 쿠션감을 줬다. 이런 항시적인 피드백 외에도 무지 어워드(MUJI Award)라는 디자인 콘테스트를 진행한다. 상품 디자인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인정하고 심사하는데, 이 어워드에서 탄생한 제품이 트레싱 지로 만든 포스트잇이다. 여행 다닐 때, 깨끗한 지도에 섣불리 메모하기 꺼려졌던 경험에서 탄생한 제품이다. 그냥 우리가 상품을 만들고 자기만족하고, 시장에서 잘 팔리는 제품 위주로 생산하는 것보다는 실제 우리 브랜드의 접점에 서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무지스럽게 만드는 것이 브랜드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인양품연구소 / 출처 : https://www.muji.net/lab/

 

UnitasBRAND 고객의 생활 속 아이디어를 무지 내에서 어떻게 수용하고 구체화해 나가는가?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는 무지의 방식이 궁금하다.

 

송윤 팀장 앞서 말씀드린 무인양품연구소에서만 고객의 소리를 듣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이 내용들을 영업팀, 상품팀 등으로 공유를 굉장히 많이 한다. 우리가 움직이는 속도는 느리다. 왜냐하면 공유하고 검증하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상품 개발에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 4년이 걸린다. 한 번은 본사에 우리나라에 따뜻한 겨울옷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했다. 그런데 정말 그 옷이 필요한지  3년을 생각하더라. 본사에서 한국의 겨울을 2년에 걸쳐 관찰했고, 우리는 3년째 되던 해에 완제품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마저 종류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깐깐하게 검증하지 않는다면 고객과 약속한 무지의 경험을 제공할 수 없다. 급히 만든 제품에는  ‘어느 정도’라는 약속을 지킬 수 없는 경우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진심

의식주 전반에 걸쳐 7,500여 가지에 이르는 일상용품을 보유하고 있는 무인양품. 그래서 그들의 경험은 생활밀착형 경험이고, 고객들은 밀착하여 체험한 바를 그대로 무인양품에 전달한다. 이렇게 해서 무인양품은 생활 속 기본이라는 그들의 존재 의미를 완성해 간다. 그리고 사람들의 주관적인 체험을 듣고, 생각하고 반영하는 과정을 거쳐 경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한다. 하지만 무인양품의 브랜드 경험을 생각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제품과 서비스의 본질로 구현되는 브랜드의 철학도 중요하지만, 브랜드가 움직이는 철학이 고객이 경험하는 브랜드 못지않게 직원들도 브랜드를 내부에서 잘 경험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과 문화로서 구현이 잘 되어 있는가? 좋은 브랜드 경험은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티브 스트레티지의 CEO이자 혁신 및 디자인 전략의 구루인 제닌 라에는 ‘직원을 관리하고, 보상하고, 작업하면서 측정하는 지속적인 노력’을 강조한다. 무인양품의 진짜배기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무지그램,
철학의 전파

1995년에 무인양품은 기업공개(IPO)를 단행한다. 하지만 그 이후 머지않아 난관에 처한다. 무인양품의 마쓰이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이때를 매출과 이익이 늘면서 현실에 안주하고 조직이 경직화되었다고 표현했다. 2000년, 이런 분위기를 쇄신하고, 본래 무인양품이 갖고 있었던 철학과 이를 바탕으로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시하기 위해 무지그램(MUJIGRAM)이 탄생한다. 

 

 

기본적으로 모든 매장에 대한 디자인, 광고, 서비스 방법, 제품 개발, 상품관리는 물론이고 회계, 노무, 점포 관리, 위기관리 등과 관련한 부분까지 우리 브랜드를 아우르는 가이드라인이 있다. 우리는 이 가이드를 무지그램이라고 부른다. 일본 본사에서는 두께 5cm 정도의 책으로 10권을 제시한다. 무지그램은 일본뿐만 아니라 무인양품이 진출한 국가 어디에서나 진행된다. 대신,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기준은 해당 국가의 법에 적합하게끔 바뀐다. 

 

우리나라에는 지금 세 권으로 들어왔는데, 일본 기준으로 보면 한 권정도의 분량이다. 본사의 가이드에 비해서는 적은 분량이지만, 우리나라의 현실과 지사의 규모에 맞게 수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들어왔다. 이 부분을 우리가 다 완성해나가면 여기서 분량은 늘어날 예정이다. 본사 역시 처음부터 책 10권에 담긴 모든 기준을 요구하진 않는다. 무지그램에는 굉장히 세세한 부분까지 들어있다. 예를 들어 아르바이트 생이 포스(POS) 기계를 다루는 방법이나, 매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어떤 시점에서 어떤 인사를 드릴지, 계산을 기다리는 고객들에게 어떤 멘트로 응대를 해야 하는지 등 매우 디테일하다.

 

 

UnitasBRAND 매장의 모든 물건뿐만 아니라 사람까지도 가장 무지스럽게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건가.


그렇다. 우리나라의 직원과 매장 스탭도 무지그램으로 교육받았다. 제품뿐 아니라 사람까지 무지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는 무지그램에 따른다. 그런데 아직도 미완성이다. 우리의 철학은 변하지 않지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상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현실에 맞게 무지그램이 개선될 부분을 체크하고 본사에 요청한다. 그리고 본사는 요청받은 부분을 정말로 바꿔도 되는지 1년 동안 세세하게 검토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1년에 한 번씩 무지그램을 개정한다. 

 

 

UnitasBRAND 브랜드의 전 부분을 모두 방대한 매뉴얼로 만들어 철저하게 관리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지를 찾는 고객 분들이 느끼는 우리의 분위기가 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총체적인 분위기 역시 곧 브랜드 경험일 텐데,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고객과 이런 무언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우리는 고객과의 약속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같은 고객이 전 세계의 어디 무지를 가더라도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제품의 기본을 강조하듯, 우리가 일하는 바의 기본을 담은 게 무지그램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완벽하진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무지라면 꼭 지켜야 하는 부분을 현장의 관리자에게 전달하려면 타협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매뉴얼이라고 해서 획일화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매뉴얼 자체가 현장에서의 상황에 맞게 행동하라는 부분이 많다. 현장성을 인정하는 매뉴얼이다.

 

 

고객 분들이 느끼는 우리의 분위기가 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총체적인 분위기 역시 곧 브랜드 경험일 텐데,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고객과 이런 무언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브랜드를 
이해하는 브랜드

UnitasBRAND 좋은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려면, 설계자가 브랜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느냐는 당연한 문제다. 무지의 직원들은 무지를 어떻게 경험하는가?


일본에는 이제 보편화되었는데, 매장의 스탭부터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현장은 고객들이 우리의 물건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관찰할 수 있는 곳이고, 그런 모습을 무지의 시각으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마다 유난히 잘 할 수 있는 일들이 발견된다. 판매를 잘하는 사람이면 본사의 영업팀으로 발령이 날 수 있고, 디스플레이를 잘하는 사람이면 본사의 비주얼 담당이 된다. 머리로 무지그램을 이해했으면, 직원들도 가이드가 발현된 현장에서 실제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일을 하는 과정에는 무지의 정신이 많이 적용된다. 무지라는 브랜드가 간소함을 강조하는 만큼, 우리 역시 그런 간소함을 이해하고 생활에 적용하려 노력한다.

 

 

고객들에게 ‘이만큼 절약해서 기본에 충실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우리가 사무실에서 돈을 낭비할 수는 없다. 고객들이 무지에 와서 이성적인 만족감을 느끼고 합리적인 소비를 했기 때문에 우리 조직이 운영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원들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무지는 외부로 나가는 공문 외에 페이퍼 워크를 거의 하지 않는다. 팀원이 나에게 보고를 할 때도, 노트북을 그대로 가져와서 이야기한다. 회의도 종이 없이, 벽에 빔 프로젝트를 쏘아서 진행한다.

제품을 만들 때 필요 없는 공정을 없애고 가장 최적화된 간소한 제법을 찾는다면, 일 처리도 마찬가지다. 두어 번에 할 일을 한 번에 끝내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직원들 역시 야근 없이 업무시간에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게 독려한다. 사무실의 컴퓨터가 대부분 노트북인 이유도, 외근이 잦은 직원들의 이동시간 로스를 줄이기 위해서다.


직원의 입장에서 본 무인양품은 굉장히 보이지 않는 노력을 많이 하는 회사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누군가에게 우리가 이런 노력을 한다고 알리는 사실을 싫어한다. 혹자는 브랜드의 태생이 일본이어서 그렇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런 부분은 일본의 미‘학’이 아닌 무인양품의 미‘덕’인 것 같다.

 

 

실제로 2011년 일본 동북부 대지진이 일어난 다음 날, 일본의 유수 기업들은 자신들이 지금 피해복구 후원을 나선다는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렸고, 신문과 뉴스에는 물류창고에서 배송트럭이 출발하는 장면들이 연이어 보도됐다. 하지만 무인양품에는 반대로 기자들의 전화가 걸려왔다.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기업이 왜 복구 후원에 나서지 않느냐고.

그런 기자들의 질문에 무인양품에서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저희는 어제 다녀왔습니다.’

 

UnitasBRAND 몰랐던 사실이다. 보여주기 식 후원을 하는 기업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얘기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브랜드가 이런 좋은 일을 한다는 사실을 알리면, 브랜드를 사용하는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뿌듯할 것 같기도 한데. 생활의 기본을 간소한 제품으로 말하는 브랜드이니까, 이런 일 역시 기업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굳이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내세움 자체가 무지의 제품이나 브랜드를 움직이는 정신과 어울리지 않다. 사실 이게 우리의 콘셉트이다. 소재, 공정, 포장의 간소화라는 콘셉트와 심플함을 지키는데, 내세우면서 이런 콘셉트를 지켜나갈 순 없는 것이다. 무지는 무지가 생각하는 맞는 일을 할 뿐이다. 우리가 작지만 노력한다면, 무지를 사용하는 분들도 우리의 철학에 동참한다고 생각한다.

 

 

무인양품의 브랜드 경험은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의 생각을 잘 이해하려는 조직적인 진심에서 우러나온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갈망하는 것은 물질 자체가 아니다. 의미가 담긴 물질이다.’
–제임스 트위첼

 

출처 : https://ryohin-keikaku.jp/

 

UnitasBRAND 기본과 보편이라는 제품의 기본을 무지의 철학으로 재해석하고 그에 맞게 행동했던 것이 무인이 인이 될 수 있던 가장 큰 저력이었던 것 같다.


맞다. 일상의 작은 요소들을 우리의 철학으로 내보이는 거다.  ‘진심’이다. 진심은 과하게 드러내지 않아도, 그 진정성 때문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알아봐 준다. 진심으로 만든 볼펜 하나가 어떤 사람에게는 감동이 될 수 있다. 종이 뒤의 글씨가 보이도록 심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놓은 형광펜이 있다. 작은 구멍이고,  실제 사용할 때는 그렇게까지 편하지 않다. 최적의 형태는 아닐지 몰라도, 일상에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기본용품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우리가 줄 수 있는 브랜드 경험이 아닐까? 그리고 이런 마음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진심에서 오는 감동이 결국 우리가 말하는 좋은 물건에 대한 답이자, 우리의 브랜드 경험이다. 브랜드는 겉으로 보이는 가격이나 제품으로 평가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형태에 저가라는 이유로 간혹 무시 받는 브랜드들이 있다. 싸다고 폄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기본이라는 것은 Fad하지 않다는 말이다. 기본을 지키려는 브랜드의 신념을 누가 평가할 수 있겠는가. 사람들은 가격이나 제품이 아닌 브랜드의 신념에서 브랜드를 경험하고, 감동받는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런 것 없이 브랜드가 살아나갈 수 있을까?  


송윤 무인양품 점포개발·정보시스템 팀장 2004년 무인양품 합작법인 론칭멤버로 시작해서 현재까지 상품, 점포오퍼레이션, 기획, 마케팅, 온라인, IT, 점포개발 등 전 부문에 두루 걸친 경험과 브랜딩+인테리어팀을 7년이상 이끈 경험을 가지고 있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33 브랜드경험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 진심은 의미가 담긴 물건을 만든다. 무인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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