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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브랜더의 정체되지 않는 정체성, 3가지 DNA

브랜딩/브랜드 인문학, 인문학적브랜드

by Content director 2022. 6. 1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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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terview with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 유영만

 

Q. 오늘 인터뷰에서 어떤 질문을 받고 싶습니까?
A. ‘당신은 왜, 그리고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싶습니다. 관념적인 목표를 묻기보다 제 삶에서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이냐를 말입니다.

 

당신은 ‘왜 사세요?’라는 질문을 받는 순간, 어떤 생각을 할까. 당혹감 따위의 감정은 차치해 두자. 우리는 지금부터 인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브랜더도 아닌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그에게 어떤 질문을 받고 싶냐고 물었을 때, 그는 망설임 없이 이 질문을 선택했다.


유니타스브랜드가 ‘인문학적 브랜더’로 스티브 잡스를 인터뷰하지 않은 것은 결코 잡스가 운명을 달리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잡스가 생존하여 오늘 당장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체, 신제품 ‘아이폰5’ 프레젠테이션을 한다고 했어도 이 사람을 만났을 것이다. 이 사람은 전공이란 ‘전’문적으로 문외한인 사람들이 ‘공’부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으며, 수많은 지식을 실타래 삼아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엮어 낸 자기만의 직조물로 세상을 보며 적극적으로 사고한다.

 

그는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 지식생태학자 유영만이다.

인문학적 브랜더의 DNA를 복제하기 위해 왜 지식생태학자를 만나야 할까? 

요약하자면 이렇다. 그는 사람과 소통한다. 유영만 교수는 그 결과물로 지금까지 저서와 역서를 포함해 65권의 책을 펴냈고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에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새로운 글을 업로드한다. 사람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배운 점을 삶 속에 녹여내며 사는 것이다.


인문학은 ‘왜 사세요?’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간의 학문이다. 인간이 연구 주체가 되는 동시에 연구 대상이 된다. 여기에 ‘인문학적 브랜더’가 되기를 갈망하는 당신과 유영만 교수의 접점이 있다.유영만 교수는 인간 자체에 대한 호기심으로 교육공학에서 시작해 생태학, 경영학, 인문학을 자유로이 유영하며 인간의 삶에 녹아든 지혜의 면면을 연구해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지식의 생각지도生角地圖를 그려냈다. 이제 브랜더들은 유영만 교수가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습득한 인문학적 DNA를 이해하고, 복제해 보자. 참고로 그의 DNA를 당신의 머리에 무작정 구겨 넣어서는 안 된다. 충분히 사유한 후 ‘체화’하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인문학적 브랜드를 구축하려는 인문학적 브랜더는 어떠한 DNA를 가져야 할까?
인문학적 브랜더가 ‘되는(Being)’ 과정에서 그 ‘실현하기(Doing)’의 방향성이 옳은가?

 


인문학적 브랜더의 DNA 1.

人,
자기다움의 발견


브랜드가 자기다움을 구축하기 전,
인문학적 브랜더의 자기다움을
삶과 브랜드에 녹여야 할 것이다.
 

 

“네, 들어오세요.”
혹여 유영만 교수의 연구실을 방문할 사람은 신발 선택에 유의하길 바란다. 하지만 인터뷰를 마치고 낑낑대며 부츠를 신는 에디터에게 “이렇게 가끔 제가 실례를 범합니다”라면서 손수 의자를 놓아 주는 유 교수가 있으므로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는 남다르다. 그는 ‘그저 그런 독특함’을 뛰어넘어, 본인의 가치를 삶 속의 공간에까지 녹여내며 자기다움을 마음껏 표출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에디터에게 의자를 챙겨 주던 배려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서 남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분명 아니다.


자기다움을 찾기 위해서는 분명히 ‘나는 누구인가?’의 질문부터 던져야 한다. 

질문의 이유와 목적이 마음에 썩 와 닿지 않는 독자라면 유니타스브랜드 Vol.22上 ‘브랜드 인문학’을 먼저 보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는 문사철이라 불리는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인문학과 브랜드의 접점을 찾으려 노력하며 궁극적으로 하나의 화두를 고민했다.

그것이 바로 ‘나는 누구인가?’다. 

인간은 현재를 이해하고 해석한다. 

 

《지금, 여기의 인문학》을 저술한 신승환 교수은 이와같이 말했다. 

“인문학은 현재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행위와 연관이 있으며, 인간의 삶과 역사를 비롯한 존재의 내·외부에 관여한다”고 말했다. 

 

브랜드에는 실존적이며 동시에 공동체적인 이중적 특성의
‘인간’ 브랜더가 내재한 가치가 이입된다.
그래서 브랜드 역시 자기다움으로 남과 다름을 실천하는 유기체가 되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인간은 염려하는 존재이기에 이웃을 배려한다고 했으며, 그러한 맥락에서 인간을 ‘*공존재(共存在)’라 부르기도 했다. 브랜드에는 실존적이며 동시에 공동체적인 이중적 특성의 ‘인간’ 브랜더가 내재한 가치가 이입된다. 그래서 브랜드 역시 자기다움으로 남과 다름을 실천하는 유기체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문학적 브랜드를 구축하려는 인문학적 브랜더는 어떠한 DNA를 가져야 할까? 브랜드가 자기세계, 즉 자기다움을 구축하기 전, 인문학적 브랜더는 먼저 ‘본인 존재의 이해’에서 나오는 자기다움을 본인의 삶 속과 브랜드에 녹여야 할 것이다.

 

* 공존재(共存在)

《지금, 여기의 인문학》의 저자 신승환 교수는 “인간과 관련된 학문으로서의 인문학은 자신의 존재뿐만 아니라, 타자의 관계에도 관계한다. 학문은인간의 것이기에 인간존재의 본질적 특성인 ‘공존재’를 배제한 학문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공존재共存在는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가 사용한 용어로, 실존을 넘어선 존재를 정의한다. 인간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만나 홀로가 아닌 타인과 함께 존재, 즉, 공존하는 존재다. 여러 사람이 존재하는 공존재 안에서 개인이 존재하는 것이며, 개인이라는 단독존재는 공존재의 결여된 양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영만 교수는 세바시 및 여러 플랫폼에서 자기다운 글쓰기와 책쓰기에 대해 강연하기도 했다. ⓒ세바시

 

즉 자기다움을 구축하기 전, 인문학적 브랜더는 먼저 ‘본인 존재의 이해’에서 나오는
자기다움을 본인의 삶 속과 브랜드에 녹여야 할 것이다.

 

 

UnitasBRAND 인문학자들과 인터뷰하며 인문학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았는데, 다들 첫 번째로 ‘자기 이해’를 꼽았습니다. 지식생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영역을 창조하고, 얼마 전 65번째 저서를 출간하는 등 교수님의 활동을 보면 교수님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아 가기 위해 연구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자기 안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있는지 시험하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요. 끊임없이 적극적인 연구와 저술활동을 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유영만 교수(이하 '유') 니체는 그가 지향하는 인간의 미래상을 ‘*위버멘쉬(bermensch)’라는 단어로 표현했습니다. 이는 ‘인간을 넘어섬’ ‘인간을 극복함’이라는 뜻입니다. 자신을 극복하라는 메시지는 결국 위버멘쉬가 되기 위해서 단호한 자기 변신을 꾀하라는 의미지요. 나를 넘어서고 나를 극복하는 과정은 결국 나다운 것을 만들어 가는 부단한 변신의 과정입니다. 이전의 내가 성취한 업적과 성취감에 머무르면 나는 거기서 성장을 멈추게 되는 겁니다.  

 

나를 넘어서고 나를 극복하는 과정은 결국 나다운 것을 만들어 가는 부단한 변신의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제게 프로젝트를 제안할 때, 제가 프로젝트 관여를 결정하는 기준은 돈을 많이 주느냐 안 주느냐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나 자신에게 도전이 되고, 나 스스로 색다른 것을 찾아서 공부할 수 있는 분야와 내용인가입니다. 나에게 왜 열심히 사느냐고 묻는다면 어떠한 것을 목표로 달려왔는데 목표에 도달해 보니 더욱 의미 있는 것이 옆길에 있는 것 같아 또다시 옮겨 가는 것이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들뢰즈의 노마드 개념처럼 말입니다. 그 과정 자체에서 찾을 수 있는 즐거움과 재미 때문에 사는 것 같습니다.

 

유영만 교수의 다양한 저서 

 

 

중요한 것은 쓰는 과정에서 제가 찾는 ‘발견의 즐거움’이라고나 할까요?
내 생각을 정리한 나다움이 묻어나는 표현물을 차근차근 내놓고 사람들과 공유해 보는 것이지요. 

 


사실 책을 100권 쓰는 것이 저의 잠정적인 목표입니다. 원래 나이만큼 쓰는 것이 목표였는데요. 지금까지 65권 썼는데, 65세처럼 보이지는 않지요? 정년 퇴임 전에 100권을 쓰자는 목표가 양적, 계량적 목표가 될 수 있겠는데, 사실 큰 의미는 없습니다. 100권을 다 썼다고 해서 인생이 바뀌는 것이 아니니까요. 중요한 것은 쓰는 과정에서 제가 찾는 ‘발견의 즐거움’이라고나 할까요? 내 생각을 정리한 나다움이 묻어나는 표현물을 차근차근 내놓고 사람들과 공유해 보는 것이지요. 이때 책은 결과적으로 우연의 산물(By product)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위버멘쉬(bermensch)

니체가 주장하는 완벽한 인간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초인超人으로 번역, 통용된다. 니체는 “초인은 아무 것도 두려운 것이 없고, 아무 것에도 속박 받지 않으며 자신의 몫을 지킬 줄 아는 존재”라고 말했다. 고통과 상실, 그리고 죽음마저 두려워하지 않으며 삶에 대한 의지로 지금, 여기의 삶에 전력을 다하는 존재다. 니체는 위버멘쉬가 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단련하고 부당한 권력으로 본인의 권리가 침해될 때 당당히 맞설 수 있게 되는 과정을 ‘초극’이라고 부른다.

 

*들뢰즈의 노마드

들뢰즈는 그의 저서 《차이와 반복》 《천의 고원》 등에서 노마드 개념을 제안한다. 들뢰즈의 노마드는 유목의 의미를 공간 사이의 물리적 이동에 국한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혁신해가는 창조적인 사유와 지적 활동으로 해석했다. 속도와 무한경쟁이 중요시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생존전략을 일컫기도 한다.

 

 

니체의 위버멘쉬 개념에서 말하는 자기극복의 원리가 교수님 안에 내재해 있는 것 같습니다. 

 

 

UnitasBRAND 일부러 의도하여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발견하시는군요. 니체의 위버멘쉬 개념에서 말하는 자기극복의 원리가 교수님 안에 내재해 있는 것 같습니다. 유니타스브랜드 Vol.14 ‘브랜드 교육’에서 인터뷰 때 말씀하신 교수님만의 특별한 가치관 P.I.T.C.H.가 생각납니다. 이 P.I.T.C.H.를 교수님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삶의 가치로 생각할 수 있겠네요. 스스로 이러한 가치 판단 기준을 정하여 행동과 사물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을 배워야할 것 같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교수님의 저서 제목 《생각지도 못한 생각지도 生角地圖》처럼 교수님은 평범한 단어들을 가져와서 색다르게 재창조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데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는데요. 이러한 영감은 어디서 얻으십니까?

 

국어에 관한 책이나 한자에 담긴 표의를 설명하는 한자 책을 많이 읽곤 합니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쓰는 단어들을 잘 풀어 놓은 책들을 보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되지요. 어휘력을 쌓다 보면 어휘가 사고를 자연스럽게 확장시켜 줍니다. 의외의 개념을 조합하고 개념과 개념을 연결하다 보면 기발한 곳으로 생각이 튀기도 하지요. 

 

 

들뢰즈는 개념이 인격이라고 말했고, 니체는 사람은 개념어의 집에 산다고 했습니다. 어떤 개념을 갖고 어떤 집을 짓고 사느냐는 집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하는 생각의 과정이 달라서 나올 수 있는 질문입니다. 개념을 변경하거나, 창조하거나, 습득하지 않는 이상 우리의 사고는 발전하지 않을 것입니다. 1년 전에 내가 썼던 개념과 지금 쓰는 개념을 비교해 봤을 때 개념의 변화가 전혀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개념 없이 사는 사람’이지 않을까요?

 

 

개념을 변경하거나, 창조하거나, 습득하지 않는 이상 우리의 사고는 발전하지 않을 것입니다. 

 

 

UnitasBRAND 브랜더들도 각자가 자신만의 개념을 정립하고 발전시켜 나가다 보면 결국 자기다움이 생기고 그것이 브랜더가 만드는 브랜드에도 묻어날 것 같습니다. 만약 교수님이 교수님만의 자기다움으로 남과 다름을 표출 할 수 있게 되는 브랜드를 런칭한다면 어떤 브랜드가 탄생할까요?

 

저는 지식생태학자, 지식산부인과 의사라 지칭하고 있으니 ‘학습약국’이나 ‘학습병원’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학습건강 전문의사, 재미있지 않나요? 제가 연구하는 것이 학습지식이니, 이것을 학문적으로도 연구하고 실제 삶에서도 적용해 본다면 보람찰 것 같습니다. 결국 병원을 만들어 사람들이 걸린 학습질환을 치료하고 학습건강에 대해 알려주고 싶습니다. 저는 해당 학습 주체의 학습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변수 간의 긴밀한 상호의존적 작용으로 ‘학습’에 대해 이해하는 관계론적 학습건강 관점을 지향(指向)합니다.

 

 

학습병원을 만들어 사람들이 걸린 학습질환을 치료하고 학습건강에 대해 알려주고 싶습니다. 

 

 

디지털 시대가 발전할수록 체화된 지식보다 쉽게 편집된 파편적 정보가 사람들의 앎을 주도하지요. 이렇듯 깊은 고뇌 없이 단편적인 정보를 긁어모아서 뒤섞인 정보 덩어리를 먹다 보면 학습소화기암에 걸리게 됩니다. 충분한 소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마구 섭취만 했으니까요. 그러면 학습건강 전문의사인 제가 학습소화기암에 대한 설명을 환자에게 할 수 있겠죠. 그 후 병의 예방도 중요하지만, 그 다음에는 치료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디지털 시대가 발전할수록 체화된 지식보다 쉽게 편집된 파편적 정보가 사람들의 앎을 주도하지요.

 

병의 예후를 설명해 주고 진단을 한 뒤 자연 속을 거닐며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천천히 사유해 보라는 처방을 내릴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이런 일을 저 혼자 실행하면 의미가 없으니 후계자도 양성해야겠지요? 제 뒤를 잇는 학습건강 의사, 학습건강 약사가 나오길 기대할 수도 있겠네요.

 


UnitasBRAND Think  크세노폰은 《소크라테스의 추억》에서 “자기를 아는 사람은 무엇이 적합한지 스스로 알며,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분별하며, 또한 어떻게 할 것인지 아는 바를 해냄으로써 필요한 것을 얻고, 모르는 것을 삼감으로써 비난 받지 않고 살아가며 또 불운을 피하게 된다”고 했다. 인문학에서는 반성이 아닌 성찰을 하고 인간을 지성과 실존으로 비추며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아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려 주지는 않았지만 각자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대화’를 제시했고, 이 방식을 통해서만 인간이 모든 형태의 권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음도 보여 주었다. 유 교수는 자기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확산된 자기다운 사고로 기존의 것들을 재개념화(reconceptualization)하며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통찰력을 선사한다. 또한 사람을 하나의 개체로 보기보다 유기적인 관계로 연결하여 이해했고, 이 이해한 바를 삶에 아로새긴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을 향하는 인문학적 브랜더의 첫 번째 DNA, ‘人’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 아마도 지금쯤 ‘인간’인 당신에게 궁금증이 하나 생겼을 것 같다.

 


인문학적 브랜더의 DNA 2.

文, 
지혜의 발견


‘책상 고민’보다
‘일상 고통’이 삶을 바꾸고
산 
지식은 책상이 아닌 일상에서 나옵니다
 

 

 

당신이 속으로 생각한 질문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나도 사람 사이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데 유 교수와 다른 것이 무엇일까?’ 

‘그래도 인문학 강좌도 들어 보았고 책도 챙겨 읽으려고 노력하는데, 이것으로는 부족한 걸까?’ 

 

유 교수는 현실을 관망하며 방향타를 잡지 않았다. 그는 ‘회색빛 청춘’을 보냈다고 회상한다. 실제로 젊은 시절, 공업고등학교에서 용접을 배우고 용접공으로 일한 이력이 있는 만큼, 방랑(放浪)의 시절은 그에게 방황(彷徨)의 기회를 주었고, 유 교수는 인생의 방향(方向)을 찾을 수 있었다. 유 교수는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영감을 받은 사유들을 정리해서 책으로 출간할 계획(인터뷰 당시)을 갖고 있다. 책의 주인공 ‘짜라투스트라’는 진정한 진리를 구하기 위해 10년간 산속에서 명상을 하고 세상에 내려온 후, 현실을 ‘관망’하는 학자들에게 일침을 놓는다.

 

'공부는 망치다'에서 놀이로서의 공부, 자기다움을 발견하는 공부의 본질과 이유, 방법, 정도를 이야기한다.

 

 

당신은 인문학적 브랜더가 탑재할 두 번째 DNA를 발견할 것이다.

 


2006년 여름, 전국 80여 개 대학교의 인문대학 학장들이 모여 인문학 위기론을 선포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그것은 인간 내면의 변하지 않는 본질을 연구하는 인문학이 사람의 삶 속에 뛰어들려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혜를 빙자하여 세상에 나오지 않고 말로만 그럴 듯한 학문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 

 

오랜시간이 지난 지금, 인문학의 모습을 보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여기저기에서 노력한 결과, ‘인문학’이라는 단어는 생소하지 않다. 그러나 인문학은 여전히 위기라고 한다. 위기의 ‘진짜’ 이유는 달라졌다. 인문학은 시대의 트렌드(Trend)혹은 패드(Fad)가 되어 여기저기에 잘리고 붙여져서(Cut and paste) 마구잡이로 쓰이고있다.

여기에 ‘유라투스트라 유영만’과 인문학의 접점이 있다. 그리고 당신은 인문학적 브랜더가 탑재할 두 번째 DNA를 발견할 것이다.

 

 

인문학(人文學)은 사람의 무늬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했습니다.  

 

 

UnitasBRAND 유니타스브랜드 Vol.22上 ‘브랜드 인문학’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눈 인문학자의 대부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브랜더들이 인문학적인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말입니다. 왜냐하면 기업 안에서 쉽게 인문학적인 사고를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반면, 스티브 잡스가 애플은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체라고 이야기한 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인문학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너도 나도 기업 내 인문학 교육을 시행하고, 인문학적 인재를 채용한다고 말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교육공학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인문학자가 아니어서 인문학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인문학은 사람의 아픔을 생각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아픔을 사랑하는 순간부터 인문학이 시작되고요. 인문학(人文學)은 사람의 무늬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의 무늬는 1~2년 연구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이 수천 년에 걸쳐 사람의 무늬(紋)를 연구해 왔지요. 사람의 무늬와 결, 골 등을 깊이 있게 사유하는 과정과 숙성기간 없이 인문학을 여기저기에 갖다 붙이다 보면, 그것은 인문(人文)이 아니라, 신문(訊問)하는 학문이 아닐까 싶어요.

 

생수 한 병을 만들더라도 이것을 내가 어떠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만드는지, 특히 이 누구에 대한 사유를 시작하는 것이 
인문학적 사유의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 역시 인문학적 문화를 조금이라도 만들려면 ‘성과 창출’이나 ‘효율’ 같은 언어부터 바꿔야 할 것입니다. 개념과 사고는 바꾸지 않고 옷만 인문학으로 갈아입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사실 본질은 바뀌지 않은 것입니다. 단순히 특정 상품을 많이 만들고 많이 팔아 많은 이윤을 남기기만을 바라면서 인문학을 끌어오는 것은 옳지 않겠죠. 생수 한 병을 만들더라도 이것을 내가 어떠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만드는지, 특히 이 누구에 대한 사유를 시작하는 것이 인문학적 사유의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인문학 트렌드도 같은 관점에서 말하고 싶습니다. 미국의 디즈니랜드에 가면 상상(Imagine)하는 엔지니어(Engineer)인 Imagineer가 1,600여 명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 것처럼 인문(Humanity)와 엔지니어(Engineer)를 합친 Hu-manigineer를 차근차근 육성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문학적 사유가 단순히 책 몇 권 읽고, 스티브 잡스 흉내를 내는 것일지 의문입니다. 우리는 잡스가 어떻게 생활했는지, 어떻게 생각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그 결과물에만 관심이 있어요. 진정한 창조적 모방을 이루려면 상황적인 맥락(context)을 이해해야 하는데, 피상적으로 결과물(text)을 보고 시도한다면 제대로 그 접근이 이루어지지가 않겠죠.‘

 

진정한 창조적 모방을 이루려면 상황적인 맥락(context)을 이해해야 하는데, 

 

UnitasBRAND 맥락을 이해한다’는 말이 관계론적 관점에서 지식을 연구하는 교수님과 통하는 것 같아 흥미롭습니다. 정말로 지금 우리는 상황적 맥락 없이 뭔가 좋은 것이 있으면 누가 먼저 따라 하고 배우느냐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맥락(Context)을 이해한다는 것은, 내 주위의 사람과 사회를 관찰해야 된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어떻게 하면 상황적인 맥락을 뚜렷한 관점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습니까?

 

부딪쳐 배우십시오. 식탁 위에 굴비를 매달고 밥을 먹는 게 진짜 굴비를 먹는 걸까요? 지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라보지 말고, 직접 씹어 보고, 삼키고, 소화시켜야 내 것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의식하에 ‘體認知=Change=體認智’ 철학을 제시합니다. 영어 ‘Change’는 ‘체인지’로 읽힌다는 점에서 착안, 의미를 부여해 창안한 새로운 지식관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몸(體)이 동반된 ‘고통’을 체험해야 하고, ‘고통’을 체험하는 가운데 지적 ‘고뇌’를 겪어 얻은 새로운 깨달음이 인식(認識)으로 다가와 마지막 순간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정리된 결과가 지식(知識)이 된다는 사실을 강조한 메타포입니다. 

 

 

기업에서도 “책상 앞에 앉아서 보고서만 보지 말고 밖에 나가서 보라”는 말을 하지요?


왜 머리로만 고민하고 구체적인 삶의 현장을 매개로 실천하는 고통 체험을 생략합니까? 흔들리는 ‘진통’ 없이 흔들리지 않는 ‘전통’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흔히 기업에서도 “책상 앞에 앉아서 보고서만 보지 말고 밖에 나가서 보라”는 말을 하지요? 발로 뛰는 기업, 그 발을 진정한 지식을 체득하고 체화하는 데 쓰십시오. 그리고 ‘책상의 지식’을 ‘일상의 지혜’로 구축하는 데 쓰십시오. 
‘책상 고민’보다 ‘일상 고통’이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꿉니다. 밖으로 나가 몸으로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스스로 깨닫는 시간이 더욱 중요합니다. 산 지식은 책상이 아닌 일상에서 나옵니다.

 

발로 뛰는 기업, 그 발을 진정한 지식을 체득하고 체화하는 데 쓰십시오.
그리고 ‘책상의 지식’을 ‘일상의 지혜’로 구축하는 데 쓰십시오. 


 

UnitasBRAND 사실 많은 기업이 자본으로 움직여 왔고, 인문학은 철학과 같은 심오하고 이상적인 학문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그 차이를 좁혀서 접점을 만드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듯 합니다. 만약 교수님께 “우리 기업을 인문학적인 브랜드로 만들어달라”는 프로젝트가 들어온다면 교수님은 인문학적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무엇부터 하실 건가요?

 

 먼저 조직의 상부, 임원들의 사고방식부터 바꿔야 순서가 맞겠지요? 그리고 그 회사에서 만든 상품을 가져다 놓고 그 상품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다섯 가지의 질문을 만들어 서로 묻고 답하는 겁니다. 만약에 생수라면, 왜 이 생수가 존재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이 나올 수 있겠죠.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고심할 겁니다. 상품, 즉, 그 회사의 최종적인 결과물을 가져다 놓고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답을 찾아 나가는 거예요. 이 과정을 임원을 대상으로 먼저 시행해 보고, 후에 일반 직원들도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문학적 브랜드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 질문해야 한다.

 

 인문학적 브랜드로 만들어달라고 한다면, 그 회사에서 만든 상품을 가져다 놓고
그 상품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다섯 가지의 질문을 만들어 서로 묻고 답하는 겁니다. 

 

 

UnitasBRAND 최종적인 결과물을 보고 자꾸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거슬러 올라가 본질적인 답, 근본적인 존재 이유를 찾아보는 과정은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찾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것이 곧 브랜드와 인간의 존재 이유를 탐구하는 인문학이 만나는 접점이 될 수 있을 것 같군요. 인문학이 개인의 삶 뿐만 아니라 기업에게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교수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제 전공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제 전공은 인적자원관리 (HRD, Human Resource Development)입니다. HR에서 H는 변함없이 Human, 인간입니다. 여기서 이 ‘인간’을 어떠한 개념의 인간관으로 단정하느냐에 따라 HR에 대한 생각과 실천은 판이해집니다. 현재의 HR은 인간, 사람을 연구하기보다는 H를 뺀 R, Resource만 취급하여 연구하고 있습니다. 개발하고 활용하고 착취, 남용한 다음 가치가 떨어지면 폐기하는 대상으로서 사람을 생각하는 관리자들이 인문학적 사고를 한다고 해서 진정한 인문학적 HR이 이루어질까요? 아닙니다. 저는 사람의 아픔을 생각하는 학문이 인문학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사람의 아픔과 외로움, 사람의 불편함과 불안감을 사랑하는 노력을 보이는 HR이어야 비로소 진정한 Human Relationship으로 거듭날 수 있겠지요.

 

 

관계의 아름다움이 인간의 아름다움을 결정하지요.
결국 인문학을 하는 목적은 사람을 향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람은 삶과 앎이 합쳐진 말이고요. 삶, 앎, 그래서 사람이 되지요.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人間)’입니다. 인간관계(人間關係)속에서 성장하고 발전해 갑니다. 관계의 아름다움이 인간의 아름다움을 결정하지요. 결국 인문학을 하는 목적은 사람을 향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람은 삶과 앎이 합쳐진 말이고요. 삶, 앎, 그래서 사람이 되지요. 사람의 삶에서 겪는 앎의 과정과 여기에서 추구하는 옳음을 탐구하고 알기 위해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알게 되면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전과 달라질 것이며, 그간 볼 수 없었던 문제를 깨닫게 될 수도 있습니다.

 


UnitasBRAND Think  기업은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인재’를 원한다. 그와 동시에 ‘인문학적 인재’를 원한다. 기업은 또한 직원들이 잠재적인 역량을 폭발시켜 회사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에 앞서 기업들이 ‘인문학적 인재의 성과 창출’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혜를 몸으로 체득할 사유의 시간을 주었는지, 아니면 10분짜리 인문학 동영상 강좌 수강권만 주었는지 말이다. 유 교수는 인문학을 이야기하면서 브랜드는 ‘누구’를 위한 것이며,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몸으로 움직여서 지혜로 체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인문학적 사유의 시작이다.개념이 바뀌면 사고가 바뀐다.

《4D 브랜딩》의 저자 토마스 가드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사고하는 방식이 실제 브랜드의 목소리가 되므로 이들이 사용하는 메타포가 바뀌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혹시 당신의 기업이 ‘성과 창출’ 같은 단어로 인문학적 브랜더가 될 만한 사람들을 누르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라. 여기에 두 번째 DNA ‘文’이 있다. ‘人’으로 탐구한 철학을 몸으로 녹여내는 지혜, ‘文’을 당신의 DNA에 복제하자. 브랜더는 싸움만 아는 전사(Warrior)가 아니라 지혜까지 겸비한 기사(Knight)가 되어야 한다.


인문학적 브랜더의 DNA 3.

人文, 
잠재된 원형의 발견


잠재된 원형을 발견하여 발현하는 일은
브랜드가 존재의 본질(Being)을 탐구하고
실현(Doing)하기 위해
인문학적 브랜더가 도와야 할 일


인문학자들도, 그리고 기업 자신도 과연 기업에서 인문학적 사유를 할 수 있을지를 의심하는 지금, 인문학을 단편적으로 쓰고 버리지 않고 제품과 서비스에 한 몸처럼 녹여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인문학적 브랜더’는 한 마디로 ‘엔텔러커(Entelechyer)’라고 부를 수 있다. ‘엔텔러커’ 브랜더는 과연 어떠한 개념으로 사고하고 움직일까? 유니타스브랜드 Vol.15 ‘브랜드 직관’에서 소개한 바 있는 ‘엔텔러키(Entelechy)’는 ‘잠재성 혹은 가능성에 대한 현실성’을 뜻한다. 즉, 특정한 것에 내재한 속성을 현재에 발현시키는 사람이 엔텔러커(Entelechyer)이자, 인문학적 브랜더인 것이다.

 

특정한 것에 내재한 속성을 현재에 발현시키는 사람이 엔텔러커(Entelechyer)이자, 인문학적 브랜더이다.

 

‘아이덴티티’는 없던 것을 어디서 갑자기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서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공유한 것이다. 


우리는 브랜드에 내재한 속성을 브랜더가 구체화하여 정의 내린 것을 ‘아이덴티티(identity)’라 부른다. 아이덴티티(Identity)란 ‘이드(Id)’와 ‘엔티티(Entity)’의 조합이다. ‘이드’는 말 그대로 본능, 자신 안에 내재한 본질적인 측면이고, ‘엔티티’는 그것을 현재화한다는 의미다. 즉, ‘아이덴티티’는 없던 것을 어디서 갑자기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서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공유한 것이다.

 

인문학적 브랜더가 ‘되는(Being)’ 과정에서 그 ‘실현하기(Doing)’의 방향성이 옳은지를 이번 기회를 통해 점검해 보자.

바로 여기에 유 교수가 전하는 인문학적 브랜더가 가져야 할 마지막 DNA가 있다.

 

 

특정한 것에 내재한 속성을 현재에 발현시키는 사람이
엔텔러커(Entelechyer)이자, 인문학적 브랜더인 것이다.

 

 

UnitasBRAND 유니타스브랜드 창간호의 ‘편집장의 글’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됩니다. 

“유니타스브랜드는 브랜드의 모든 것에 대한 잡지. 우리나라 브랜드의 헬퍼로서 그 이름값을 하길 다짐한다.”
그래서 유니타스브랜드는 창간 이래 ‘브랜드란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질문해 왔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브랜드의 헬퍼로서의 유니타스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먼저 고민해 왔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이번 ‘브랜드 인문학’ 편에서는 발행일을 한 달 뒤로 미루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교수님께도 이렇게 스스로 존재 이유를 고민하며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그리고 왜 이러한 고민을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물론 저 역시 제 존재 이유를 고민하며 자문자답하곤 합니다. 하지만 ‘나는 누구인가?’보다 ‘사람인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고 싶습니다. 이 질문에서 출발하면 ‘What is?’ ‘What could be?’ ‘What should be?’라는 변형된 형태의 세 가지 질문을 던져 볼 수 있습니다. 저의 주 연구 분야가 교육공학이니 여기에 빗대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What is?’의 질문은 사전적 정의(Dictionary definition)를 요구합니다. 여기에 정의를 말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정의(Definition)을 읽고 감동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오죽하면 ‘개소리를 논하는 것’이 개론(槪論)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주로 사전적 정의, 기술적 정의에만 답을 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저는 ‘What could be?’와 ‘What should be?’의 질문을 던지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며 살고 싶습니다. 

 


두 번째로 ‘What could be?’를 질문할 수 있겠네요. 여기에 ‘교육공학’ 을 대입하면, ‘교육공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물을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나’를 대입하면, ‘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의 물음이 되겠네요. ‘What is?’의 질문에서 답했던 정의가 단순히 닫혀 있다면, ‘What could be?’의 질문은 그와 다르게 가능성의 문을 열고 찾아가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은 ‘What should be?’의 질문입니다. 다시 ‘교육공학’을 대입해 봅시다. 그러면 ‘교육공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질문할 수 있겠네요. 이 질문은 당위론의 정의를 내리고, 가치관을 투영해 낸 것입니다. 즉,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해 보는 질문입니다.

 

나는 ‘되고’ 싶은 존재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고 있는지, 
그리고 혹시 나는 지금 ‘되기’를 고민하기 이전에 
무작정 ‘하기’만 실천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What could be? 무한한 가능성, 즉 세상 끝까지 달려갈 가능성으로 내가 무엇이 될 것인가(Being)를 물으며 존재의 크기를 확장시켜준다.

 


우리는 주로 사전적 정의, 기술적 정의에만 답을 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저는 ‘What could be?’와 ‘What should be?’의 질문을 던지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며 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What could be?’는 무한한 가능성, 즉 세상 끝까지 달려갈 가능성으로 내가 무엇이 될 것인가(Being)를 물으며 존재의 크기를 확장해 주기 때문입니다.

‘What should be?’ 는 나의 가치관과 직결되어 행동에 옮기는 문제(Doing)와 직접적으로 관련되기 때문에 의미 있는 질문이지만, 답을 쉽게 얻을 수 없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내가 진정 ‘사람’으로 살아간다면, 또 사람을 연구하는 인문학을 내 삶에 녹여내는 과정을 고려한다면, 이 두 가지는 쉽게 놓으면 안 되는 질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무엇이 ‘되는’ 것보다 ‘무엇다움’을 이루는 것이 더욱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무엇을 했느냐’하는 실행과 노력에만 주안점을 두고 ‘무엇이 되느냐’하는 ‘존재’의 본질과 본성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실 무엇이 ‘되는’ 것보다 ‘무엇다움’을 이루는 것이 더욱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다시 말하면, ‘평범한 스승’이 ‘되는’ 것은 쉽지만, ‘진정한 스승다운 스승’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거지요. 

 

정리해 보자면, ‘되기(Being)’는 비전을 통해 궁극적으로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의 문제라면, ‘하기(Doing)’는 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 구체적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금 이 순간, 유니타스브랜드의 독자라면 스스로 물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되고’ 싶은 존재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고 있는지, 그리고 혹시 나는 지금 ‘되기’를 고민하기 이전에 무작정 ‘하기’만 실천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입니다.

 

브랜드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유기체로서
‘What is?’ ‘What could be?’ ‘What should be?’의 질문을 해야 한다.

 

What is?, What could be?, What should be?의 질문으로 존재의 본질을 먼저 고민해야한다.


UnitasBRAND Think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지금, 여기의 인문학》에서 신승환 교수는 인간은 존재의 종말이 이미 결정된 채 태어났으나, 이 종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룬 해명과 죽음의 수용으로 학문과 예술을 낳았다고 말한다. 또한 인문학은 이렇게 죽음을 마주한 인간의 실존적 지평에서 이루어지는 ‘지성적 작업물’이라고 전한다. 유 교수는 인간으로서 지성적 작업을 수행하는 가운데 질문을 던졌다.

 

‘What is?’ ‘What could be?’ ‘What should be?’의 질문으로 존재의 본질을 먼저 고민하고, 그 본질에 가까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며 고민했다.

 

브랜드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유기체로서 ‘What is?’ ‘What could be?’ ‘What should be?’의 질문을 해야 한다. 브랜드는 그 아이덴티티를 구축해 가는 기쁨을 만끽하는 앎의 과정과, 브랜드가 제품과 서비스로 제공할 혜택으로 세상에 풍요로운 에코 시스템을 창출할 꿈을 꾸는 삶의 과정을 겪는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옳은’ 방향성을 찾아 잠재된 원형을 발견해야 한다. 잠재된 원형을 발견하여 발현하는 일, 이것이 브랜드가 존재의 본질(Being)을 탐구하고 실현(Doing)하기 위해 인문학적 브랜더가 도와야 할 일이자, 인문학적 브랜더가 유 교수로부터 복제해야 할 세 번째 DNA, 人文이다.

 

우리는 유 교수로부터 세 가지의 DNA를 복제할 수 있다. 人, 文, 그리고 人文이다. 인문학적 브랜더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브랜더라면, 당신의 타고난 DNA에 이 세 가지의 DNA를 덧입혀 체화하기를 제안한다. 그러고 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자.


CHANGE,
인문학적 브랜더의 
3가지 DNA

 

자신을 극복하며 이룬 ‘자기 이해’의 과정을 
인내하고 감내하고 이해하는 브랜더가
인문학적 브랜더이며,
그가 구축한 브랜드는 인문학적 DNA를 갖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미 2,000여 년 전에 《형이상학》 서문에서 “인간은 그 본성에서부터 알기를 원한다”고 이야기했다. 인문학적 브랜더가 되려면 자기이해를 찾기 위한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노력이 끊임없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브랜드는 분야가 무엇이든 자기다운 브랜드가 ‘되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도전하며 브랜드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가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이것이 당신이 복제할 첫 번째 DNA, 人이 될 것이다.

 

 

자, 당신의 브랜드는 어떠한 본질의 원형으로 남기를 바라는가?

 

‘人’의 DNA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규명한 브랜드 자신이 지향하는 모습으로 탄생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하지 않는다면 유 교수의 말처럼 모든 것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세상과 부딪히고 몸을 움직이며 지식을 체득하고, 지혜로써 발견, 체화하는 일련의 과정이 두 번째 DNA, 文으로 태어난다.

 

인간의 지성적 작업물이 인문학이라 했다. 칸트 역시 이러한 지성적 고뇌를 하며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해도 좋은가’의 세 가지 질문을 던졌으며, 이 질문은 그의 *3대 비판서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에 담겨 있다.

 

*3대 비판서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칸트는 인간 이성의 한계를 주목하고, 이성비판 연구에 힘썼다. 1781년 출간한 《순수이성비판》은 비판철학의 첫 번째 저서로서 인간 이성의 권리와 한계, 즉안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인식론을 연구했다. 1788년에 출간한 두 번째 비판서 《실천이성비판》에서는 인간 행위의 준거, 즉, 윤리학을 논했고, 1790년에는 3대 비판서의 완결로 《판단력비판》을 출간했다. 이 마지막 저술에서는 《순수이성비판》에서 논했던 인식론의 이론이성, 《실천이성비판》에서 논했던윤리학의 실천이성의 간극을 메우며 미적 판단력과목적론적 판단력 비판연구를 선보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앞서 말했듯이, 하이데거는 공존재(共存在)의 개념으로 자신의 존재뿐만 아니라 타자의 존재에 관계하는 인간 본성을 언급했다. 진정한 인문학적 브랜더로 태어나기 위해서 이 지성적 작업물에 보편적 인간에 대한 공감을 더해 본다면, 당신은 세 번째 DNA, 人文을 찾은 것이다.

사람에 근거하는 인문학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 현실로 녹아 나와야 하듯, 인간 역시 그 자신을 연구하는 인문학을 일부러 배우려 하지 않고 삶 속에 녹여야 한다.

 

 

 

브랜드는 브랜드와, 인간과, 그리고 사회와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고, 자신이 걸어간 발자국을 남긴다. 

 

 

토마스 가드는 일찍이 강력한 브랜딩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그 브랜드의 ‘본질’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자, 당신의 브랜드는 어떠한 본질의 원형으로 남기를 바라는가?

 

인문학은 삶의 흔적이 남긴 무늬를 갖는다. 실제로 고대 한자 사전 《설문해자》에는 문(文)을 무늬(紋)와 같은 뜻으로 풀고 있으며, 결(理)의 의미를 지닌다고 적혀 있다. 브랜드는 브랜드와, 인간과, 그리고 사회와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고, 자신이 걸어간 발자국을 남긴다.

 

유 교수는 수많은 혼돈 속에서 자신을 극복하며 이룬 ‘자기 이해’야말로 모든 가면을 털어낸 참다운 모습이라고 했다. 이 과정을 인내하고 감내하고 이해하는 브랜더가 인문학적 브랜더이며, 그가 구축한 브랜드는 인문학적 DNA를 갖게 된다.유 교수의 연구실을 나서며 조상에게 받은 ‘유영만’이라는 이름 석 자 대신 현재의 ‘유영만’의 본질을 표현할 새로운 이름을 짓는다면 무엇이겠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며칠 뒤 유 교수는 새 이름을 ‘체인지(體認知)’로 짓겠다고 알려왔다. ‘몸으로 체득한 깨달음으로 인식을 지배하여 지혜로 체화된 지식’. 인문학을 머리로 배우지 않고 몸으로 깨달아 삶 속에 녹여내며 사는 유 교수다웠다.

 

정체성(正體性)은 정체(停滯)되어 있지 않다. 유동적이다.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긴 나 자신과 브랜드에 내재한 DNA가
실시간으로 발현되는 결과물이 ‘정체성’이다. 

 

 

정체성(正體性)은 정체(停滯)되어 있지 않다. 유동적이다.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긴 나 자신과 브랜드에 내재한 DNA가 실시간으로 발현되는 결과물이 ‘정체성’이다. 당신이 진정한 브랜더라면, 아직 미완(未完)인 정체성을 찾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숨겨진 DNA를 발견해보라. 당신은 분명 인간이다. 태생적으로 인문학적 존재이므로 이 DNA들을 사실 내재하고 있다.

 

 

자신과 인간을 이해하며 삶 속에 녹여내어 브랜드에 살아 있는 숨결을 불어넣으면 된다.
그러면 당신은 당신과 세상을 마주하는 인문학적 브랜드를 만들게 될 것이다. 

 

 

유니타스브랜드 Vol.22上 ‘브랜드 인문학’에서 이야기를 나눈 많은 인문학자들은 ‘인문학이란 무엇을 보고 무엇을 경험하든지 그것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이해하려는 모든 시도’라고 입을 모았다. 이제 세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어우러지며 자신의 가치, 가능성, 나아가 지혜를 찾아내길 바란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고 인간을 이해하며 이 모든 바를 삶 속에 녹여내어 브랜드에 살아 있는 숨결을 불어넣으면 된다. 그러면 당신은 당신과 세상을 마주하는 인문학적 브랜드를 만들게 될 것이다. 


유영만 한양대학교에서 교육공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에서 교육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인력개발원에서 5년간 근무하며 현실 속에 진실과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안동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는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양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장, e-learning센터장으로 근무 중이다. 가르침과 배움의 본질의 연구에 몰두하며 깊고 넓은 이해를 하는 과정으로 《생각지도 못한 생각지도》 《곡선이 이긴다》 《상상하여 창조하라》 등의 저서와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버킷리스트》 등의 역서를 포함, 65권의 책을 출간했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22 브랜드인문학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 體認知=CHANGE, 인문학적 브랜더의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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