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terview with 아모레퍼시픽 CEO 서경배, 기술연구원, SCM 부문
시작은 여기서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지난 Vol.22 上 ‘브랜드 인문학’ 특집을 진행하면서 유니타스브랜드가 만났던 대부분의 인문학자들은 ‘인문학’에 ‘브랜드’라는 말을 붙이는 것조차 거부감을 나타냈다.
몇 번의 메일을 주고받으며 겨우 인터뷰 자리를 얻게 되었다 하더라도, 인터뷰 중에 들었던 내용 중 더 보완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 추가 인터뷰를 요청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인문학과 브랜드와의 만남이 내키지 않는다’며 인터뷰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기도 했다. 왜 이들은 인문학과 브랜드를 나란히 부르는 것조차 불편하게 느끼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의 저자인 강신주 박사의 얘기를 빌어 설명하자면 “브랜드는 속으로는 자본, 그러니까 힘의 논리로 경영하면서 겉으로만 철학으로 경영”하기 때문이다.
300여 년 전 혁명을 통해 계급사회가 무너지고 이른바 시민사회라는 것이 형성되면서 근대사회의 시작을 알릴 때, 알다시피 자본주의도 함께 등장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사회의 질서 유지란 몫은 ‘신분’이었다. 하지만 혁명을 통해 신분 사회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면서, 사회의 질서는 자본이 넘겨받게 되었다. 자본주의란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자본’으로 해석되는, 다시 말해 자본이 곧 철학이 되는 사회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이 바로 인문학자들이 예민해지는 부분이다.
이택광(경희대학교 영미문화학과 교수): 가치란 차별이 없는 거거든요. 다름이 있을 뿐입니다. 과거에는 수많은 가치들이 있었죠.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가 되면서 모든 가치가 자본에 의해 결정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가치가 있기 때문에 비싼 것이 아니라, 비싸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으로 둔갑해버렸잖아요.
결국 인문학자들의 시선으로 본다면 기업이 인문학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은 또 하나의 비싼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인터뷰 도중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신발 하나를 사면 제3세계의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신발이 기부되는 탐스슈즈를 예로 들자, 인문학자들 중 열에 아홉은 “진짜예요?”라고 되물었다.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 어떤 철학자는 “너희들(에디터)도 속고 있다. 그것도 마케팅일 뿐이다”라고 확신하기까지 했다. 이것이 현실이다. 언제부터 기업들은 이처럼 ‘신뢰’를 잃어버렸을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만 했다.
“인문학적 브랜드는 무엇일까?”
우리는 지난 번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인문학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이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인문학자들의 답변이 묘하게도 한데 포개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중 몇 명의 답변을 다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인문학이 추구하는 있는 가치를 표방하는 브랜드이겠죠.
그러니까 인문학이 추구하는 인간 본성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브랜드 말입니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엄정식)
“인간과 공명하는 브랜드가 되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자기 이해를 넘어,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하는 공명하는 브랜드가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성공회대학교 철학과 교수 신승환)
“시대와 공간을 모두 초월하여 인간 정신의 보편적인 원형을 찾고, 연구하는 브랜드라면 다른 브랜드와 분명 다르겠죠.
그게 인문학의 주제이기도 하지만, 브랜드의 주제도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학종합센터 연구원 장영란)
“인간을 다스리려고 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인간이 다스릴 수 있는 브랜드. 그런 브랜드는 인간적인 냄새가 나지요.”
(문사철 기획위원 강신주)
‘인문학적인 가치’ ‘인간과 공명’ ‘인간 정신의 보편적인 원형’ ‘인간적인 냄새’…. 인문학적 브랜드를 설명하며 인문학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들은 대략 이런 것들이었다. 각각의 단어들이 짚고 있는 요점은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이 단어들이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것은 모두 동일했다. 다름 아닌 바로 ‘인간’이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인간을 중심에 놓고 브랜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이 말하는 인문학적인 브랜드란, ‘인간적인 브랜드’의 다른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질문의 방향을 조금 바꿔보자. ‘인간적’이라는 것은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다시 출발선에 섰다.
인간을 중심에 놓고 브랜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이 말하는 인문학적인 브랜드란,
‘인간적인 브랜드’의 다른 말이라 할 수 있다.
니체만큼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고 싶어 했던 인물이 또 있을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라는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 니체는 인간적인 것에 대해 평생을 고뇌하며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는 너의 주인이며 동시에 네 자신의 미덕(보편적인 도덕률; 편집자 주)의 주인이 되어야만 했다. 과거에는 미덕이 너의 주인이었다. 그러나 그 미덕은 다른 도구들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너의 도구여야 한다. 너는 너의 찬성과 반대에 대한 지배력을 터득하여 너의 더 높은 목적을 필요할 때마다 그 미덕을 붙이거나 떼 내버리는 것을 배워야만 했던 것이다.”
니체는 결국, ‘보편적인 도덕률’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삶의 창조자이자 결정자가 되는 것이 곧 ‘인간적’인 것이라 얘기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은 제각기 다른데 어떻게 하나의 기준을 모든 인간이 지켜야 할 잣대로 내세울 수 있는가가 그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던 거다. 위버멘쉬(ubermensch), 우리나라에서는 ‘초인’이라 번역되는 이 단어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바로 이것이다.
니체는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런 인간은 항상 자기 자신을 넘어서고, 자기 극복적인 삶을 영위하는 ‘초인’이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렇기에 초인에게 있어 고통은 그의 삶을 가로막는 방해물이 되지 못한다. 왜냐면 초인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한다. … 고통과 고난이 와도 웃어라. 그대, 패배하고 쓰러질지라도 다시 일어서서 싸우는 전사가 돼라. … 그 고통마저도 즐길 수 있을 때 그대 진정한 초인이 되리라.”
니체에게 있어 인간적인 것이란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주인이 되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삶의 진짜 주인이 되었을 때 자신만의 도덕률을 만들어, 그 도덕률을 이루기 위해 몸을 불태우는 ‘번개와 같은 초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적’이라고 했을 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일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최고의 인간을 가리켜 ‘칼로카가티아(kalokagathia)’라고 했다. 칼로카가티아란 아름다움을 뜻하는 ‘kalos’와 선함을 뜻하는 ‘agathos’의 합성어로, 곧 고대 그리스에서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선함과 아름다움으로 꼽은 것이다. 아마도 이 지점에서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행동이 지향하는 ‘선(good)’이란 과연 무엇인가?”
《니코마코스의 윤리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던졌던 질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궁극적으로 화두로 삼은 것은 ‘목적’이다. 그는 “모든 행위에는 그 행위를 하게 만든 목적이 있다”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는 ‘목적’을 엄격하게 두 가지로 나누어서 얘기한다. 하나는 ‘도구적 목적’이며, 다른 하나는 ‘본래적 목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다음 말을 다시 한번 보자.
“목수나 구두공이 어떤 일거리와 작업 과정을 갖고 있는 동안에, 과연 인간 자체는 아무런 일거리도 없으며 어떤 작업도 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고 가정할 수 있을까?”
이 문장을 다시 해석해 보면 이렇다.예를 들어, 목수가 막사 건축을 한다고 하자. 막사 건축이 모두 끝났을 때 목수는 그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막사는 병사들이 이동할 때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목수는 엄밀히 말해 병사들의 ‘도구적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질문한다. 목수가 기능, 그러니까 도구적 목적 말고, 인간 그 자체로서의 ‘본래적 목적’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말이다. 그에 대한 답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것은 선임에 틀림없다”라고 얘기한다.
“선이란 무엇인가. 선이란 사물이든 사람이든 모든 것이 자기 기능이나 능력을 목적이나 본성에 맞게 가장 잘 발휘하는 상태를 말한다.”
즉, 인간의 본래적 목적은 자신의 선함대로 사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인간적’인 것에 대해 생각할 때, 아리스토텔레스의 다음 말 또한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사회 속에서 살 수 없는 사람이나 스스로 자족적이기 때문에 그러한 욕구도 갖지 않는 사람은 동물이 아니라면 신임에 틀림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기원 전에 존재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아직까지도 유효한 이유는 인간의 본성은 수 천 년이 지난 지금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본성은 국가, 그러니까 공동체 속에서 살도록 만들어졌다고 했다. 즉 인간은 끊임없이 ‘접속’을 갈망하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자신의 존재감을 느낀다.
“인간만큼 타자와의 의존도가 높은 동물은 없습니다.
현대사회뿐만 아니라 수렵채집의 단계에서부터 인간처럼 많은 무리가 군집을 지어 생활하는 동물은 없었거든요.
이처럼 인간은 서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긴밀하게 협동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그런 삶을 살아왔어요.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인간은 끊임없이 어딘가에 접속하지 않으면 불안한 존재라는 겁니다.
인간은 타자와 이어짐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느낀다는 거죠.”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초빙교수 김찬호)
지난 번 브랜드 인문학 Vol.22上에서 문화인류학자 김찬호 교수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인간은 무리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고, 그 의미를 찾아가는 존재다. 그렇기에 인간은 ‘관계’라는 단어를 떼어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의 다른 말은 ‘인간은 관계적 동물’인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인간적인 브랜드입니다’라는 답은 아마도 이렇게 해석될 수 있을 듯싶다.
1. 자기 자신의 본래적 목적을 알고,선(善)한 방법으로 그 본래적 목적을 이루는 브랜드
2.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극복하며 초인이 되는 브랜드
3. 사회 속에서 함께 사는 브랜드
자, 본론은 이제부터다. 유니타스브랜드가 아모레퍼시픽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2010년 3월 즈음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용인시 기흥에 있는 기술연구원을 증축하면서 기술 히스토리 북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인식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60년이라는 장구한 역사를 가진 대표적인 뷰티 기업 정도였다. 그런데 첫 인터뷰를 시작한 그날부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왜 존재합니까?”
“왜 여기에서 일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 그들의 대답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동일했다.
대략 3개월에 걸쳐 50여 명과 인터뷰를 하는 내내 동일한 답변은 이어졌다. 50명이 동일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 중의 하나다. ‘진짜’이거나 ‘세뇌교육’을 받았거나. 이것의 진의를 알아낸 것은 그로부터 1년 후인 2011년 3월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존재 이유를 알고, 더 나아가 자신이 그곳에 왜 존재하는지를 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인문학적 사유의 출발점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또 다른 부문에서 히스토리 북을 기획해달라는 의뢰가 온 것이다. 이 부서는 아모레퍼시픽의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부문인 SCM(Sup-ply Chain Management) 부문이었다. 50여 명의 SCM부문의 직원들과 인터뷰를 마치던 날 우리는 그들의 답변이 ‘진짜’라고 판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존재 이유를 알고, 더 나아가 자신이 그곳에 왜 존재하는지를 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인문학적 사유의 출발점이다. Vol.22下 ‘인문학적 브랜드’를 준비하며, 우리가 아모레퍼시픽을 싣기로 한 이유가 이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만난 100여 명의 사람들은 인문학적 브랜더였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아모레퍼시픽만이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 브랜드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글은 아모레퍼시픽의 허락을 구해 지난 2년간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CEO를 비롯하여, 아모레퍼시픽의 창조 스토리를 쓰는 기술연구원의 연구원들과 고객들에게 창조 스토리를 전하는 SCM 부문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한 것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다시 살펴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아모레퍼시픽만이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 브랜드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한 목적을 찾아, 그것을 이루기 위해 초인적인 브랜딩을 하며, 더 나아가 사회와 더불어 사는 법을 찾아낸 아모레퍼시픽의 인문학적 브랜딩 스토리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우리는 세계인들에게 Asian Beauty Creator로 기억될 것이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아시아의 깊은 지혜를 바탕으로,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혁신적인 美의 영역에 도전한다.
세계 곳곳에서 일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사람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서로 돕는다.
내면과 외면이 조화를 이루는 진정한(美)를 창조하여,
아름답고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인류의 영원한 꿈을 실현한다.
그런 우리는 세계인들에게 Asian Beauty Creator로 기억될 것이다.”
2008년, 아모레퍼시픽의 CEO인 서경배 대표는 아모레퍼시픽 전 사원 앞에서 이른바 ‘아모레퍼시픽 웨이(AMOREPACIFIC WAY) 선포식’을 했다. 이 선포식에서 서 대표는 아모레퍼시픽이 걸어온 60년을 되새겨보면서 앞으로 걸어갈 60년의 기준점이 되어줄 이 같은 ‘소명’을 발표했다. 소명이라 함은, 한 기업이 자신은 누구이며,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것은 기업의 정체성을 명시화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Asian Beauty Creator’, 아모레퍼시픽은 스스로를 이렇게 부르고 있었다. 인터뷰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UnitasBRAND Asian Beauty Creator. 아모레퍼시픽이 궁극적으로 되고자 하는 목적지인 것 같습니다.
사실 자신이 누구인지 안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아모레퍼시픽이 스스로를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경배 대표 그 이유를 말하려면 저희 회사의 기원에 대해 설명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 아버지이자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자인 서성환 회장님이 아모레퍼시픽을 세운 건 1945년이죠. 하지만 서 회장님이 기업을 세우게 된 것은 그의 어머니, 그러니까 제 할머니인 윤독정 여사가 하던 일을 물려받으면서입니다. 윤독정 여사는 1930년대, 집에서 손수 동백기름을 만들어 파셨어요.
당시 동백기름 외에도 아주까리 기름, 수유 기름을 비롯해 일본에서 건너온 왜 밀기름 등 수많은 머릿기름이 있었지만, 동백기름만큼 그 윤기를 오랫동안 지속시켜주는 것은 없었어요. 그만큼 동백기름은 제조법이 무척이나 까다로웠죠. 무엇보다 좋은 품질의 동백나무 열매를 얻는 게 관건이었어요. 동백나무는 그때 남부 지방의 해안가에 자랐는데, 윤독정 여사가 있었던 곳은 개성이었거든요.
Asian Beauty Creator.
아모레퍼시픽이 궁극적으로 되고자 하는 목적지인 것 같습니다.
몇 천 리나 떨어진 동백나무 열매를 구하기 위해 윤독정 여사는 보부상들을 이용했다고 해요. 왜, 보부상들은 이 지방 저 지방을 다니며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잖아요. 보부상들이 남부 지방에 갔다가 다시 개성으로 올 때 동백나무 열매를 가져다 달라고 한 거죠. 이렇게 깐깐하게 만들다 보니 윤독정 여사의 동백기름은 금세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사업이 번창하면서 화장품 제조로까지 확장되었어요. 그때 아버지는 늘 할머니 옆에서 일손을 도왔다고 합니다.
원료를 구하는 것에서부터 생산, 유통 등 모든 것을 죄다 배우셨지요. 그러던 중 역사는 일제 강점기 시절로 들어섰고, 아버님은 징용을 당해 중국으로 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세상’을 보게 된 거예요. 전쟁이 끝나고 중국의 시장들을 다니면서 아시아의 여러 문물들이 그곳에서 교류되는 모습을 보며 언젠가는 당신이 만든 제품도 중국은 물론이거니와 태평양까지 넘는 날이 올 거라는 꿈을 가지게 된 거지요.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1945년,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이라는 기업을 만든 겁니다.
언젠가는 당신이 만든 제품도 중
국은 물론이거니와 태평양까지 넘는 날이 올 거라는 꿈을 가지게 된 거지요.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1945년,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이라는 기업을 만든 겁니다.
UnitasBRAND 태평양이라는 이름에는 창업자인 서 회장님의 꿈이 담겨 있던 거로군요. 보부상들에게까지 부탁해서 동백나무 열매를 구할 정도였다니, 품질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어느 기업이 품질에 대해 욕심을 부리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 시절만 해도 시쳇말로 먹고 사는 것이 힘든 시절 아닙니까. 제품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경배 대표 아마도 개성이라는 환경적 영향 덕분인 것 같습니다. 개성은 알다시피 고려왕조 때부터 시전(市廛)이 만들어지면서 독특한 상업문화가 발달한 곳이지요. 무엇보다 ‘신뢰’를 돈보다 더 귀히 여기며 상인의 도(道)를 만들어낸 그 유명한 ‘개성상인’을 낳은 곳이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개성상인이 지켜왔던 상도가 습관과 같이 몸에 배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윤독정 여사 때부터 품질에 대한 철학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윤독정 여사 때부터 품질에 대한 철학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그런 고집 때문에 1948년, 메로디 크림(Melody Cream)이라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표’라는 것이 붙여진 화장품을 출시하게 되었죠. 아모레퍼시픽이라는 이름을 확고히 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ABC시리즈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ABC포마드가 그 첫 시작이에요. 당시 젊은 남성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성이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포마드로 멋을 내기 시작했어요. 자연스럽게 포마드의 생산량이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포마드는 바셀린, 왁스 등의 광물성 물질을 주원료로 사용해 만들었던 터라 포마드를 바르면 바를수록 머리카락은 더욱 뻣뻣해진다는 게 아주 큰 단점이었어요. 무엇보다 포마드가 지나간 곳은 지나치게 기름이 번들거렸고, 머리를 감아도 그 기름기가 잘 빠지지 않았죠. 당장 서성환 회장 당신이 이런 포마드에 불만이 많았어요. 그런 불만 덕분에 아모레퍼시픽에서는 바셀린이 아닌 식물성 원료인 피마자유를 이용해 포마드를 만들었죠. 거기에 식물성 재료가 주는 독특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외국에서 향료까지 수입해서 넣었어요. 그게 ABC포마드예요.
그에게 ‘품질제일주의’는 곧 신앙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타협이 가능한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BRAND Think 당시 화장품들은 보습제인 글리세린과 오일 등을 섞어 만든 것에 불과했을 뿐만 아니라, 따로 용기나 상표도 없이 보부상들이 큰 통에 넣어 다니면서 집집마다 필요한 만큼 덜어 팔던 시절이었다. 게다가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외국과의 문물교류도 거의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화장품 원료를 구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당시 대부분의 화장품들은 해방 후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공장 등에서 구한 검증되지도 않은 원료를 쓴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화장품을 바르고 탈이 나도 탓할 사람조차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메로디 크림’이라는 상표를 붙인 화장품을 냈다는 것은 그만큼 원료와 제품에 대해 아모레퍼시픽이 책임지겠다는 자신감이었다. ABC포마드는 아예 그 자신감을 보증수표로 발행해준 것이라 할 수 있다. ABC포마드가 탄생한 건 1951년. 전란 중이었다는 것을 떠올려본다면 먼 타국에서 향료를 수입하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품질’에 대한 서성환 회장의 집념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에게 ‘품질제일주의’는 곧 신앙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타협이 가능한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원(origin)인 동백기름에서부터 시작된 아모레퍼시픽의 역사를 듣고 있자니 ‘유산(heritage)’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품질에 대한 지독하다 싶을 정도의 고집을 ‘불변의 명제’로 만들고는 그것을 다시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신앙’으로까지 숙성시켜 버렸다. 처음에는 그저 ‘유산(legacy)’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이것을 유산(heritage)으로 만들어버림으로써 기업이 지켜내야 할 ‘이념’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동양의 미(美)에 대한 역사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게 유산을 물려받은 자가 해야 할 다음 소명이라고 생각했죠.
UnitasBRAND 아모레퍼시픽의 기원에 대해 듣고 있자니, 기업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거룩한 유산을 물려받은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유산을 받으면서 아모레시픽은 그 유산을 어떻게 지켜낼까를 고민했을 것 같은데요.
서경배 대표 동양의 미(美)에 대한 역사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게 유산을 물려받은 자가 해야 할 다음 소명이라고 생각했죠. 근본적으로 동양의 미와 서양의 미는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는 부분을 보느냐, 전체를 보느냐의 차이예요. 서양은 모든 것을 잘게 쪼개서 보죠. 개별적인 특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예요. 반면 동양은 잘게 쪼개져 있는 것들이 한데 모여 있는 것, 그러니까 전체(holistic)를 봐요. 그래서 동양의 미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밸런스(balance)와 하모니(harmony)입니다.
BRAND Think 서 대표가 말하는 동양적인 미는 한방에서 한약을 처방할 때 약재를 조합하는 원리를 통해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한약재의 수는 모름지기 수백, 수천 가지에 이른다. 그 중 어떤 한약재들은 서로 만나 상승 작용을 하기도 하지만 어떤 것들은 서로의 약효를 없애거나 독이 되기도 한다. 즉, 아무리 몸에 좋은 한방 성분이라 해도 어떤 조합을 이루느냐에 따라 몸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혹은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한약을 처방할 때는 각각의 약재들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말이다.
이게 바로 아시아의 미가 추구하는 균형과 조화의 가치에요.
AMOREPACIFIC 한약재는 배합할 때 그것이 어떤 성분이라도 너무 많거나 적게 넣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좋은 한약재라 할 지라도 정해진 양보다 많이 넣어서는 절대 안 되지요. 중요한 것은 ‘균형(Balance)’을 잘 맞춰야 한다는 겁니다. 각각의 한약재들이 완벽하게 조합되었을 때 그것이 한데 모여 ‘조화(Harmony)’를 이루는 거지요. 이게 바로 아시아의 미가 추구하는 균형과 조화의 가치예요. (기술연구원 고문 이옥섭)
BRAND Think 각기 다른 성분들이 한데 모여 한 채의 귀한 한약을 만들 듯 아시아의 미는 이처럼 ‘다름’ 이 만들어내는 미학이다. 그렇기에 아시아의 미는 각각의 다름들이 만들어가는 ‘어울림의 가치’를 추구한다. 이른바, ‘Harmony of Contrast’다. 바로 이것이 아모레퍼시픽이 생각하는 미의 정수다. 그들은 극과 극의 만남이라 할 지라도 그곳에서 공존하고, 공생할 수 있는 것을 모색하는 것이야 말로 아시아의 미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추구하는 이러한 미는 아모레퍼시픽이 만든 다양한 화장품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구현되고, 실현된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AMOREPACIFIC,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가장 과학적인 설화수, 가장 자연적이면서도 가장 기술적인 아이오페 등은 아모레퍼시픽이 만들어가는 미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브랜드다.
여기까지 오니 그들이 왜 스스로를 Asian Beauty Creator라고 지칭하는지 되묻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 전령사의 몫을 감당하기 위해 그들은 이 질문을 머릿돌로 삼은 것이다.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서경배 대표 아시아의 미라는 것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나가고 세계 속에서 그 미를 보여주는 것이 아모레퍼시픽의 존재 목적입니다. 60여 년간 우리가 걸어온 길들을 보면, 모두 아시아의 미를 어떻게 만들까, 어떻게 표현할까, 어떻게 알릴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 길의 끝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그 끝에 다다랐을 때 우리를 일컬어 Asian Beauty Creator라고 부르겠지요.
BRAND Think 아모레퍼시픽이 발견한 그들의 본래적 목적인 선善은 이것이다. 그들은 동백기름에서부터 시작된 그들의 소명을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전령사라고 생각했다. 그 전령사의 몫을 감당하기 위해 그들은 이 질문을 머릿돌로 삼은 것이다.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에서 시작한 아모레퍼시픽은 유산으로 물려받은 아름다움을 통해 아름다움의 ‘원형’을 만들고자 했다. 그런 그들의 역사서는 정통서다. 정통(正統). 한자어를 그대로 풀이하면 ‘바른 계통’이라는 뜻이다. 그 옛날 왕권 시대에 정통성을 갖는다는 것은 왕이 될 수 있는 순수 혈통을 의미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쓰고자 했던 미의 역사는 다름 아닌 ‘정통’이었다.
아직 어느 누구도 밟지 않는 아름다움의 여정을 가는 데에 있어 아모레퍼시픽에게는 첫 발을 내딛는 자가 가지는 초월적 책임감이 있었던 것이다. 아름다움의 원형이 되기 위해, 아시아의 미에 대한 오리지널을 찾고자 한 그들이 인문학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아시아의 미라는 것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나가고
세계 속에서 그 미를 보여주는 것이 아모레퍼시픽의 존재 목적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언제나 최초와 최고를 추구하는 창조정신.’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을 드나드는 연구원 3명을 무작위로 뽑아 그들에게 이 연구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십분 정도 들으면 가장 많이 듣는 단어가 있다. 바로, 최초와 최고, 그리고 창조와 도전이다. 연구원들에게 있어 이 네 가지 단어는 흡사 ‘호흡’하는 것과 같았다. 그들은 이 네 가지 단어를 통해 자신들이 왜 이곳에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호흡이란, 생명의 다른 말이다. 그들에게 있어 이 네 가지 단어는 단순히 단어의 정의가 아니라, 존재의 정의인 것이다.
AMOREPACIFIC 단순히 연구원으로서의 욕심이기보다는 아모레퍼시픽은 미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었기 때문에 저희가 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언제나 처음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에게는 창조와 도전 정신이 있지 않으면 역사의 한 장을 쓸 수 없었죠. 그리고 그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했을 때, 최초의 땅을 밟게 되거나 혹은 새로운 역사, 그러니까 이때까지 발견되지 않은 미의 새로운 영역을 발견함으로 역사를 아예 새로 써버리며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도 되었죠 그런 의미에서 이 네 가지는 여기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의 DNA라고나 할까요. (기술연구원 고문 이옥섭)
아모레퍽시픽은 미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었기 때문에
저희가 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언제나 처음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에게는 창조와 도전 정신이 있지 않으면 역사의 한 장을 쓸 수 없었죠.
이것이 그저 구호가 아니라는 것은 아모레퍼시픽이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최초 혹은 최고로 선보인 기술의 목록만 봐도 단박에 알 수 있다. 그 중 우리가 눈여겨 볼 브랜드는 단연 설화수다. 단일 화장품 브랜드 1위, 국내 한방화장품 시장 점유율 57%, 화장품 단일 브랜드 최초 연 매출 5,000억 원 돌파. 이것이 설화수가 세운 기록이다. 웬만한 중견기업의 매출과도 맞먹는 수치다. 브랜드의 가치를 매출의 결과 말할 수는 없지만, 설화수가 이처럼 어마어마한 시장 점유율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40년이라는 한방화장품에 대한 아모레퍼시픽만의 퇴적층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다른 말로,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방 화장품을 만들기 위한 그들의 유난스러운 집착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왜일까?
설화수가 이처럼 어마어마한 시장 점유율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40년이라는 한방화장품에 대한
아모레퍼시픽만의 퇴적층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서경배 대표 서성환 회장님은 유년시절을 개성에서 보냈죠. 개성이 인삼으로 유명한 곳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인삼은 서성환 회장님에게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었죠. 인삼의 우수한 효험을 오랫동안 직접 체험하면서 인삼에 남다른 애착이 생긴 건 어쩌면 당연한 걸 거예요. 그래서 회사를 설립하면서 서성환 회장님의 고민은 늘, ‘인삼으로 화장품을 만들 수 없을까’였어요. 인삼이 이토록 몸에 좋은데 이것을 피부에 발라도 좋지 않을까 했던 거죠.
그런데 그 당시 식용으로써의 연구 외에는 인삼에 대한 연구가 전무했어요. 그래서 처음 인삼을 연구할 때만 해도 그것이 뭔지도 모른 채 인삼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살펴보며 추출물이란 추출물은 모두 뽑아 그 효능을 연구했지요. 결국, 1973년 아모레퍼시픽은 세계 최초로 ‘진생삼미’라고 하는 인삼 사포닌을 원료로 한 화장품을 만들어내어 출시했어요.
진생삼미는 당시 일본과 영국, 캐나다 등으로까지 수출되며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주목을 받았다. 한방화장품의 시작을 알린 진생삼미는 이후, 1975년 고려 청자를 용기 디자인으로 번안하여 세계 시장에 진출한 ‘삼미’로 발전했고, 다시 1987년 피부에 아름다운 눈꽃을 피운다는 의미의 ‘설화’로 진화한다. 설화는 인삼 화장품을 만든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여 율무, 당귀, 치자, 감초산 등의 다양한 한방 약초들에서 효능 물질을 각기 추출하여 만든 화장품으로, 한방화장품의 본격적인 태態를 갖춘 화장품이었다.
‘인삼으로 화장품을 만들 수 없을까’였어요.
인삼이 이토록 몸에 좋은데 이것을 피부에 발라도 좋지 않을까 했던 거죠.
AMOREPACIFIC 인삼으로 화장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생기니까 인삼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한방 식물들로 자연스럽게 관심이 뻗어나가게 됐어요. 인삼에서 효능 물질을 추출했던 것처럼 수많은 한방 식물들에서도 그 효능 물질을 추출하여 화장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요. 서성환 회장님은 인삼으로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자 한방 자체를 화장품으로 승화시키고 싶었던 겁니다. (기술연구원 고문 이옥섭)
그리고 그로부터 꼭 십 년 뒤인 1997년,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설화수는 단순히 한방화장품에 대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나라 고유의 한방(韓方)에 대한 완벽한 이해로 탄생된 것으로, 설화수야말로 진정한 한방 화장품이라고 그들은 얘기한다.
한방의 경우는 달라요. 여러 가지 재료의 성분과 효능을 분석하여,
그것을 한데 가공, 혼합하는 복방(複方) 처방을 내리죠.
AMOREPACIFIC 한방화장품의 정의를 무엇이라고 내릴 수 있을까요? 천연 재료를 사용하면 모두 한방화장품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천연물은 물질 하나하나가 가지는 각각의 효능이 있습니다. 그런데 각각이 가진 개별 효능만을 고려해 이들을 따로따로 넣는다면 그건 한방이 아닙니다. 한방은 여러 가지 천연물들을 잘 배합해서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겁니다. 양방과 한방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이 지점이에요. 양방은 재료 각각의 개별 추출물을 이용한 단방(單方) 처방을 하지만, 한방의 경우는 달라요. 여러 가지 재료의 성분과 효능을 분석하여, 그것을 한데 가공, 혼합하는 복방(複方) 처방을 내리죠.
한방화장품이란 복방 처방에 기반하여 수많은 재료들을 배합하고, 가공하여 만든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설화를 만들면서 인삼을 비롯한 한방의 생약에서 단일 효능 물질을 추출하여 화장품을 만들었지만 복방 처방까지는 아직 무리가 있었지요. 하지만 한의원에서 처방을 하는 것처럼 피부에도 그에 맞는 처방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경희대학교 한의대와 공동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화장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예 한의학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된 거죠.
(한방과학연구팀 수석연구원 김덕희)
한의원에서 처방을 하는 것처럼 피부에도
그에 맞는 처방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994년, 아모레퍼시픽 연구원들과 경희대학교 한의대 교수진들이 한데 모였다. 이들은 우선 본초강목(本草綱目)과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등 한방고전을 탐독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 리고 이 고전서들로부터 화장품의 성분으로 만들 수 있는 3,000여 가지의 한방 성분을 찾았다. 여기에서 다시 163가지의 성분을 추린 후, 또 다시 30여 가지의 원료를 엄선했다. 그 다음부터는 본격적인 임상실험에 착수했다. 각각의 약재들이 어떤 효능이 있는지 확인하는 수십 번의 임상 실험을 거친 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에서는 최종적으로 다섯 가지 재료에서 한방 추출물을 획득하는 데에 성공했다.
피부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참작약, 피지분비의 억제를 돕는 연꽃, 피부 항상성을 높여주는 옥죽, 미백 효능이 있는 백합, 그리고 재생을 비롯한 노화에 효능을 보이는 지황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성분을 채취하는 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 다섯 가지 성분이 서로 만나 균형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원시적인 방법처럼 보이겠지만,
이렇게 한약 재료로 화장품을 만든 사례가 전혀 없었어요. 우리가 처음이었죠.
AMOREPACIFIC 청결한 정화수에 이 다섯 가지 약재를 넣어 은근한 불에 무려 18시간을 달였습니다. 1시간 달여보고 샘플을 취하고, 또 1시간 10분 달인 후 다시 샘플을 채취해보고. 그렇게 수없이 실험을 하면서 18시간 이하로 달이면 효능이 떨어지고, 반면 그 이상을 달이면 오히려 성분이 파괴된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원시적인 방법처럼 보이겠지만, 이렇게 한약 재료로 화장품을 만든 사례가 전혀 없었어요. 우리가 처음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실험을 해보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였어요.
(기술연구원 고문 이옥섭)
‘창조적 파괴’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다.
초인은 어느 누구가 아닌, 스스로가 스스로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러한 지극정성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설화수의 가장 기본 재료인 ‘자음단(滋陰丹)’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단순히 한방 성분이 첨가된 화장품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한방과학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진짜’ 한방 화장품을 만들고자 했다. 그렇기에 진생삼미에서부터 설화수에 이르기까지 ‘창조적 파괴’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다. 초인은 어느 누구가 아닌, 스스로가 스스로를 넘어서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초인적인 모습은 이처럼 새로운 창조를 위한 자기 파괴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횟수는 그들에게 상관이 없었다. 오로지 목적은 ‘진짜’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AMOREPACIFIC 한방과학을 통해 처음 자음단을 만들면서 이게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자음단 안에 있는 다섯 가지의 성분들이 좀 더 시너지를 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했죠. 여러 한방 문헌들을 뒤져보던 중 생숙이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약물의 생(生, 신선)과 숙(熟, 숙성)에는 최적의 정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이론인데, 이 최적의 정도를 맞추기 위해서 예로부터 포제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한방과학연구팀 수석연구원 김덕희)
포제는 한 마디로 한약재의 요리법이라 할 수 있다. 즉 감자 하나를 요리하더라고 찌고, 볶고, 조림하는 것처럼 한약재 역시 다양한 가공 기술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포제다. 한방 고전 중의 하나인 수사지남(修事指南)에는 “포제가 분명하지 않고 약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탕방에 준칙이 없고 병증에 효험이 없다”라는 말이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예부터 한방 처방을 할 때 한약의 효능을 높이는 방법 중의 하나로 즐겨 사용돼 왔다. 포제법은 술을 넣어 찌는 주증법, 소금에 절여 굽는 연자법 등의 수많은 방법들이 있다. 어떤 포제법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약재의 독성은 제거되고, 효능은 높아진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모습에서 ‘정직(honesty)’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이 포제법에 주목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적절한 포제법을 사용한다면 한방화장품에 담긴 성분들의 효능이 최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방과학의 법칙에 따라 완벽한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아모레퍼시픽의 모습에서 ‘정직(honesty)’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사실, 진리를 구현해냄에 있어서 정직하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이뤄낼 수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에서 ‘정직’이란 단어가 고루하다 못해 남루한 단어가 돼버린 것은 그것이 빠른 시대에서 속도를 느리게 하는 주범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은 정직을 택한 대신 느림을 선택했고, 느리게 간 대신 그들은 명예(honor)를 얻었다.
빠른 시대에서 속도를 느리게 하는 주범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은 정직을 택한 대신 느림을 선택했고,
느리게 간 대신 그들은 명예(honor)를 얻었다.
AMOREPACIFIC 예로부터 음식의 보관을 위해 사용된 발효법은 그 과정에서 발효를 통해서만 생길 수 있는 독특한 영양성분을 만들어 보관뿐 아니라 영양 면에서도 의미가 있지요. 그런데 같은 발효라도 서양과 동양의 차이가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주로 빠른 시간에 발효가 이루어지는 설탕 발효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소금 발효를 했어요. 설탕 발효에 비해 시간은 더디 걸리더라도 냄새나 미생물, 그리고 유해 성분의 발생 없이 깊고 깨끗하게 숙성되기 때문이었지요. 우리 전통의 소금 발효를 화장품 기술로 응용한 것이 바로 장양입니다. (한방과학연구팀 수석연구원 김덕희)
서양에서는 주로 빠른 시간에 발효가 이루어지는 설탕 발효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소금 발효를 했어요.
“고구려 사람들은 깨끗한 것을 좋아하며 장양을 잘한다”라는 말이 삼국지를 비롯한 여러 문헌에서 등장하듯, 장양은 고구려 시대 때부터 대대로 내려온 우리나라 전통 발효기법 중의 하나다. 아모레퍼시픽은 천연물에 소금을 뿌린 후 그것을 옹기에 넣어 숙성시키는 발효법인 장양에 최신 바이오 기술을 접목해 ‘장양유백단’이라는 신소재를 개발했다.
까다로운 발효 조건을 고도의 생명공학기술로 제어함으로써 최적의 발효 수준을 이끌어낸 것이다. 장양의 발효 기법을 통해 탄생한 장양유백단은 각질을 형성하는 세포를 보호해서 피부 재생을 도울 뿐만 아니라 피부장벽 기능 강화 효과도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또한, 상처 치유 시 세포에서 나타나는 염증인자의 제어까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장양은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AMOREPACIFIC 장양유백단은 우리 고유의 발효 식품인 김치나 젓갈류 등은 별도의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부패나 오염이 되지 않아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되었어요. 유자와 지실을 장양 발효시켜 만든 장양유백단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인공적인 요소가 전혀 가미되지 않은 비살균 천연 발효를 통해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화장품 성분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발효가 될 때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까요? 발효는 그야말로 정해진 시간이 지나야 온전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기다림의 과학입니다. 최적의 발효 조건을 기술적으로 제어하지만, 긴 발효 과정상 실패의 위험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양을 화장품 기술로 응용할 수 있었던 것은 효율보다는 효능을 더 중요시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효율을 먼저 생각했다면 쉽게 포기하고 말았겠죠. (한방과학연구팀 수석연구원 김덕희)
기다림이라는 느림을 선택한 대신 그들은 세계 최초의 기술이라는 명예를 얻었다.
아모레퍼시픽이 이러한 기다림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이 기술이야말로 아시아의 미를 표현할 수 있는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기술로,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다림이라는 느림을 선택한 대신 그들은 세계 최초의 기술이라는 명예를 얻었다. 아모레퍼시픽이 인문학적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끊임없는 선택의 순간에 그들의 기준점이 되는 것은 수익도, 그렇다고 기업의 인지도도 아닌 자신들의 철학을 실천하고 있느냐이다.
다음의 인터뷰를 한번 더 보자.
AMOREPACIFIC 아모레퍼시픽의 한방화장품의 기술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재현해낼 것인가에서 출발합니다. 예를 들어 꿀벌은 여러 식물에서 뽑아낸 수지를 효소화하여 프로폴리스(천연 페니실린이라 불리는 것으로 꿀벌은 벌집의 틈이 난 곳에 이 프로폴리스를 발라 병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한다;편집자 주)를 만들잖아요. 우리는 꿀벌이 어떻게 수지를 효소화시켰을까를 관찰하며 그것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이것이 아모레퍼시픽 한방화장품 기술의 원리라 할 수 있죠. 장양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방과학연구팀 수석연구원 김덕희)
한방과학의 진리를 따라 그것을 정직하게 구현하기 위해
쌓은 40년이라는 퇴적층이 말해주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가장 훌륭한 사람은 모든 것을 버리고 단 하나를 선택한다. 영원한 명예가 바로 그것이다”라고 했다. 정직(honesty)과 명예(honor)라는 단어가 같은 어원에서 왔다는 것이 의미해 주듯 명예란 정직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일종의 특권인 것이다. 한방과학의 진리를 따라 그것을 정직하게 구현하기 위해 쌓은 40년이라는 퇴적층이 말해주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인문학이란 시공간을 초월하여 변하지 않는 가치를 그 시대에 맞는 옷으로 바꿔주는 학문이다. 진생삼미에서 한율에 이르기까지, 단순히 새 옷을 덧입는 것이 아닌 진리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입던 옷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새옷을 입은 아모레퍼시픽의 초인적인 모습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의 놀라운 창의성도, 은근과 끈기도 아닌, 다름 아닌 낡은 자아를 벗어던질 줄 알았던 용기가 아닐까.
“내가 너에게 초인을 가르치노라 … 정지된 삶에서 과감히 나와 새로운 삶을 찾아갈 줄 아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 니체
“아모레퍼시픽이 배우고 전하고자 하는 ‘아시아의 지혜’란 자연과 인간의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고 ‘녹색 성장’을 이루는 것을 말합니다. 아시안 뷰티 안에서 ‘녹색’과 ‘성장’은 모순 없이 만나 실현될 수 있습니다.”
2009년 9월, 아모레퍼시픽은 지속가능경영의 선포를 통해 자연과 사람, 기업이 공존할 수 있음을 온전한 실천을 통해 세상에 보이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물론 현재 전 지구적으로 환경이 이슈이긴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이 관점은 조금 다른 지점에서 출발한다. 2002년 미국 듀크 대학의 나이젤 피트먼 교수와 미주리 식물원의 피터 조건슨 연구원은 식물종이 가장 풍부한 나라로 손꼽히는 에콰도르에서 무려 83%에 이르는 식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연구결과를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아모레퍼시픽이 귀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시아의 미를 만들기 위해서 그들은 천연물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이 결과를 토대로 연구대상을 전세계로 확대해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종을 분석했고 그 비율이 22%에서 최대 47%에 이른다는 분석을 새롭게 내놓았다. 비단, 이 연구뿐만이 아니라 식물들의 멸종에 대한 예고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다양한 기관을 통해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발표에 아모레퍼시픽이 귀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시아의 미를 만들기 위해서 그들은 천연물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AMOREPACIFIC 아시아의 미는 뼛속부터 아시아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게 서성환 회장님부터 내려온 철학이죠. 아모레퍼시픽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화장품은 모두 그 뿌리가 아시아입니다. 그러니까 아시아에서 생산되지 않는 것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한방화장품은 모두 국내에서 생산된 원료만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죠. 점점 식물들이 멸종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이 철학을 지켜내는 것은 너무나 어려웠어요. (기술연구원 원장 강학희)
철학을 버리든 혹은 새로운 철학을 만들든, 어쨌든 타협점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은 창의적인 방법으로 그들의 철학을 굳건하게 지켜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원료를 아예 직접 재배하는 것이다. 그 시작은 2008년, 강원대학교와 함께 약초원을 조성해 국내산 한방약재를 직접 재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여, 국립생물자원관과 함께 희귀, 멸종 위기 식물의 보존과 복원을 위한 공동 연구로까지 발전했다.
인문학이 ‘전복’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철학과 사상은 비록, 그것이 작은 생각에서 출발했다 할지라도 그 생각을 지켜냈을 때
결국, 그것은 ‘변화’와 ‘창조’의 결과물로 탄생되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전복’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철학과 사상은 비록, 그것이 작은 생각에서 출발했다 할지라도 그 생각을 지켜냈을 때 결국, 그것은 ‘변화’와 ‘창조’의 결과물로 탄생되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 위해 아모레퍼시픽은 자신들의 철학을 반드시 지켜내야만 했다. 그 신념은 불가능한 환경이라는 빨간 불 앞에서 타협점을 찾는 것이 아닌, 아예 새로운 환경을 창조해 버림으로써 스스로 파란 불로 바꾸는 ‘전복’을 일궈냈다. 그리고는 곧장 그 길을 따라 직진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일궈낸 전복은 비단 철학 지키기만은 아니다. 그들이 바꿔버린 파란 불을 따라 갔을 때, 그들은 ‘상생’이라는 놀라운 씨앗을 만들어낸다. ‘아리따운 구매’가 그것이다.
AMOREPACIFIC 아모레퍼시픽에서 사용하는 원료의 대부분이 국내산 유기농 원료잖아요. 믿을 수 있는 유기농 원료를 얻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 방법을 고심하던 중 몇몇 유기농 원료를 재배하는 농가를 만나게 되었죠. 그런데 조사해본 결과 유기농이라는 것이 워낙 까다로운 것이라 아주 힘들게 농사를 짓고 있더라고요. 아주 좋은 농산물을 재배해도 그것을 시장에 파는 것도 어려워하고 있었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농가들과 협약을 맺었어요. 매년 정성껏 유기농 원료를 재배해 주면 그 원료를 저희가 구매하겠노라구요. 이게 바로 아리따운 구매예요. 2010년 첫 선을 보였죠. (원료구매팀 팀장 김한수)
아리따운 구매가 선을 보인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이 구매 프로세스가 화제인 이유는 바로 지역사회와 기업이 어떻게 ‘공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AMOREPACIFIC 충북 괴산의 경우 닥나무로 한지를 만드는 곳이 있어요. 그런데 닥나무에서 그 잎만 사용합니다. 저희가 필요한 부분은 닥나무 뿌리였어요. 잎만을 사용하고 항상 버려지던 뿌리를 저희가 구매하면서 지역사회가 발전하기 시작했어요. 그런가 하면, 제주도의 동백마을은 감귤 농사가 마을의 주 수입원이었어요. 그런데 야생에서 자라고 있는 동백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들을 저희가 구매하기로 결정하자 지역사회가 그야말로 부흥하기 시작한 거죠. 아리따운 구매의 목적은 물론 좋은 원료를 구하기 위함이 첫 번째이지만, 지역사회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방법으로 원료를 구하는 것이었어요. 그 보탬은 기부가 아니에요. 지역사회가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주는 것이죠. (원료구매팀 담당 박은아)
기부를 부정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은 기부와 같은 일시적인 도움이 아닌, 장기적으로 지역사회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 차원이 높은 도움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제주 동백마을의 동백을 시작으로, 전북 인삼농협의 인삼, 충북 괴산의 닥나무, 경남 사천의 대나무, 그리고 제주 송당리의 비자에 이르기까지 아모레퍼시픽은 지역사회의 농가와 협약을 맺어 농가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원을, 아모레퍼시픽은 안전한 원료를, 그리고 고객에게는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안겨다 줄 수 있는 상생의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실제로 동백의 경우 매년 4톤의 동백나무 열매를 구매할 경우 농가에는 평균 4,000만 원의 수입원이 돌아가게 된다. 땅에 떨어진 열매를 줍는 것만으로도 동백마을에 돌아가는 혜택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아리따운 구매는 기업의 비용적인 측면에서만 따져보면 사실, 고(高) 비용으로 원료를 구매하는 것이다.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원료를 재배한다는 것 자체가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모레퍼시픽은 연꽃 씨를 비롯하여, 콩을 비롯해 오히려 더 많은 원료를 이 아리따운 구매 방식을 통해 구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역사회와 공생하는 방법을 절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AMOREPACIFIC 사실 인삼의 경우만 봐도 저희가 사용하는 인삼은 철저하게 유기농 인삼이기 때문에 일반 관행삼에 비해 약 3배 정도 더 비싸게 원료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이것이 저희가 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리따운 구매와 같은 방식이 처음으로 시행되는 것이라 많은 어려움과 난관들이 있긴 하죠. 그러나 난관들을 만날 때마다 포기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저희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원료구매팀 팀장 김한수)
아모레퍼시픽은 당장에는 손실이나 혹은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일일지라도
그러한 시선에 타협하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며 가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들이 만들어내는 지속가능경영은 브랜드의 영속성(permanence)을 일궈낸다.
3배나 더 비싸게 지불하더라도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유지하겠다는 아모레퍼시픽의 생각은 ‘가치’가 ‘자본’을 넘어서는 것임을 보여주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더 비싼 값을 지불해서라도 더 좋은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다면, 비싼 값은 그에 걸맞은 대가라는 것이 아모레퍼시픽의 생각인 것이다. 지속가능경영이 이제는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서 필수가 된지 오래다.
지속가능경영이 가장 먼 미래를 바라보며, 그 미래까지 생각하며 경영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면 아모레퍼시픽은 당장에는 손실이나 혹은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일일지라도 그러한 시선에 타협하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며 가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들이 만들어내는 지속가능경영은 브랜드의 영속성(permanence)을 일궈낸다. 왜냐하면 영속성이란 ‘문화’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리따운 구매라는 새로운 구매 문화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이 그들이 물려받은 유산을 또 후대에게 안전하게 물려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공생’이란 어느 한 쪽도 손해를 보지 않고 동등하게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을 말한다. 아모레퍼시픽이 공생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가는 길이 ‘옳은 길’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리따운 구매라는 새로운 구매 문화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이 그들이 물려받은 유산을 또 후대에게
안전하게 물려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아시아의 미의 역사를 쓰는 자’라는 자신들의 본래적 목적을 머릿돌 삼아 그것을 완성해가기 위해 자신을 넘어서는 초인적인 브랜딩을 펼쳐나갔다. 그리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기업과 사회가 함께 사는 공생의 환경을 만들어냈다. 아모레퍼시픽이 추구하고 있는 인문학적 브랜드 휠은 이렇게 완성이 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왜, 인문학적 DNA를 가지고 있었을까?”
여기까지 왔을 때, 마지막으로 생기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왜, 인문학적 DNA를 가지고 있었을까?”
“그들은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걸까? 만약 후천적으로 가지게 되었다면 어떻게 가지게 되었을까?”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가 몽방투 산에 오르며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론》을 읽고 그 산을 내려올 때, 그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을 실천하겠다고 얘기했다.
그것이 바로 인문학의 시작이었다. 돌아보는 것. 다시 말해 ‘성찰’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인문학적 브랜드의 DNA를 가지게 된 이유를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의 뿌리는 동백기름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뿌리가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출발점으로 삼아 그것에서부터 기업과 브랜드의 성장과 성숙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신들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를 성찰을 통해 끊임없이 상기시킴으로써, 현재 자신들의 위치가 어디쯤인지를 알았던 것이다. 인문학이란 ‘지금 여기에서’ 이뤄지는 것이다.(Vol.22上 p70)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며, 결국 현재에서 최고의 선택과 결정을 돕는 것이 인문학이다. 그렇기에 인문학적 브랜드란 이런 성찰적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적인 브랜드’란 결국 자기 성찰을 통해 선한 목적을 이뤄가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왜 존재하게 되었는가?”
(AMOREPACIFIC 동백기름에서부터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AMOREPACIFIC 우리는 결국 Asian Beauty Creator라고 불리게 될 것입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AMOREPACIFIC 우리는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역사의 시작점에 서 있습니다.)
‘인간적인 브랜드’란 결국 자기 성찰을 통해 선한 목적을 이뤄가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겪는 수많은 고통과 난관들을 만날 때마다 초인적인 능력으로 그것을 이기는 브랜드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성장이 아닌 이웃과 사회의 성장을 함께 고민할 때 비로소 인간적인 브랜드로 완성된다. 다시 아모레퍼시픽의 소명으로 돌아가 보자.
“아시아의 깊은 지혜”는 선이며,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혁신적인 미”는 초인이라 할 수 있다.
“아름답고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인류의 영원한 꿈”은 공생의 일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적 브랜드는 결국, 완성형이 아니다.
성찰을 통해 언제나 현재 진행형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인문학적 브랜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22下 인문학적브랜드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 60년의 역사, 인문학적 브랜드의 원형을 빚다.
The interview with 아모레퍼시픽 CEO 서경배, 기술연구원, SCM 부문
시작은 여기서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지난 Vol.22 上 ‘브랜드 인문학’ 특집을 진행하면서 유니타스브랜드가 만났던 대부분의 인문학자들은 ‘인문학’에 ‘브랜드’라는 말을 붙이는 것조차 거부감을 나타냈다.
몇 번의 메일을 주고받으며 겨우 인터뷰 자리를 얻게 되었다 하더라도, 인터뷰 중에 들었던 내용 중 더 보완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 추가 인터뷰를 요청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인문학과 브랜드와의 만남이 내키지 않는다’며 인터뷰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기도 했다.
왜 이들은 인문학과 브랜드를 나란히 부르는 것조차 불편하게 느끼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의 저자인 강신주 박사의 얘기를 빌어 설명하자면 “브랜드는 속으로는 자본, 그러니까 힘의 논리로 경영하면서 겉으로만 철학으로 경영”하기 때문이다.
300여 년 전 혁명을 통해 계급사회가 무너지고 이른바 시민사회라는 것이 형성되면서 근대사회의 시작을 알릴 때, 알다시피 자본주의도 함께 등장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사회의 질서 유지란 몫은 ‘신분’이었다. 하지만 혁명을 통해 신분 사회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면서, 사회의 질서는 자본이 넘겨받게 되었다. 자본주의란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자본’으로 해석되는, 다시 말해 자본이 곧 철학이 되는 사회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이 바로 인문학자들이 예민해지는 부분이다.
이택광(경희대학교 영미문화학과 교수): 가치란 차별이 없는 거거든요. 다름이 있을 뿐입니다. 과거에는 수많은 가치들이 있었죠.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가 되면서 모든 가치가 자본에 의해 결정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가치가 있기 때문에 비싼 것이 아니라, 비싸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으로 둔갑해버렸잖아요.
결국 인문학자들의 시선으로 본다면 기업이 인문학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은 또 하나의 비싼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인터뷰 도중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신발 하나를 사면 제3세계의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신발이 기부되는 탐스슈즈를 예로 들자, 인문학자들 중 열에 아홉은 “진짜예요?”라고 되물었다.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 어떤 철학자는 “너희들(에디터)도 속고 있다. 그것도 마케팅일 뿐이다”라고 확신하기까지 했다.
이것이 현실이다. 언제부터 기업들은 이처럼 ‘신뢰’를 잃어버렸을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만 했다.
“인문학적 브랜드는 무엇일까?”
우리는 지난 번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인문학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이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인문학자들의 답변이 묘하게도 한데 포개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중 몇 명의 답변을 다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인문학이 추구하는 있는 가치를 표방하는 브랜드이겠죠.
그러니까 인문학이 추구하는 인간 본성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브랜드 말입니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엄정식)
“인간과 공명하는 브랜드가 되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자기 이해를 넘어,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하는 공명하는 브랜드가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성공회대학교 철학과 교수 신승환)
“시대와 공간을 모두 초월하여 인간 정신의 보편적인 원형을 찾고, 연구하는 브랜드라면 다른 브랜드와 분명 다르겠죠.
그게 인문학의 주제이기도 하지만, 브랜드의 주제도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학종합센터 연구원 장영란)
“인간을 다스리려고 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인간이 다스릴 수 있는 브랜드.
그런 브랜드는 인간적인 냄새가 나지요.”
(문사철 기획위원 강신주)
‘인문학적인 가치’ ‘인간과 공명’ ‘인간 정신의 보편적인 원형’ ‘인간적인 냄새’…. 인문학적 브랜드를 설명하며 인문학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들은 대략 이런 것들이었다. 각각의 단어들이 짚고 있는 요점은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이 단어들이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것은 모두 동일했다. 다름 아닌 바로 ‘인간’이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인간을 중심에 놓고 브랜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이 말하는 인문학적인 브랜드란, ‘인간적인 브랜드’의 다른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질문의 방향을 조금 바꿔보자. ‘인간적’이라는 것은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다시 출발선에 섰다.
인간을 중심에 놓고 브랜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이 말하는 인문학적인 브랜드란,
‘인간적인 브랜드’의 다른 말이라 할 수 있다.
니체에게 있어 인간적인 것이란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주인이 되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니체만큼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고 싶어 했던 인물이 또 있을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라는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 니체는 인간적인 것에 대해 평생을 고뇌하며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는 너의 주인이며 동시에 네 자신의 미덕(보편적인 도덕률; 편집자 주)의 주인이 되어야만 했다. 과거에는 미덕이 너의 주인이었다. 그러나 그 미덕은 다른 도구들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너의 도구여야 한다. 너는 너의 찬성과 반대에 대한 지배력을 터득하여 너의 더 높은 목적을 필요할 때마다 그 미덕을 붙이거나 떼 내버리는 것을 배워야만 했던 것이다.”
니체는 결국, ‘보편적인 도덕률’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삶의 창조자이자 결정자가 되는 것이 곧 ‘인간적’인 것이라 얘기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은 제각기 다른데 어떻게 하나의 기준을 모든 인간이 지켜야 할 잣대로 내세울 수 있는가가 그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던 거다. 위버멘쉬(ubermensch), 우리나라에서는 ‘초인’이라 번역되는 이 단어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바로 이것이다.
니체는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런 인간은 항상 자기 자신을 넘어서고, 자기 극복적인 삶을 영위하는 ‘초인’이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렇기에 초인에게 있어 고통은 그의 삶을 가로막는 방해물이 되지 못한다. 왜냐면 초인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한다. … 고통과 고난이 와도 웃어라. 그대, 패배하고 쓰러질지라도 다시 일어서서 싸우는 전사가 돼라. … 그 고통마저도 즐길 수 있을 때 그대 진정한 초인이 되리라.”
니체에게 있어 인간적인 것이란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주인이 되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삶의 진짜 주인이 되었을 때 자신만의 도덕률을 만들어, 그 도덕률을 이루기 위해 몸을 불태우는 ‘번개와 같은 초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가치
즉, 인간 그 자체로서의 ‘본래적 목적’은
자신의 선함대로 사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인간적’이라고 했을 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일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최고의 인간을 가리켜 ‘칼로카가티아(kalokagathia)’라고 했다. 칼로카가티아란 아름다움을 뜻하는 ‘kalos’와 선함을 뜻하는 ‘agathos’의 합성어로, 곧 고대 그리스에서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선함과 아름다움으로 꼽은 것이다. 아마도 이 지점에서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행동이 지향하는 ‘선(good)’이란 과연 무엇인가?”
《니코마코스의 윤리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던졌던 질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궁극적으로 화두로 삼은 것은 ‘목적’이다.
그는 “모든 행위에는 그 행위를 하게 만든 목적이 있다”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는 ‘목적’을 엄격하게 두 가지로 나누어서 얘기한다. 하나는 ‘도구적 목적’이며, 다른 하나는 ‘본래적 목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다음 말을 다시 한번 보자.
“목수나 구두공이 어떤 일거리와 작업 과정을 갖고 있는 동안에, 과연 인간 자체는 아무런 일거리도 없으며 어떤 작업도 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고 가정할 수 있을까?”
이 문장을 다시 해석해 보면 이렇다. 예를 들어, 목수가 막사 건축을 한다고 하자. 막사 건축이 모두 끝났을 때 목수는 그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막사는 병사들이 이동할 때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목수는 엄밀히 말해 병사들의 ‘도구적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질문한다. 목수가 기능, 그러니까 도구적 목적 말고, 인간 그 자체로서의 ‘본래적 목적’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말이다. 그에 대한 답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그것은 선임에 틀림없다”라고 얘기한다.
“선이란 무엇인가. 선이란 사물이든 사람이든 모든 것이 자기 기능이나 능력을 목적이나 본성에 맞게 가장 잘 발휘하는 상태를 말한다.” 즉, 인간의 본래적 목적은 자신의 선함대로 사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인간적’인 것에 대해 생각할 때, 아리스토텔레스의 다음 말 또한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접속’을 갈망한다.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찾고
존재감을 느낀다.
“사회 속에서 살 수 없는 사람이나 스스로 자족적이기 때문에 그러한 욕구도 갖지 않는 사람은 동물이 아니라면 신임에 틀림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기원 전에 존재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아직까지도 유효한 이유는 인간의 본성은 수 천 년이 지난 지금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본성은 국가, 그러니까 공동체 속에서 살도록 만들어졌다고 했다. 즉 인간은 끊임없이 ‘접속’을 갈망하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자신의 존재감을 느낀다.
“인간만큼 타자와의 의존도가 높은 동물은 없습니다.
현대사회뿐만 아니라 수렵채집의 단계에서부터 인간처럼 많은 무리가 군집을 지어 생활하는 동물은 없었거든요.
이처럼 인간은 서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긴밀하게 협동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그런 삶을 살아왔어요.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인간은 끊임없이 어딘가에 접속하지 않으면 불안한 존재라는 겁니다.
인간은 타자와 이어짐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느낀다는 거죠.”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초빙교수 김찬호)
지난 번 브랜드 인문학 Vol.22上에서 문화인류학자 김찬호 교수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인간은 무리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고, 그 의미를 찾아가는 존재다. 그렇기에 인간은 ‘관계’라는 단어를 떼어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의 다른 말은 ‘인간은 관계적 동물’인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인간적인 브랜드입니다’라는 답은 아마도 이렇게 해석될 수 있을 듯싶다.
1. 자기 자신의 본래적 목적을 알고,선(善)한 방법으로 그 본래적 목적을 이루는 브랜드
2.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극복하며 초인이 되는 브랜드
3. 사회 속에서 함께 사는 브랜드
자, 본론은 이제부터다. 유니타스브랜드가 아모레퍼시픽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2010년 3월 즈음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용인시 기흥에 있는 기술연구원을 증축하면서 기술 히스토리 북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인식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60년이라는 장구한 역사를 가진 대표적인 뷰티 기업 정도였다. 그런데 첫 인터뷰를 시작한 그날부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왜 존재합니까?”
“왜 여기에서 일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 그들의 대답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동일했다.
대략 3개월에 걸쳐 50여 명과 인터뷰를 하는 내내 동일한 답변은 이어졌다. 50명이 동일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 중의 하나다. ‘진짜’이거나 ‘세뇌교육’을 받았거나. 이것의 진의를 알아낸 것은 그로부터 1년 후인 2011년 3월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존재 이유를 알고, 더 나아가 자신이 그곳에 왜 존재하는지를 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인문학적 사유의 출발점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또 다른 부문에서 히스토리 북을 기획해달라는 의뢰가 온 것이다. 이 부서는 아모레퍼시픽의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부문인 SCM(Sup-ply Chain Management) 부문이었다. 50여 명의 SCM부문의 직원들과 인터뷰를 마치던 날 우리는 그들의 답변이 ‘진짜’라고 판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존재 이유를 알고, 더 나아가 자신이 그곳에 왜 존재하는지를 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인문학적 사유의 출발점이다.
Vol.22下 ‘인문학적 브랜드’를 준비하며, 우리가 아모레퍼시픽을 싣기로 한 이유가 이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만난 100여 명의 사람들은 인문학적 브랜더였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아모레퍼시픽만이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 브랜드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글은 아모레퍼시픽의 허락을 구해 지난 2년간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CEO를 비롯하여, 아모레퍼시픽의 창조 스토리를 쓰는 기술연구원의 연구원들과 고객들에게 창조 스토리를 전하는 SCM 부문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한 것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다시 살펴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아모레퍼시픽만이 가지고 있는 인문학적 브랜드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선한 목적을 찾아, 그것을 이루기 위해 초인적인 브랜딩을 하며, 더 나아가 사회와 더불어 사는 법을 찾아낸 아모레퍼시픽의 인문학적 브랜딩 스토리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아시아의 깊은 지혜를 바탕으로,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혁신적인 美의 영역에 도전한다.
세계 곳곳에서 일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사람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서로 돕는다.
내면과 외면이 조화를 이루는 진정한(美)를 창조하여,
아름답고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인류의 영원한 꿈을 실현한다.
그런 우리는 세계인들에게 Asian Beauty Creator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세계인들에게 Asian Beauty Creator로 기억될 것이다.”
2008년, 아모레퍼시픽의 CEO인 서경배 대표는 아모레퍼시픽 전 사원 앞에서 이른바 ‘아모레퍼시픽 웨이(AMOREPACIFIC WAY) 선포식’을 했다. 이 선포식에서 서 대표는 아모레퍼시픽이 걸어온 60년을 되새겨보면서 앞으로 걸어갈 60년의 기준점이 되어줄 이 같은 ‘소명’을 발표했다. 소명이라 함은, 한 기업이 자신은 누구이며,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것은 기업의 정체성을 명시화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Asian Beauty Creator’, 아모레퍼시픽은 스스로를 이렇게 부르고 있었다. 인터뷰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UnitasBRAND Asian Beauty Creator. 아모레퍼시픽이 궁극적으로 되고자 하는 목적지인 것 같습니다.
사실 자신이 누구인지 안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아모레퍼시픽이 스스로를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경배 대표 그 이유를 말하려면 저희 회사의 기원에 대해 설명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 아버지이자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자인 서성환 회장님이 아모레퍼시픽을 세운 건 1945년이죠. 하지만 서 회장님이 기업을 세우게 된 것은 그의 어머니, 그러니까 제 할머니인 윤독정 여사가 하던 일을 물려받으면서입니다. 윤독정 여사는 1930년대, 집에서 손수 동백기름을 만들어 파셨어요.
당시 동백기름 외에도 아주까리 기름, 수유 기름을 비롯해 일본에서 건너온 왜 밀기름 등 수많은 머릿기름이 있었지만, 동백기름만큼 그 윤기를 오랫동안 지속시켜주는 것은 없었어요. 그만큼 동백기름은 제조법이 무척이나 까다로웠죠. 무엇보다 좋은 품질의 동백나무 열매를 얻는 게 관건이었어요. 동백나무는 그때 남부 지방의 해안가에 자랐는데, 윤독정 여사가 있었던 곳은 개성이었거든요.
Asian Beauty Creator.
아모레퍼시픽이 궁극적으로 되고자 하는 목적지인 것 같습니다.
몇 천 리나 떨어진 동백나무 열매를 구하기 위해 윤독정 여사는 보부상들을 이용했다고 해요. 왜, 보부상들은 이 지방 저 지방을 다니며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잖아요. 보부상들이 남부 지방에 갔다가 다시 개성으로 올 때 동백나무 열매를 가져다 달라고 한 거죠. 이렇게 깐깐하게 만들다 보니 윤독정 여사의 동백기름은 금세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사업이 번창하면서 화장품 제조로까지 확장되었어요. 그때 아버지는 늘 할머니 옆에서 일손을 도왔다고 합니다.
원료를 구하는 것에서부터 생산, 유통 등 모든 것을 죄다 배우셨지요. 그러던 중 역사는 일제 강점기 시절로 들어섰고, 아버님은 징용을 당해 중국으로 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곳에서 ‘세상’을 보게 된 거예요. 전쟁이 끝나고 중국의 시장들을 다니면서 아시아의 여러 문물들이 그곳에서 교류되는 모습을 보며 언젠가는 당신이 만든 제품도 중국은 물론이거니와 태평양까지 넘는 날이 올 거라는 꿈을 가지게 된 거지요.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1945년,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이라는 기업을 만든 겁니다.
언젠가는 당신이 만든 제품도 중
국은 물론이거니와 태평양까지 넘는 날이 올 거라는 꿈을 가지게 된 거지요.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1945년,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이라는 기업을 만든 겁니다.
UnitasBRAND 태평양이라는 이름에는 창업자인 서 회장님의 꿈이 담겨 있던 거로군요. 보부상들에게까지 부탁해서 동백나무 열매를 구할 정도였다니, 품질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어느 기업이 품질에 대해 욕심을 부리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 시절만 해도 시쳇말로 먹고 사는 것이 힘든 시절 아닙니까. 제품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경배 대표 아마도 개성이라는 환경적 영향 덕분인 것 같습니다. 개성은 알다시피 고려왕조 때부터 시전(市廛)이 만들어지면서 독특한 상업문화가 발달한 곳이지요. 무엇보다 ‘신뢰’를 돈보다 더 귀히 여기며 상인의 도(道)를 만들어낸 그 유명한 ‘개성상인’을 낳은 곳이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개성상인이 지켜왔던 상도가 습관과 같이 몸에 배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윤독정 여사 때부터 품질에 대한 철학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윤독정 여사 때부터 품질에 대한 철학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그런 고집 때문에 1948년, 메로디 크림(Melody Cream)이라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표’라는 것이 붙여진 화장품을 출시하게 되었죠. 아모레퍼시픽이라는 이름을 확고히 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ABC시리즈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ABC포마드가 그 첫 시작이에요. 당시 젊은 남성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성이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포마드로 멋을 내기 시작했어요. 자연스럽게 포마드의 생산량이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포마드는 바셀린, 왁스 등의 광물성 물질을 주원료로 사용해 만들었던 터라 포마드를 바르면 바를수록 머리카락은 더욱 뻣뻣해진다는 게 아주 큰 단점이었어요. 무엇보다 포마드가 지나간 곳은 지나치게 기름이 번들거렸고, 머리를 감아도 그 기름기가 잘 빠지지 않았죠. 당장 서성환 회장 당신이 이런 포마드에 불만이 많았어요. 그런 불만 덕분에 아모레퍼시픽에서는 바셀린이 아닌 식물성 원료인 피마자유를 이용해 포마드를 만들었죠. 거기에 식물성 재료가 주는 독특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외국에서 향료까지 수입해서 넣었어요. 그게 ABC포마드예요.
그에게 ‘품질제일주의’는 곧 신앙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타협이 가능한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BRAND Think 당시 화장품들은 보습제인 글리세린과 오일 등을 섞어 만든 것에 불과했을 뿐만 아니라, 따로 용기나 상표도 없이 보부상들이 큰 통에 넣어 다니면서 집집마다 필요한 만큼 덜어 팔던 시절이었다. 게다가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외국과의 문물교류도 거의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화장품 원료를 구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당시 대부분의 화장품들은 해방 후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공장 등에서 구한 검증되지도 않은 원료를 쓴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화장품을 바르고 탈이 나도 탓할 사람조차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메로디 크림’이라는 상표를 붙인 화장품을 냈다는 것은 그만큼 원료와 제품에 대해 아모레퍼시픽이 책임지겠다는 자신감이었다. ABC포마드는 아예 그 자신감을 보증수표로 발행해준 것이라 할 수 있다. ABC포마드가 탄생한 건 1951년. 전란 중이었다는 것을 떠올려본다면 먼 타국에서 향료를 수입하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품질’에 대한 서성환 회장의 집념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에게 ‘품질제일주의’는 곧 신앙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타협이 가능한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원(origin)인 동백기름에서부터 시작된 아모레퍼시픽의 역사를 듣고 있자니 ‘유산(heritage)’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품질에 대한 지독하다 싶을 정도의 고집을 ‘불변의 명제’로 만들고는 그것을 다시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신앙’으로까지 숙성시켜 버렸다. 처음에는 그저 ‘유산(legacy)’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이것을 유산(heritage)으로 만들어버림으로써 기업이 지켜내야 할 ‘이념’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동양의 미(美)에 대한 역사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게 유산을 물려받은 자가 해야 할 다음 소명이라고 생각했죠.
UnitasBRAND 아모레퍼시픽의 기원에 대해 듣고 있자니, 기업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거룩한 유산을 물려받은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유산을 받으면서 아모레시픽은 그 유산을 어떻게 지켜낼까를 고민했을 것 같은데요.
서경배 대표 동양의 미(美)에 대한 역사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게 유산을 물려받은 자가 해야 할 다음 소명이라고 생각했죠. 근본적으로 동양의 미와 서양의 미는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는 부분을 보느냐, 전체를 보느냐의 차이예요. 서양은 모든 것을 잘게 쪼개서 보죠. 개별적인 특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예요. 반면 동양은 잘게 쪼개져 있는 것들이 한데 모여 있는 것, 그러니까 전체(holistic)를 봐요. 그래서 동양의 미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밸런스(balance)와 하모니(harmony)입니다.
BRAND Think 서 대표가 말하는 동양적인 미는 한방에서 한약을 처방할 때 약재를 조합하는 원리를 통해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한약재의 수는 모름지기 수백, 수천 가지에 이른다. 그 중 어떤 한약재들은 서로 만나 상승 작용을 하기도 하지만 어떤 것들은 서로의 약효를 없애거나 독이 되기도 한다. 즉, 아무리 몸에 좋은 한방 성분이라 해도 어떤 조합을 이루느냐에 따라 몸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혹은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한약을 처방할 때는 각각의 약재들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말이다.
이게 바로 아시아의 미가 추구하는 균형과 조화의 가치에요.
AMOREPACIFIC 한약재는 배합할 때 그것이 어떤 성분이라도 너무 많거나 적게 넣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좋은 한약재라 할 지라도 정해진 양보다 많이 넣어서는 절대 안 되지요. 중요한 것은 ‘균형(Balance)’을 잘 맞춰야 한다는 겁니다. 각각의 한약재들이 완벽하게 조합되었을 때 그것이 한데 모여 ‘조화(Harmony)’를 이루는 거지요. 이게 바로 아시아의 미가 추구하는 균형과 조화의 가치예요. (기술연구원 고문 이옥섭)
BRAND Think 각기 다른 성분들이 한데 모여 한 채의 귀한 한약을 만들 듯 아시아의 미는 이처럼 ‘다름’ 이 만들어내는 미학이다. 그렇기에 아시아의 미는 각각의 다름들이 만들어가는 ‘어울림의 가치’를 추구한다. 이른바, ‘Harmony of Contrast’다. 바로 이것이 아모레퍼시픽이 생각하는 미의 정수다. 그들은 극과 극의 만남이라 할 지라도 그곳에서 공존하고, 공생할 수 있는 것을 모색하는 것이야 말로 아시아의 미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추구하는 이러한 미는 아모레퍼시픽이 만든 다양한 화장품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구현되고, 실현된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AMOREPACIFIC,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가장 과학적인 설화수, 가장 자연적이면서도 가장 기술적인 아이오페 등은 아모레퍼시픽이 만들어가는 미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브랜드다.
여기까지 오니 그들이 왜 스스로를 Asian Beauty Creator라고 지칭하는지 되묻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 전령사의 몫을 감당하기 위해 그들은 이 질문을 머릿돌로 삼은 것이다.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서경배 대표 아시아의 미라는 것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나가고 세계 속에서 그 미를 보여주는 것이 아모레퍼시픽의 존재 목적입니다. 60여 년간 우리가 걸어온 길들을 보면, 모두 아시아의 미를 어떻게 만들까, 어떻게 표현할까, 어떻게 알릴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 길의 끝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그 끝에 다다랐을 때 우리를 일컬어 Asian Beauty Creator라고 부르겠지요.
BRAND Think 아모레퍼시픽이 발견한 그들의 본래적 목적인 선善은 이것이다. 그들은 동백기름에서부터 시작된 그들의 소명을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전령사라고 생각했다. 그 전령사의 몫을 감당하기 위해 그들은 이 질문을 머릿돌로 삼은 것이다.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에서 시작한 아모레퍼시픽은 유산으로 물려받은 아름다움을 통해 아름다움의 ‘원형’을 만들고자 했다. 그런 그들의 역사서는 정통서다. 정통(正統). 한자어를 그대로 풀이하면 ‘바른 계통’이라는 뜻이다. 그 옛날 왕권 시대에 정통성을 갖는다는 것은 왕이 될 수 있는 순수 혈통을 의미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쓰고자 했던 미의 역사는 다름 아닌 ‘정통’이었다.
아직 어느 누구도 밟지 않는 아름다움의 여정을 가는 데에 있어 아모레퍼시픽에게는 첫 발을 내딛는 자가 가지는 초월적 책임감이 있었던 것이다. 아름다움의 원형이 되기 위해, 아시아의 미에 대한 오리지널을 찾고자 한 그들이 인문학적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아시아의 미라는 것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나가고
세계 속에서 그 미를 보여주는 것이 아모레퍼시픽의 존재 목적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언제나 최초와 최고를 추구하는 창조정신.’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을 드나드는 연구원 3명을 무작위로 뽑아 그들에게 이 연구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십분 정도 들으면 가장 많이 듣는 단어가 있다. 바로, 최초와 최고, 그리고 창조와 도전이다. 연구원들에게 있어 이 네 가지 단어는 흡사 ‘호흡’하는 것과 같았다. 그들은 이 네 가지 단어를 통해 자신들이 왜 이곳에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호흡이란, 생명의 다른 말이다. 그들에게 있어 이 네 가지 단어는 단순히 단어의 정의가 아니라, 존재의 정의인 것이다.
AMOREPACIFIC 단순히 연구원으로서의 욕심이기보다는 아모레퍼시픽은 미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었기 때문에 저희가 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언제나 처음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에게는 창조와 도전 정신이 있지 않으면 역사의 한 장을 쓸 수 없었죠. 그리고 그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했을 때, 최초의 땅을 밟게 되거나 혹은 새로운 역사, 그러니까 이때까지 발견되지 않은 미의 새로운 영역을 발견함으로 역사를 아예 새로 써버리며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도 되었죠 그런 의미에서 이 네 가지는 여기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의 DNA라고나 할까요. (기술연구원 고문 이옥섭)
아모레퍽시픽은 미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었기 때문에
저희가 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언제나 처음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에게는 창조와 도전 정신이 있지 않으면 역사의 한 장을 쓸 수 없었죠.
이것이 그저 구호가 아니라는 것은 아모레퍼시픽이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최초 혹은 최고로 선보인 기술의 목록만 봐도 단박에 알 수 있다. 그 중 우리가 눈여겨 볼 브랜드는 단연 설화수다. 단일 화장품 브랜드 1위, 국내 한방화장품 시장 점유율 57%, 화장품 단일 브랜드 최초 연 매출 5,000억 원 돌파. 이것이 설화수가 세운 기록이다. 웬만한 중견기업의 매출과도 맞먹는 수치다. 브랜드의 가치를 매출의 결과 말할 수는 없지만, 설화수가 이처럼 어마어마한 시장 점유율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40년이라는 한방화장품에 대한 아모레퍼시픽만의 퇴적층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다른 말로,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방 화장품을 만들기 위한 그들의 유난스러운 집착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왜일까?
설화수가 이처럼 어마어마한 시장 점유율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40년이라는 한방화장품에 대한
아모레퍼시픽만의 퇴적층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서경배 대표 서성환 회장님은 유년시절을 개성에서 보냈죠. 개성이 인삼으로 유명한 곳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인삼은 서성환 회장님에게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었죠. 인삼의 우수한 효험을 오랫동안 직접 체험하면서 인삼에 남다른 애착이 생긴 건 어쩌면 당연한 걸 거예요. 그래서 회사를 설립하면서 서성환 회장님의 고민은 늘, ‘인삼으로 화장품을 만들 수 없을까’였어요. 인삼이 이토록 몸에 좋은데 이것을 피부에 발라도 좋지 않을까 했던 거죠.
그런데 그 당시 식용으로써의 연구 외에는 인삼에 대한 연구가 전무했어요. 그래서 처음 인삼을 연구할 때만 해도 그것이 뭔지도 모른 채 인삼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살펴보며 추출물이란 추출물은 모두 뽑아 그 효능을 연구했지요. 결국, 1973년 아모레퍼시픽은 세계 최초로 ‘진생삼미’라고 하는 인삼 사포닌을 원료로 한 화장품을 만들어내어 출시했어요.
진생삼미는 당시 일본과 영국, 캐나다 등으로까지 수출되며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주목을 받았다. 한방화장품의 시작을 알린 진생삼미는 이후, 1975년 고려 청자를 용기 디자인으로 번안하여 세계 시장에 진출한 ‘삼미’로 발전했고, 다시 1987년 피부에 아름다운 눈꽃을 피운다는 의미의 ‘설화’로 진화한다. 설화는 인삼 화장품을 만든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여 율무, 당귀, 치자, 감초산 등의 다양한 한방 약초들에서 효능 물질을 각기 추출하여 만든 화장품으로, 한방화장품의 본격적인 태態를 갖춘 화장품이었다.
‘인삼으로 화장품을 만들 수 없을까’였어요.
인삼이 이토록 몸에 좋은데 이것을 피부에 발라도 좋지 않을까 했던 거죠.
AMOREPACIFIC 인삼으로 화장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생기니까 인삼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한방 식물들로 자연스럽게 관심이 뻗어나가게 됐어요. 인삼에서 효능 물질을 추출했던 것처럼 수많은 한방 식물들에서도 그 효능 물질을 추출하여 화장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요. 서성환 회장님은 인삼으로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자 한방 자체를 화장품으로 승화시키고 싶었던 겁니다. (기술연구원 고문 이옥섭)
그리고 그로부터 꼭 십 년 뒤인 1997년,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설화수는 단순히 한방화장품에 대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나라 고유의 한방(韓方)에 대한 완벽한 이해로 탄생된 것으로, 설화수야말로 진정한 한방 화장품이라고 그들은 얘기한다.
한방의 경우는 달라요. 여러 가지 재료의 성분과 효능을 분석하여,
그것을 한데 가공, 혼합하는 복방(複方) 처방을 내리죠.
AMOREPACIFIC 한방화장품의 정의를 무엇이라고 내릴 수 있을까요? 천연 재료를 사용하면 모두 한방화장품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천연물은 물질 하나하나가 가지는 각각의 효능이 있습니다. 그런데 각각이 가진 개별 효능만을 고려해 이들을 따로따로 넣는다면 그건 한방이 아닙니다. 한방은 여러 가지 천연물들을 잘 배합해서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겁니다. 양방과 한방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이 지점이에요. 양방은 재료 각각의 개별 추출물을 이용한 단방(單方) 처방을 하지만, 한방의 경우는 달라요. 여러 가지 재료의 성분과 효능을 분석하여, 그것을 한데 가공, 혼합하는 복방(複方) 처방을 내리죠.
한방화장품이란 복방 처방에 기반하여 수많은 재료들을 배합하고, 가공하여 만든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설화를 만들면서 인삼을 비롯한 한방의 생약에서 단일 효능 물질을 추출하여 화장품을 만들었지만 복방 처방까지는 아직 무리가 있었지요. 하지만 한의원에서 처방을 하는 것처럼 피부에도 그에 맞는 처방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경희대학교 한의대와 공동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화장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예 한의학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된 거죠.
(한방과학연구팀 수석연구원 김덕희)
한의원에서 처방을 하는 것처럼 피부에도
그에 맞는 처방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994년, 아모레퍼시픽 연구원들과 경희대학교 한의대 교수진들이 한데 모였다. 이들은 우선 본초강목(本草綱目)과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등 한방고전을 탐독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 리고 이 고전서들로부터 화장품의 성분으로 만들 수 있는 3,000여 가지의 한방 성분을 찾았다. 여기에서 다시 163가지의 성분을 추린 후, 또 다시 30여 가지의 원료를 엄선했다. 그 다음부터는 본격적인 임상실험에 착수했다. 각각의 약재들이 어떤 효능이 있는지 확인하는 수십 번의 임상 실험을 거친 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에서는 최종적으로 다섯 가지 재료에서 한방 추출물을 획득하는 데에 성공했다.
피부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참작약, 피지분비의 억제를 돕는 연꽃, 피부 항상성을 높여주는 옥죽, 미백 효능이 있는 백합, 그리고 재생을 비롯한 노화에 효능을 보이는 지황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성분을 채취하는 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 다섯 가지 성분이 서로 만나 균형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원시적인 방법처럼 보이겠지만,
이렇게 한약 재료로 화장품을 만든 사례가 전혀 없었어요. 우리가 처음이었죠.
AMOREPACIFIC 청결한 정화수에 이 다섯 가지 약재를 넣어 은근한 불에 무려 18시간을 달였습니다. 1시간 달여보고 샘플을 취하고, 또 1시간 10분 달인 후 다시 샘플을 채취해보고. 그렇게 수없이 실험을 하면서 18시간 이하로 달이면 효능이 떨어지고, 반면 그 이상을 달이면 오히려 성분이 파괴된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원시적인 방법처럼 보이겠지만, 이렇게 한약 재료로 화장품을 만든 사례가 전혀 없었어요. 우리가 처음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실험을 해보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였어요.
(기술연구원 고문 이옥섭)
‘창조적 파괴’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다.
초인은 어느 누구가 아닌, 스스로가 스스로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러한 지극정성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설화수의 가장 기본 재료인 ‘자음단(滋陰丹)’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단순히 한방 성분이 첨가된 화장품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한방과학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진짜’ 한방 화장품을 만들고자 했다. 그렇기에 진생삼미에서부터 설화수에 이르기까지 ‘창조적 파괴’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다. 초인은 어느 누구가 아닌, 스스로가 스스로를 넘어서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초인적인 모습은 이처럼 새로운 창조를 위한 자기 파괴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횟수는 그들에게 상관이 없었다. 오로지 목적은 ‘진짜’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AMOREPACIFIC 한방과학을 통해 처음 자음단을 만들면서 이게 끝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자음단 안에 있는 다섯 가지의 성분들이 좀 더 시너지를 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했죠. 여러 한방 문헌들을 뒤져보던 중 생숙이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약물의 생(生, 신선)과 숙(熟, 숙성)에는 최적의 정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이론인데, 이 최적의 정도를 맞추기 위해서 예로부터 포제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한방과학연구팀 수석연구원 김덕희)
포제는 한 마디로 한약재의 요리법이라 할 수 있다. 즉 감자 하나를 요리하더라고 찌고, 볶고, 조림하는 것처럼 한약재 역시 다양한 가공 기술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포제다. 한방 고전 중의 하나인 수사지남(修事指南)에는 “포제가 분명하지 않고 약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탕방에 준칙이 없고 병증에 효험이 없다”라는 말이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예부터 한방 처방을 할 때 한약의 효능을 높이는 방법 중의 하나로 즐겨 사용돼 왔다. 포제법은 술을 넣어 찌는 주증법, 소금에 절여 굽는 연자법 등의 수많은 방법들이 있다. 어떤 포제법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약재의 독성은 제거되고, 효능은 높아진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모습에서 ‘정직(honesty)’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이 포제법에 주목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적절한 포제법을 사용한다면 한방화장품에 담긴 성분들의 효능이 최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방과학의 법칙에 따라 완벽한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아모레퍼시픽의 모습에서 ‘정직(honesty)’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사실, 진리를 구현해냄에 있어서 정직하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이뤄낼 수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에서 ‘정직’이란 단어가 고루하다 못해 남루한 단어가 돼버린 것은 그것이 빠른 시대에서 속도를 느리게 하는 주범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은 정직을 택한 대신 느림을 선택했고, 느리게 간 대신 그들은 명예(honor)를 얻었다.
빠른 시대에서 속도를 느리게 하는 주범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은 정직을 택한 대신 느림을 선택했고,
느리게 간 대신 그들은 명예(honor)를 얻었다.
AMOREPACIFIC 예로부터 음식의 보관을 위해 사용된 발효법은 그 과정에서 발효를 통해서만 생길 수 있는 독특한 영양성분을 만들어 보관뿐 아니라 영양 면에서도 의미가 있지요. 그런데 같은 발효라도 서양과 동양의 차이가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주로 빠른 시간에 발효가 이루어지는 설탕 발효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소금 발효를 했어요. 설탕 발효에 비해 시간은 더디 걸리더라도 냄새나 미생물, 그리고 유해 성분의 발생 없이 깊고 깨끗하게 숙성되기 때문이었지요. 우리 전통의 소금 발효를 화장품 기술로 응용한 것이 바로 장양입니다. (한방과학연구팀 수석연구원 김덕희)
서양에서는 주로 빠른 시간에 발효가 이루어지는 설탕 발효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소금 발효를 했어요.
“고구려 사람들은 깨끗한 것을 좋아하며 장양을 잘한다”라는 말이 삼국지를 비롯한 여러 문헌에서 등장하듯, 장양은 고구려 시대 때부터 대대로 내려온 우리나라 전통 발효기법 중의 하나다. 아모레퍼시픽은 천연물에 소금을 뿌린 후 그것을 옹기에 넣어 숙성시키는 발효법인 장양에 최신 바이오 기술을 접목해 ‘장양유백단’이라는 신소재를 개발했다.
까다로운 발효 조건을 고도의 생명공학기술로 제어함으로써 최적의 발효 수준을 이끌어낸 것이다. 장양의 발효 기법을 통해 탄생한 장양유백단은 각질을 형성하는 세포를 보호해서 피부 재생을 도울 뿐만 아니라 피부장벽 기능 강화 효과도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또한, 상처 치유 시 세포에서 나타나는 염증인자의 제어까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장양은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AMOREPACIFIC 장양유백단은 우리 고유의 발효 식품인 김치나 젓갈류 등은 별도의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부패나 오염이 되지 않아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되었어요. 유자와 지실을 장양 발효시켜 만든 장양유백단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인공적인 요소가 전혀 가미되지 않은 비살균 천연 발효를 통해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화장품 성분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발효가 될 때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까요? 발효는 그야말로 정해진 시간이 지나야 온전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기다림의 과학입니다. 최적의 발효 조건을 기술적으로 제어하지만, 긴 발효 과정상 실패의 위험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양을 화장품 기술로 응용할 수 있었던 것은 효율보다는 효능을 더 중요시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효율을 먼저 생각했다면 쉽게 포기하고 말았겠죠. (한방과학연구팀 수석연구원 김덕희)
기다림이라는 느림을 선택한 대신 그들은 세계 최초의 기술이라는 명예를 얻었다.
아모레퍼시픽이 이러한 기다림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이 기술이야말로 아시아의 미를 표현할 수 있는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기술로,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다림이라는 느림을 선택한 대신 그들은 세계 최초의 기술이라는 명예를 얻었다. 아모레퍼시픽이 인문학적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끊임없는 선택의 순간에 그들의 기준점이 되는 것은 수익도, 그렇다고 기업의 인지도도 아닌 자신들의 철학을 실천하고 있느냐이다.
다음의 인터뷰를 한번 더 보자.
AMOREPACIFIC 아모레퍼시픽의 한방화장품의 기술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재현해낼 것인가에서 출발합니다. 예를 들어 꿀벌은 여러 식물에서 뽑아낸 수지를 효소화하여 프로폴리스(천연 페니실린이라 불리는 것으로 꿀벌은 벌집의 틈이 난 곳에 이 프로폴리스를 발라 병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한다;편집자 주)를 만들잖아요. 우리는 꿀벌이 어떻게 수지를 효소화시켰을까를 관찰하며 그것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이것이 아모레퍼시픽 한방화장품 기술의 원리라 할 수 있죠. 장양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방과학연구팀 수석연구원 김덕희)
한방과학의 진리를 따라 그것을 정직하게 구현하기 위해
쌓은 40년이라는 퇴적층이 말해주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가장 훌륭한 사람은 모든 것을 버리고 단 하나를 선택한다. 영원한 명예가 바로 그것이다”라고 했다. 정직(honesty)과 명예(honor)라는 단어가 같은 어원에서 왔다는 것이 의미해 주듯 명예란 정직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일종의 특권인 것이다. 한방과학의 진리를 따라 그것을 정직하게 구현하기 위해 쌓은 40년이라는 퇴적층이 말해주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인문학이란 시공간을 초월하여 변하지 않는 가치를 그 시대에 맞는 옷으로 바꿔주는 학문이다.
진생삼미에서 한율에 이르기까지, 단순히 새 옷을 덧입는 것이 아닌 진리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입던 옷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새옷을 입은 아모레퍼시픽의 초인적인 모습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의 놀라운 창의성도, 은근과 끈기도 아닌, 다름 아닌 낡은 자아를 벗어던질 줄 알았던 용기가 아닐까.
“내가 너에게 초인을 가르치노라 … 정지된 삶에서 과감히 나와 새로운 삶을 찾아갈 줄 아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 니체
“아모레퍼시픽이 배우고 전하고자 하는 ‘아시아의 지혜’란 자연과 인간의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고 ‘녹색 성장’을 이루는 것을 말합니다. 아시안 뷰티 안에서 ‘녹색’과 ‘성장’은 모순 없이 만나 실현될 수 있습니다.”
2009년 9월, 아모레퍼시픽은 지속가능경영의 선포를 통해 자연과 사람, 기업이 공존할 수 있음을 온전한 실천을 통해 세상에 보이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물론 현재 전 지구적으로 환경이 이슈이긴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이 관점은 조금 다른 지점에서 출발한다. 2002년 미국 듀크 대학의 나이젤 피트먼 교수와 미주리 식물원의 피터 조건슨 연구원은 식물종이 가장 풍부한 나라로 손꼽히는 에콰도르에서 무려 83%에 이르는 식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연구결과를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아모레퍼시픽이 귀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시아의 미를 만들기 위해서 그들은 천연물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이 결과를 토대로 연구대상을 전세계로 확대해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종을 분석했고 그 비율이 22%에서 최대 47%에 이른다는 분석을 새롭게 내놓았다. 비단, 이 연구뿐만이 아니라 식물들의 멸종에 대한 예고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다양한 기관을 통해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발표에 아모레퍼시픽이 귀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시아의 미를 만들기 위해서 그들은 천연물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AMOREPACIFIC 아시아의 미는 뼛속부터 아시아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게 서성환 회장님부터 내려온 철학이죠. 아모레퍼시픽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화장품은 모두 그 뿌리가 아시아입니다. 그러니까 아시아에서 생산되지 않는 것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한방화장품은 모두 국내에서 생산된 원료만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죠. 점점 식물들이 멸종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이 철학을 지켜내는 것은 너무나 어려웠어요. (기술연구원 원장 강학희)
철학을 버리든 혹은 새로운 철학을 만들든, 어쨌든 타협점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은 창의적인 방법으로 그들의 철학을 굳건하게 지켜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원료를 아예 직접 재배하는 것이다. 그 시작은 2008년, 강원대학교와 함께 약초원을 조성해 국내산 한방약재를 직접 재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여, 국립생물자원관과 함께 희귀, 멸종 위기 식물의 보존과 복원을 위한 공동 연구로까지 발전했다.
인문학이 ‘전복’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철학과 사상은 비록, 그것이 작은 생각에서 출발했다 할지라도 그 생각을 지켜냈을 때
결국, 그것은 ‘변화’와 ‘창조’의 결과물로 탄생되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전복’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철학과 사상은 비록, 그것이 작은 생각에서 출발했다 할지라도 그 생각을 지켜냈을 때 결국, 그것은 ‘변화’와 ‘창조’의 결과물로 탄생되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 위해 아모레퍼시픽은 자신들의 철학을 반드시 지켜내야만 했다. 그 신념은 불가능한 환경이라는 빨간 불 앞에서 타협점을 찾는 것이 아닌, 아예 새로운 환경을 창조해 버림으로써 스스로 파란 불로 바꾸는 ‘전복’을 일궈냈다. 그리고는 곧장 그 길을 따라 직진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일궈낸 전복은 비단 철학 지키기만은 아니다. 그들이 바꿔버린 파란 불을 따라 갔을 때, 그들은 ‘상생’이라는 놀라운 씨앗을 만들어낸다. ‘아리따운 구매’가 그것이다.
AMOREPACIFIC 아모레퍼시픽에서 사용하는 원료의 대부분이 국내산 유기농 원료잖아요. 믿을 수 있는 유기농 원료를 얻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 방법을 고심하던 중 몇몇 유기농 원료를 재배하는 농가를 만나게 되었죠. 그런데 조사해본 결과 유기농이라는 것이 워낙 까다로운 것이라 아주 힘들게 농사를 짓고 있더라고요. 아주 좋은 농산물을 재배해도 그것을 시장에 파는 것도 어려워하고 있었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농가들과 협약을 맺었어요. 매년 정성껏 유기농 원료를 재배해 주면 그 원료를 저희가 구매하겠노라구요. 이게 바로 아리따운 구매예요. 2010년 첫 선을 보였죠. (원료구매팀 팀장 김한수)
아리따운 구매가 선을 보인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이 구매 프로세스가 화제인 이유는 바로 지역사회와 기업이 어떻게 ‘공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AMOREPACIFIC 충북 괴산의 경우 닥나무로 한지를 만드는 곳이 있어요. 그런데 닥나무에서 그 잎만 사용합니다. 저희가 필요한 부분은 닥나무 뿌리였어요. 잎만을 사용하고 항상 버려지던 뿌리를 저희가 구매하면서 지역사회가 발전하기 시작했어요. 그런가 하면, 제주도의 동백마을은 감귤 농사가 마을의 주 수입원이었어요. 그런데 야생에서 자라고 있는 동백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들을 저희가 구매하기로 결정하자 지역사회가 그야말로 부흥하기 시작한 거죠. 아리따운 구매의 목적은 물론 좋은 원료를 구하기 위함이 첫 번째이지만, 지역사회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방법으로 원료를 구하는 것이었어요. 그 보탬은 기부가 아니에요. 지역사회가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주는 것이죠. (원료구매팀 담당 박은아)
기부를 부정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은 기부와 같은 일시적인 도움이 아닌, 장기적으로 지역사회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 차원이 높은 도움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제주 동백마을의 동백을 시작으로, 전북 인삼농협의 인삼, 충북 괴산의 닥나무, 경남 사천의 대나무, 그리고 제주 송당리의 비자에 이르기까지 아모레퍼시픽은 지역사회의 농가와 협약을 맺어 농가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원을, 아모레퍼시픽은 안전한 원료를, 그리고 고객에게는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안겨다 줄 수 있는 상생의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실제로 동백의 경우 매년 4톤의 동백나무 열매를 구매할 경우 농가에는 평균 4,000만 원의 수입원이 돌아가게 된다. 땅에 떨어진 열매를 줍는 것만으로도 동백마을에 돌아가는 혜택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아리따운 구매는 기업의 비용적인 측면에서만 따져보면 사실, 고(高) 비용으로 원료를 구매하는 것이다.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원료를 재배한다는 것 자체가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모레퍼시픽은 연꽃 씨를 비롯하여, 콩을 비롯해 오히려 더 많은 원료를 이 아리따운 구매 방식을 통해 구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역사회와 공생하는 방법을 절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AMOREPACIFIC 사실 인삼의 경우만 봐도 저희가 사용하는 인삼은 철저하게 유기농 인삼이기 때문에 일반 관행삼에 비해 약 3배 정도 더 비싸게 원료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이것이 저희가 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리따운 구매와 같은 방식이 처음으로 시행되는 것이라 많은 어려움과 난관들이 있긴 하죠. 그러나 난관들을 만날 때마다 포기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저희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원료구매팀 팀장 김한수)
아모레퍼시픽은 당장에는 손실이나 혹은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일일지라도
그러한 시선에 타협하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며 가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들이 만들어내는 지속가능경영은 브랜드의 영속성(permanence)을 일궈낸다.
3배나 더 비싸게 지불하더라도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유지하겠다는 아모레퍼시픽의 생각은 ‘가치’가 ‘자본’을 넘어서는 것임을 보여주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더 비싼 값을 지불해서라도 더 좋은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다면, 비싼 값은 그에 걸맞은 대가라는 것이 아모레퍼시픽의 생각인 것이다. 지속가능경영이 이제는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서 필수가 된지 오래다.
지속가능경영이 가장 먼 미래를 바라보며, 그 미래까지 생각하며 경영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면 아모레퍼시픽은 당장에는 손실이나 혹은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일일지라도 그러한 시선에 타협하지 않고 미래를 바라보며 가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들이 만들어내는 지속가능경영은 브랜드의 영속성(permanence)을 일궈낸다. 왜냐하면 영속성이란 ‘문화’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리따운 구매라는 새로운 구매 문화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이 그들이 물려받은 유산을 또 후대에게 안전하게 물려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공생’이란 어느 한 쪽도 손해를 보지 않고 동등하게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을 말한다. 아모레퍼시픽이 공생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가는 길이 ‘옳은 길’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리따운 구매라는 새로운 구매 문화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이 그들이 물려받은 유산을 또 후대에게
안전하게 물려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아시아의 미의 역사를 쓰는 자’라는 자신들의 본래적 목적을 머릿돌 삼아 그것을 완성해가기 위해 자신을 넘어서는 초인적인 브랜딩을 펼쳐나갔다. 그리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기업과 사회가 함께 사는 공생의 환경을 만들어냈다. 아모레퍼시픽이 추구하고 있는 인문학적 브랜드 휠은 이렇게 완성이 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왜, 인문학적 DNA를 가지고 있었을까?”
여기까지 왔을 때, 마지막으로 생기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왜, 인문학적 DNA를 가지고 있었을까?”
“그들은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걸까? 만약 후천적으로 가지게 되었다면 어떻게 가지게 되었을까?”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가 몽방투 산에 오르며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론》을 읽고 그 산을 내려올 때, 그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을 실천하겠다고 얘기했다.
그것이 바로 인문학의 시작이었다. 돌아보는 것. 다시 말해 ‘성찰’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인문학적 브랜드의 DNA를 가지게 된 이유를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의 뿌리는 동백기름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뿌리가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출발점으로 삼아 그것에서부터 기업과 브랜드의 성장과 성숙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신들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를 성찰을 통해 끊임없이 상기시킴으로써, 현재 자신들의 위치가 어디쯤인지를 알았던 것이다. 인문학이란 ‘지금 여기에서’ 이뤄지는 것이다.(Vol.22上 p70)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며, 결국 현재에서 최고의 선택과 결정을 돕는 것이 인문학이다. 그렇기에 인문학적 브랜드란 이런 성찰적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왜 존재하게 되었는가?”
(AMOREPACIFIC 동백기름에서부터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AMOREPACIFIC 우리는 결국 Asian Beauty Creator라고 불리게 될 것입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AMOREPACIFIC 우리는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역사의 시작점에 서 있습니다.)
‘인간적인 브랜드’란 결국 자기 성찰을 통해 선한 목적을 이뤄가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인간적인 브랜드’란 결국 자기 성찰을 통해 선한 목적을 이뤄가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겪는 수많은 고통과 난관들을 만날 때마다 초인적인 능력으로 그것을 이기는 브랜드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성장이 아닌 이웃과 사회의 성장을 함께 고민할 때 비로소 인간적인 브랜드로 완성된다. 다시 아모레퍼시픽의 소명으로 돌아가 보자.
“아시아의 깊은 지혜”는 선이며,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혁신적인 미”는 초인이라 할 수 있다.
“아름답고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인류의 영원한 꿈”은 공생의 일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적 브랜드는 결국, 완성형이 아니다.
성찰을 통해 언제나 현재 진행형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인문학적 브랜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22下 인문학적브랜드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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