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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Crossing)이 빚어낸 브랜드 명작의 조건

브랜딩/브랜드 인문학, 인문학적브랜드

by Content director 2022. 6. 2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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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terview with 사비나미술관 관장 이명옥

 

우린 2000년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하며 전 세계 유수의 언론 매체에서 인류의 지난 천 년간 최고의 발명품이 무엇인지에 대해 전문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뉴욕타임스는 밀레니엄 최고의 발명품 10개를 선정했는데 그중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암흑시대를 벗어나 르네상스의 여명을 가져왔다고 극찬받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도, 세상의 중심을 완전히 뒤집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도 아닌 바로 ‘원근법’이었다. 2차원적 평면에 3차원의 공간감을 가져온 회화 기법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원근법이 지난 천 년을 통틀어 인간의 가장 큰 발명품으로 뽑힌 이유는 다름 아닌 그것이 세상을 바라보는 신의 시선이 아닌 인간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칼 융은 “예술가는 그가 속한 시대정신의 표현 수단이며 대변자로서 시대의 특성이나 가치를 유형화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원근법이 창조된 시기는 인간에 대한 지독한 탐구가 이루어졌던 르네상스 시대로 이는 단순히 회화 기법을 넘어 예술가에 의한 또 다른 인문학적 성과인 셈이다. 예술가들의 인문학적 성과는 비단 원근법뿐이 아니다. 명화라고 불리는 세기의 명작들이 감상자 개인의 심리적 차원을 넘어 인간의 공통적인 감성으로 이해되는 것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예술가들의 사유가 표현된 인문학적 결과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인터뷰에서 만난 사비나미술관의 이명옥 관장은 늘 독특하고 신선한 전시를 기획해 미술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는 화제의 인물이다. 또한 대중과의 거리 좁히기를 위해 다양한 소재와 접근 방식으로 미술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책은 늘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베스트셀러 자리를 놓치지 않는다. 최근 들어 미술과 인문학의 크로싱을 시도하며 종횡무진하던 그녀가 이번에는 시대를 뛰어넘는 명화의 조건을 통해 브랜드 명작의 조건을 제시한다. 브랜드도 영원히 변치 않는 가치를 담은 명작이 되기 위해 어떤 조건들을 갖추어야 하는지 지금부터 이명옥 관장의 이야기를 통해 들어 보도록 하자. 

 


브랜드 명작에도 적용할 수 있는 대를 뛰어넘는 명화의 조건은
첫째는 위대한 주제로 영원한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하고,

둘째로 훌륭한 구도로 조형적인 짜임새를 갖춰야 하며,
마지막으로 그 시대의 언어로 그려져 치열한 시대정신을 고스란히 녹여야 한다는 거예요. 


 

브랜드
명작의 조건 

 

UnitasBRAND 인문학과 예술은 둘 다 인간의 본성과 가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그 형식은 매우 다른 것 같습니다. 하나는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사유의 산물로서 역사, 철학, 문학 등의 형태로 표현된다면 다른 하나는 감성적이며 직관적인 사유의 산물로서 회화, 조각, 음악 등의 형태로 표현됩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인간을 주제로 삼다 보니 두 학문은 서로 많은 영향을 주며 발전해 온 관계인 듯싶습니다

 

이명옥(이하 '이') 예술과 인문학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밀접하다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희대의 독부, 팜므 파탈의 여왕, 혐오와 욕망의 상징이 된 여인이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살로메입니다. 그녀의 존재가 최초로 언급되어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성경의 마태복음 14장과 마가복음 6장이었어요. 흥미로운 점은 성경에는 그녀의 정확한 이름도, 나이도, 외모도 그 어떤 것도 구체적으로 씌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죠. 단지 헤로디아 왕비의 딸로 그녀는 어미가 시키는 대로 헤롯 왕 앞에서 춤을 춘 후, 그 대가로 세례자 요한의 목을 요구했다는 사실만이 아주 간단하게 기술되어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 짧은 구절로 인해 살로메에게 매혹당한 화가와 문인들은 그녀를 희대의 요부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Gustave Moreau Salome Dancing before Herod , 1874-76, oil on canvas, 143.5 x 104.3 cm ( Hammer Museum, Los Angeles )

 

그 출발은 예술가들의 상상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녀는 공주였는데 왜 춤을 추는 무희가 되었으며, 계부인 왕은 왜 자기 앞에서 의붓딸을 춤추게 했을까를 상상하게 된 거죠. 춤을 추는 무희에, 두 모녀가 합작하여 성자인 세례 요한의 목을 자르도록 사주했다고 하니 이것은 선정적이고 폭력성이 결합된 드라마로 변신하여 결국 그녀는 성적 매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미모로 남성들을 유혹해 파멸시키는 세기의 요부가 된 것이죠. 

 

이렇듯 예술과 인문학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또 받으며 발전해 온 것이죠. 
 

예술가들의 상상력에 의해 잔인할 정도로 관능미 넘치는 요부로 변신한 살로메는 조리 카를 위스망스나 오스카 와일드와 같은 당대 최고의 문인들에 의해 수천 편의 시의 주인공이 되었고 소설, 연극, 오페라의 주인공으로도 등장하며 팜므 파탈의 원형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구스타프 클림트, 귀스타브 모로와 같은 당대 화가들 역시 앞다투어 색녀, 독부의 이미지를 가진 팜므파탈로 그녀를 만들어 냈죠. 

인문학과 예술은 이처럼 인간에 취해 서로 주거니 받거니 영향을 주며 시공을 초월해 인간의 판타지를 만들고 하나의 역사를 만들었어요. 이렇듯 예술과 인문학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또 받으며 발전해 온 것이죠. 

 

예술을 접하는 것이 인문학을 공부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UnitasBRAND 예술을 접하는 것이 인문학을 공부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주로 명작이라고 손꼽히는 미술 작품들을 감상할 때 가슴이 뛰거나 정신적으로 격렬한 감흥이나 전율을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미술관에 가서 그림들을 보며 굉장한 영감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그 속에 살로메를 탄생시킨 수많은 상상력이 들어 있기 때문 아닐까요? 

 

 미술관은 예배당과 같은 장소죠. 대부분 미술관에는 좋은 작품들이 전시되잖아요. 명작이라고 불리는 좋은 작품들은 종교와 비슷한 점이 많거든요. 미술사의 거장들이 불멸을 꿈꾸며 창작의 고통과 시련을 이겨 내고 자신의 혼을 담아 창작하기 때문에 그들이 종교적 신념과 무관하게 명작을 창작했다 할지라도 그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면 종교적 감수성을 느낄 수가 있죠.

 

 

그래서 뛰어난 미술 작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힘이 있어요. 명작들을 감상하면서 예술가의 특별한 감정과 생각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가 하면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아무 작품이나 걸작이라고 불릴 수 없겠죠. 작품의 내용과 형식이 모두 조화롭게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탄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명작이에요.

 

 

명작들을 감상하면서 예술가의 특별한 감정과 생각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가 하면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게 되기도 합니다. 

 

 

UnitasBRAND 말씀을 듣다 보니 브랜드의 걸작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 많은 브랜드들이 있지만 저희도 사람들에게 최고의 감동을 주고 그들과 가치, 철학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브랜드를 최고의 브랜드로 꼽고 있거든요. 

 

 내용과 형식의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명작이라고 말씀드렸죠. 여기서 말하는 내용이란 예술가의 감정이나 생각, 아이디어, 상상력 등 그 작품이 품고 있는 메시지적인 가치죠. 형식이란 앞서 말한 내용을 온전히 구현할 수 있는 숙련된 기술을 말합니다. 자신만의 관점으로 생각한 최고의 메시지를 가장 적절한 재료와 구도와 색채 등으로 가장 제대로 표현해 낼 수 있어야 명작이 되는 것입니다. 내용과 형식, 어느 것 하나 부족하다면 명작은 탄생할 수 없어요. 

 

 

첫째는 위대한 주제로 영원한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하고,
둘째로 훌륭한 구도로 조형적인 짜임새를 갖춰야 하며,
마지막으로 그 시대의 언어로 그려져 치열한 시대정신을 고스란히 녹여야 한다는 거예요. 

 

 

그럼 명작이란 무엇이겠습니까? 영국 미술계의 지도적 역할을 담당한 미술학자이자 평론가였던 케네스 클라크(Kenneth Clark)는 ‘명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으로 세 가지 조건을 얘기합니다.

첫째는 위대한 주제를 택해야 하며, 그 주제는 보는 이들에게 영원한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로 훌륭한 구도로 조형적인 짜임새를 갖춰야 하며, 마지막으로 그 시대의 언어로 그려져 치열한 시대정신을 고스란히 녹여야 한다는 거예요. 

 

브랜드 명작의 조건은 명화의 세 가지 조건과도 유사하다.

 

UnitasBRAND 케네스 클라크의 명화의 세 가지 조건을 들으니 마치 최고의 브랜드가 되는 세 가지 조건을 듣고 있는 듯하네요.

첫 번째 조건은 브랜드가 위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영원한 감동을 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훌륭한 구도로 조형적인 짜임새를 갖추어야 하는 것은 브랜드가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짜임새 있는 조직 구도를 갖춰야 하는 조건을 말씀하시는 것 같고요. 마지막 조건은 브랜드가 유행이 아닌 그 시대의 정신을 읽는 트렌드의 날개를 가져야 하는 것과 동일한 듯싶습니다. 관장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저도 브랜드가 이 명화의 조건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브랜드 역시 좋은 철학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선 잘 짜인 아름다운 구조로 브랜드를 접하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어야겠죠. 그리고 브랜드 안에 시대적인 가치가 영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신이 담겼을 때 마치 불후의 명작이 탄생하듯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수 있는 명작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브랜드 역시 좋은 철학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런 브랜드의 예로 애플을 들 수 있겠죠. 애플은 미적으로도 우리를 기분 좋게 해 주고, 우리 시대를 변화시키고 우리의 라이프스타일과 의식 구조를 변화시켰잖아요. 설령 애플이 망한다 하더라도 애플이 가진 이 정신은 유효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정신들이 영속하는 브랜드가 바로 시대를 초월한 명작과 같은 브랜드가 될 수 있겠다 싶어요.

 

 

이런 정신들이 영속하는 브랜드가 바로 시대를 초월한 명작과 같은 브랜드가 될 수 있겠다 싶어요.

 

 

명작의 비밀은 
크로싱이다

 

UnitasBRAND 최근의 저서 《크로싱》을 보면 위의 세 가지 조건들을 모두 갖춘 명작들을 탄생시킨 99명의 거장들의 창작스타일을 ‘융합’이라는 컨셉으로 기술하셨더군요. 뛰어난 예술가들은 각자 창의성을 발휘해 자신만의 명작을 만들기 위한 노하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술사적으로 정말 많은 거장들이 존재했습니다. 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창의성을 발휘해 세상에 명작을 탄생시켰죠. 그 명작들은 하나같이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하더라도 작품이 독창적이지 않으면 주목 받기 힘들거든요. 독창적 양식이라는 것은 탁월한 예술적 재능과 작품 세계를 통찰하고 심화시켜 나가는 능력, 완벽한 테크닉을 두루 갖추어야만 만들어 낼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독창적이기 위해 발휘해야 하는 창의성은 예술가들에게는 그들의 존재성을 지키는 생존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죠.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하기 위해 융합은 창조성의 새로운 출구가 되었죠.
하지만 이미 명작을 만들어 낸 위대한 예술가들은 본능처럼 융합을 통한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었어요.

 

99명의 미술 거장들을 살펴보니 그들의 창의성을 융합이라는 키워드로 카테고리화할 수 있더군요. 미술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지금은 모든 분야가 레드오션이 되었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하기 위해 융합은 창조성의 새로운 출구가 되었죠. 하지만 이미 명작을 만들어 낸 위대한 예술가들은 본능처럼 융합을 통한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었어요.

 

 

전혀 달라보이는 것에서도 공통분모를 발견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조성을 발휘해 명작을 탄생시킨 예술가가 바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입니다.

 

 

UnitasBRAND 세기를 뛰어넘는 명작을 탄생시킨 위대한 예술가들을 통해 브랜드 역시 명작으로 탄생하기 위한 창조성의 비밀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 브랜더가 가장 눈여겨보면 좋을 예술가는 누가 있을까요?

 

 그 누구보다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먼저 추천하고 싶어요. 그는 너무 유명해서 더 이상 특별할 것이 없다고 느껴지겠지만 역사상 레오나르도 다 빈치만큼 상상을 초월해 수많은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예술가를 찾긴 힘들죠. 회화, 조각, 건축, 해부학 등 다양한 학문에 정통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당시 상상도 할 수 없던 비행기, 탱크, 수력발전기, 무기, 악기 등을 개발한 세기의 발명가였어요. 그의 이런 창의성은 통합적으로 연결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고 있죠.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것들의 연관성을 찾아내 연결하여 제3의 창조물을 만들어 냅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창의성은 통합적으로 연결하여 연관성을 찾아내  제3의 창조물을 만들어낸다.

 

그는 ‘A는 A다’로 끝내지 않고 A에서 파생되는 연사들을 끊임없이 떠올렸죠. 마치 생각의 퍼즐 조각을 씨줄 날줄 삼아 창조성이라는 피륙을 짜듯 말이에요. 예컨대 파도의 소용돌이, 태풍의 눈, 사람의 지문, 조개껍데기, 해바라기, 거미집, 나비의 입 등을 보며 나선형의 법칙을 발견해 냈으며, 인간의 몸을 동·식물이나 자연 현상에 비유해 인간의 머리는 집, 신체기관은 악기, 인후는 목소리를 내는 수학적 기계라는 새로운 것으로 발전시키기도 했어요. 이렇게 세상 만물 속에 깃든 원리를 찾아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전혀 달라 보이는 것에서도 공통분모를 발견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조성을 발휘해 명작을 탄생시킨 예술가가 바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입니다.

 

 

그는 예술사의 이런 금기를 깨고 완전히 다른 판을 짰는데
그것이 바로 ‘다시점(multi view)’이라는 새 판이었죠. 

 

 

UnitasBRAND 원리를 꿰뚫는 눈과 다양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통합적 사고, 인간과 세상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으로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이끌어 내 명작을 탄생시킨 것이군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야말로 21세기가 원하는 진정한 인문학적 소양을 지닌 융합형 인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명 더 추천하고 싶은 예술가가 있어요. 바로 예술사의 공식을 깬, 큐비즘의 창시자 파블로 피카소입니다. 피카소가 예술사의 공식을 깼다는 것은 인간사로 치면 종교나 근친상간과 같은 엄청난 금기를 깬 것과 마찬가지였어요. 그는 예술사의 이런 금기를 깨고 완전히 다른 판을 짰는데 그것이 바로 ‘다시점(multi view)’이라는 새 판이었죠.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시점으로 사물과 세상을 바라봅니다. 컵을 바라보는 시점이 어디냐에 따라 그 모양이 동그랗게도 보이고 사각형의 면으로도 보이죠. 하지만 이는 한 시점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에 각기 다르게 보인 것이지 실제 컵이라는 사물을 종합적으로 본 것이 아닙니다.

 

피카소의 창의성이 드러나는 작품들

 

피카소의 창의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현되는데, 여러 각도에서 하나의 대상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원리를 발견하여 입체파라는 새로운 미술 사조를 창조한 것이죠. 입체주의란 3차원의 물체를 2차원의 캔버스에 입체 형태로 묘사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단면을 해체한 다음 기하학적 형태로 재구성한 그의 그림은 미술의 성역을 침범해 과감히 회화의 전통을 깬 세기의 사건이었죠.

 

 “새롭거나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사람들은 앞을 내다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피카소의 어록 중에 “새롭거나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사람들은 앞을 내다보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이 있어요. 그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파격적인 화풍을 창안한 피카소의 창의성은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관행과 통념까지도 산산이 깨고자 한 도전과 혁신정신에서 비롯된 것이죠. 

 

 

UnitasBRAND 경영에서도 창조적 파괴를 통한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메인 페이지 경쟁에만 몰두하던 대형 포털 사이트와는 다르게 반대 전략을 선택해 후발주자였음에도 1등 기업이 된 구글은 창조적 파괴의 모범 사례입니다. 결국 진정한 차별화란 전통 방식이나 고정관념을 거부하면서 새롭고 혁신적인 도전을 통해 상상치 못하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내는 온리원(only one)이 되는 것이었죠. 피카소 역시 창조적 파괴를 통한 미술계의 온리원이 되었던 것이군요. 

 

 놀라운 것은 피카소의 창의성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당시 다시점이라는 혁명적인 미술 양식을 창안하며 예술가의 뉴리더로 급부상한 피카소에게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 아무도 없었죠. 하지만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각과 감각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예술계를 계속해서 장악할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계속해서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어요.

 

 

피카소는 다시점이라는 혁명적인 미술 양식을 창안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멀티아티스트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피카소가 이렇게 멀티아티스트가 된 비결에 대해 공예가인 조르주와 수잔 라미에 부부는 “천재적 발명 능력과 끊임없이 솟아나는 창조 욕구, 신속하고 유연한 적응력”이라고 했으며, 시인 폴 엘뤼아르는 “세계를 정복하고 난 후에도 그 세계를 향해 ‘No’라고 할 수 있는 용기”라고도 말했죠.

 

 

그는 트렌드를 예측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혁명적 창조성을 가진 인물이었죠.

 

 

피카소는 회화 영역을 뛰어넘어 조각에 도전했고 전통 조각에서는 볼 수 없던 신개념 작품들을 계속해서 창안했어요. 그 후로도 피카소는 현대 미술의 온갖 신종 기법들을 개발하고 유행시켰습니다. 그는 트렌드를 예측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혁명적 창조성을 가진 인물이었죠.

 

 

그가 이런 창조성을 가지게 된 데는 그의 남다른 배경이 한몫합니다. 사실 그는 스페인 촌사람이었어요. 세계 미술을 정복하겠다는 야망을 품고 고향인 스페인을 떠나 파리에 둥지를 틀었으나 파리는 세계 각국의 뛰어난 예술가들이 모인 용광로 같은 곳이었죠. 가난과 향수병,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그는 여전히 파리의 촌닭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이 야망 많은 청년은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존의 방식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미술사의 거장들이 했던 기존의 방식을 하나 하나 깨 나가기 시작했던 겁니다. 

 

 

불후의 명작이 되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브랜더가 무엇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UnitasBRAND 세기의 명작을 남긴 천재적인 예술가들의 창조성의 비밀은 학문과 분야의 경계를 넘어 대단한 인사이트를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누구보다 창조적인 인문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이들이 바로 예술가들이었군요. 이런 창조적인 인문적 사고를 바탕으로 불후의 명작이 되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브랜더가 무엇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세상 모든 것의 원리를 꿰어 새로운 것을 상상해 낸 창조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리고 죽을 때까지 늙지 않는 파괴적 창조성을 보여 준 파블로 피카소, 이 두 인물은 죽을 때까지 마르지 않는 창조성에 대한 갈증을 느꼈고, 그래서 늘 탐구하며 열정적인 에너지를 쏟아내 새로운 영역을 탐사한 사람들이죠. 요즘 많은 이들이 자신의 분야와 예술 분야를 융합해 새로운 세상 에 대한 가능성을 얻고자 합니다.

 

이런 경계를 넘나들며 소통할 수 있는 마르지 않는 창의적 마인드가 아닐까요?
브랜더들도 예술가의 창조성을 알게 된다면, 진정한 온리원이 될 거 라고 생각합니다. 

 

 

예술가들은 편견이 없고 어느 카테고리 안에 갇히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울타리를 의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창조성을 발휘하죠. 우리가 예술을 통해 얻는 힘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런 경계를 넘나들며 소통할 수 있는 마르지 않는 창의적 마인드가 아닐까요? 브랜더들도 예술가의 창조성을 알게 된다면, 진정한 온리원이 될 거 라고 생각합니다. 피카소가 브랜드를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까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만드는 브랜드는요? 예술가들의 융합적인 창조성을 생각해 본다면 새로운 창조성을 얻게 될 겁니다.

 

브랜더가 예술가에게 배울 것은 천재성과 끝이 없는 지속성이다. 

브랜더들이 예술에서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점 중 하나는 막연한 생각과 느낌으로만 존재하는 문제의식과 그로 인해 제시하고픈 메시지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가시화된 결과물)으로 만들어 대중과 소통하는 법이다. 브랜딩에서 이를 가장 필요로 하는 단계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모두가 공유할 수 있게 만드는 컨셉추얼라이제이션(Conceptualization)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의 컨셉은 구체화되면서 강력해지고, 눈에 보이는 것으로 전환되며, 더 높은 차원의 의미를 품을 수 있도록 확장된다(유니타스브랜드 Vol.8 ‘브랜드와 컨셉’ 참조).

 

브랜드 컨셉은 대부분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탁월한 통찰력을 통해 발아한다. 마치 모차르트 같은 천재들이 명작의 모티브를 얻을 때처럼 말이다. 그러나 컨셉이 브랜드의 일관성과 통합을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면 이런 천재성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컨셉은 여기에 경험과 집요함, 끈기를 포함한 ‘살리에리식 노동’이 첨가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명작을 남긴 예술가들은 하나같이 이 둘 모두를 갖췄다. 어쩌면 이것이 브랜더들이 예술가로부터 배워야 할 진수일 것이다. 컨셉추얼라이제이션은 경험의 누적과 천재성이 융합된 최고의 창조 활동이다.


이명옥 소피아 국립예술대학교대학원 회화 석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예술기획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민대 미술학부 겸임교수이며 사비나 미술관장, 한국 사립미술관협회장, 과학문화융합포럼 공동대표를 겸하고 있다. 최근 관심주제는 ‘소통’으로 한국의 역량 있는 예술가의 작품을 구글과 함께 세계로 홍보하는 ‘구글 아트 프로젝트 2’를 진행하고 있으며,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한 미술 전시 서비스를 연구 중이다. 저서로는 《이명옥의 크로싱》 《그림 읽는 CEO》 《팜므파탈》 등 20여 권이 있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22 下 브랜드인문학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 크로싱이 빗어낸 브랜드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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