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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변화가 내부의 변화를 추월할 때,

브랜드의 탄생/브랜드의 탄생

by chief-editor 2025. 2. 26.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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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브랜드를 '구별'의 도구로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구축'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어느 패션 브랜드의 마케팅 담당자가 해외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는 경영자에게 마케팅 진행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사무실에 들어섰다.

먼저 이번 달 잡지에 게재된 브랜드 광고를 펼쳐 보여주었다. 
경영자는 포스트잇이 붙은 광고 페이지를 무심히 넘겨보았다.
이어서 브랜드 담당자는 드라마 속 PPL 장면을 캡처한 사진과 스크랩한 홍보 기사를 차례로 제출했다.

경영자는 기사 제목을 훑어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기사 잘 나갔네. 우리 딸도 이 내용을 찍어서 보내주더라고!"
"네, 공격적으로 노출을 더 늘리겠습니다. 광고 효과가 좋아서 비보조 인지도와 최초 상기도가 20% 상승했습니다."

브랜드 담당자는 새로운 광고 집행 결재서를 내밀었고, 경영자는 이를 빠르게 검토하며 지시했다.
"이 로고 좀 더 키워서 노출하라고. 국내 최초라는 카피도 빨간색으로 크게 넣고, 우리가 경쟁사보다 34% 더 좋다는 것도 강조하게."
"네... 그런데 이것보다 크면 좀..."
"유튜브나 페이스북에도 더 많이 노출할 수 있어?"
"네, 오늘부터 광고 대행사를 2곳 더 추가하겠습니다."
"그래, 수고했어요. 우리도 '허니... 과자' 뭐 그런 거 있잖아. 그것처럼 스토리 마케팅 하자고."

이 대화는 브랜드 위기의 전형적인 사례다. 만약 이것이 실제 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브랜드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브랜드 위기의 징후

이 사례에서 드러나는 브랜드 위기의 징후를 살펴보자.
 1. 표면적인 마케팅 전략
경영자는 잡지 광고를 확인했지만, 어떤 매체인지, 타깃 독자는 누구인지, 경쟁사는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광고의 본질적 가치와 메시지보다는 단순히 노출 빈도와 시각적 크기에만 집중했다.

 2. 효과보다 실행 중심의 접근
PPL과 기사를 검토했지만, 그것이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어떻게 연결되며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지 않았다.
 '비보조 인지도'와 '최초 상기도'라는 정량적 데이터는 있지만, 이것이 브랜드 가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3. 브랜드를 단순한 '노출의 도구'로 여기는 태도
 브랜드를 단순히 인지도를 높이는 수단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철학, 차별화된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한 경쟁사와의 비교 우위만 강조하고 있다.

이런 접근이 지속되면 브랜드는 결국 '광고의 덩어리'로 전락하고, 소비자의 진정한 신뢰와 충성도를 얻지 못하게 된다.

브랜드의 본질: '구별'인가, '구축'인가?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브랜드를 '상품과 서비스를 구별하는 상징적 요소'로만 바라보고 있다.
실제로 국가가 공표한 상표법 제2조 1항에서는 브랜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상표란 상품을 생산, 가공, 증명 또는 판매하는 사람이 자신의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호, 문자, 도형 또는 이들의 결합을 말한다."

미국 연방 상표법(Trademark Act) 역시 브랜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제조업자 또는 상인이 자기 상품을 경쟁자의 상품과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 명칭, 상징, 기호 또는 이들의 결합체"
이처럼 법적 정의에서 브랜드는 '식별과 차별화'를 위한 도구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것이 브랜드의 전부일까?

브랜드는 단순한 '식별'이 아니라 '구축'이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마케팅이란 궁극적으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점에서 브랜드는 단순한 로고나 이름이 아니다. 브랜드는 기업의 철학과 가치가 결합된 하나의 '총체적 경험'이다. 즉, 브랜드 구축은 인지도, 개성, 충성도, 선호도, 가치, 연상 이미지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복합적 결과물이다.

단순히 노출을 늘리는 전략으로는 진정한 브랜드를 만들 수 없다. 광고를 집행하고, PPL을 활용하고, 브랜드 로고를 크게 키우는 것은 브랜드의 '외형'을 강화할 수는 있지만, '본질'을 구축하는 과정과는 거리가 멀다.

미래의 브랜드 전략: 브랜드는 존재 이유가 있어야 한다

장 노엘 캐퍼러(Jean-Noel Kapferer)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오늘날 많은 브랜드들이 '우리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시장에서 무엇이 결여되었을까?'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

기업이 브랜드를 단순히 '구별'의 수단으로만 사용한다면, 그 브랜드는 결국 대체 가능한 소비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반면, 브랜드를 '구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기업은 소비자가 그 브랜드를 통해 어떤 고유한 가치와 경험을 얻을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제 브랜드 전략은 단순한 차별화를 넘어, 브랜드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선택할 때 단순히 가격이나 품질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전하는 철학과 가치, 그리고 사회적 의미까지 함께 구매한다.
당신의 기업은 브랜드를 단순한 '구별'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가, 아니면 의미 있는 '구축'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브랜드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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