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네이밍의 힘과 한계
필립 코틀러 교수는 저서 《미래형 마케팅》에서 브랜드 네이밍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두 명의 여성 사진을 보여주자, 응답자들은 두 사람을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두 번째 실험에서는 한 사진에 '엘리자베스', 다른 사진에 '거트루드'라는 이름을 붙였고,
그 결과 80%의 응답자가 '엘리자베스'를 더 선호했다.
이 실험은 브랜드 네이밍이 소비자의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코틀러는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 구축의 세 가지 단계를 제안했다.
1. 브랜드 이름을 선택한다.
2. 브랜드 이름에 걸맞은 연상과 약속을 개발한다.
3. 고객이 브랜드와 접촉하는 모든 활동을 관리하여, 고객의 기대를 충족하거나 초과한다.
하지만 단순히 좋은 브랜드 이름을 갖는 것만으로 강력한 브랜드가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는 결국 사용자의 경험을 통해 구축되며, 기대를 충족하거나 초과할 때 비로소 브랜드로 자리 잡는다.
브랜드는 ‘이름’이 아닌 ‘가치’로 구축된다
브랜드를 단순히 제품을 잘 팔기 위한 ‘라벨’이나 ‘마케팅 도구’로 여기는 경영자가 많다.
그러나 이름만으로 강한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통해 어떤 경험과 가치를 얻느냐이다.
문제는 브랜드 네이밍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강한 연상과 약속을 담은 단어들이 이미 상표로 등록되어 활용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제 브랜드 구축 방식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브랜드는 단순한 명칭이 아니라 사용자의 경험과 감정을 담아야 한다. 이제는 생산자가 브랜드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용자가 이를 인정하면 브랜드가 가치로 자리 잡는 공동 창조(위키 브랜드, Wiki Brand)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또한, 제품에 강력한 메시지를 부여해 소비자의 신념과 연결시키는 사회가치적 브랜드(Social Value Brand) 전략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브랜드는 하나의 상품에서 출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성장한다. 마치 포유류의 수정 과정이 유사하지만, 이후에는 개별적 진화를 거쳐 전혀 다른 종이 되는 것과 같다.
일반적인 소비재 상품은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하는 기능적 제품에 머무르지만, 강력한 브랜드는 스토리, 가치, 철학을 담아 소비자의 정체성과 연결된다. 이는 단순한 생필품이 면세점에서 프리미엄 가격으로 팔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브랜드는 소비자가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고 소유하는 것’으로 변모해야 한다.
필립 코틀러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하거나 초과할 때 비로소 진정한 브랜드가 된다고 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그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브랜드 위기와 경영자의 착각
기업의 위기는 브랜드의 위기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브랜드의 위기는 일반화된 브랜드 구축 방법을 무분별하게 적용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많은 브랜드 경영자들은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찾아 자신의 브랜드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려 하지만, 이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같은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자신의 침대 크기에 맞추기 위해 강제로 다리를 자르거나 늘렸다. 브랜드 역시 특정한 모범 사례를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각 기업과 고객이 처한 환경에 맞게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마케팅과 브랜딩을 동일하게 보는 경영자들이 많다. 그러나 마케팅은 상품을 많이 팔기 위한 활동이며, 궁극적인 목적은 수익 창출이다. 반면 브랜딩은 소비자와의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단기적 판매 목표에 집중하는 마케팅과 달리, 브랜딩은 브랜드의 본질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스티브 잡스는 1997년 맥 월드(Macworld)에서 애플 고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애플 컴퓨터를 사는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합니다. 그들은 창조적인 영혼들입니다. 단순히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이들이 최고의 도구를 활용해 세상을 바꾸도록 돕습니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의 정체성과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이다. 1976년 666달러였던 애플Ⅰ 컴퓨터가 2011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21만 달러에 판매된 것은, 브랜드가 단순한 제품을 넘어 이념과 가치를 담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의 본능은 수익 창출이지만, 브랜드의 본질은 소비자가 얻는 가치다. 단순히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을 소비자는 지지하지 않는다. 반면,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표현할 수 있을 때 소비자는 브랜드를 응원하고 충성도를 유지한다.
브랜드의 힘은 차별화(Differentiation)가 아니라, 차원(Paradigm)의 변화에 있다. 단순히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그렇기에 브랜드 경영은 단순한 마케팅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한다.
브랜드 경영의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마케팅과 브랜딩을 동일시하는 경영 관행에서 벗어나, 브랜드를 소비자와 함께 성장하는 정체성으로 바라봐야 한다. 단기적인 프로모션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계 형성을 목표로 해야 하며, 단순한 수익 창출이 아니라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브랜드는 단순한 상표가 아니다. 브랜드는 소비자의 경험, 감정, 정체성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제, 브랜드를 다시 정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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