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전문가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이익을 통해 가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통해 이익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 문장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기업은 이익을 내야 하는 곳이고, 브랜드는 결국 매출과 연결되어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브랜드 경영에서 가치란 무엇이며, 왜 그것이 이익보다 먼저여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가장 간결한 답변을 피아트 그룹 전 회장인 루카 디 몬테제몰로(Luca di Montezemolo)는 이렇게 정리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브랜드다.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투자한 돈은 결국 더 많은 돈으로 돌아온다.”
경영의 위기는 브랜드를 ‘돈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것’ 혹은 ‘돈을 벌어주는 도구’로만 생각할 때 시작된다. 거기에는 사용자를 위한 가치도, 존중도 없다. 그리고 브랜드를 단순한 판매 전략으로 접근하는 순간, 브랜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힘을 갖지 못한다.
경영이란 무엇인가? 브랜드는 경영의 본질이다
피터 드러커는 말했다.
“올바른 경영학은 인문학이다.”
경영이 인문학이라는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경영이란 단순한 숫자 관리가 아니라, 사람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또한 마찬가지다.
경영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경영(經營)’이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 ‘경(經)’은 원칙과 법,
• ‘영(營)’은 다스린다는 뜻을 가진다.
이를 브랜드에 적용하면 ‘브랜드 경영’이란 브랜드의 원칙을 다스리는 것을 의미한다. 브랜드가 단순한 상표나 마케팅 도구가 아니라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운영의 철학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버진 그룹(Virgin Group)의 창립자인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은 브랜드 경영을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어떻게 일을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태도로 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일을 해나가느냐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가?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요소는 바로 가치 기반 경영이다. 버진 그룹의 브랜드 철학을 살펴보면,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브랜드가 고객과 맺는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버진 그룹의 브랜드 가치는 다음과 같다.
• 가격 대비 가치 : 가장 저렴한 것이 아니라, 가격에 걸맞은 정직한 가치를 제공한다.
• 품질 : 높은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과 신뢰를 쌓는다.
• 혁신 : 기존의 관행을 따르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다.
• 고객 경험 : 딱딱한 고객 서비스가 아니라, 친근하고 인간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 도전 정신 : 기존 시장의 룰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 재미 : 비즈니스도 즐거워야 하며, 고객과 함께 유쾌한 경험을 만들어간다.
브랜딩이란 결국 기업이 고객과 맺는 관계의 방식이며, 단순히 ‘상품을 더 잘 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다.
지속가능한 브랜드 경영, 환경과 사회적 가치까지 포함하라
현대의 브랜드 경영은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환경과 사회적 가치까지 고려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환경운동가이자 ‘자연의 경제학’을 주장하는 폴 호켄(Paul Hawken)은 비즈니스의 본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비즈니스는 자본주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정직, 확고한 신뢰, 서비스, 가치, 그리고 안정성이다.”
그는 비즈니스가 단순한 이윤 창출이 아니라, 인간과 환경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100년 전 독일의 생태철학자 한스 요나스(Hans Jonas)가 주장한
“너의 행위가 미래에도 인간이 존속할 가능성을 파괴하지 않도록 행하라.”
라는 원칙과도 맞닿아 있다.
오늘날 브랜드 경영은 소비자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와 환경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지속가능한 브랜드는 단순히 오래된 브랜드가 아니다. 100년 이상 유지된 브랜드를 살펴보면,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 자체가 문화가 되었을 때 지속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 코카콜라(Coca-Cola)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행복과 나눔’이라는 브랜드 메시지를 만들어냈다.
• 롤렉스(Rolex)는 시간을 재는 도구가 아니라, ‘성공과 명예’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 샤넬(Chanel)은 단순한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우아함과 자유’를 담은 라이프스타일 아이콘이 되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브랜드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상징적 가치’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1. 브랜드의 본질을 정의하라
• 브랜드는 ‘상품을 팔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기업이 추구하는 철학과 가치를 담아야 한다.
•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니라, 소비자가 브랜드를 통해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
2. 소비자의 경험을 관리하라
• 브랜드는 소비자가 접하는 모든 경험에서 만들어진다.
• 제품, 광고, 고객 서비스 등 모든 접점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3.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라
• 현대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친환경 제품, 윤리적 생산 과정, 사회 공헌 활동 등도 브랜드 전략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4. 지속가능한 기업 문화를 형성하라
• 브랜드는 기업이 살아있는 한 지속되어야 한다.
• 직원 교육, 기업 문화, 리더십 등의 요소가 브랜드 철학과 일치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는 말했다.
“영속할 수 없는 기업은 그 자체로 실패작이다.”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기적인 수익 창출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브랜드는 기업의 DNA이며, 기업이 사라져도 브랜드는 남는다.
기업이 영속하기 위해서는 브랜드를 단순한 마케팅 요소가 아닌, 경영의 본체로 삼아야 한다.
우리가 100년 된 브랜드를 떠올릴 때,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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