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약한 정의가 초래하는 브랜드의 치명적 위기
“브랜드는 단순한 이름이나 상징이 아니다. 브랜드는 ‘그 이상’의 것이다.”
앞서 브랜드는 단순한 ‘구별’이 아닌 ‘구축’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마케팅을 통해 구축해야 할 브랜드의 본질에 대해, 《체험 마케팅》의 저자 번 H. 슈미트(Bernd H. Schmitt)는 이렇게 정의한다.
“브랜드란 무엇인가? 브랜드는 사용자의 마음속에서 다른 기업, 상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그 무엇이다.
그것은 곧 기업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이미지, 상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의 전체적인 문화다.”
반면, 《브랜드 갭》의 저자 마티 뉴마이어(Marty Neumeier)는 브랜드의 본질을 보다 직접적으로 설명한다.
“브랜드란 당신이 말하는 ‘그 무엇’이 아니다. 그것은 소비자들이 말하는 ‘그 무엇’이다.”
결국, 브랜드 구축은 사용자의 인식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며, 브랜드 경영은 사용자와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우리가 논의해야 할 것은 바로 그 ‘무엇’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브랜드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회사가 망해도 코카콜라 이름과 제조법만 있으면 언제든 부활할 수 있다.”
이 말처럼 기업 가치의 본질은 브랜드에 있다. 그렇다면, 코카콜라와 같은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단순히 코카콜라를 따라 하면 같은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왜 100년이 넘도록 ‘제2의 코카콜라’는 등장하지 않았을까?
코카콜라의 성공을 단순한 ‘제품 조합’으로 설명하는 것은 브랜드의 본질을 간과하는 것이다. 코카콜라를 단순한 ‘정제수, 액상과당, 백설탕, 탄산가스, 카라멜색소, 인산, 천연착향료, 카페인’의 총합으로만 이해한다면, 이는 과거 연금술사들이 ‘금과 비슷한 물질’을 녹이면 금이 된다고 믿었던 것과 다를 바 없다. 브랜드는 단순한 물리적 구성 요소의 합이 아니라, 그것이 전달하는 가치와 경험이 핵심이다.
결론적으로, 비즈니스와 마케팅은 단순한 공식으로 설명될 수 없는 복합적인 구조를 가진다. 브랜드 경영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단순화하면 필연적으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기 쉽다.
브랜드를 잘못 이해한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착각에 빠진다.
1. 브랜드는 로고와 심볼이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브랜드를 ‘로고와 심볼’로 정의한다. 하지만 브랜드를 단순한 시각적 요소로만 생각한다면, 결국 디자인 부서에서 브랜드를 관리하거나, 마케팅 차원에서 PPL과 광고 노출 빈도를 높이는 전략으로만 접근하게 된다.
그러나 브랜드는 단순한 로고가 아니다. 브랜드를 단순히 ‘디자인’으로 관리하는 접근법은 사용자와의 관계를 형성할 수 없으며, 브랜드의 충성도와 선호도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2. 브랜드는 품질이 우수한 상품이 아니다.
품질이 우수하면 좋은 브랜드가 될 것이라는 믿음은 흔한 오해다. 물론 품질은 브랜드의 기본 조건이지만, 그것이 브랜드의 핵심 요소는 아니다.
예를 들어, 프리미엄 생수 브랜드 에비앙, 피지, 페리에를 생각해보자. 이 브랜드들은 제품의 ‘물’ 자체보다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강조한다. 브랜드는 단순한 상품의 기능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철학과 스토리가 소비자와의 관계를 형성한다.
3. 브랜드는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흔히 ‘원조 브랜드’가 강력한 브랜드라고 생각하지만, 원조라는 타이틀만으로 브랜드가 지속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몽블랑은 만년필의 원조가 아니며, 리바이스도 최초의 청바지 브랜드가 아니다. 특히 IT 산업에서는 ‘원조’라는 기득권이 오히려 브랜드의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브랜드의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
브랜드의 발전 단계: 시장의 변화와 브랜드의 역할
브랜드의 역할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 1단계 시장 (Make and Sell): 단순히 상품을 만들어 파는 시대. 제품의 물리적 속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 2단계 시장 (Sense and Respond): 고객 만족을 중시하는 시대. 브랜드가 차별화의 도구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 3단계 시장 (Imagine and Surprise): 고객 감동을 추구하는 시대. 브랜드는 더 이상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경험과 가치를 전달하는 수단이 되었다.
• 4단계 시장 (Meaning and Value): 브랜드가 본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시대. 사용자는 단순한 제품이 아닌 브랜드가 전달하는 ‘철학과 의미’에 반응한다.
브랜드 경영의 핵심: ‘그 이상’의 가치 구축
브랜드는 단순한 이름이나 상징이 아니라, 기업과 사용자의 관계를 형성하는 ‘그 이상’의 것이다. 《디자인 경영》의 저자 브리짓 보르자 드 모조타(Brigitte Borja de Mozota)는 이렇게 말한다.
“강력한 브랜드는 기업의 약속을 표현하며, 사용자의 충성을 이끌어낸다. 브랜드 구축은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가 교류하며 만들어가는 경험의 총체다.”
결국, 브랜드 경영이란 단순한 차별화가 아니라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약속’을 지속적으로 실현해가는 과정이다.
이제 우리는 브랜드를 단순한 마케팅 도구가 아니라, 사용자의 삶과 연결되는 ‘경험과 가치의 집합체’로 바라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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