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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텔러키브랜드 - 대안alternative

about/편집장의 글

by chief-editor 2026. 3. 1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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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브랜드 대안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2007년 유니타스브랜드를 창간할 때, 잡지를 교재처럼 만들었다. 2025년에 엔텔러키 브랜드라는 이름으로 복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교재가 되려면 업계와 시공간을 뛰어넘는 지식을 다뤄야 했다.

 

브랜드 지식은 수학처럼 쌓이지 않는다. 강력한 브랜드가 등장할 때마다 기존의 공식은 갱신된다. 브랜드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상품의 기능과 스타일이 변하는 것이라면, 가치와 철학은 소크라테스 이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질문이다. 애플의 디자인은 해마다 조금씩 바뀌지만, 그 방향은 스티브 잡스가 세운 기준과 닮아 있다.

 

보이는 것은 변하고, 보이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브랜드는 변하지 않는 것(가치)으로 변하는 것(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이 원칙으로 유니타스브랜드를 만들었다.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을 붙드는 브랜드와 변해야 할 것을 빠르게 바꾸는 브랜드를 함께 다루며 시즌을 쌓아 왔다.

 

대안은 늘 주변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어떤 시대에는 중심으로 올라와야 한다. 지금이 그렇다. 우리는 오랜 성장과 효율을 숭배해 왔다. 더 빠르고 더 크게 만드는 기술이 정답처럼 통했다. 그러나 삶의 기반을 떠받치는 영역—돌봄, 주거, 지역 서비스, 먹거리—은 그 문법으로 잘 작동하지 않는다. 숫자는 올라가도 관계는 무너지고, 편의는 늘어도 존엄은 줄어드는 장면이 반복된다. 그래서 대안은 낭만이 아니라 생존의 기술이 된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문장이 아니라, 더 나쁜 세상을 멈추게 하는 운영의 문법이 된다.

 

이 지점에서 브랜드는 다시 질문을 받는다. 자본주의의 총애를 받아온 글로벌 브랜드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이끌어 왔고, 그 이면에서 대량 파괴의 비용을 외부화해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에 대한 대안 역시 브랜드의 방식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언어가 문제를 만들었다면, 그 언어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 세우는 일도 결국 브랜드의 문법으로 일어난다. 자연 보호를 사업 모델로 삼은 파타고니아, 아동노동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토니스 초코론니가 보여 준 것은 문제를 만든 언어로 문제를 다시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사회혁신기업은 바로 그 자리에 서 있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혁신기업은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비영리 단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해결하려는 문제가 분명하고, 그 문제가 기존 시장 문법이 만들어낸 불균형 위에 놓여 있다면 어떤 형태의 조직이든 이 범주에 포함된다. 그러므로 사회혁신기업에게 브랜드는 ‘알리는 기술’이 아니라 ‘살게 하는 구조’여야 한다. 

 

한때 브랜드는 노출과 주목의 경쟁에서 이겼을 때 강해졌다. 더 크게 보이고 더 자주 등장하고 더 강하게 설득하는 방식이 성공 공식처럼 통했다. 그러나 지금 브랜드의 위기는 다른 데 있다. 시장의 언어에만 붙들릴 때 브랜드는 사람의 삶을 바꾸는 질문을 잃는다. 브랜드는 결국 공동체의 기억이고 반복되는 경험이 쌓인 신뢰이며 어떤 세계를 지지하는지에 대한 선언이다. 그러므로 사회혁신기업의 브랜드는 슬로건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무엇을 더 할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먼저 정하고 어떤 관계를 유지할지를 설계하며 가치와 수익의 간극을 운영으로 견디는 방식이다.

 

사회혁신기업이 이 대안을 포기하는 순간 그것은 좋은 일을 하는 유사영리로 축소되거나 감동적인 이야기만 남긴 선한 마케팅으로 변질되기 쉽다. ‘착한 브랜드는 촌스럽다’는 고정관념, ‘유명한 브랜드가 좋은 브랜드다’라는 등식. 사회혁신기업의 브랜드는 그 두 가지 거짓 공식을 먼저 흔들어야 한다. 결핍과 주변부의 경험을 새로운 기준으로 바꾸는 일. 그것이 사회혁신기업 브랜드의 본업이다.

 

대안은 반대가 아니다. 대안은 재구성이다. 기존을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설계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번 호에서는 그 재구성을 두 방향에서 살펴본다. 하나는 인공지능 시대를 맞은 브랜드의 대안으로서 RAW(날 것)다. 가공되지 않은 것, 과잉 최적화되지 않은 것, 손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 그것이 왜 지금 브랜드의 언어가 되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다른 하나는 불황의 대안으로서의 브랜드다. 성장이 멈춘 시대에 브랜드가 수축이 아니라 밀도로 살아남는 방식을 들여다본다. 두 주제는 결국 ‘기준의 이동’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같은 질문에 닿아 있다.

 

10년 전 인터뷰를 다시 읽으면 지금과 거의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멈칫합니다. 그것은 10년 동안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이 질문들이 트렌드가 아니라 우리가 매번 다시 마주쳐야 하는 삶의 본질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짜일까.’ ‘이것이 정상일까.’ ‘꼭 이렇게 해야 하나.’ 당연한 것에 균열을 내는 질문. 그 질문이 대안의 시작이다. 이번 호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그 질문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있었다. 그들을 통해 우리가 확인한 것은 하나다. 대안은 전략이 아니라 태도이고 마케팅이 아니라 세계관이다. 그리고 세계관은 결국 운영으로 증명된다. 세계관을 운영으로 지켜 낸 브랜드만이 인공지능이 바꿀 다음 10년을 버틴다.

 

편집장 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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