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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상상력의 에너지원, 동양 VS 서양 신화 - 변하지 않는 원형을 보다.

브랜딩/브랜드 인문학, 인문학적브랜드

by Content director 2022. 5. 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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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terview with 이화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정재서

 

이화여대 인문관에 마련된 정 교수의 방에 들어가면 정말 호그와트에 있는 덤블도어 교수의 비밀스러운 방에 들어왔다는 착각이 든다. 대부분의 교수 연구실은 좌우로 책장이 놓여 있지만, 이 방은 공간도 다소 좁은 데다 그 좁은 방의 정 중앙에 책장이 놓여 있다. 그래서 문을 열고 방에 들어서는 순간 미로의 시작 부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7층으로 이루어진 인문관의 가장 꼭대기 층에 위치했기에 마치 마법학교 옥상에 와 있는 듯했다. 주변에 책들을 힐끔거리며 쳐다보았다. 한자와 상형문자가 빼곡히 새겨진 빛바랜 누런 책들, 그리고 원시 시대 동굴 벽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무엇보다도 책상 위에 있는 수정체 조명은 이 방의 신비감을 더욱 고취시켰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그날따라 에어컨도 나오지 않아 작은 유리창에서 흘러 나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면서 우리는 두 시간 동안 아주 오래된 옛날이야기를 들었다. 인어 아가씨가 아닌 인어 아저씨 이야기 등 꿈에서나 들을 수 있는 신비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그렇다. 이런 이야기들은 정말 꿈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나는 한 번도 제우스를 꿈꾼 적이 없지만 인터뷰 중에 나온 희한한 등장인물들은 어딘지 모르게 익숙했다. 진짜 꿈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왜 그럴까? 

 


차별화가 생명인 브랜드 시장에서 단순히 품질을 소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혹은 그것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신화의 캐릭터를 빌려 와 그것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얘기하려고 합니다.


UnitasBRAND 오늘 인터뷰의 주제를 한 줄로 정한다면 ‘우리도 영화 아바타를 만들 수 있을?’가 아닐까 합니다. 아바타라는 영화에는 수많은 신화와 상징이 있다고 하더군요. BC 5000년경에 존재했던 수메르의 창조 신화, 수천 년 전의 인도 신화, 그리고 500년 전의 이야기인 포카혼타스 등 여러 나라의 신화가 이 영화 안에 녹아져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신비로움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요즘 나오는 영화들은 기술적으로 놀라운 영화일 뿐만 아니라 그 이야기 속에는 문화, 세계관, 원형, 욕구에 관한 모든 것이 결합되어 있죠. 이처럼 아주 오래전 사람들이 상상해 낸 신화는 디지털 문화로 충만한 21세기 사람들에 의해 3D 기술로 재탄생되고 있습니다. 경외스러울 정도의 대자연의 신비감은 디지털 기술에 힘입어 입체적으로 우리 앞에 등장했고, 상상력의 끝이 어디일까를 의심케 할 정도의 풍부한 스토리는 너무나 사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이처럼 고대의 신화가 문화산업이라는 바람을 타고 첨단 시대라 불리는 오늘날에 재등장하는 것에 대해 신화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정재서 교수(이하 '정') 영화 ‘반지의 제왕’은 *게르만 신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죠. 그런가 하면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사람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은 조앤 K. 롤링의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해리포터’는 *서양의 중세 마법 이야기가 소재가 된 것이며, 일본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동양의 전통 신화에서 나오는 요괴 캐릭터를 각색한 것입니다. 

 

문화가 이익 창출의 소재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굉장한 효용가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문화산업은 이토록 신화에서 이야깃 거리를 불러온다. 

 

질문하신 것처럼 왜 영화, 더 나아가서 문화산업은 이토록 신화에서 이야깃 거리를 불러오는 것일까요? 문화가 이익 창출의 소재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굉장한 효용가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가 바로 영화 ‘쥬라기 공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당시 이 영화 한 편이 벌어들인 수입이 그 해 우리나라가 자동차 판매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돈과 같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거죠. 영화를 비롯하여 애니메이션, 게임 등은 이제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산업으로 자리 잡았지요.

 

 

문화산업이 경쟁력 있는 산업군이 될 거라는 뜻인데,
그렇다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바로 컨텐츠입니다. 스토리죠.
문화산업에서 현재 신화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가 바로 이 스토리 때문입니다. 

 

 

앞으로 문화산업이 생명과학 등과 함께 국가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예측이 아니라 기정사실이 된 것 같습니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문화산업이 경쟁력 있는 산업군이 될 거라는 뜻인데, 그렇다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바로 컨텐츠입니다. 영화를 잘 만들기 위한 시스템, 그러니까 하드웨어도 너무나 중요하긴 하나 결정적으로 이 영화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놀라운 컨텐츠를 가지고 있느냐가 당락을 결정하는 겁니다.

 

컨텐츠가 무엇입니까. 바로 스토리죠. 문화산업에서 현재 신화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가 바로 이 *스토리 때문입니다. 신화에는 상상의 궁극이라 할 수 있는 놀랍고도 매력적이며 또 신비로움을 가진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죠. 그리스·로마신화야 워낙 유명하지만, 아직 발굴을 기다리는 신화들이 많습니다. 얼마 전부터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켈트 신화, 북유럽 신화 등으로 관심이 옮겨지면서 영화의 소재로 등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신화는 더욱 더 문화산업을 통해 끊임없이 부활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브랜드에서 신화를 연구하려고 하는 이유는 뭡니까?

 

*게르만 신화

북유럽 신화는 옛 게르만 민족의 신화로 그리스·로마신화와 함께 유럽의 2대 신화 중 하나다.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포함한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등 알프스 산맥의 이북 지역에서 내려온 신화로 주요 원문인 《신新에다》와  《구舊에다》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북유럽 신화의 특징은 그 주인공들이 결코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불완전 캐릭터들이 완벽해지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스토리가 북유럽 신화의 주된 내용이다. 완벽하지 못한 신화 속 주인공들의 특징 때문에 북유럽 신화가 과거 기독교로 개종한 작가들에 의해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바그너의 대표적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를 비롯해 최근에는 영화 ‘반지의 제왕’까지 예술과 문화 산업 컨텐츠의 중요한 모티브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서양의 중세 마법 이야기

최근 들어 신화는 영화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처럼 각종 문화 컨텐츠의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신화 열풍을 일으킨 조앤 롤링의 책 《해리포터》 시리즈는 중세 마법 이야기로부터 유래된 것이다. 영화  ‘해리포터’는 신화의 세계 속에 현실의 이야기를 적당하게 잘 버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리포터》 에 나오는 위대한 마법사는 중세 유럽의 연금술사로 실존 인물이었다. 또한 마법 이야기의 많은 모티브는 그리스 신화, 켈트 문학 등에서 유래한 것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미야자키 하야오의 2001년도 작품으로 일본의 오래된 민담이나 신화를 원천으로 삼고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다. 이 영화 속 캐릭터들은 일본의 토속 정령 문화를 잘 보여 주는데 일본 각지 전래 민화와 토속 신앙 속 귀신과 정령들을 모두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작품 전반에 등장하는 여러 자연물과 사물들의 상징적 의미는 모든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일본의 전통적 자연 신앙을 반영한다. 일본에서는 이런 귀신, 도깨비, 정령 등을 전문적, 학제적으로 연구하는 ‘요괴학’도 있어서, 이와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BRAND Think 
*
스토리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은 너무 많이 강조되어 이제 브랜딩의 잉여 이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잘 이용하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신화가 브랜더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브랜드도 자신만의 신비로운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신화가 그 원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전략’ 특집에서 우리는 브랜드가 신화같은 전설적인 스토리를 만드는 방법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브랜드 스토리는 등장 인물, 플롯, 갈등, 메시지가 있어야 하며 갈등은 이야기 내에서 반드시 해소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스토리는 억지로 짓지 말고 브랜드의 역사를 훑어 채굴해야 한다. 둘째, 스토 리가 만들어지면 그것이 살아 있는 이야기가 되도록 체험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셋째, 그냥 듣고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에 두고두고 남는 메시지가 되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담은 의미가 확실한지 점검해야 한다(유니타스브랜드 Vol.17 p70).

 

 

차별화가 생명인 브랜드 시장에서 단순히 품질을 소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혹은 그것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신화의 캐릭터를 빌려 와 그것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얘기하려고 합니다.

 

 

UnitasBRAND 스타벅스의 심볼은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사이렌 여신입니다. 그리고 캐논의 카메라 렌즈는 EOS, 이것 또한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여신이죠. 기업이나 브랜드는 이처럼 끊임없이 *신화의 캐릭터를 가져와 접붙이기를 합니다. 왜냐면, 차별화가 생명인 브랜드 시장에서 단순히 품질을 소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혹은 그것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신화의 캐릭터를 빌려와 그것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얘기하려고 합니다. 이것만큼 자신들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없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와 신화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늘 함께 다니는 존재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신화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어쩔 수 없이 신화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힘 때문이에요. 지금은 우리가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신화의 이야기가 너무 황당무계하고 엉터리 같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신화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 그러니까 까마득한 그 옛날에 살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 이야기는 굉장히 현실적인 거였어요. 이것이 무슨 말이냐 하면, 당시 원시인들의 삶은 오늘 사냥을 못 하면 굶고, 병이 나면 허무하게 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타벅스 로고에 나오는 사이렌 여신 / 새벽의 여신 EOS

 

자, 이런 상황에서 신화를 탄생했다면 여기에는 굉장히 현실적인 욕망과 삶에 대한 절박함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절실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정리해보면 개체 유지와 종족보존으로 압축됩니다. 개체 유지는 식욕이고, 종족보존은 성에 대한 욕망과 자신의 삶에 대한 욕망을 말하는 거죠. 이러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원시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자연과 세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을 겁니다. 이러한 이해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언어와 사유 방식을 통해 표현한 것이 바로 신화입니다.

 

브랜드와 신화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늘 함께 다니는 존재라고 할 수 있어요.
기본적인 욕망과 함께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자연을 어떻게 인식하고
해석했는지를 상징적인 언어로 표현한 것이 신화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원시인들이 자신들을 둘러싼 자연과 세계를 대면하면서 그 속에서 생겨나는 기본적인 욕망과 함께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자연을 어떻게 인식하고 해석했는지를 상징적인 언어로 표현한 것이 신화라는 겁니다. 이처럼 인간이 발가숭이로 있을 때 했던 생각이 신화를 탄생시켰기 때문에 신화에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변하지 않는 본질, 원판이에요. 시대가 변함에 따라 혹은 환경에 따라 인간은 달라지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나 원형이란 그런 것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이것은 마치 유전인자처럼 우리의 무의식에 각인되어 있어요.

 

다만 시대마다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나타날 뿐입니다. 원형은 절대로 변하지도, 또 없어지지도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화가 가지고 있는 제1기능이자,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사이보그 인간이 등장하고, 유전자 조작으로 복제인간도 출현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다른 말로 인간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사회를 맞이하고 있다는 겁니다.

 

신화에는 인간의 가장 원포적이고 근본적인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시대마다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나타날 뿐입니다.
원형은 절대로 변하지도, 또 없어지지 않고 신화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우리는 대체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를 알 수 없죠. 이런 시점에서 신화는 우리의 본질을 생각하게 해주는 원본이 됩니다. 그래서 앞서 영화를 비롯한 문화산업에서도, 또 브랜드에서도 끊임없이 신화를 들춰 보게 되는 것이죠. 이것은 길을 가다가 길을 잃어버리면 처음에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것과 같이, 우리가 신화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의 본질을 알고 싶은 반사적인 욕구가 있기 때문인 겁니다.

 

*사이렌 여신

우리에게 익숙한 스타벅스 로고 속 인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신반어인 ‘사이렌’이다. 노르웨이 목판화에 나오는 상반신을 벗은 절대 음악의 소유자인 ‘사이렌’은 매혹적인 노래로 지나가는 선원들의 혼을 빼 배가 암초에 부딪치게 하는 무서운 여신이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로고는 아름다운 노래로 선원들을 유혹한 것처럼 커피로 사람들을 유혹하겠다는 뜻과, 사이렌이 예전부터 커피 운반선에 매다는 깃발에 그려졌기 때문에 커피를 안전하게 수호한다는 뜻도 있다.

 

 

UnitasBRAND 브랜드가 끊임없이 신화를 통해 자신들을 표현하려는 근원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화 속에 인간의 원형이 담겨 있다면 우리가 신화를 제대로 아는 것은 곧 인간을 제대로 아는 것이겠군요. 그런데 브랜더들이 신화를 공부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트렌드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공식을 살펴보면 ‘과거를 기억하고 현실을 이해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미래를 예측하고자 신화라는 과거를 공부한다는 것이죠. 

혹, 누구보다 미래를 더 빨리 알고자 하는 브랜더들에게 신화는 원하는 것을 줄 수 있을까요?

 

브랜더들이 원하는 보다 실질적인 미래는 아니겠지만, 그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을 신화는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상상력입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상상력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과거는 경직된 이성주의의 시대였죠. 근대의 자본주의, 산업화, 도시화는 우리에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만을 추구하게 했어요. 인간의 주체성을 자각하며 인간이 보고 느끼고 파악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알 수 있는 것만이 진리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우리가 잘 알고 있듯 환경 파괴, 공해 등과 같은 인간과 자연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간이 모든 세계의 중심에 서서 자연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러한 자연과의 대립으로 발생한 문제는 인간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브랜더들이 원하는 보다 실질적인 미래는 아니겠지만, 
그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을 신화는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상상력입니다. 

 

그래서 *탈근대로 넘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자연과의 화해를 도모하자는 주장이 나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연과의 교감과 친화를 위해서는 인간만이 중심이라는 독선적인 의식을 버려야 하는 것이었죠.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의 주체성만을 강조하던 주장들이 설득력을 잃으면서 이성주의와 합리주의가 쇠퇴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상상력을 중시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이성적이고 실증적인 것에 갇혀있던 생각을 버리니 인식의 범주를 무한히 확대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것은 상상력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지요. 근대까지는 인간만이 살아 있는 존재였고, 다른 것들은 다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자연을 비롯하여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존재들과 공생해야 하는 시대로 넘어온 것입니다. 

 

자연을 비롯하여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존재들과 공생해야 하는 시대로 넘어온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에 상상력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인 거지요. 그런데 생각해 보십시오. 상상력이라고는 하지만 그것 또한 결국에는 인간의 머리에서 나오는 생각입니다. 인간의 생각은 갑자기 없던 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지 못합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했듯, 우리가 할 수 있는 생각들은 이미 옛 선인들이 모두 생각했던 것들입니다. 그러한 생각이 보관되어 있는 것이 바로 인문학의 고전들 아닙니까. 그중에서도 신화는 가장 오래된 고전으로, 거기에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유산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화를 읽으면 상상력의 원천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신화에서 얻을 수 있는 상상력은 시대를 초월합니다.
상상력에는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이미지이며, 또 하나는 스토리입니다. 

 

 

신화에는 변하지 않는 인간의 원형이 담겨 있다고 했는데, 신화에서 얻을 수 있는 상상력은 시대를 초월하며 창작을 위한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은 것이죠. 그런데 상상력에는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이미지이며, 또 하나는 스토리입니다. 주변적인 것들과의 공생을 모색하게 되면서 상상력을 넓혀야 할 때, *이미지에 대한 감각을 확대하고, 스토리를 통해 세계를 설명하고 이해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BRAND Think 
*신화의 캐릭터

신화가 브랜드 네임으로 환생한 케이스는 무수히 많다. 예로 든 스타벅스, EOS, 반고 뿐만 아니라 비너스, 에르메스, 올림푸스와 같은 유명한 브랜드들도 신화에 등장하는 이름을 빌렸다. 또한 오디세우스를 유혹했던 칼립소(패션), 아프로디테에게 사랑을 받아서 신에게 저주 받았던 아도니스(양말), 메두사의 얼굴을 의미하는 베르사체(패션), 그리고 제우스(시계)와 유리노메의 셋째 딸 카리타스 (시계), 아폴론이 사랑했던 요정 다프네(시계), 시간의 신이었던 크로노스(시계), 물의 요정인 닉스(패션), 그리고 헤라 여신(코스메틱)과 미네르바(코스메틱)를 비롯해서 포세이돈이 가장 싫어했던 사람인 오디세이(코스메틱),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에우리알레의 아들인 오리온(식품), 전령신인 에르메스의 고어인 헤럴드 (신문) 등이 있다. 

 

BRAND Think 
*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모습

신화에 드러난 인간의 원초적이고 원형적인 모습은 주로 생식과 생존에 관련된 것이다. 인간의 뇌구조 이론인 삼위일체뇌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이성을 관장하는 대뇌피질, 감성을 담당하는 뇌변연계, 그리고 파충류의 뇌 이렇게 세 가지로 구성되어있다고 한다. 여기서 파충류의 뇌(이 부분의 뇌가 파충류의 생김새와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가 관장하는 부분이 바로 감성보다 더 원초적인 생식과 생존과 관련된 선택이다. 인류학자이자 비즈니스 컨설턴트인 클로테르 라파이유에 따르면 브랜더가 파충류의 뇌가 관장하는 부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이 뇌가 항상 대뇌피질이나 뇌변연계보다 우선적으로 선택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신화는 이런 원초적인 인간의 모습을 스토리의 형태로 보여 주기 때문에 브랜더가 인간을 좀 더 쉽게 이해하고 브랜딩에 활용할 팁을 얻는 데 효과적인 학습 도구라 하겠다. 

 

*탈근대로 넘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자연과의 화해를 도모하자는 주장
과거, 자연은 인간에게 경외의 대상이자 극복할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과학 기술과 기계의 발전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변화시킨다. 기계를 다룰 줄 알게 된 지성과 과학으로 무장한 인간에게 자연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통제하고 이용하는 대상으로 전락한다. 자연을 생명체가 아닌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이용되고 착취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는 근대적 자연관인 ‘기계론적 자연관’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런 기계론적 자연관은 자연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과 파괴를 불러오며 자연 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위협한다. 20세기 중후반부터 시작된 이에 대한 반성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모색하는 생태학적 자연관으로 이어지며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새로운 상상력을 요구하고 있다.

 

BRAND Think 
*
이미지에 대한 감각을 확대

신화는 현실의 어떤 실체를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없는 것이라도 이야기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각자 머릿속에 나름의 이미지로 그려 볼 수 있도록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상상력 훈련에 효과적이다. 더불어 브랜더는 사람들이 떠올리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스토리뿐만 아니라 어떤 감각적 요소들이 더 필요할지 고민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 스토리를 듣고 어떤 이미지들을 떠올릴까? 그 이미지와 우리 기업이 생각하는 이미지가 과연 흡사할까? 그렇다면 그 이미지를 소비자들이 오감을 통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실체로 구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상품 속에 담겨진 브랜드의 스토리, 그리고 이 브랜드를 구매한 다른 소비자들의 체험을 사려고 하지요. 
이것을 저희 용어로는 ‘브랜드 체험’이라고 부르는데요

 

 

 

UnitasBRAND 상상력과 스토리, 그리고 이미지는 브랜드에 있어서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브랜드의 컨셉을 잡기 위해서는 상상력은 기본이며, 이 브랜드를 표현하는 이미지를 떠올려보며, 브랜드를 주인공으로 한 스토리를 만들어 보기도 하지요. 거기에 최근 소비자들은 결코 상품을 사지 않아요. 상품 속에 담겨진 브랜드의 스토리, 그리고 이 브랜드를 구매한 다른 소비자들의 체험을 사려고 하지요. 이것을 저희 용어로는 ‘브랜드 체험’이라고 부르는데요,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상상력, 스토리, 이미지는 단지 브랜드뿐만 아니라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습니다. 이미 시대는 감성적인 시대로 넘어왔지요. 이러한 시대에 상상력과 더불어 스토리와 이미지는 시대적인 요구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한 시대적 요구에 맞추어 신화도 끊임없이 부름을 받고 있는 중이지요. 신화 속에서는 이 세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있으니까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신화만큼 오래된 고전은 없습니다. 그 속에는 오늘의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의 다양한 원형들이 무한대로 숨어 있습니다. 그런데 스토리는 더욱 풍부합니다. 주지하고 있다시피 상상력만큼이나 스토리는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해졌지요. 

 

신화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의 다양한 원형들이 무한대로 숨어 있습니다.
그런데 스토리는 더욱 풍부합니다. 

 

작게는 입사지원서의 자기소개서부터 크게는 국가와 지역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스토리 등 스토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할 정도로 이제는 스토리텔링이 아주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신화는 형식 자체가 서사 곧 스토리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스토리가 갖는 모든 기능을 담고 있습니다. 아울러 신화는 가장 오래된 이미지들이 저장되어 있는 보관소와 같습니다. 그것들은 신화의 원형적인 상상력과 항상 동반합니다. 따라서 신화 속에 나오는 각종의 다양한 캐릭터들은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것들을 이미지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상상력, 스토리, 이미지 등이 자연스럽게 부활하자,
신화가 다시금 재조명 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결국 가장 오래된 이야기이며, 인간의 원형이 담겨 있는 신화는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상상력과 이미지, 그리고 스토리의 보물창고인 것입니다. 이성을 중심으로 삼았던 근대가 지나가고 탈근대로 넘어오면서 그동안 이성에 의해 억압되었던 상상력, 스토리, 이미지 등이 자연스럽게 부활하자, 신화가 다시금 재조명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제 신화는 원시시대로부터 다시 귀환했습니다. 이 시대의 강력한 요구로 말입니다. 

 

 

 왜 이런 스토리를 만들었을까를 찾아가다 보니 결국에는 신화를 만나게 되더라구요. 

 

동양과
서양의 신화,
한 짝의
상상 날개

 

UnitasBRAND 유니타스브랜드에서도 기사를 쓸 때 신화의 내용을 인용합니다. 교수님도 말씀하셨다시피, 브랜드들을 취재하면서 그들이 왜 이런 브랜드 네임을 썼을까, 그들은 왜 이런 스토리를 만들었을까를 찾아가다 보니 결국에는 신화를 만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사실, 신화라는 것은 모든 나라에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알고 있는 신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동양 신화는 많이 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동양 신화를 공부하는 학자로서 저도 이 점을 매우 안타깝게 여깁니다. 서양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에 호메로스가 쓴 《오디세이아》 《일리아》를 비롯하여 신화의 이야기들을 발굴, 각색하고 정리하는 작업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지만, 동양에서는 신화적인 상상력이나 스토리, 이미지들을  *미신(迷信)이라고 생각해서 배척하는 등 신화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작업이 매우 미흡했습니다. 그런데 동양인으로서 동양 신화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 문화의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문화권은 각기 다르더라도 모두가 다 가지고 있는 그러니까, 보편적인 원형이 있어요.

 

 

 인간은 문화권은 각기 다르더라도 모두가 다 가지고 있는 그러니까, 보편적인 원형이 있어요.

 

 

그것은 시대나 지역을 초월하여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성 같은 것이죠. 그래서 그리스·로마신화를 보아도 이러한 보편적인 원형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다음부터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볼게요. 인간은 음식을 먹지 않고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먹어야 한다는 식욕이라는 본능은 모든 인류에게 보편적입니다. 그런데 그 본능을 해결하는 방식은 양식, 일식, 한식, 중 등 민족에 따라 매우 다양합니다. 그런데 양식이 좋으니 그것만 먹으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한식을 기본으로 하고 가끔 다른 음식도 먹는 것이 우리에게는 정상적인 식생활이지요. 그런데 서양 신화가 우리 상상력의 표준이 되고 정작 동양 신화는 잊혀지고 있다면 한국 사람이 양식만 먹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 아닙니까?

 

신화라는 것은 그 시대의 삶과 고유한 민족성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겁니다. 

 

 

By Marie-Lan Nguyen (2006)

 

신화라는 것은 그 시대의 삶과 고유한 민족성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겁니다. 그러니까 똑같이 인류의 원형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종족에 따라, 문화적인 토양에 따라 신화는 강조하는 내용과 표현하는 형식이 달라지게 됩니다. 단적인 예가 있어요. 잘 아시다시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유래했는데 이 신화는 지중해 연안 민족들에게는 보편적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 콤플렉스가 우리나라, 중국을 포함한 동양에서도 보편적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지요. 물론 잠재적으로 그런 특성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우리의 유교 문화 풍토와 종족적 특성으로 볼 때 그런 욕망들은 억압되어 있거나 잠재되어서 매우 드물게 나타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현재 인간의 보편적인 콤플렉스인 것처럼 받아들여져 학자들은 그것을 원용해 모든 문화를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건 굉장히 독선적인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신화를 제대로 보려면 우리의 고유한 풍토를 바탕으로 형성된 우리 신화를 먼저 이해한 후
다른 나라의 신화를 함께 보면서 인류의 보편성을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입니다. 

 

 

특정한 지역과 특정한 종족의 신화에서 생겨난 콤플렉스로 신화적 풍토가 다른 종족의 문화를 무차별적으로 재단하고 있는 겁니다. 신화에는 보편성도 존재하지만, 반대로 ‘*특수성’도 존재합니다. 우리에게는 한식이 보편성이지만 서양에서 한식은 특수성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화를 제대로 보려면 우리의 고유한 풍토를 바탕으로 형성된 우리 신화를 먼저 이해한 후 다른 나라의 신화를 함께 보면서 인류의 보편성을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은 바로 우리의 신화에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신(迷信)

미신(迷信)이란 합리적 근거가 없는 믿음 또는 종교적으로 망령되다고 판단되는 것을 맹목적으로믿는 신앙을 뜻한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방식으로 대변되는 서양인들의 사상이나 사고방식과는 정반대로 동양은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이며 미신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왔다. 정확한 수치와 계량에 집중하여 정밀성을 중요시 여기던 서양 학문에 비해 전체적인 연관성과 조화로움을 중시하는 동양 학문의 특징 때문이다. 정재서 교수는 우리나라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신화를 더욱 비합리적인 미신 문화로 전락시키고 말았다고 말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 왕의 이야기에서 그 이름을 따와 정신분석학의 이론으로 설명한 것으로,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그의 저서 《꿈의 해석》에서 처음으로 소개했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그의 아버지를 살해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자신의 친어머니와 결혼하여 자녀까지 두게 된다. 후에 이를 알면서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다.그의 삶을 기초로 프로이트는 자신의 욕망을 억제함으로써 나타나게 되는 병적 증세를 뜻하는 콤플렉스라는 단어를 붙여 어린 남아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했다. 

 

BRAND Think 
*
특수성

클로테르 라파이유는 《컬처코드》에서 문화의 차이에 따라 특정 제품, 브랜드에 대한 ‘각인’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히면서 문화 요소들을 해독해 그것이 인간의 감정과 의미 작용에 미치는 영향을 찾을 수 있다면 브랜딩이나 마케팅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신화도 우리 문화를 바탕으로 한 것과 다른 나라의 신화를 비교하면서 같은 문화권 내에서만 소통 가능한 특수성과 모든 문화권이 동일하게 공감할 인간의 보편성을 구분해 전략에 적용해 볼 점을 달리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동양 신화가 발굴되고 각색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면, 
그것을 통해 브랜더들은 엄청난 영감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생깁니다. 

 

 

UnitasBRAND 동양 신화를 제대로 모른다면, 우리의 정체성도 왜곡해서 생각할 수도 있다는 말씀이군요. 만약 동양 신화가 발굴되고 각색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면, 그것을 통해 브랜더들은 엄청난 영감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생깁니다. 동양 신화를 안다면 브랜드, 더 나아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교정될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동양 신화를 연구하는 교수님으로서 브랜더들이 동양 신화에서 무엇을 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나요? 

 

동양의 *인어 아저씨를 본 적이 있나요? 아마도 처음 본 순간 낯설고, 우스꽝스럽다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중국의 신화집 《산해경》을 보면 인어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죠. 저인국이라는 나라에 상체는 사람인데 하체는 물고기로 되어 있는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지요. 동양에는 인어 아저씨가 버젓이 있는데 왜 우리는 인어는 여자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바로 서양 신화를 통해 이미 학습을 했고 서양의 상상력이 표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상상력은 자유롭지 않습니다.

 

글로벌 시대에 강대국 중심의 문화산업이 지배하면서 서양의 상상력이 범람하게 되면
이른바 상상력의 제국주의 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결국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은 그 입지가 좁아지게 됩니다. 

 

 

또 하나 예를 들어 볼까요? 요즘 아이들에게 ‘용’이 좋은 동물인지 나쁜 동물인지 물어 보면 나쁜 동물이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동양에서는 용을 신성한 동물로 여겨 왔습니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사악한 동물로 생각했지요. 그래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용들은 대부분 사악하게 그려집니다. 서양 문화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 아이들이 용을 나쁜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정체성을 제대로 지니고 있으면 오히려 다른 문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시각이 생기며,
공존의 시대에 다양성을 어떻게 인정해야 하는지를 더욱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시대에 강대국 중심의 문화산업이 지배하면서 서양의 상상력이 범람하게 되면 이른바 상상력의 제국주의 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결국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은 그 입지가 좁아지게 됩니다. 제가 지금 얘기하는 것은 편협한 문화민족주의가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말아 주세요.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모른 채 휩쓸려 다니는 것에 대한 경계의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정체성을 제대로 지니고 있으면 오히려 다른 문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시각이 생기며, 공존의 시대에 다양성을 어떻게 인정해야 하는지를 더욱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서양 문화권에서 기인된 생각들로 우리의 삶과 문화를 해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위기의 자각은 곧 기회이기도 합니다.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면, 이처럼 우리는 서양 문화권에서 기인된 생각들로 우리의 삶과 문화를 해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위기의 자각은 곧 기회이기도 합니다. 위기를 자각하여 동양 신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제까지의 통념을 깬 새로운 생각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되는 것이지요. 인어 아저씨, 얼마나 놀랍습니까? 동양 신화를 통해 정체성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상상력의 창고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상상력의 범위가 전보다 훨씬 넓어지는 것이죠. 앞에서도 말했지만, 상상력의 원천은 신화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발견을 기다리는 동양 신화들이 많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다양한 상상력을 비롯하여 수많은 스토리와 이미지들이 숨어 있어요. 이것을 발견하여 세상 밖으로 끌어내 주기만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경쟁력 있는 브랜더가 되지 않을까요?

 

*인어 아저씨

대륙의 남쪽 바다에는 반은 사람이고 반은 물고기인 인어 같은 사람들이 살았다고 하는데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인어와 꼭 닮았다. 인어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에서 동서양 모두 비슷한 상상력을 보여 줬음을 알 수 있다. 서양의 동화나 그림책에 익숙해 있는 우리에게 인어 아저씨란 그야말로 낯설지만 정재서 교수는 인어가 남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지금까지의 통념을 깨는 상상력이 동양 신화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중국의 신화집

중국 신화의 대표적 문헌으로는《초사》《산해경》《박물지》등이 있다. 그중 중국의 장화張華가 저술한 전설집  《박물지》에는 신선과 이상한 인간, 괴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동아시아의 가장 오래된 신화집으로 평가받는 《산해경》에는 중국 각지의 산과 바다에 나오는 풍물이 기록되어 있어 인문지리서로 분류된다. 현대에 와서는 불로불사 신선, 영생의 유토피아 등, 풍부한 동양 신화 이미지를 담고 있는 중요한 고전으로 여겨진다.

 

*글로벌 시대

기술의 발전, 특히 정보화 기술의 발전은 전 세계어느 국가, 기업 혹은 개인들 간의 정보 교환을 손쉽게 함으로써 세계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만들었다. 〈뉴욕타임즈〉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런 현상을 그의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세계는 이제 국가적 경계가 없어졌다”라고 저술한다.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문화의 다양성과 보편성을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문화에 대한 독창성과 보편성을 높여야 한다고 한다. 또한 이를 공유하고 확대시킴으로써 세계 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새로운 문화 창조에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상상력을 비롯하여 수많은 스토리와 이미지들이 숨어 있어요. 

 

 

UnitasBRAND 우리가 알게 모르게 서양 신화의 문화 속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나는 누굴까, 우리는 누굴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게 되는군요. 브랜드도 서양의 신화나 그것에 녹여진 문화 속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기보다는 동양 신화에서 그 뿌리를 찾게 된다면, 오히려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움까지 고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거듭 말하지만 서양 문화에 대해 무조건 배타적이고, 또 우리 것만 좋다는 국수주의적인 태도를 취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서양 것이 우리 것처럼 완전히 내면화된 이때에, 우리가 잃어버린 동양 신화를 보탠다면 기존의 서양 신화에서 출발한 발상보다 더 풍부한 아이디어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 신화가 없다면 모르겠지만 있으니까 그것을 다시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닙니까? 더더구나 이것은 정체성의 문제와 결부된 것이니까요. 그리고 엄밀히 말해 보면 서양 신화는 우리와 종족과 문화적 토양이 다른 유럽에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문화산업 등에서 서양 신화를 차용하거나 활용하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하겠지만 궁극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문화적 정체성의 확립을 위해 우리의 동양 신화는 반드시 복권되어야 합니다. 

 

서양 신화와 동양 신화는 기본 관념에서 차이점이 많습니다. 우선 신과 인간 간의 관계가 제일 큰 차이지요. 서양에서는 신과 인간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어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동양은 그렇지 않지요. 동양은 신과 인간의 관계를 연속적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인간이 노력하면 신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처럼 두 신화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들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적 정체성의 확립을 위해 우리의 동양 신화는 반드시 복권되어야 합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동양 신화를 발굴하고 그것을 각색하여 알리는 작업들이 시작되긴 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할리우드 같은 곳에서는 역삼투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시대적 흐름을 볼 때, 동양 신화를 누가 먼저 찾아
그것에 상상력을 더해, 스토리와 이미지로 만들어 내는가가 관건이겠지요.


 

바로 영화 *‘포카혼타스’나 ‘뮬란’ 같은 것들이 그 예입니다. 뮬란이 잔다르크보다 인지도는 없지만, 잔다르크에 이미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동양에서 건너온 스토리와 이미지는 새로운 충격을 선사하지 않았습니까? 동양 신화에는 이미 검증된 스토리와 이미지들이 많이 있습니다. 인지도가 낮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오히려 진부하지 않은 스토리와 이미지가 사람들을 훨씬 더 매료시킬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동양 신화가 기회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중국을 보면 알 수 있죠. 브랜더들도 그렇겠지만, 중국은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 중의 하나가 아닙니까. 중국에만도 엄청난 신화들이 있지요. 뮬란도 중국의 전설 중의 하나잖아요. 이렇게 시대적 흐름을 볼 때, 동양 신화를 누가 먼저 찾아 그것에 상상력을 더해, 스토리와 이미지로 만들어 내는가가 관건이겠지요.

 

*‘포카혼타스’나 ‘뮬란’

인디언 추장의 딸과 신대륙에 몰두했던 영국의 개척자라는 서로 다른 민족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포카혼타스’는 1995년에 개봉되어 각종 상을 수상하며 지금까지도 주목받는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다. ‘뮬란’ 또한 중국 북방지역의 대표적인 장편 서서시 《목란시》를 바탕으로 미국의 월트디즈니에 의해 1998년에 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다. 주인공 뮬란은 남장을 한 여자의 몸으로 전쟁터에 나가 중국을 이민족의 침입으로부터 구해내는데 프랑스를 구한 잔다르크로 이해될 만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당시 이 영화를 본 뒤 미국 어린이들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만든 인형을 가지고 놀았으며 중국 제품에 대한 소비가 늘어날 정도로 미국인들에게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준 영화다.

 

BRAND Think 
*
동양 신화가 가진 기회

동양 신화가 매력적인 것은 이것이 우리 문화권을 바탕으로 탄생해 그 숨겨진 의미와 아름다움을 우리가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동양 신화는 우리가 우리 안에서 찾아낸 ‘우리다움’이다. 이것이 우리의 충분한 이해를 통해서 재탄생되면 서양 신화와 자연스럽게 차별화될 것이고 브랜드에 적용된다면 더욱 독특한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의할 점은 우리다움을 살린다는 이유로 우리만 이해하는 코드로 전 세계와 소통하려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동양 신화의 독특함과 특수성은 살리되 그 안에 모두가 공감,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코드를 녹이는 일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다운 것으로 ‘튀고 마는 것’과 ‘차별화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차별화는 공감되는 다름이다. 그러나 튀는 것은 그저 모두에게 이해 받지 못한 다름에 불과하다.  

 

 

동양에서는 신화의 기원을 두고 이른바 스토리 전쟁을 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상력 브랜드에
신화를 덧칠하다.

 

UnitasBRAND 신화가 상상력의 보고라는 것을 오늘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 번 알았습니다. 무엇보다 동양 신화에서 우리가 그동안 잃어버렸던 상상력들을 찾아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도 느낍니다. 교수님의 말씀대로라면 동양 신화에 이제 많은 사람들이 더 주목할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동양에서는 신화의 기원을 두고 이른바 스토리 전쟁을 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양 신화, 동양 신화라고 할 때, 그것은 특정한 나라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화 시대에 오늘날과 같은 국가가 있고 민족이 있었겠습니까? 그리스·로마신화만 해도 그것은 중동 지역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아 성립되었고 지금은 그리스와 로마는 물론 유럽을 대표하는 신화가 되었지요. 우리는 종종 정체성과 기원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명백한 오류입니다. 기원에 대한 집착은 지배욕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원조’라는 말을 굉장히 자주 쓰잖아요.

 

기원에 대한 집착은 지배욕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원조’라는 말을 굉장히 자주 쓰잖아요.

 

 

예를 들어, ‘장충동 원조 족발집.’ 장충동 일대의 모든 족발을 지배하겠다는 욕망을 표시죠. 그러나 정체성에는 기원적인 내용도 포함되지만 중요한 것은 역사적으로 내가 구성해 낸 것, 만들어 낸 것이 있습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보면 요괴 이야기가 자주 등장해요. 그런데 그 기원을 쫓아서 올라가면 중국 신화에 맥이 닿습니다.

 

자신의 문화에 융합시켜 내 것으로 만들어 나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면
이것 또한 움직일 수 없는 정체성입니다. 

 

요괴는 중국에서 시작되었을지라도 일본은 그것을 가져와 더 일본답게 만들어 일본의 정체성을 지닌 작품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기원은 다른 곳에 있을지 모르나, 그것을 자신의 문화에 융합시켜 내 것으로 만들어 나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면 이것 또한 *움직일 수 없는 정체성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 K-Pop 등의 한류도 좋은 사례죠. 서양의 대중문화와 테크놀로지를 받아들여서 그것을 한국화하여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BRAND 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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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일 수 없는 정체성

어느 때부턴가 시장에서 경쟁 상황이 심화되자 브랜드들이 저마다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이 음식은 우리 가게가 원조!’부터 시작해서 ‘이 제품은 우리 브랜드에서 제일 먼저 개발했다’까지 그 표현도 다양하다. 일명 ‘ 최초의 법칙’이 브랜딩에 주는 이익은 분명 존재하며 최초가 됨으로써 브랜드가 어느 정도의 전통성을 부여 받기도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요괴가 중국에서 시작됐어도 일본의 스토리로 기억되는 것처럼 최초가 항상 사람들의 인식 속의 최초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최초가 부여한 오리지널리티는 완성된 오리지널리티가 아니다. 세계 최초의 만년필은 몽블랑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만년필 하면 몽블랑을 먼저 떠올린다. 과연 오리지널리티는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이처럼 오리지널리티가 진정한 의미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그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오리지널리티가 명확히 연결되어야만 한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그때부터 생기기 시작한다.

 

*소나기 마을

2006년 양평군은 황순원의 대표적 단편소설 《소나기》를 기념하는 ‘소나기 마을’을 조성했다. 양평군은 문학의 이야기성에 주목해서 《소나기》 작품 속에 들어 있는 이야기를 체험과 놀이로 풀어 낸 문화적 체험 공간으로 만들었다. 방문객들은 소나기 체험 마을을 다니면서 《소나기》를 읽었을 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양평 소나기 마을의 경우는 소나기의 여주인공이 양평에서 왔다는 한 구절의 내용만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신빙성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이용하여 지자체 활성화를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UnitasBRAND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우리는 ‘아바타’와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요? 오늘의 인터뷰를 통해서 동양 신화에 숨어 있는 수많은 상상력의 창고가 활짝 열린다면 우리도 ‘아바타’와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생깁니다. ‘아바타’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이것들은 단순히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라고 할 수 있거든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모두 컨텐츠가 신화 아닙니까. 결국은 다시 언급하면 ‘스토리’야말로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스토리텔링을 잘하여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대장금’이에요. ‘대장금’은 국내에서 드라마로서도 성공했지만 무엇보다 한류의 기폭제가 된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미 알려졌다시피 ‘대장금’의 99.9%는 다 스토리텔링이에요. 조선왕조실록에, 중종대왕이 편찮으실 때 어의가 와서 “요즘 어떠십니까” 그랬더니 “장금이가 내 병에 대해 잘 안다”라고 기록된 이 한 줄을 근거로 시작된 드라마가 아닙니까. 이 한 줄로 무려 6개월 동안 방영될 드라마를 만들었습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대장금’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스토리’야말로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어떠십니까” 그랬더니 “장금이가 내 병에 대해 잘 안다”라고 
기록된 이 한 줄을 근거로 시작된 드라마가 아닙니까. 

 

 

경기도 양평군을 아시지요? 이곳에는 ‘*소나기 마을’이라는 테마파크가 있습니다. 이 테마파크는 현재 일 년에 수십 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소설 《소나기》를 보면, “소녀네가 양평읍내로 이사 갔다”라는 내용의 한 구절이 있습니다. 이것에 근거하여 양평군은 국민 소설 《소나기》의 무대라는 광범위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테마파크를 조성한 것입니다. 

 

소설 《소나기》

 

이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의 힘입니다. 동양 신화에는 이러한 스토리 자원이 무궁무진하지요. 한국의 아바타를 만들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이 동양 신화에서 소재를 찾아 그것을 스토리텔링하는 것이겠지요.  수천 년 동안 전승 되어오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검증되어 온 동양 신화 속에 아바타를 낳은 소재와 필적할 만한 기발한 상상력과 이미지가 잘 보관되어 있다는 말씀입니다. 


정재서 서울대학교에서  중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의 하버드 옌칭 연구소와 일본의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에서 연구생활을 하였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신화학, 도교학 등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담론, 제 3의 동양학, 동아시아 상상력 등과 관련된 논의를 전개하는 동양학자다. 계간  《상상》 《비평》 등의 동인으로 활동하였으며, 주요 저서로는 《산해경》 《정재서 교수의 이야기 동양 신화》 《사라진 신들과의 교신을 위하여》 등이 있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22 브랜드인문학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 1)Myth 상상력의 에너지원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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