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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판타지는 브랜드의 드라마틱한 체험을 만드는 것

브랜딩/브랜딩의 연금술, 판타지

by Content director 2021. 12. 1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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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마다 어떤 판타지와 스토리로 기억될 것인가? 함께 살아갈 것인가?  ⓒbrandness.co.kr

 

지금으로부터 3,000년 전 사람들의 입에서 돌아다녔던 수많은 그리스와 로마의 신들이 지금은 브랜드로 환생되어 시장에서 또 다른 신화를 만들고 있다. 인간에게 문자가 있기 전부터 존재했던 신들의 생존과 통치 방식은 무엇일까? 이야기, 책, 그림, 조각상을 통해서, 그리고 지금은 상품을 통해서 자신의 또 다른 이야기로 그들은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다.

승리를 위해서는 나이키 여신을 불러야 하고, 일상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는 스타벅스의 싸이렌 여신의 섬으로 놀러가야 한다. 시장은 신들의 카니발이다.

이 판타지의 핵심인자는 바로, Story다.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상품만 주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Story를 만들어주면, 소비자는 생산자에게 브랜드의 History를 만들어 준다. 

 

 

판타지는 브랜드나 브랜딩에 빛을 더해 준다. 
- 클라우스 하파니에미

 

상품은 사라지지만,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지. 

- 유니타스브랜드 Vol.1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 

 

절대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욕망은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아름다움에 대한 끝없는 소비의 형태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 

- 주로니

 

 

작가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주인공에게 상상하지 못할 거대한 시련을 설정한다. 시련이 강할수록 주인공의 캐릭터는 더욱 빛나고 시청자는 거기에 감정이입이 된다. 비록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시련일지라도 그럴 수도 있다는 상황 설정 때문에 시청자는 몰입되는 것이다. 최근 드라마들이 ‘막장’이라고 불리는 것은 주인공을 향한 시련들이 그저 황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성과 사실감이 있는 시련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 누구도 ‘동물의 왕국’을 보면서 사자에게 쫓기며 엄청난 생존의 시련 앞에 놓여 있는 사슴에게 감정이입하지는 않는다. 드라마 재미의 강도는 시련의 크기와 의외성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가와베 가즈토가《드라마란 무엇인가》에서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 환경의 힘을 강하게 하라. 또는 인물끼리 큰 싸움을 시켜라”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갈등’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보면 모두 심각할 정도로 완벽한 갈등 구조를 가지고 있다. 탄원에 관한 갈등인 ‘존 왕’, 육친 간의 복수의 갈등인 ‘햄릿’, 사랑의 갈등인 ‘로미오와 줄리엣’, 자기 안에 있는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 갈등인 ‘맥베스’, 야망과 현실의 갈등인 ‘줄리어스 시저’, 질투로 인한 갈등인 ‘오셀로’ 등 전부 갈등 일색이다.

셰익스피어의 글을 보면서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했던 것은 바로 이 탁월한 갈등 설정과 주인공의 캐릭터였다.    

 

과거와 현재까지, 지속적인 화두가 되었는 브랜드 중에 애플만큼 갈등이 많았던 브랜드는 없었다.

일단 스티브 잡스 자체가 갈등의 요소를 가진 주인공일뿐더러, 애플은 등장할 때부터 전 세계 PC 시장에서 군림했던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사이에서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에 걸려 사경을 헤매다 다시 등장하곤 했고, 신장이식까지 받았다. (편집자 주: 이 글은 2009년 11월에 쓰여졌으며, 이후 스티브 잡스는 2011년 10월 5일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작가 입장에서 이보다 더 큰 갈등 구조는 없을 것이다. 내부의 갈등, 외부의 갈등, 병과의 갈등 그리고 소비자와의 갈등 등, 스티브 잡스가 햄릿이 된 것은 그를 추종하는 기자들과 소비자들 덕분이다.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 누군가가 취재하면 온라인에서 확대되고, 그것은 다시 블로그에서 편집되고, 편집된 것은 또다시 미디어에서 재생산되어 스토리가 더욱 탄탄해진다.  

 

아마도 1999년에 마케팅 공부를 한 사람(너무 과거이지만)이라면 노드스트롬의 서비스 이야기를 지겹게 들었을 것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막장) 손님이 어느 날 타이어를 바꾸러 왔다. 하지만 노드스트롬은 판 적도 없는 그 타이어를 손님에게 바꾸어 주었다고 한다. 소비자의 불만은 갈등이다. 여기서 기업의 행동에 따라서 막장 고객에게 막장 브랜드가 될 것인지 아니면 만족과 감동의 드라마를 가진 브랜드가 될 것인지가 결정된다. 분명한 진리는 사람은 사람을 통해서 감동을 느낀다는 것이다.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고객서비스 에피소드는 소비자와의 갈등의 만족과 감동으로 전달한 스토리를 가졌다.

 

우리나라도 드라마 같은 브랜드 성장 스토리가 있지만 아쉽게도 그 스토리에 진실(?)을 아는 사람이 많아서 드라마가 되지 못한다(각본 없는 드라마는 오직 축구장에만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의 성공에 대해서는 매우 인색하다. 이런 환경에서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에서는 브랜딩 드라마 작가라고 불릴 만한 브랜드 매니저를 양성하고, 보유하고 있을까? 과연 홍보실, 마케팅실 그리고 기획실에서 브랜드에게 일어나는 갈등에 대해서 ‘극적인 감동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까? 그것을 따지기 전에 브랜드에 갈등이 생기면 누가 주인공처럼 극적으로 해결한다는 시나리오가 준비되어 있는 회사는 과연 몇이나 될까? 

 

 

브랜딩은 이처럼 브랜드가 알아서 하도록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브랜딩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시련을 통해서 만들어 가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드라마의 재미와 감동을 위해서 주인공에게 캐릭터를 부여한다. 드라마의 재미는 주인공이 갈등을 대하는 태도이고, 감동은 그 갈등의 해결이다. 그러니까 작가는 주인공에 프롤로그 Prolog(programming in logic)를 심는 것이다.

프롤로그는 인공 지능 분야에서 쓰이는 논리형 프로그래밍 언어로 지식 정보 처리의 기술(記述)을 말하는 것이다. 쉬운 말로 한다면 ‘알아서 하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브랜드는 애정과 마음, 느낌과 감정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 버진 그룹 리처드 브랜슨 회장

 

 

브랜딩은 이처럼 브랜드가 알아서 하도록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브랜딩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시련을 통해서 만들어 가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8장인 슈퍼내추럴 코드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브랜드는 애정과 마음, 느낌과 감정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고 말한다. 아마 이 회사에서는 자신의 브랜드가 갈등에 놓이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샘 월튼이 세운 월마트의 갈등 대처 기준은 ‘항상 소비자가 옳다’이다. 우리는 월마트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미 많은 책을 통해서 알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브랜딩 작업을 단순히 브랜드 비전 구축으로 활용되는 미션 스테이트먼트(Mission statement)라고만 생각한다면 그것은 재래식 접근이다.

 

다시 한 번 리처드 브랜슨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일을 해 나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시장에 도전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관건이다.”

브랜드가 소비자를 위해서 시장에 도전하여 기존 세력과 질서에서 갈등할 때 소비자는 재미있어한다.

그리고 감정이입이 되어서 브랜드와 하나가 된다. 바로 이것이 브랜딩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판타지’라고 한다. 


*리처드 브랜슨 Richard Branson
영국 버진그룹의 CEO로, 선천성 난독증으로 고등학교 때 학업을 중단하고 <스튜던트>라는 잡지를 창간하면서 일찌감치 경영자의 길에 들어섰다. 1967년 버진그룹의 모태인 ‘버진 레코드’를 시작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항공, 모바일, 음악, 인터넷, 음료, 호텔, 레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판타지(Fantasy)라는 말은 그리스어 ‘Phainein’으로 ‘눈에 보이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널리 사용하고 있는 판타지라는 단어는 문학과 게임에서 SF 장르의 개념으로 협소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실제로 그 어원의 정체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인간의 ‘판타지’에서 나온 학문이 있는데 하나는 마법이고 또 하나는 마케팅이다.

 

마법은 이해가 가지만 마케팅이 판타지라는 것에 대해서 얼핏 보면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하버드 대학의 마케팅 교수로 《마케팅 상상력》을 쓴 *테오도르 레빗 교수가 마케팅이란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 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가 있기에 판타지와 마케팅은 의미 면에서 오누이 지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브랜드에 있어서 판타지라는 브랜딩 콘셉트는 상품을
‘뉴스(commodity)’로 보도할 것인가 아니면
‘드라마(identity)’로 연출할 것인가에 관한 전략의 문제다.

 

 

일단 마케팅과 판타지는 결국 그 무엇인가를 ‘보이게 하는 것’이라는 차원에서 같은 장르의 마법임에 틀림없다.

판타지와 마케팅이 오누이라는 출생의 비밀을 발표하기 전에 먼저 판타지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 판타지를 한국어로 해석하면 상상, 공상, 몽상, 환상, 환각 등으로 정의된다. 마치 이것은 스펙트럼에 비추면 색깔이 없었던 빛이 ‘빨주노초파남보’의 컬러로 보이는 것과 같다. 그만큼 광대역이라는 것이다. 대부분 판타지라고 생각하면 공상과학 혹은 SF 영화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그 뿌리는 모든 민족들의 신화가 근원지라고 할 수 있다. 


*테오도르 레빗 Theodore Levitt
하버드 경영대학 경영학과 명예교수로, 하버드 경영대학 마케팅 전공 학장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편집장을 지냈다. 2006년 81세의 나이로 눈을 감을 때까지 정치, 경제, 경영, 마케팅에 관한 수많은 논문을 발표하면서 탁월한 통찰력으로 ‘마케팅의 구루’로 인정받았다.

 

브랜드에 있어서 판타지라는 브랜딩 콘셉트는 상품을 ‘뉴스(commodity)’로 보도할 것인가 아니면 ‘드라마(identity)’로 연출할 것인가에 관한 전략의 문제다.

 

판타지 브랜딩은 단순히 입소문을 위한 작업용 멘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브랜딩에 있어서 판타지라는 개념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소유, 사용 그리고 수집할 때 다른 브랜드를 구매할 때와는 달리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드라마틱한 체험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의 자동차를 소유하여 사용할 때 지금까지 몰고 다녔던 자동차와는 다른 경험을 하도록 만드는 것으로서, 새 차를 받는 전달 과정, 자동차와 동호회가 만나는 과정, 자동차를 구매함과 동시에 달라진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자동차를 만든 사람의 철학을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지금까지의 자동차에 관한 모든 경험을 리셋(reset) 하고, 새 자동차 브랜드가 주는 주인공 대본을 받아서 브랜드가 주는 드라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판타지 브랜딩은 단순히 입소문을 위한 작업용 멘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브랜딩에 있어서 판타지라는 개념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소유, 사용 그리고 수집할 때
다른 브랜드를 구매할 때와는 달리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드라마틱한 체험을 만드는 것이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13 브랜딩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 브랜딩의 연금술, 판타지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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