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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정신에 새기는 문신

브랜딩/브랜드 인문학, 인문학적브랜드

by Content director 2022. 6. 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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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ness.co.kr

The interview with 국립공주대학교 애니메이션과 교수, 미디어 아티스트 김준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3초마다 보이는 가방이라 하여 일명 ‘3초 백’으로 유명한 한 명품 브랜드의 가방을 멘 사람들. 그들을 카메라에 담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풍자한 예술 작품이 있다. 이처럼 예술과는 어울리기 힘들어 보이던 브랜드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요즘 들어 부쩍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지난 Vol.22上을 준비하며 재미있던 사실 중 하나가 바로 예술가들에 대한 인문학자들의 이야기였다.

그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가장 빠르게 사람과 사회의 변화를 알아채는 인물이 바로 예술가라고 했다. 직관적 사고를 통해 말과 글로써 풀어내는 것이 인문학이라면 예술은 그것은 그림과 조각, 때로는 음악과 몸으로 소리로 각양각색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이라 한다. 예술가들은 오히려 인문학자들보다 더 빠르게 당대의 인간이 직면한 문제들과 욕망들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세상에 뱉어 낸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그들은 직관적 인문학자들인 셈이다.

그런 예술가들이 만약 브랜드를 주제로 많은 작품 활동을 한다는 것은 현재 대중이 이미 브랜드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으며, 예술가들은 그것을 누구보다 먼저 캐치해 브랜드를 통해 인간의 모습을 다양한 시각으로 뱉어내고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여기, “내가 보고 들은 세상을 뱉어낸 것이 바로 나의 작품”이라고 얘기하는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미디어 아티스트 김준이다. 문신이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그에게 물었다. 

“브랜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정신에 새기는 문신입니다.” 
브랜드와 문신. 과연 이 둘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브랜드와 문신. 과연 이 둘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브랜드가 보이지 않으면서 보이는 문신이라고 생각했어요.



브랜드, 
내 안에 새겨지는 문신

 

UnitasBRAND 러시아의 화가 칸딘스키는 ‘정신의 삼각형’(유니타스브랜드 Vol.18 ‘브랜드와 트렌드’ p87 참조)을 통해 예술가에 대한 재미있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시대의 정신 생활이 형성하는 삼각형의 저변(底邊)에는 광범위한 대중이 있고, 정점에는 고독하고 이해받지 못하는 예술가들이 있다”라고 말합니다.

러시아의 화가 칸딘스키의 정신의 삼각형

그러면서 “이 삼각형은 위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정점에 있는 예술가들의 예감에 지나지 않던 것들이 내일은 지식인의 관심사가 되고 모레는 대중의 취미를 지배하게 된다”고 말하죠. 그래서 예술가는 어느 시대나 그 시대의 욕망을 가장 먼저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사람들이라 보여집니다.

예술가로서 교수님은 어떤 계기로 지금과 같은 예술 활동을 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준(이하 '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 꿈에서부터 시작해볼까 합니다. 다들 살면서 꿈꾸는 거 하나씩은 있지 않나요? 조금 우스운 얘기일 수도 있지만 제 꿈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는 것이었죠. 그런데 이 꿈은 인간이 가진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었습니다. 

 

인간의 욕망을 문신으로 표현한 김준의 작품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와 마찬가지로 먹고사는 문제를 비롯해 몸이 원하는, 피할 수 없는 욕망을 해결하기 위해 평생을 허우적거리다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인간인 이상 죽을 때까지 육체를 버리고 살 순 없잖아요. 그래서 이 현실적인 문제와 제가 원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을 작품 주제로 삼아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인간인 이상 죽을 때까지 육체를 버리고 살 순 없잖아요.
그래서 이 현실적인 문제와 제가 원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을
작품 주제로 삼아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UnitasBRAND 인문학과 예술의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인간을 사유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을 욕망하게 만드는 벗어날 수 없는 몸을 작품 주제로 정하신 교수님처럼 말입니다. 몇 해 전 뉴욕에서 열린 아시아현대미술위원회에서 실제 사진인지 회화인지 구분하기 힘든 작품 하나가 있었습니다. 엉켜 붙은 벗은 남녀의 몸 위로 마치 물 흐르듯 그 전체를 휘감은 타투가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그게 바로 교수님의 작품이었죠.

 

그때 페라리, 몽블랑과 같은 럭셔리 브랜드의 로고와 패턴을 새긴 작품을 출품했었죠. 저는 항상 이상과의 괴리감을 만드는 몸의 욕망을 표현할 제 나름의 방식을 찾기 위해 애썼습니다. 당시 저는 테크니컬한 감각을 가르치는 학교의 정규 미술 교육을 받는 사람이었죠. 그런데 정작 제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사회적인 저항 메시지를 담고 있는 민중 미술이었어요. 그래서 이 둘 사이에서 저만의 예술 형식을 찾고자 노력했어요. 그런데 현재의 캔버스 위에서는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더군요. 

 

인간의 몸과 욕망 등 비가시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질문들을 문신이라는 가시적인 실체로 드러내는 
일종의 메타적 방식으로 작업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만의 캔버스를 만들어 보자, 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어요. 캔버스를 실제 살덩이처럼 제작하여 그 위에 메이크업도 해보고, 실제처럼 상처도 내 보고, 또 찢고 꿰매고를 반복하다 보니 결국 장식적인 요소와 상처가 결합된 형식, 제가 그토록 찾던 저만의 형식이 ‘문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작품들이 발전해 가면서 지금의 확장된 문신의 개념을 3D 그래픽으로 표현하는 데까지 이르게 되었죠. 인간의 몸과 욕망 등 비가시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질문들을 문신이라는 가시적인 실체로 드러내는 일종의 메타적 방식으로 작업을 하게 된 것입니다. 

 

ⓒKIMJOON

 

 

UnitasBRAND 교수님의 수많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조금은 에로틱한 남녀의 몸이 실제 사람 몸이 아닌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가상의 몸이라는 점에서 매우 놀랐습니다. 그런데 그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하나 있더군요. 바로 구찌, 아디다스, 스타벅스 등 유명 브랜드의 로고들이 온몸에 새겨져 있는 작품이었죠. 이 작품의 의미를 알고싶습니다. 

 

문신은 인체에 시각적 이미지를 각인하는 행위이기에 사람들은 문신이라고 하면 몸에 새기는 문양 같은 것을 떠올리죠. 하지만 전 다른 시각에서 문신을 보고 있는데, 문신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에 새겨지는 흔적으로서도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그것은 이력일 수도 있고, 피부색일 수도 있어요. 아니면 아시아인이라는 인종일 수도 있고 나이나 학벌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모든 것을 문신이라고 보고 있어요.

 

즉, 문신을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그 어떤 것’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는거죠. 그래서 저는 몸에 새겨진 장식적인 요소로서 문신보다 더욱 강력하게 정신에 새겨지는 은유적인 형태의 문신에 대해 관심이 더 많습니다.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브랜드가 보이지 않으면서 보이는 문신이라고 생각했어요.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브랜드가 보이지 않으면서 보이는 문신이라고 생각했어요.

 

 

UnitasBRAND 브랜드를 보이지 않으면서 보이는 문신이라고 교수님의 표현에 관심이 가는군요. 경영학에서도 브랜드를 연구한 지가 십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브랜드에 대한 교수님의 정의가 궁금해집니다. 

 

제 눈에는 온갖 미디어가 소위 ‘타투머신’으로 보였습니다. 저는 수많은 광고와 그 밖의 다양한 미디어에 의해 일부는 타의적으로 일부는 자의적으로 브랜드가 우리 정신에 새겨진다고 봅니다. 그로 인해 그 브랜드의 제품을 사고 싶고, 또 사야 될 것 같은 욕망이 각인되는 것이죠. 작년에 작품 전시를 했는데 그때 전시 타이틀이 ‘Fragile(깨지기 쉬운, 연약한)’이었습니다. 거기서 저는 인간의 형체를 한 도자기를 선보였어요.

 

ⓒKIMJOON

 

도자기처럼 깨지기 쉽고 불안한 존재인 인간과 그로 인한 인간의 물적, 종교적 집착을 은유적으로 표현해 본 것이죠. 예전에는 몸에 용 문신을 새겨 나와 용을 동일시하는 종교적 행위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용과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용의 힘과 용맹함을 얻고자 하는 바람이죠. 하지만 이면을 보면 그것은 인간의 존재 자체가 나약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행위입니다. 저는 문신으로서 용의 역할이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명품 브랜드’와 같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간은 깨지기 쉽고 나약한 존재이므로 늘 불안하기 때문에
명품 브랜드를 사는 행위를 통해 이 불안감을 해소하거나 혹은 위로 받으려는 것이죠. 

 

인간은 깨지기 쉽고 나약한 존재이므로 늘 불안하기 때문에 명품 브랜드를 사는 행위를 통해 이 불안감을 해소하거나 혹은 위로받으려는 것이죠. 바로 이 감정들이 인간이 종교에서 얻고자 하는 부분과도 같다고 생각했어요. 종교 역시 죽음과 같은 인간의 원초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찾게 되는 인간의 집착을 보여 주는 것이라 생각하니까요. 이런 이유들로 저는 현대인들이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의 몸에 브랜드라는 문신을 새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브랜드의 로고를 문신으로 새겨 넣은 작품을 통해 이런 현대인들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런 이유들로 저는 현대인들이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의 몸에 브랜드라는 문신을 새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brandness.co.kr

 

 

UnitasBRAND 문신은 욕망을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수단이 아닌 욕망의 표현인 것 같습니다. 용 문신을 새겨 넣는다고 해서 진짜 용의 용맹스러움을 얻는 것이 아닌 그것을 얻고자 하는 욕망의 표현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욕망과 문신은 어떤 관계인가요?

 

문신을 새기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문신을 새기는 이유나 어떤 문신을 새겼는지를 추적해 보면 인간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는 욕망과 맞닿아 있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어떤 형식으로든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기 위해 문신을 새기려 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죠. 문신은 그런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이를 모두 해결할 수 없는 현실과의 갈등을 표현하는 수단인 셈입니다. 왜냐하면 문신은 그 자체로 반대되는 개념과 갈등이 공존하는 형식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어떤 형식으로든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기 위해 문신을 새기려 하는 것입니다. 

 

ⓒKIMJOON

 

만약 저축이라는 문신을 새겨 넣었다면 그것은 저축에 대한 욕망의 표현이죠. 하지만 이는 현재 돈이 없는 상황이나 혹은 저축을 하고 싶지만 잘 되지 않는 반대적인 상황에 대한 욕망의 표현입니다. 이런 인간의 욕망과 현실의 갈등을 드러내는 형식이 바로 문신인 것이죠. 반면 문신은 타의적으로 사회에 의해 새겨진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예컨대 인간의 의식 속에 새겨진 고정관념, 억압, 사회적 금기 같은 것을 대변하는 상징적 행위라는 것이죠.

 

인간의 의식 속에 새겨진 고정관념, 억압, 사회적 금기 같은 것을 대변하는 상징적 행위라는 것이죠.

 

 

왜냐하면 문신은 내가 되고 싶은 것, 즉 나의 의지의 반영이자 욕망을 대변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사회가 나에게 운명 지어진 것으로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문신으로 새겨지기도 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사람에게 죄인이라고 새기는 형벌 문신과 같은 것 말입니다. 그래서 그것이 욕망의 표현이든 사회적으로 운명 지은 것이든 사람들 안에 새겨지는 모든 것이 문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전 문신이라는 것을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그 어떤 것’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형태로서 우리의 몸에 새겨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내면에 새겨져 지우고 싶어도 절대 지워지지 않는 모든 것을 일종의 문신으로 보고 있죠.

 

우리 내면에 새겨져 지우고 싶어도 절대 지워지지 않는 모든 것을 일종의 문신으로 보고 있죠.

 

 

그렇다 보니 제 눈에는 세상에 모든 인간들이 그들의 삶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문신을 새기며 또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새겨진 문신을 지우기 위해 발버둥 치며 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무엇을 새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며 또 무엇을 지우기 위해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지를 작품에 표현하고 있는 것이죠. 

 

그 브랜드들이 다름 아닌 정신적인 부가가치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브랜드가 사람들의 마음에 가치로서 새겨졌다는 거죠. 

 


브랜드, 
정신에 새겨지다

 

UnitasBRAND 코넬대학의 사카이 나오키 교수는 그의 저서 《디자인의 꼼수》에서 “나는 브랜드가 가진 카리스마를 생각할 때 브랜드 로고의 문신을 내 몸에 새길 수 있을 것인가라는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략) 브랜드에 대한 궁극적 사랑의 표현으로 문신만큼 적당한 것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오늘날 브랜드는 소비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이나 이념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채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할리데이비슨이나 애플의 로고를 실제 문신으로까지 새기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할리데이비슨이나 애플은 문신으로 새길 가치가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브랜드들을 가짐으로써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충분히 나타낼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브랜드들을 가짐으로써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충분히
나타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브랜드들이 다름 아닌 정신적인 부가가치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브랜드들이 다름 아닌 정신적인 부가가치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브랜드가 사람들의 마음에 가치로서 새겨졌다는 거죠. 단순히 광고나 미디어를 통해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형태의 각인은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들의 정신에 어떤 가치로 새겨질 것인가가 중요한 거죠. 만약 정신적 가치로 브랜드가 새겨진다면 브랜드를 상품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이나 이념의 표현 수단으로서 선택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죠. 

 

브랜드가 좋아서 몸에 문신으로 새기는 사례

 

 

UnitasBRAND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그리스토 코흐 교수 역시 매킨토시를 굉장히 좋아해 오래 전부터 팔에 사과 문신을 새기고 다녔는데 “마이크로소프트 로고를 문신으로 새기는 사람은 절대 없을 거야”라고 얘기했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정체성 혹은 이념의 표현 수단이 되기 위해 브랜드는 자신만의 문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더욱 강력한 브랜드의 가치를 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렇다면 정신적 가치로 새겨지는 브랜드는 그렇지 않은 브랜드와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는 문신을 “군기가 소속부대의 상징이며, 국기가 나라의 상징인 것과 같이 문신은 자기 종족의 집단적 상징물로서 사회관계 의 질서를 상징하는 구조 예술”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회관계의 질서란 무엇일까요? 바로 문화입니다. 문화란 인간이 만들어 낸 삶의 방식이자 그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들을 품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가치들이 그 시대의, 그 나라의,  그 지역의 문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의식에 새겨진다고 보았어요. 전 지미 헨드릭스의 음악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가치들이 그 시대의, 그 나라의, 
그 지역의 문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의식에 새겨진다고 보았어요. 

 

음악도 문화적 산물이기에 그 바탕에는 그 사회의 문화적 의식이 깔려 있죠. 지미 헨드릭스의 음악에는 미국의 문화적 의식이 깔려 있고  그러한 의식이 그 음악을 듣는 나에게도 새겨지겠죠. 이것을 표현한 작품도 있어요. 이런 예들은 주변에서 정말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문화로써 새겨진 가치들은 지울 수 없는 문신처럼 사람의 정신에 뿌리 내리게 되는 거지요.

 

예컨대 제 딸아이는 《백설공주》란 책을 읽어요. 그 책을 읽을 때마다 이 이야기의 바탕에 깔려 있는 선악의 개념들이 아이의 정신에 새겨질 테죠. 또 어떤 분들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영화를 보면서 그 영화 속에서 보여 주는 사랑의 모습을 전형적인 사랑의 모습이라고 새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문화로써 새겨진 가치들은 지울 수 없는 문신처럼 사람의 정신에 뿌리내리게 되는 거지요.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의 문신
레비스트로스는 한 종족이 지닌 모든 관습의 총체에는 언제나 특정한 양식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얼굴에 하는 장식은 사회적 존재, 인간적 존엄, 그리고 정신적인 의의를 부여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므바야족은 문신을 통해 부족 내 서열을 드러내고, 카두베오족의 안면 도식은 성별, 사회적 지위, 연령대에 따라 상이한 양식과 구성을 보인다.

 

 

 “당신은 어떤 문신을 새기고  삽니까?”라는 질문은
“당신은 어떤 가치를 위해  살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의 은유적 표현입니다.  

 

 

소비자에게 정신적 흔적을 남기기 위해 브랜더 역시 마찬가지의 질문을 소비자에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UnitasBRAND 브랜드는 이미 문화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애플이 단적인 예이죠. 정신적인 가치를 새겨 브랜드를 문화로 승화시키기 위해 브랜더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정신적인 가치란 로망 같은 것일 수도 있고, 삶의 가치일 수도 있겠죠. “당신은 어떤 문신을 새기고  삽니까?”라는 질문은 “당신은 어떤 가치를 위해  살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의 은유적 표현입니다. 소비자에게 정신적 흔적을 남기기 위해 브랜더 역시 마찬가지의 질문을 소비자에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를 통해 사람들이 그  질문에 대해 답할 수 있을 때 정신적인 부가가치라 는 것이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브랜드는 공장이 아닌 고객의 인식 속에서 만들어진다.

“제 눈에는 온갖 미디어가 타투머신으로 보입니다”라는 김준 교수의 말보다 오늘의 미디어 양상을 잘 설명하는 표현이 있을까 싶다. 타투로 새겨질 컨텐츠가 정치든, 문화든, 아니면 지극히 상업적인 무엇이든 메시지 발신자는 끊임없이 수신자에게 뾰족한 바늘을 들이댄다. 어떻게 하면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정신적 흔적을 남길 것인가! 특히 기업들은 촌각을 다투어 최고 사양의 타투머신을 도입한다. 15초 동안 최대한 진한 타투를 남기기 위해 기술과 기교, 그리고 기인(연예인)을 동원하고 그것으론 모자라 쉴 새 없이 뭔가를 지저귀기도 하며(Twitter), 좀 더 폭넓은 대중과 만나기 위해 자신의 얼굴을 열어 젖히기도 한다(Facebook).

 

늘 ‘인식이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타투머신의 화려함이 아니라 타투머신이 지닌 바늘(메시지)의 정교함이다. 그 정교함은 소비자가 원하는 부분에, 그간 갈망하던 그런 모양의 타투를 새기기에 얼마나 적합한가에 결정된다. 결국 그것이 높은 적합도를 보일 때 브랜드가 늘 고민하는 ‘포지셔닝’에 성공적일 수 있다. 브랜드는 공장이 아닌 고객의 인식 속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김 교수가 말하는 정신에 새겨지는 브랜드가 되기는커녕 정신에서 파내고 싶은 귀찮은 메이커 수준에서 머물고 말 것이다.


김준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울, 베를린, 암스테르담, 파리, 도쿄, 뉴욕 등지에서 20 여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1996년 호주의 Asia Pacific Triennale, 2006년 스위스 바젤의 Basel ART PAIR, 2008년 프랑스에서 PARIS-PHOTO를 비롯한 그룹 전시에 다수 참여, 활발한 작품 활동 중이다. 대표 개인전으로는 2003년 ‘Flesh Park’展, 2005년 ‘Tattoo you’ 展, 2008년 ‘Duet et Party’ 展, 2009년 ‘tattoo & ta-boo’ 展, 2010년 ‘Fragile’ 展 이 있으며 이후 ‘drunken’ 展을 선보였다. 또한 국립 공주대학교 만화학부 애니메이션과 교수로 재직했었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22 브랜드인문학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 브랜드, 정신에 새기는 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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