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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서신(2)

브랜드의 탄생/브랜드 서신(브랜드 레터)

by chief-editor 2026. 3. 2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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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BOX]

브랜드 현장의 날것들: 당신은 어떤 질문 앞에 서 있습니까?

 

아래 리스트는 브랜드 컨퍼런스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질문들입니다.

한 번이라도 직접 던져본 질문, 혹은 마음속에 오래 품고 있던 질문에 체크해보십시오.

질문은 지식의 수준보다, 지금 당신이 어디에서 막혀 있는지를 드러냅니다.

 

1. 브랜드가 무엇입니까? (본질 앞의 막막함)

2. 우리 브랜드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미래에 대한 불안)

3. 브랜드의 핵심적인 성공 전략은 무엇입니까? (정답에 대한 갈망)

4. 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개념의 혼란)

5. 명품 브랜드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위에 대한 열망)

6. 브랜드 매니저를 채용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사람에 대한 갈증)

7. 철학만으로 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나요? (이상과 현실 사이의 의문)

8. 브랜드의 차별점은 어떻게 만들 수 있습니까? (경쟁의 압박)

9. 브랜드를 제대로 배우려면 어떤 기업에 가야 할까요? (성장에 대한 갈망)

10. 최근에 성공한 브랜드 사례를 알려주세요. (확신에 대한 갈구)

11. 앞으로 브랜드 시장이 어떻게 변할까요? (변화에 대한 불안)

12. 어떤 해외 브랜드를 들여오면 대박이 날까요? (지름길의 유혹)

13. 전략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짜주는 곳은 없나요? (의존의 습관)

14. 연봉 상관없이 탁월한 담당자를 소개해주세요. (인재 확보의 절박함)

15. 광고 효과가 없는데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수단의 고갈)

16. 대표님께 브랜드 교육을 시켜드릴 아이디어 있나요? (위로 전달되지 않는 답답함)

17. 직원 전체 브랜드 교육을 위한 강사를 추천해주세요. (조직 변화의 필요)

18. 심벌과 로고를 싸고 잘 만드는 곳 없나요? (비용과 가치의 충돌)

19. 어떤 브랜드를 벤치마킹해야 하나요? (기준의 부재)

20. 브랜드를 쉽게 설명하는 책은 없나요? (쉬운 답에 대한 유혹)

 

체크한 개수를 세어보십시오.

적게 체크했다면 아직 질문의 입구에 서 있는 것입니다.

많이 체크했다면, 지금 당신은 현장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몇 개를 체크했느냐가 아닙니다.

당신이 지금 어떤 질문을 끝까지 붙들어야 하는지를 아는 일입니다.

 

 



브랜드 현장의 진짜 질문들

브랜드 컨퍼런스를 진행할 때 독자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대체로 비슷하다.

이런 질문을 길게 정리하면 스무 개쯤 된다. 그런데 그 가운데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은 두 가지다.

 

"브랜드가 무엇입니까?"

"브랜드를 쉽게 설명하는 책은 없나요?"

 

이 두 질문은 그나마 개념과 사례로 답할 수 있다. 문제는 나머지 질문들이다. 그 질문들은 대답하는 순간 누구나 아는 뻔한 소리를 하게 되거나, 반대로 너무 상황 의존적이어서 함부로 일반화할 수 없는 것들이다. 업종에 따라 다르고, 기업의 단계에 따라 다르고, 조직 문화와 사람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그래서 조금만 성급하게 대답해도 금세 얕은 조언이 되어버린다.

 

이 질문들을 다시 읽어 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대부분은 개념을 묻는 질문이 아니라, 당장 현장에서 써먹을 힌트를 구하는 질문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지식 그 자체보다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답을 원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질문들은 누가 하는 것일까.

경영자가 하는 질문일까. 브랜드 담당자가 하는 질문일까.

신입사원이 하는 질문일까.

 

질문의 수준은 지식의 수준을 드러내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만약 경영자가 이런 질문을 하고 있다면, 그 기업의 브랜드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 만약 브랜드 담당자가 이런 질문을 하고 있다면, 그는 지금 어떤 막막함 앞에 서 있는 것일까. 만약 신입사원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면, 그는 학교에서 브랜드를 무엇으로 배웠을까. 결국 어느 자리에 있든, 이 질문들은 모두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다. 브랜드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자리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 질문들이 다소 날것처럼 보일 수 있다. 어떤 질문은 강사의 답을 시험하기 위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떤 질문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 존재를 드러내기 위한 질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질문들이 반복되는 빈도를 생각해 보면, 그 안에는 분명 실제적인 절박함이 있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 현장의 목소리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질문들 뒤에는 따로 숨겨진 질문이 있다는 점이다.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직접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조금 돌려서 묻는다. 예를 들어 그들이 정말 궁금한 것은 이런 것일 수 있다.

브랜드로 쉽게 돈 버는 방법은 없을까. 매출을 폭발시키는 브랜드 전략은 없을까. 일단 돈을 벌고 나중에 브랜드를 고급화할 수는 없을까. 단기간에 브랜드를 성공시키는 지름길은 없을까.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전략은 없을까.

이 질문들이야말로 브랜드 현장의 진짜 질문이다.

 

 

 

브랜드는 쉽게 정의되지 않는다

이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브랜드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은 중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저는 이 질문 앞에서 종종 사랑을 떠올린다. 스무 사람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물으면 스무 가지 답이 나온다. 삼십 년을 함께 산 부부에게 물어도 두 사람의 답은 다르다. 같은 삶을 오래 나눴는데도 사랑의 정의가 다른 이유는, 사랑이 기술 용어가 아니라 체험을 통해 인식되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브랜드는 사전처럼 깔끔하게 정리되는 단어가 아니다. 사람마다 다르게 체험되고, 다르게 기억되며, 다르게 해석된다. 할리데이비슨의 오너와 페라리의 오너는 서로 다른 이동수단을 타고 있지만 둘 다 그것을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생명체처럼 말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에게 아이폰은 그저 전화기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또 다른 자신이다. 어떤 사람에게

 

스타벅스는 비싼 커피일 뿐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하루의 리듬과 취향, 정체성까지 담긴 장소다.

그렇다면 브랜드를 하나의 정의로 고정할 수 있을까. 어렵다. 아마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자신의 브랜드를 정의하는 일은 가능하다. 예를 들어 브랜드 전문지를 만든 사람의 입장에서 유니타스(엔텔러키)브랜드는 '브랜드 야전교범서'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반쪽짜리 정의에 불과하다. 나머지 반쪽은 독자가 완성한다. 독자가 그것을 실제로 그렇게 경험하고 인정할 때 비로소 그 정의는 브랜드가 된다. 생산자의 의도가 사용자의 체험과 만나는 순간, 브랜드는 비로소 브랜딩이 된다.

 

그래서 "브랜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브랜드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나의 브랜드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이 두 질문은 전혀 다른 곳으로 사람을 데려간다. 전자는 개념을 탐색하고, 후자는 방향을 결정한다. 광의의 브랜드 정의를 붙잡고 씨름하다 보면 정작 자기 브랜드를 정의하지 못한 채 지쳐버릴 수 있다. 차라리 사용자가 자기 브랜드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 그 언어를 모아 정리하는 편이 더 빠르고 더 정확할 수 있다.

 

 

브랜드를 쉽게 설명하는 책은 없을까

브랜드를 쉽게 설명하는 책을 찾는 질문 역시 자주 받는다. 그러나 이 질문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브랜드를 쉽게 설명한 책이 정말 브랜드를 쉽게 설명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부분만 설명하고 있는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체험의 영역이기 때문에, 이론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체험만으로 설명하면 너무 주관적이 된다. 그래서 브랜드를 설명하려면 사례가 필요하다. 그런데 진짜 어려움은 사례가 될 만한 브랜드를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어렵게 좋은 사례를 찾았는데, 몇 년 지나지 않아 시장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코카콜라나 맥도날드 같은 오래된 예시를 반복해서 들 수밖에 없다.

 

쉬운 브랜드 책으로 브랜드를 쉽게 배우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쉬운 브랜드가 없기 때문이다. 쉽게 성공한 브랜드도 없다. 브랜드가 브랜드가 되기까지 겪는 시간과 갈등과 위기를 몇 개의 법칙으로 정리해 단번에 전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말로는 무엇이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설명된 법칙이 곧 살아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핵심은 이론의 난이도가 아니라, 자신의 브랜드를 어떤 관점으로 보고 있느냐다. 브랜드를 단순한 상품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문화와 가치, 욕망과 관계가 응축된 존재로 볼 것인가. 이 관점의 차이가 이후의 모든 판단을 바꾼다. 어떤 책을 읽느냐보다, 지금 어떤 눈으로 시장을 보고 있느냐가 먼저다.

 

브랜드와 마케팅은 어디서 갈라지는가

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를 묻는 질문도 끊이지 않는다. 이 질문이 어려운 이유는 둘이 비슷한 곳에서 출발해 종종 같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교재도 비슷하고, 강사도 겹치고, 실무에서도 섞여 보인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브랜드를 마케팅의 상위 개념으로 이해하고, 어떤 사람은 마케팅의 세련된 버전처럼 이해한다.

 

틀렸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충분한 설명도 아니다.

둘의 차이는 결국 목적에서 드러난다. 마케팅은 판매와 점유율, 회전과 전환을 중심으로 판단할 수 있다. 반면 브랜딩은 가치와 관계, 명성과 정체성을 더 오래된 시간 안에서 다룬다.

 

예를 들어 명품 브랜드는 가격 할인 하나에도 극도로 민감하다. 그들에게 가격은 단순한 판매 수단이 아니라 가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반면 마케팅 관점에서는 할인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점유율을 높이고, 경쟁을 압박하고, 회전율을 올리기 위한 선택이 가능하다.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매우 큰 충돌을 낳는다.

 

뉴코크 사건이 대표적이다. 코카콜라는 펩시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고유한 맛을 건드렸다. 마케팅 전략으로는 설명될 수 있을지 몰라도, 브랜딩의 관점에서는 자기 정체성과 고객 관계를 훼손한 결정이었다. 결국 코카콜라는 뉴코크를 버렸다.

 

라코스테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고유한 지위와 상징을 지닌 브랜드를 매출 논리로 낮은 품질과 낮은 가격의 상품으로 확장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는 이미 보았다. 브랜드를 살린다고 생각한 조치가 오히려 브랜드를 죽였다.

이처럼 브랜드와 마케팅은 겹치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라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 갈라지는 지점에서 현장의 충돌이 시작된다. 브랜드팀과 마케팅팀, 디자인팀과 전략팀, 국내 브랜드 담당과 해외 브랜드 담당 사이의 갈등은 대부분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언어를 쓰면서 서로 다른 목적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이번 특집의 편지들이 다루는 풍경이 바로 그것이다.

 

기생 브랜드를 공부하는 위험

브랜드를 공부하면서 가장 위험한 일 중 하나는 기생 브랜드를 브랜드의 본보기로 착각하는 것이다.

어떤 브랜드는 브랜드를 돈 버는 방법으로 이해한다. 또 어떤 브랜드는 브랜드를 가치와 목적을 향한 방향으로 이해한다. 전자는 수익을 출발점으로 삼고, 후자는 수익을 결과로 본다. 이 둘은 태생부터 다르다.

 

문제는 방법으로 태어난 브랜드가 때로는 시장에서 매우 빠르게 성장한다는 점이다. 값싼 카피, 자극적인 유행, 과도한 판촉,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소비 유도, 무조건적인 확장. 이런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강력하게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살아 있는 브랜드의 성장이라기보다 숙주에 기대어 몸집을 키우는 기생에 가깝다.

 

기생 브랜드는 시장과 협력자, 사용자와의 장기적 관계보다 당장의 점유율과 자본 논리에 민감하다. 환경이 파괴되든, 시장의 다양성이 무너지든, 협력 생태계가 붕괴되든 상관없다. 돈만 벌리면 된다. 브랜드 윤리는 홍보 문구로 대체된다.

 

이런 브랜드가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 더 위험하다. 벤치마킹과 복사의 대상이 되고, 결국 시장을 획일화한다. 모두가 비슷한 디자인, 비슷한 가격, 비슷한 욕망을 좇는다. 그 안에서 다양성과 창의성은 줄어들고, 새로운 브랜드가 뿌리를 내릴 토양도 함께 사라진다.

그래서 브랜드를 공부한다는 것은 성공 사례를 모으는 일이 아니다. 지금 내가 배우고 있는 것이 공생의 문법인지, 기생의 문법인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그 질문 없이 사례를 아무리 많이 쌓아도, 결국 기생을 정교하게 배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Self-Check Index] 당신의 브랜드는 공생합니까, 기생합니까?

구분 공생의 문법 (Symbiosis) 기생의 문법 (Parasitism)
출발점 가치와 목적(수익은 결과다) 돈과 점유율(수익이 목적이다)
핵심엔진 아이덴티티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침투 본능 (어떻게 점유할 것인가)
시장 관점 생태계(함께 자랄 토양을 만든다) 숙주(빨아먹고 버릴 대상을 찾는다)
성장관점 자기 진화 (어제의 나보다 나아진다) 무한 증식 (암세포처럼 확장한다)
전략도구 자기 질문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모방 질문 (1등은 무엇으로 팔고 있는가?)
사용자 관계 공감과 신뢰(삶의 일부가 된다) 충동과 유혹 (지갑의 일부를 빼앗는다)
위기 시 태도 철학을 지키기 위해 손해를 감수한다 이익을 지키기 위해 철학을 폐기한다
시간 감각 오래 남는 이유를 만든다 빨리 팔릴 이유를 만든다
경쟁 이해 차이를 만든다 복제를 서두른다
조직 문화 함께 책임진다 서로 떠넘긴다

 

중요한 것은 내 브랜드를 어느 칸에 넣느냐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의 선택이 어느 문법을 강화하고 있는지 아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번 브랜더 서신은 Critical하다

브랜드는 중요하다. 동시에 위험하다. 브랜드는 기업의 문화를 만들고, 시장을 만들고, 고객과의 관계를 만들고, 기업을 지속가능경영을 넘어 영속가능경영의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그러나 잘못 해석되면 브랜드는 조직의 헤게모니 싸움을 부추기고, 기업을 분열과 파괴로 끌고 갈 수도 있다.

 

현장에는 수많은 사람이 브랜드라는 말을 쓰지만, 정작 브랜드를 깊이 배운 사람은 드물다. 브랜드를 말하지만 한 번도 브랜드를 경영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대학에서도 브랜드는 독립된 사유의 대상이기보다 마케팅이나 디자인의 일부로 취급되어왔다. 그 결과, 지금의 한국 브랜드 업계는 경기 규칙을 충분히 배우지 못한 채 코트에 들어선 선수들과 비슷하다. 공을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는 알지만, 무엇이 반칙이고 무엇이 역할인지는 모른 채 경기를 뛰고 있다. 충돌과 오해와 불필요한 싸움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브랜드 서신은 바로 그 현실을 다루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 특집은 Critical Time, Critical Person, Critical Thinking이라는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Critical은 단지 비판적이라는 뜻만이 아니다. 중요하고, 위험하고, 위기의 순간과도 맞닿아 있다는 뜻이다. 이번 특집이 다루는 주제들은 지금 현장에서 가장 뜨겁고 민감한 것들이다. 그래서 더 비판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것은 특정 브랜드를 폭로하기 위한 기획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성장통을 드러내기 위한 기획이다.

 

 

왜 편지라는 형식을 택했는가

이번 특집을 편지라는 형식으로 다룬 이유도 여기에 있다. 브랜드를 둘러싼 문제는 너무나 현재진행형이고, 너무나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며, 너무나 민감하다. 이것을 전략서처럼 정리해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살아 있는 갈등과 감정, 관계의 긴장이 쉽게 사라진다.

 

브랜드의 문제는 대부분 사람의 문제다. 좋은 네이밍, 좋은 디자인, 좋은 전략이 있어도 결국 사람 때문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를 둘러싼 관계는 언제나 긴장 속에 있고, 각자의 속셈과 입장과 두려움이 얽혀 있다. 이 복잡한 결을 가장 가까이서 드러낼 수 있는 형식이 바로 편지라고 생각했다.

 

편지는 친밀한 거리에서 말하게 한다. 남의 편지를 읽는 독자는 때로 그것을 자기 이야기처럼 받아들이고, 때로는 자기 상사를 향한 은밀한 비판처럼 느끼기도 할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것은 특정한 누구의 사연이 아니라, 아직 역사가 길지 않은 한국 브랜드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일반적인 성장통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내내 생각했던 것은 하나다. 브랜드 현장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동의하지 않지만 침묵하고, 틀렸다는 걸 알지만 따라가고, 지쳐 있지만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번 특집은 그 침묵을 편지라는 언어로 꺼내보려는 시도다. 읽는 사람이 자기 안의 질문을 하나쯤 되찾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브랜드 서신에 나오는 인물 


 

 

 

 


브랜드 레터 1부 등장인물

 

강승원 이사, 강기원 교수, 강세민

 

강승원(60) 이사는 브랜드 컨설팅 회사 Coel의 창업자다. 지금은 사회적 기업을 돕는 브랜드 컨설팅 조직에서 무급 임원으로 자원봉사하고 있다. 브랜드를 단지 상품의 전략이 아니라, 존재의 방향과 가치의 문제로 바라본다. 그에게 브랜드는 팔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끝까지 지켜야 할 태도에 가깝다.

 

강승원에게는 두 자녀가 있다. 그중 아들 강세민(30) 은 MBA를 마친 뒤 자신의 브랜드를 직접 런칭했다. 첫 번째 런칭은 실패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두 번째 브랜드를 시작했다. 강승원은 아들의 두 번째 도전을 곁에서 지켜보며, 브랜드 런칭에 관한 경험과 고민, 사례와 대안을 편지로 전하고 있다.

 

강세민에게는 또 다른 조언자가 있다. 강승원의 일란성 쌍둥이 형제인 강기원(60) 교수다. 강기원은 해외 유수 기업에서 브랜드 매니저 임원으로 일한 뒤, 현재는 대학에서 마케팅 전략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브랜드를 시장과 경쟁, 실행과 성과의 관점에서 읽는다.

 

강승원과 강기원은 같은 시대를 살아왔고, 같은 얼굴을 가졌지만,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한 사람은 브랜드의 목적과 존재 이유를 먼저 묻고, 다른 한 사람은 시장과 전략, 성과를 먼저 본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선 사람이 강세민이다. 실패를 한 번 겪고 다시 브랜드를 시작한 그는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조언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

 

 


브랜드 레터 2부 등장인물

 

강승원 이사, 김민섭 회장, 강세희, 김우일 대표

 

강승원(60) 이사는 브랜드 컨설팅 회사 Coel의 창업자다. 그는 오랜 친구인 김민섭(60) 회장이 경영하는 바젤컴의 브랜드 컨설팅을 맡은 적이 있다. 하지만 컨설팅 이후에도 김민섭은 ‘브랜드 경영’을 말하면서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승원은 그 모순을 정면으로 깨우기 위해 친구에게 일침을 담은 편지를 보낸다.

 

김민섭 회장은 바젤컴을 이끄는 경영자다. 그는 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말로도 자주 강조하지만, 실제 경영 방식은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강승원의 편지는 바로 그 간극, 곧 브랜드를 말하지만 브랜드답게 경영하지 못하는 현실을 향한다.

 

한편 강승원의 또 다른 자녀인 강세희(31) 는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세희는 대학 졸업 후 국내 대기업의 브랜드 전략팀에서 일했지만, 1년 만에 사표를 내고 홀연히 유학길에 올랐다. 귀국한 뒤에는 자신의 브랜드를 직접 만들고 싶어 했다. 그러나 아버지 강승원의 만류로, 먼저 현장을 배우라는 뜻에서 김우일 대표가 운영하는 작은 브랜드 대행사에 입사한다.

 

김우일 대표 는 작지만 치열한 브랜드 대행사를 이끄는 실무형 리더다. 세희는 그곳에서 브랜드 현장의 현실과 마주한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 조직 안의 갈등, 대행사 특유의 압박과 모순을 겪으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강승원은 다시 아버지이자 코치로 나선다.

 

2부는 서로 다른 두 현장을 비춘다. 하나는 브랜드를 말하지만 여전히 낡은 방식으로 경영하는 기업의 현실이고, 다른 하나는 브랜드를 배우고 만들고 싶지만 현장에서 부딪히며 흔들리는 젊은 실무자의 현실이다. 그리고 그 두 현실 사이를 잇는 인물이 강승원이다. 그는 친구에게는 경고를, 딸에게는 코칭을 보내며 브랜드라는 일이 결국 사람과 경영, 태도의 문제임을 드러낸다.

 

 

 

브랜드 레터 3부 등장인물

 

강승원 이사, 최태선 대표, 최서국, 강세민

 

강승원(60) 이사는 브랜드 컨설팅 회사 Coel의 창업자다. 3부에서 그는 특정 한 사람만의 조언자가 아니라, 브랜드 현장에서 마주치는 여러 갈등과 선택 앞에 선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인물로 등장한다. 이번 편지들은 브랜드 전략보다 더 민감하고, 실무보다 더 인간적인 문제를 다룬다.

 

최태선 은 강승원의 후배로, 대기업 하우스 에이전시에서 일하다 독립해 창업한 대표다. 조직 안에서 브랜드를 수행하던 사람에서, 이제는 스스로 브랜드와 회사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로 이동했다. 강승원의 편지는 바로 그 전환의 무게, 곧 실무자에서 책임자로 건너가는 사람에게 필요한 질문을 던진다.

 

최서국 은 브랜드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준비하는 인물이다. 그는 아직 현장의 한가운데에 들어서기 전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 있다. 브랜드를 배운다는 것은 무엇인지, 어디서부터 배워야 하는지, 그리고 해외에서 배운다는 선택이 과연 브랜드를 더 깊이 이해하는 길이 될 수 있는지를 묻는 편지가 그에게 전해진다.

 

강세민(30) 은 강승원의 아들로, 1부에서 이미 한 차례 실패와 재도전을 경험한 인물이다. 3부에서 그는 다시 등장한다. 이번에는 브랜드를 공부하는 사람이나 실무자가 아니라, 창업을 눈앞에 둔 사람으로서 편지를 받는다.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과 브랜드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다른 일인지를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하게 되는 인물이다.

 

3부에는 또 다른 수신인도 있다. 바로 다음 편집장(엔텔러키 브랜드)과 유니타스브랜드 독자다. 현재 편집장이 다음 편집장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유니타스브랜드의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가 함께 실린다. 이는 이번 파트가 단지 몇 사람의 사연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를 배우고 만들고 이어가는 사람 모두에게 말을 거는 장이기 때문이다.

 

3부는 결국 브랜드 현장에서 쉽게 입 밖에 낼 수 없는 문제들을 편지라는 형식으로 드러내는 장이다. 독립과 창업, 배움과 전수, 책임과 계승. 서로 다른 위치에 선 사람들이 같은 질문 앞에 선다. 브랜드라는 일은 결국 누구에게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이어받을 것인가의 문제라는 사실을 3부는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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