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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서신(1)

브랜드의 탄생/브랜드 서신(브랜드 레터)

by chief-editor 2026. 3. 2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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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이들은 브랜드의 차별화라는 목적에 자신의 일부를 걸고, 어떤 이들은 공동체 전체의 운명을 건다. 물론 모든 브랜드 매니저가 그런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은 브랜드와 자신을 분리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사람은 많지 않다. 월급을 받는 직원이면서도 창업자처럼 브랜드의 100년을 고민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어쩌면 그런 사람을 조직 안에서 기대하는 것 자체가 허황된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이 있다. 시장을 자신의 가치와 상징으로 이끈 대부분의 브랜드는 결국 이런 사람에 의해 태어나고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브랜드가 이토록 헌신과 진정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임에도, 현장에서는 정작 그 진정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놀랍게도 브랜드 관련 부서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은 비브랜드적이다. 잘난 척을 하고, 다른 부서보다 더 치열하게 정치를 벌이고, 브랜드를 해치는 보고서가 아무렇지 않게 결재선에 올라간다. 브랜드 지식도 없으면서 아는 척을 하며 브랜드를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일도 드물지 않다. 더 답답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브랜드 전문가라고 믿으며 학습과 훈련을 멈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브랜드와 관련된 의사결정은 결국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로 모인다. 그리고 그 결정을 둘러싸고 브랜드 전략이라는 이름 아래 부서 간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브랜드, 마케팅, 디자인, 영업, 전략기획, 기술 부문이 브랜드를 중심으로 힘을 나눠 갖는 구조가 겉으로는 균형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브랜드가 시장에서 차별화를 이루기 전에 내부 전쟁으로 소진되는 경우가 많다. 브랜딩이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늘 숨은 의도가 있고, 그 의도 때문에 브랜드와 관련된 모든 일은 언제나 중요하고도 위험하다.

 

브랜드의 내부 문제는 암과 같다. 암은 자각하기 전에 발견하면 치료할 가능성이 높지만, 자각할 정도가 되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몸이 불편해도 그것을 스트레스나 피로로 여기며 넘긴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브랜드가 브랜딩되지 못하는 원인의 상당수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일시적 문제로 여기고 흘려보낸다. 그러는 사이 문제는 깊어지고, 결국 브랜드 전체로 번진다.

 

이번 [브랜드 서신]에서 다루는 갈등과 사건은 모두 현실에서 벌어지는 실제 상황들이다. 많은 독자가 이 글을 읽으며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낄 것이다. 사실 그래야 한다. 내부 문제는 숨겨둘수록 더 깊어지고, 드러낼수록 비로소 다룰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이처럼 어렵고 민감한 브랜드 내부의 문제를 어떻게 하면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각자의 부서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말할 수 있게 할까. 어떻게 하면 서로 다른 부서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자기 문제를 인정하고 협력의 가능성을 찾게 할 수 있을까.

 

이번 특집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했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편집의 실마리를 준 사람은 세 명이다. 첫 번째는 셰익스피어다. 그의 말처럼 다쳐보지 않은 사람은 남의 상처를 보고 웃는다. 브랜드 내부의 갈등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브랜드 경영을 쉽게 당위의 언어로 말한다. 하지만 실제 조직 안에서는 가치관, 비전, 존중, 협업 같은 선언이 실현되기까지 수많은 충돌과 상처가 생긴다. 그래서 이번 특집에서는 논리적인 정답을 먼저 제시하기보다, 현장의 고통을 먼저 드러내기로 했다. 이번 호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의 상처와 고민을 통해 독자의 아픔을 비춰보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번째는 바울이다. 신약성경의 상당 부분이 그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편지가 단순한 전달 수단이 아니라 삶과 진리를 건네는 형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바울의 편지는 화려한 문장보다 더 강한 것을 지녔다. 진정성, 열정, 가치에 대한 확신이다. 특히 디모데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저는 이런 생각을 했다. 브랜드를 직접 경험한 사람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려운 것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브랜드의 원칙과 태도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브랜더라는 직업의 순수성과 도덕적 가치를 어떤 문체로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번 편집의 오마주는 바울의 편지다.

 

세 번째는 션 폴리다. 그는 타이거 우즈의 스윙 코치였다. 많은 사람은 타이거 우즈에게도 코치가 있다는 사실에 먼저 놀랄지 모른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타이거 우즈가 왜, 어떤 기준으로, 누구를 자신의 코치로 선택했느냐는 점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 앞에서는 자신보다 더 멀리 보는 눈을 필요로 한다. 저는 그 지점에서 이번 특집의 방향을 보았다. 이미 브랜드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더 말할 수 있을까. 어떤 방식이어야 그들에게도 유효한 코칭이 될 수 있을까.

 

브랜드 서신의 편집 방향은 코칭이다. 하지만 코칭은 대신 답해주는 일이 아니다. 스스로 질문하게 하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번 특집은 유니타스가 지금까지 다루어온 여러 주제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다시 꺼내, 독자가 자기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새롭게 구성했다. 설명보다 사례를 앞세우고, 정답보다 질문을 앞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편집 방향에 따라 이번 특집은 브랜드를 쉽고, 정확하고, 솔직하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그 첫 번째 방법이 바로 서신이다. 편지는 단순한 글 형식이 아니다. 편지는 서로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로 전달되는 친밀한 미디어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 편지를 주고받는 인물은 딸과 아들, 친구와 후배처럼 일정한 공감대를 가진 관계들로 설정했다. 상처는 낯선 사람 앞보다 가까운 사람 앞에서 더 진실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물론 독자는 남의 편지를 읽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번 특집은 편지가 사적인 고백으로만 머물지 않도록, 각각의 편지 끝에 코칭 포인트를 덧붙였다. 또 한 장이 끝날 때마다 독자가 그 편지를 자기 이야기로 옮겨 말할 수 있도록 워크숍을 준비했다. 이번 특집의 핵심은 편지의 내용 자체가 아니다. 독자 안에 잠겨 있던 문제와 갈등을 끌어내어, 그것을 자기 언어로 말하게 하고 객관화하게 만드는 데 있다. 숨어 있는 문제는 불만과 비난을 키우지만, 드러난 문제는 대안을 만든다.

 

아인슈타인은 이미 공식화된 문제는 기술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를 공식화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저는 이 말이 브랜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조직이 답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답이 없어서가 아니라, 문제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브랜드 서신은 답을 주기보다 먼저 문제를 보게 하려 한다.

 

결국 이 특집이 묻고 싶은 질문은 하나다.

 

브랜드라는 일은 무엇인가.

 

경영자에게 리더십이 필요하고, 디자이너에게 창조성이 필요하고, 마케터에게 전략 기획력이 필요하다면, 브랜더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브랜더가 다루는 브랜드는 도대체 어떤 일일까. 자신의 직업관과 세계관 없이 브랜드의 정의와 기술만 아는 것은 반쪽짜리 전문성에 불과하다. 놀랍게도 많은 브랜더가 브랜드는 설명할 수 있지만, 브랜드라는 일을 하는 자기 자신은 아직 설명하지 못한다.

 

옛 장인들은 수제자에게 기술보다 먼저 사람 됨을 가르쳤다고 한다. 기술과 거리가 먼 일을 시킨 이유는 결국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였다. 사람의 품격이 상품의 품질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면, 브랜더 역시 먼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어떤 자세로 브랜드라는 일을 해야 하는가를 묻지 않은 채, 브랜드의 기술만 익히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이번 호의 마지막에는 ‘일’에 관한 워크숍을 준비했다. 이 워크숍은 앞서 던진 질문들에 각자가 스스로 답해보게 하기 위한 자리다. 동시에 ‘휴먼 브랜딩’과 ‘브랜드십’을 연결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탁월한 브랜더가 되기 전에 먼저 한 사람의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오래된 가르침. 이번 브랜드 서신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편지 목록

 

1.넌 처음부터 실패를 계획했던 거야

2.시장조사는 시장을 조사하는 게 아니란다 

3.좋은 시장보고서와 나쁜 시장보고서 

4.정반합의 논리 vs. 흑백의 논리 

5.경쟁자가 아니라 네 운명과 싸우는 거야 

6.불황에 런칭하는 법 

7.호황 때는 불황 전략을, 불황 때는 호황 전략을 

8.시장에 네 영혼을 팔지 말아라 

9.세상에서 희귀한 노트가 되는 법 

10.네 브랜드는 브랜드가 아니야, 상표란다 

11.브랜드 경영의 세계에 입성한 것을 축하한다 

12.편지 회장님이 뭐라고 생각할까?

13.편지 후계자를 키우는 법 

14.모노섬 김우일 대표에게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알려 주게 

15.슈퍼 갑, 클라이언트 

16.브랜드 신조를 적어 보렴 

17.브랜드 비전 구축 프로젝트를 한다고? 

18.너는 왜 브랜드 매니저가 되고 싶니? 

19.사회적 기업이 브랜드가 되는 법 

20.유니뷰 대표, 후배 최태선에게 왜 창업하셨습니까?

21.브랜드를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떠나는 최서국 씨에게

22.유학을 가면 브랜드를 배울 수 있나요?

23.브랜드를 런칭하는 아들 세민이에게 브랜드는 머리로 배우는 지식이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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