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창업자를 닮는다
최근 나는 환경 운동가이자 기업가인 폴 호켄이 38년 전에 쓴 《Growing a Business》(그로잉 비즈니스, 1987)을 중고책으로 사서 읽었다.
1장 Something You Live to Do (한국어판 제목: 당신이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은 당신을 닮는다)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적혀 있다.
“Likewise, the business you can succeed with is distinctly and utterly you and yours. It is unlike any other business in the world. Being in business is not about making money. It is a way to become who you are.”
한국어 번역은 다음과 같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은 두말할 필요 없이 당신을 닮고 또 당신만의 것이다. 그 사업은 이 세상의 다른 어떤 사업과도 다르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돈을 버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진정한 자신이 되는 길이다.”
나는 이 대목에 밑줄을 그었다. 인터뷰 자리에서 늘 던지는 질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신과 당신이 만든 브랜드가 가장 닮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소가 송아지를 낳고, 호랑이가 새끼 호랑이를 낳듯, 사람이 창조한 브랜드 역시 창업자를 닮는다. 브랜드는 창업자의 의사결정 총합이자, 그의 얼굴(영혼)과 닮아가는 존재다. 그래서 나는 인터뷰마다 창업자와 브랜드 사이의 닮은 점을 찾아낸다.
스티브 잡스도 1985년 Playboy 인터뷰에서 비슷한 고백을 했다.
“I’ll always stay connected with Apple. I hope that throughout my life I’ll sort of have the thread of my life and the thread of Apple weave in and out of each other, like a tapestry.”
“내 인생의 실과 애플의 실이 서로 씨줄과 날줄처럼 얽히고 설켜서 마치 융단을 이루기를 바란다.”
잡스가 말한 ‘삶과 브랜드의 씨줄과 날줄’은 폴 호켄의 메시지와도 닮아 있다. 결국 사업은 단순한 직업적 선택이 아니라 자기 존재와 얽히고설키는 실존의 직조물이라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자기다움을 찾기 위해 교육을 받고, 명상을 하며, 콘셉트 단어를 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자칫 자기발견이 아니라 자기기만으로 흐를 위험도 있다. 자신을 포장하거나 숨기는 길로 빠져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가면을 허락하지 않는다. 선과 악, 강점과 약점,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면까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바로 그 과정 속에서 창업자와 브랜드는 함께 성장한다.
어떤 사람에게 사업은 단순한 돈벌이에 머문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에게 사업은 폴 호켄의 말처럼 ‘자신이 되어가는 길’이자, 스티브 잡스가 말한 것처럼 삶과 브랜드가 얽혀 하나의 융단처럼 직조되는 여정이 된다. 그들은 사업을 통해 스스로를 배우고, 자신을 새롭게 빚어간다.
결국 브랜드와 창업자는 서로의 거울이 된다. 브랜드는 창업자의 얼굴로 세상에 나가고, 창업자는 브랜드를 통해 다시 자기 얼굴을 배운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닮으며, 함께 성숙해간다.
브랜드는 창업자를 닮는다. 그리고 창업자도 브랜드를 닮아간다.
그것이 단순한 ‘돈벌이’를 넘어, 자기다움의 길로 들어서는 순간이다.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을 정직하게 마주하는 일이자, 그 길 위에서 함께 성숙해 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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