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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는 상태가 아니라 상징이다

브랜딩/원형의 브랜딩, RAW

by Content director 2021. 12. 1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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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wellbeing)이라는 기준은 잘 먹는 개념을 바꾸어 주었다. @JulieB / Maliflower73 via Twenty20

 

잘 먹고 잘 살자, 잘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 그리고 먹는 것이 남는 것.’ 

이 말들은 유난히 먹는 것에 집착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을 때 자주 쓰는 너스레다. 

 

여기서 ‘잘 먹는’ 개념은 ‘특이한 것’과 ‘많은 양’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문화가 많이 먹는 것보다는 적게 먹고, 특이한 것을 먹는 것보다는 주변(로컬)에 있는 것을 먹게 된 계기가 있다.

바로 ‘웰빙(wellbeing)’이라는 기준 때문이다.

 

웰빙은 미개한 문명의 식판과 세련된 문화의 식판을 바꾸어 주었다. 

토마토 하나, 우유 한 잔 그리고 브로콜리 2조각은 가난한 것이 아니라 가치 있는 식단이 되어 버렸다.

 

ⓒversion1

 

이런 관점에서 RAW를 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웰빙 다음의 키워드가 RAW라는 것은 아니다.        

RAW가 ‘상태’가 아니라 ‘흐름’이라는 사회 문화적인 해석으로 말하기 전에 ‘문화’에 대한 사전적, 기본적 정의를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문화에 관한 가장 일반적인 사전적 정의는 ‘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률, 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다. 좀 더 세부적인 정의는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해 낸 물질적 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그러니까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것에 ‘문화’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문화라는 단어는 일단 붙이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군’이라는 개념어로 사용된다. 

마치 ‘조폭 문화’라는 단어에서 그 문화가 무엇이라고 정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대충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왜 RAW를 문화라고 말하는 것일까? 

 

 

나만의 특징,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게 되었는데 사실 그것조차도 포장이다. 
그러다 보니까 ‘아,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나를 찾자!’라고 해서, 
원래의 나, 포장되지 않은 나를 동경하게 되면서 삶 자체가 RAW를 추구하게 된 것 같다.”

 

 

 

색채마음연구소의 장성철 대표는 RAW를 사람의 귀소본능 관점에서 이렇게 말한다. 

 

“현대 사회는 먹는 것, 입는 것, 생활하는 것, 배우는 것까지 모두 가공되고 포장돼 있다. 과거에는 나를 포장하는 것이 재미있었는데, 그 포장이 극한 상황으로 가다 보니 이제 삶이 나를 포장하는 쪽으로 변해 버렸다. 그래서 나만의 특징,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게 되었는데 사실 그것조차도 포장이다. 그러다 보니까 ‘아,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나를 찾자!’라고 해서, 원래의 나, 그러니까 입지 않고, 이미테이션 되지 않고, 포장되지 않은 나를 동경하게 되면서 삶 자체가 RAW를 추구하게 된 것 같다.”

 

이화여자대학교 색채디자인연구소의 최경실 소장도 생존의 관점에서 RAW를 이야기하고 있다. 

 

“전 세계의 논쟁 이슈 혹은 흐름이 궁극적으로 어떤 것을 지향점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하는데, 결국은 아주 근저의 기본적인 개념을 찾게 만든다. 그러다 보면 생명성을 배제하고는 논의를 할 수 없다. 현재는 양적인 것이 충족되지 않았던 시대와 달리 질적인 것이 중요하게 생각되는 시점이기에 인간이 얼마나 존중받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 것인가, 우리의 생명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사회가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결국 궁극적으로 ‘이렇게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라는 절박함이 바로 RAW라는 트렌드에 주목하게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라는 절박함이 
바로 RAW라는 트렌드에 주목하게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디자인 스튜디오 김종호 대표는 RAW를 큰 그림에서 작은 그림까지 연결선상에서 보고 있다. 

 

“건축에서의 RAW 개념은 트렌드보다는 문화의 대표적 콘텐츠인 시대와 지역성을 잘 표현하는 개념인 것 같다. 오랜 세월을 지내면서 형성된 그 지역의 느낌을 잘 살렸을 때, 가장 RAW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재료적인 측면에서 RAW를 표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떠한 스타일이냐보다는 왜 그것을 했느냐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 뒤에 숨겨진 생각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잘 담을 수 있는 것이 그 시대를 반영한 지역성이라고 생각한다.”

 

 

“건축에서의 RAW 개념은 지역성을 잘 표현하는 개념인 것 같다.
오랜 세월을 지내면서 형성된 그 지역의 느낌을 잘 살렸을 때, 가장 RAW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RAW는 지금 사회 전반에 흐르고 있는 인간의 문화다. 간단해 보이는 이 정의가 정답처럼 보이겠지만, 이렇게 정의가 되어 버린다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정답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판타지라는 장르 자체는 RAW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사실 인간의 상상력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기 때문에, 욕망과 본능에 가장 가까운 RAW 한 것이다.” 

 

월간 <판타스틱> 조민준 전 편집장의 말처럼 RAW는 관점의 차이라는 매우 모호한 경계선을 가지고 있다. 

 

RAW를 이해하고 자신의 분야에 적용하고 있는 인터뷰이들이 사용하는 RAW는 트렌드, 가치관, 목표, 이슈, 관점, 세계관, 기술의 표현, 완성도, 선호 기준 등 다양한 형태로 자기 복제와 의미 확대를 하면서, 어디까지가 RAW이고 어디까지가 인공적인지를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RAW가 문명과 문화의 대세임을 입증하는 사회적 현상들은 우리 주변에서 ‘히트 상품’이라는 마케팅 용어로 계속 발견되고 있다.

 

RAW는 트렌드, 가치관, 목표, 이슈, 관점, 세계관, 기술의 표현, 
완성도, 선호 기준 등 다양한 형태로 자기 복제와 의미 확대를 하면서, 
어디까지가 RAW이고 어디까지가 인공적인지를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문화가 RAW를 추구하면 문명은 RAW-tech로 RAW-touch를 구현한다. RAW는 컴퓨터 자판과 마우스를 버리고 연필심과 종이가 만나서 사각거리면서 글자가 생기는 ‘쓰는 맛’을 복원하고, 단순히 종이에 잉크가 인쇄되듯 찍히는 것이 아니라 잉크의 마지막 끝이 살짝 번지는 것을 구현한다. 그러니까 뭐라고 딱히 표현할 수 없지만 바로 인간의 RAW 한 그 맛, 바로 ‘손 맛’을 기계가 다시 재현해 준다는 것이다. 

 

손가락으로 쓰다듬어 주면 작동하는 핸드폰, 말발굽 소리를 내면서 달리는 모터사이클, 손으로 쓰는 자판, 사람의 체온에 따라서 온도를 조절하는 에어컨 등 이러한 현상을 감성 마케팅, 디지로그라는 용어로 일찍이 미래 트렌드라고 설명했지만, 이런 문명과 문화의 진화, 궁극의 목표와 기원에 대한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 논의 중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단어가 바로 RAW다.

 

바로 인간의 RAW 한 그 맛, 바로 ‘손 맛’을 기계가 다시 재현해 준다는 것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색채디자인연구소 최경실 소장은 RAW의 진화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RAW 하다는 말은 세련됐다는 말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제는 RAW 하면서 약간 정제된 이미지를 사람들이 굉장히 강렬하게 받아들이고 도시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게다가 트렌드로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한마디로 최첨단의 기술에 자연의 가치가 더해진다는 것인데, 이는 극도로 하이테크 한 기술만으로는 이제 한계가 왔다.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였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기계의 진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 구조를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생명성을 접목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깨달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현상은 어떻게 보면 새로운 경향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지금 사회 문화 전체가 이러한 방향으로 변해 가고 있다.”

 

 최첨단의 기술에 자연의 가치가 더해지는 다양한 변화를 곳곳에서 마주하는 중이다. 사진은 자연의 소재와 공간을 재해석해서 표현한 미디어아트.ⓒa'strict

 

사람 같은 기계, 기계 같은 사람에 대해서 동감은 하지 않겠지만 공감을 하는 것은, 아마도 사람의 RAW 한 기저에 있는 그 진화(변화) 과정이 사람의 핏줄과 기계의 전선에서 동시에 흐르고 있다고 막연히 생각하기 때문이다.

 

몇 년전부터 디지로그라는 트렌드가 올 것이라 예견했고 실제로 왔지만, 사실은 온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트렌드가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즉 현재 우리는 RAW 한쪽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세계의 움직임을 보며 탁월한 몇몇 회사들은 자신의 상품에 디지털의 ‘편리’보다는 아날로그식 ‘편애’를 브랜딩과 마케팅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그들은 RAW라는 이상기후(문화)로 인한 시장 환경 속에서 아날로그식 RAW 브랜딩이라는 ‘역진화’를 택했다.

 

 

몇 년전부터 디지로그라는 트렌드가 올 것이라 예견했고 실제로 왔지만,
사실은 온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트렌드가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즉 현재 우리는 RAW 한쪽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닌텐도의 Wii는 게임기다. 그냥 자기 방에 들어가서 소위 혼자 뿅뿅거리면서 전자 세계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건전한 운동 종목을 골라 자신의 근육 동력을 이용해 가족과 함께 땀을 내어 운동하게 하는 오락 게임기다. 그런데 문제(?)는 그냥 게임이 아니라 실제로 진짜 같은 상황(가상현실까지는 아니지만)을 만들어서 스포츠의 RAW 함을 복원시켰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기껏해야 손가락 5개를 쓰거나 마우스를 쓰며 손목과 손가락만을 사용하는 게임이었지만 Wii는 차원이 다르다. 일단 예전에는 게임을 할 때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근육들을 쓰게 한다. 운동해서 땀이 나면 행복한 호르몬이 나온다. Wii의 RAW는 친한(가장 RAW 한 감정을 공유한) 사람과 함께 땀을 흘리며 즐겁게 시간을 보냄으로써 인간의 RAW 한 기쁨을 다시 재생시켜 주었다. Wii는 사람이 언제부터인가 잊었던 인간의 근본적인 즐거움의 RAW를 복원시켜 준 것이다.

 

https://youtu.be/Bo6_OsPopsc

실제로 진짜 같은 상황(가상현실까지는 아니지만)을 만들어서 스포츠의 RAW 함을 복원시킨 닌텐도의 Wii

 

엡손의 R-D1s 카메라와 라이카의 M9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뭐랄까, 변화, 변신, 변장, 변종 아니면 디지털의 변태라고 표현해야 옳을까? 이 카메라들은 디지털 카메라다.(지금은 단종되었지만) 그러나 모든 것이 아날로그 방식이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디지털의 아날로그를 향한 오마주(경의의 표시)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카메라는 피사체를 보고 손가락으로 누르면 끝이다. 하지만 R-D1s는 셔터를 감고, 손으로 포커스, 거리, 심도, ISO, 조리개를 전부 조정해서 찍어야 한다. 이것은 1970년대, 필름의 인화라는 불편함을 제거한 자동 필름 카메라의 원형을 사용하는 즐거움을 재현하기도 했다. 물론 이 카메라는 사진을 찍을 때 피사체를 따라다녀야 하기 때문에 몸이 바빠진다. 게다가 값은 고가일뿐더러 불편하고 어렵고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작동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R-D1s가 카메라의 원형을 회복시킨 것 자체로 사람들은 이 카메라가 가진 RAW를 만끽한다. 

 

이것 외에도 지니를 불러내기 위해서는 램프를 비비고 돌려야 하는 것처럼, 비비고 돌려야 음악이 나오는 아이팟의 운영 시스템을 통해 역진화론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아이팟은 너무나 많은 사례로 다루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과감히 생략하겠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기술들은 ‘누르고’에서 ‘돌리고 비비고 튕기’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하길 바란다. 한때 ‘음성 인식’은 디지털 기술에 있어서 궁극의 목표였지만 최근에는 ‘터치’가 그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RAW와 터치는 ‘직관(intuitive)’이라는
측면에서 교집합이 있다. 터치는 대상과 내가 직관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본능에 가까운 직관이다.

 

 

 

개인마다 조금 다르겠지만 말하는 것과 만져 주는 것 중에 어떤 것이 더 RAW 할까? (주)디지텍시스템스 *이환용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터치는 인류애를 가진 있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예전에 컴퓨터 언어로 DOS를 사용하던 때는 그 연산자나 명령 체계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컴퓨터 기술의 혜택을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Windows가 모든 것들을 아이콘화 시켜서 편리하게 해 줬던 것처럼, 터치도 훨씬 더 쉽게 모든 사람들이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가 RAW를 추구하면 문명은 RAW-tech로 RAW-touch를 구현한다.

 

RAW라는 단어는 ‘가공되지 않은’ ‘솔직한’과 같은 단어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RAW와 터치는 ‘직관(intuitive)’이라는 측면에서 교집합이 있다. 사실 키보드나 마우스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 학습이 돼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터치는 대상과 내가 직관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 손이나 펜만 가져다 대면 바로 반응하니까 가공되거나 틀 안에서 행해지는 교육의 과정 없이도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무엇을 보고 손을 뻗게 되는, 그러니까 본능에 가까운 직관이다. 그래서 터치는 RAW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터치가 트렌드인지 문화인지 아니면 본능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예전에 기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매우 단조로웠다. ‘누르면’ 작동되었다. 일단 누른 다음에 다른 기능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계속 눌러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돌리고, 끌고, 긁고, 비비고, 흔들고, 털어내고, 밀어 내고 그리고 톡톡 건드린다. 세 번은 눌러야 겨우 실행이 되던 기능을 단 한 번의 터치로 실행시킨다. 기계의 기능을 알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그저 ‘만져 보는’ 본능이면 된다. 분명 기술 발전의 방향이 가장 본능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환용
텍사스 주립대학교 MBA를 마치고 BMG International Asia Pacific MIS Direct, BMG Ko-rea 영업 총괄이사를 역임하였으며, Touch Systems 한국지사에서 근무했다.
- 유니타스브랜드 Vol.7 p112 참고

 

이제 있는 그대로의 꾸미지 않은 RAW함은 프로그램에서도 하나의 문화코드이다. ⓒYouTube

 

디지털이 RAW의 본원적 기술을 구현 중이라면, 사실 미디어 오락 산업은 거의 끝물이라고 할 만큼 정점까지 왔다. 

YouTube와 공중파 방송 3사의 오락 프로그램 자체가 RAW 한 내용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몇 천만 원짜리의 세트장보다 대중목욕탕, 혹은 시골 이장님 집 등 그야말로 돈 안 들이면서 전문가들이 만들어 낸 인위적인 냄새를 없애 버렸다. 중간중간 마이크를 들고 있는 스태프들도 보이고, MC들의 소위 막말 애드리브도 편집하지 않은 채 만화책을 보는 것처럼 큼지막한 자막들이 추임새처럼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이 현상을 ‘저예산 급조 대충 편집’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러한 추세의 프로그램이 시청률 최고의 프로그램이다. 다시 말해, 문화 코드임에는 틀림없다.

 

자신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남기는 블로그는 이제 코드를 넘어 진솔한 '나'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lifelogblog

 

‘아 존나 짜증 나는 하루, 쫀쫀하게 살았다. 이제 디비져 자야겠군.’ 어떤 블로거가 자신의 일상을 RAW 하게 적은 내용이다. 그냥 일기가 아니라 하루에 1,000명은 보고 가는 유명 블로거의 일기다. 이 블로거의 정신세계가 무엇인지 단박에 가늠해 볼 수 있는 단어, 행적, 심지어 남녀관계, 금전관계 등이 그의 블로그 여기저기에 그대로 널려 있다. 그야말로 몰래 진실된(?)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는 자신의 일기를 공개하고, 누군가는 그 내용을 보고 댓글을 달며, 이러한 상황을 포털 사이트는 방문자수로 그 인기도를 평가한다. 때로는 블로그의 인기는 콘텐츠 내용의 RAW 한 강도와 비례하기도 한다.

 

RAW는 이제 시대 문화이다. 

 

RAW가 확실히 문화에 섞인 것일까? 아니면 문화가 RAW 하게 변화하는 것일까? 어디서 어디까지라고 딱히 구분할 수는 없지만 RAW의 관점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RAW 스럽게 보인다. 왜냐하면 RAW는 이제 시대 문화이기 때문이다. 

시대 문화의 특징은 비슷하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비슷한 것이다. 일단 RAW에 대해 ‘맛보기’ 잣대를 기준으로 접근해 보면 매우 다르게 느껴진다. 일단 레어(rare)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경험치에 농축된 감성(핏물)이 흥건하지만 그 맛은 모두 다르다. 
왜냐하면 RAW는 현재 우리 사회 문화의 모든 현상들을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분야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응축한 상징어로서 사용 중이기 때문이다. 

 

 

“천재의 광기는 예술 분야에서 RAW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월간 <판타스틱>의 조민준 전 편집장의 이야기다. 

 

지금이야 피카소의 그림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처음 피카소의 그림을 본 사람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이것에 대해 색채마음연구소 장성철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움. 의도하지 않는 가운데 그 자연스러움을 감성적으로 커뮤니케이션했을 때 우리는 RAW 함을 느낀다.” 

예술 분야에 있는 사람들은 RAW를 디지털을 다루는 분야에서 적용되는 RAW보다 훨씬 더 고차원적으로 해석한다. 

 

최경실 소장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RAW 한 가치는 자극적인 느낌보다는 사실 우리 주변에 편안하게 있는 생명성에서 찾고,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레스토랑마다 핏물(육즙)이 흘러나오는 스테이크의 rare 한 상태가 각각 다른 것처럼 RAW에 대한 설명은 분야별 그리고 업종별로 제각기 다르다. 그들의 경험치에 농축된 감성(핏물)이 흥건하지만 그 맛은 모두 다르다. 

 

왜냐하면 RAW는 현재 우리 사회 문화의 모든 현상들을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분야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응축한 상징어로서 사용 중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들에게는 문화의 척도로서, 문화 생산자들에게는 철학적 가치로서, 상품 개발자에게는 새로운 콘셉트를 지닌 전문 용어로써, 마케터에게는 차별화 전략 용어로써 그리고 브랜더들에게는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 가치로서 각각 자신의 입맛에 맞게 RAW는 요리되고 있다. 

 

아마도 RAW 자체가 완전히 익히지(정의하지) 않은 상태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저마다 개념이 다른 것이다.

 

RAW는 가치, 목표, 오리지널리티, 차별화, 진보, 트렌드 같은 특성으로 전체를 말하는 환유법 용어이자 부분으로 전체를 말하는 제유법 용어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점점 그 정의는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시대의 RAW 함은 더 이상 사전적 RAW(날 것)가 아니라 진짜 본질의 RAW(Real Authentic Want, 진실로 진짜 원하는 것)가 되어서 브랜드, 디자인, 트렌드, 마케팅 전략의 중심축에 있게 될 것이다.

이 시대의 RAW 함은 더 이상 사전적 RAW(날 것)가 아니라 진짜 본질의 RAW가 되어서 브랜드, 디자인, 트렌드, 마케팅 전략의 중심축에 있다.

 

RAW는 가치, 목표, 오리지널리티, 차별화, 진보, 트렌드 같은 특성으로 
전체를 말하는 환유법 용어이자 부분으로 
전체를 말하는 제유법 용어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점점 그 정의는 어려워질 것이다. 

 

문화와 결합한 트렌드는 일종의 이데올로기가 된다. 촛불시위, S라인, 얼짱, 웰빙, 고소영과 강부자, 기러기 아빠 등은 외국인에게는 일종의 암호처럼 들린다. 그 사회 안에 함께 살아야지만 느낄 수 있는 공감 언어이다. RAW는 아직 대중적이지 않은 단어이다.(이 글이 다시 정리된 2021년은 대중적인 현상이 되어진듯하다.)

 

트렌드 리더들을 비롯한 문화 생산자들에게는 아닐지 몰라도 대중한테서는 아직 손상되지 않은 단어다. 비록 G-STAR RAW라는 청바지 브랜드와 영국에만 존재하는 PEPSI-RAW가 은밀하게 자신만의 브랜딩 용어로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가 앞서 살펴본 RAW라는 단어의 ‘문화를 품고 있는 핵 방정식’이라는 해석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보지 않는다.

 

문화와 결합한 트렌드는 일종의 이데올로기가 된다. 

 

2000년 초반에 나온 ‘웰빙’으로 인해 가치관, 산업, 브랜드, 기준 등 모든 것이 변화를 맛보면서 ‘잘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 ‘먹는 것이 남는 것이다’ ‘잘 먹고 잘 살자’ 등의 신념은 색이 바랬다. 웰빙이라는 단어는 마치 쥐라기 시대 때 공룡 종말의 결정적 이유인 유성처럼 삽시간에 모든 것을 바꾸어 버린 것이다. 

 

결론적으로 RAW는 문화의 상징어이며 
트렌드, 마케팅, 디자인, 브랜드를 아우르고 있는 
다음 세대에 주목받는 가치가 될 것이다. 

 

 

디자이너, 트렌드 분석가, 마케터, 브랜드 매니저처럼 브랜드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RAW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은 잘 먹는 것 이상의 단어이고 웰빙의 다음 단계이자 ‘환경’이라는 세계 이슈의 시작점이며 목적지이자 진정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까지 말한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오리지널리티, 본질, 원형, 가치, 순수, 욕망, 천재성, 궁극의 목표 등 브랜딩의 도구이자 비전으로 사용되는 모든 의미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RAW는 문화의 상징어이며 트렌드, 마케팅, 디자인, 브랜드를 아우르고 있는 다음 세대에 주목받는 가치가 될 것이다. RAW라는 콘셉트로 세상을 둘러보면 세상을 이끌고 있는 대부분의 것은 모두 RAW와 직접 관련된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사전에 RAW를 알았던 것이 아니라 본능(욕구와 욕망)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RAW는 신조어와 유행어가 아니라 예전부터 있었지만, 그때는 보이지 않았고, 관심조차 없었으며, 설명하지 못했던 방향이었다. 

이제부터 우리는 본질의 RAW보다 더 세련된, 다시 말해 기호와 상징화된 RAW를 만나게 될 것이다.

 

 

RAW는 신조어와 유행어가 아니라 예전부터 있었지만, 
그때는 보이지 않았고, 관심조차 없었으며, 설명하지 못했던 방향이었다. 
이제부터 우리는 본질의 RAW보다 더 세련된, 다시 말해 기호와 상징화된 RAW를 만나게 될 것이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13 브랜딩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 1. 궁극의 브랜딩 RAW : RAW는 상태가 아니라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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