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반(反) 브랜드주의자의 급진적 조언

브랜딩/사람이 바뀌다, 슈퍼내추럴 코드

by Content director 2022. 3. 2. 21:36

본문

ⓒ brandness.co.kr

The interview with 닐 부어맨(Neil Boorman)

 

“스물여섯 나이에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브랜드인 아디다스를 찾아가던 날, 영국 왕실의 식사 초대라도 받은 듯한 긴장감에 손은 땀으로 흥건하고 맥박은 요동쳤으며, 사무실은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보물 동굴 같았다.” 

 

이 문장은 책의 제목으로 더 유명한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의 저자 닐 부어맨이 그의 책에서 밝힌 브랜드 중독자로서의 고백이다. 하지만 그는 현재 런던 한가운데에서 마치 물질문명을 벗어나 매사추세츠 주 콩고드 숲 작은 호숫가에서 오두막을 짓고 자급자족 생활을 했던 《월든》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급진주의는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더구나 행동하는 급진주의자들은 더욱 그렇다. 닐 부어맨은 행동하는 급진주의자이기 때문에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브랜드 담당자들에게는 불편함을 안겨 줄 것이다. 그는 브랜드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관계의 착각’에서 빠져나오라고 충고한다. 그의 말은 꽤 설득력 있어서 소비자들은 당신 브랜드와의 관계를 고민하게 될지 모른다. 동시에 이번 기회를 통해서 브랜드들은 소비자와 ‘관계의 재설정’을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Neil Boorman

 

UnitasBRAND 얼마 전이었군요. 9월 17일은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브랜드들을 불태워 버린 ‘화형식’이 있은 지 3년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당신도 말했듯이 ‘걸어 다니는 광고판’ 에서 ‘반브랜드주의자’가 된 후, 당신 삶에서 가장 커다란 변화는 무엇이었나요?


Neil Boorman 두 가지 커다란 변화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삶에 대한 만족감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기분이 자주 변한다든지 항상 노심초사하던 것이 훨씬 덜 해졌죠. 제가 ‘광고 보기’와 저 자신을 ‘브랜드 이미지에 비교하는 짓’을 그만둔 결과입니다. 덕분에 저는 항상 저의 위치(status)나 ‘보여지는 나’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구제되었죠.
두 번째는 제가 좀 더 부자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쓰던 것에 비하면 돈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할 수있죠. 지금은 써야 할 일이 있을 때만 씁니다. 그래서 더 많이 쉬게 되었습니다. 저는 일주일에 3~4일 밖에 일하지 않아도 되죠. 제게는 주 4일이 주말입니다. 이것이 새로운 스니커즈 하나를 사는 것보다 더 나은 소비가 아닐까 합니다.

 

 

UnitasBRAND 지금에 와서 돌아보건대 ‘브랜드 중독자’였을 때의 삶은 어땠나요?


Neil Boorman 자기가 하는 행위가 자기를 파멸시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런 행위를 계속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중독자라고 부르죠. 그렇습니다. 제가 브랜드 중독자였습니다. 제가 스무 살에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았는데, 3년 전에도 마찬가지로 브랜드 중독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후로 브랜드를 거부하는 삶을 살고 있고요. 당시에는 브랜드가 저의 불안감을 치유해 줄 수 있는 약이 되는 샘물인 줄 알고 계속 퍼 마셨습니다. 아디다스, 라코스테, 애플 등의 제품이 없는 삶은 상상만 해도 우울하고, 따분했습니다. 시대 흐름에 뒤처지고 사람들과의 교류도 끊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어렵게 쌓아 올린 제 지위도 무너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행복과 거리가 먼 삶이 될 것 같았죠. 그 불안감이란 ‘다른 사람이 저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마음과 그런 저 자신에 대한 불만족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명품 브랜드를 사 모으고, 직장에서 브랜드들을 우상처럼 떠받드는 대변인 역할을 자처했죠.

 

당시에는 브랜드가 저의 불안감을 치유해 줄 수 있는 약이 되는 샘물인 줄 알고 계속 퍼 마셨습니다. 
아디다스, 라코스테, 애플 등의 제품이 없는 삶은 상상만 해도 우울하고, 따분했습니다. 

 

 

UnitasBRAND 혹시 브랜드를 ‘끊은’ 이후 ‘금단증상’이 있었나요?

 

Neil Boorman 처음 2년간은 분명 금단증상을 겪었어요. 저는 정말로 쇼핑을 사랑했거든요. 저는 제 위치를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한 것들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물론 기꺼이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대가를 지불했고, 그것들은 저의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작년에 비로소 브랜드에 대해 거의 완벽하게 잊게 되었습니다. 그런 것들은 이제 헛되게만 느껴질 뿐입니다. 세계적인 불황이 들이닥친 지금은 특히나 그렇습니다. 당신도 패션 매거진을 내려두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진짜 뉴스들에 관심을 기울이면, 당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의 새로운 버전의 제품을 사는 행위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고 시간 낭비에 불과한지 알게 될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다른’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거든요. 

 

 

 브랜드는 ‘자아의 상징’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유물들은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느끼며, 
어떠한 모습이 되기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UnitasBRAND 누구보다 브랜드와 밀접한 삶을 살아온 만큼, 당신만의 ‘브랜드에 대한 정의’를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브랜드란 무엇일까요?


Neil Boorman 브랜드는 ‘자아의 상징’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유물들은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느끼며, 어떠한 모습이 되기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가 하찮은 물건을 하나 살 때조차 의식을 하든 못하든 그 물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고 믿습니다. 저를 예로 들자면 어린아이였을 때는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십 대에는 새로운 자아상을 확립하기 위해,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나의 자아를 강화하고 내가 동경하는 미래의 모습을 분명히 그려내기 위해 브랜드와 관계를 맺었습니다. 저는 자아에 대한 긍지를 확인하기 위해 브랜드와의 관계에 길들여졌었죠.


닐 부어맨(Neil Boorman)

 

영국 런던 출신의 작가이자 이벤트 프로모터다. 패션지 <슬리즈네이션 Sleazenation>의 편집장과 <굿 포 나싱Good For Nothing>의 발행인을 지냈으며, ‘한 명품 중독자의 브랜드 결별기’라는 부제를 단 책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를 썼다. 현재 TikTok의 Creative Lab Europe 책임자로 일하고 있으며 그는 플랫폼에서 사내 크리에이티브 서비스를 구축하고 이끌고 있다. TikTok 이전에는 Wieden + Kennedy, Mother, Grey, VCCP 등의 에이전시에서 콘텐츠 디렉터를 역임했으며 그 전에는 국제앰네스티에서 콘텐츠 전략가/프로듀서를 역임했다. 


출처 : 유니타스브랜드 Vol. 12 슈퍼내추럴 코드 유니타스브랜드 SEASON 2 Choice 

- 그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을까 반(反) 브랜드주의자의 급진적 조언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