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전문가를 어떻게 채용할 것인가?
진짜 전문가와 가짜 전문가를 구별하는 방법
“브랜드 전문가를 뽑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급성장한 기업의 한 경영자가 내게 브랜드 전문가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면접관으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처음에는 정중히 거절했다. 브랜드 전문가를 검증하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그들의 실제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지원자들이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을 내세우지만, 그 프로젝트에서 본인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브랜드 임원급이 되면 대부분 팀 단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자신의 기여도를 과대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이는 자신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마치 브랜드 성공의 핵심 요소였던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들의 진짜 기여도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대질신문 수준의 심층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브랜드 전문가를 뽑으려는 경영자조차 브랜드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흔히 대기업 출신, 유명 프로젝트 경험, 강의 이력, 책 출간 여부 같은 표면적인 요소에 현혹된다.
물론 이러한 경력이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진짜 브랜드 전문가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경영자의 제안을 거절했다.내가 어떤 기준을 제시해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자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그럼 브랜드 전문가를 검증할 수 있는 질문만이라도 알려주세요.”
나는 잠시 생각한 후, 말을 이었다.
“유럽 명품 브랜드들이 브랜드 전문가를 어떻게 뽑는지 알고 계십니까?”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경영자의 눈빛이 바뀌었다.
“명품 브랜드요? 어떤 방식인가요?”
경영자는 기대감에 차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그는 단순히 브랜드 전문가를 뽑고 싶은 것이 아니라,진짜 전문가를 찾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예전에 브랜드 전략 권위자인 장 노엘 캐퍼러(Jean-Noël Kapferer) 교수를 인터뷰하면서 LVMH 그룹의 브랜드 철학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다.
“LVMH 그룹은 자신들의 브랜드를 ‘생활 예술 사조’라고 정의합니다.
그렇다면 LVMH가 다른 럭셔리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그는 예상 밖의 답을 내놓았다.
“일의 퀄리티나 시스템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는 ‘질문’에서 나옵니다.”
그는 LVMH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의 채용 방식을 예로 들었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한다고 한다.
첫째, “최근에 언제 예술 전시회를 다녀왔나요?”
둘째, “당신이 선호하는 예술 사조는 무엇인가요?”
셋째, “그 예술 사조를 LVMH 브랜드 중 하나로 설명해보세요.”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LVMH가 ‘생활 예술 사조’라는 철학을 가진 브랜드라고 확신했기에,
지원자에게 이 철학을 이해하고 있는지 검증하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나는 이 사례를 경영자에게 소개하며 몇 가지 질문 가이드를 추가로 제안했다.
“브랜드 전문가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먼저 이런 질문을 던져보세요.”
“당신은 어떻게 브랜드 전문가인지 아닌지를 구분합니까?”
(이렇게 질문하면 처음에는 머뭇거리지만 대답을 한다. 진짜 질문은 다음 질문이다.)
“당신이 말한 그 기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하고 증명해보세요.”
진짜 전문가라면 자신이 말한 기준으로 스스로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짜 전문가일수록 모호한 답변을 하거나, 자신이 말한 기준에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내 설명을 듣고 경영자는 흥미로워했다.
그는 다른 분야의 채용 과정에서도 응용할 수 있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는 면접 질문을 요청했다.
진짜 브랜드 전문가를 구별하는 심층 질문
“브랜드 일을 하면서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었습니까? 브랜드 지식을 어떻게 본인에게 적용했나요?”
“사람을 브랜드로 비유한다면, 당신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당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는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신이 좋아하는 브랜드 세 가지를 말하고, 그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략은 무엇인가요? 그렇다면, 그 전략으로 우리 브랜드를 평가해 주세요.”
이 질문들은 준비된 대답으로는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다.
깊이 고민하지 않으면 대답할 수 없고, 그 사람의 브랜드 철학과 이해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나는 직원 채용 시 나만의 질문 방식이 있다. 나는 지원자에게 질문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저에 대해서 질문 5개를 해주세요.”
준비된 대답만 가져온 지원자는 당황한다.
반면, 정말 입사하고 싶은 사람은 곧바로 질문이 나온다.
그 질문을 통해 그 사람의 가치관, 취향, 기준, 목적을 어느 정도 간파할 수 있다.
심지어 감이 좋으면 그 사람이 언제쯤 퇴사할지도 예측 가능하다.
미팅이 끝나갈 무렵, 경영자가 난처한 얼굴을 보이면서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제가 질문의 대답을 듣고, 그 사람이 브랜드 전문가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죠? 저는 브랜드 전문가가 아닌데요.”
이것이 바로 본질적인 문제였다.
그래서 나는 보다 실질적인 방법을 제안했다.
“방법이 있습니다.
지원자에게 회사 브랜드 상황을 간략히 설명한 후, 2시간 동안 브랜드 전략안을 만들어 발표하도록 하세요.직원들이 듣고 직접 질문도 할 수 있도록 하세요. 물론, 지원자에게 강의료를 지급해야 합니다. 꼭!”
경영자는 이 방법이 너무 과격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브랜드 전문가를 제대로 검증하려면, ‘말’이 아니라 ‘실전’을 평가해야 한다.
브랜드 전문가,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나는 브랜드를 단순한 상표가 아니라 ‘사람’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브랜드를 책임질 사람을 뽑는다는 것은 단순한 채용이 아니라, 내 아이를 맡길 스승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
브랜드 전문가를 뽑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에 대한 철학과 태도이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LVMH가 ‘생활 예술 사조’라고 믿었기 때문에,
지원자에게 예술 사조로 브랜드를 설명해 보라고 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브랜드 전문가를 채용할 때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할까?
브랜드 전문가란 무엇이며, 어떤 사람이 이에 적합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어야만,
진짜 우리 브랜드에 맞는 사람을 뽑을 수 있다.
하나 더. one more thing
"브랜드를 배우기 위해 어떤 브랜드 강사를 섭외해야 하는가?"
브랜드 분야에는 ‘사’자가 의외로 많다.
이는 브랜드와 관련된 화려한 사례가 넘쳐나지만, 정작 브랜드를 제대로 학습하지 않는 브랜드 업계 직장인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이를 ‘브랜드 업계 직장인’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브랜드 분야에서 일하지만 전문가라기보다 단순한 직장인에 머무르는 사람들을 뜻한다.
기업에서는 종종 브랜드 강의를 요청하지만, 강의를 효과적으로 설계하기 위해 나는 먼저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현재 귀사의 브랜드 문제점을 세 가지씩 정리해 주세요.
그러면 그 주제를 기반으로 맞춤형 강의와 관련된 책, 교재, 실습 프로그램을 설계하겠습니다.”
이렇게 요청하는 이유는, 단순한 브랜드 사례 소개가 아니라 기업이 실제로 해결해야 할 브랜드 문제를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렇게 피드백을 요청하면 10개 기업 중 단 한 곳 정도만 응답한다.
나머지 기업들은 의견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거나 내부 조율이 어려워지면서 브랜드 교육 프로젝트가 취소되곤 한다.
특히 경영자가 생각하는 브랜드 문제와 실무자가 바라보는 브랜드 문제 간의 차이가 드러나면서 의견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단순한 강의보다는 워크숍 기반의 브랜드 교육이 필요하다.
오늘날 브랜드 관련 지식은 충분하다.
우리 사이트(www.theunitas.net)에는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브랜드 관련 자료가 축적되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지식을 단순히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브랜드에 맞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브랜드 교육을 맡을 강사는, 브랜드 사례를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실질적인 브랜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워크숍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론 중심의 강의가 아닌, 실무 중심의 문제 해결 과정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브랜드 교육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다. 피곤할 때 병원에서 수액을 맞으면 즉각적인 효과를 느낄 수 있지만, 하루가 지나면 몸에서 빠져나가고 만다. 브랜드 강의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브랜드 사례 소개나 전문 용어만 가득한 강의는 일시적인 효과를 줄 뿐, 실제 브랜드 운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브랜드 교육은 브랜드 지식을 수혈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1)브랜드 지식을 기업의 현실에 적용하는 실습 과정이 포함되어야 한다.
2)브랜드 전문가를 양성하려면, 직원이 먼저 자기 브랜드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3)강사는 브랜드 정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실무자들이 직접 브랜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브랜드 전문가를 외부에서 찾기 전에,
먼저 기업 내부의 직원이 자기 브랜드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실질적인 브랜드 문제 해결을 위한 워크숍 기반의 교육이다.
이제, 당신이라면 어떤 브랜드 강사를 섭외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