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런칭 시뮬레이션(소개글)
인간이 인간을 이해할 수 있을까?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보면 인간 심리에 관한 책들이 가득하다. 인간은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지만, 여전히 인간은 인간을 완전히 알지 못한다.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배우자나 자녀, 직장 동료조차 완벽히 이해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인간이 만든 브랜드를 인간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브랜드는 인간의 뇌처럼 복잡한 구조를 가진다. 자연이 생태계라는 법칙을 따르는 것과 달리, 브랜드는 판타지, 욕망, 허영, 감동, 가치, 열정, 소명, 생존과 같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수많은 요소가 얽혀 시장 법칙을 만들어간다. 결국 브랜드란 이러한 복합적인 시장 법칙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오늘날 우리는 브랜드가 만든 세계에서 살아간다. 주변을 둘러보면 모든 것이 브랜드다. 하지만 브랜드라고 해서 다 같은 브랜드는 아니다. 자칭 명품이라 불리는 상표부터 예술에 가까운 브랜드까지, 수많은 브랜드가 공존한다.
브랜드의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학문적으로 정리된 것은 불과 30년(1995년부터 본격화) 남짓이다. 그동안 출간된 브랜드 서적을 살펴보면, 대개 브랜드 현장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경험담이거나, 광고·마케팅의 연장선에서 다양한 사례를 덧붙인 책이 많다. 그중에는 브랜드 이론을 경영학적 용어로 설명하는 책도 있지만, 현장에서 브랜드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러한 브랜드 이론을 적용하면 루이비통, 할리 데이비슨, 코카콜라 같은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 이론을 학습하면 브랜드 현실이 명확하게 보일까? 현실은 다르다. 서점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 이론과 거리에서 펼쳐지는 브랜드의 모습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많은 브랜드 서적을 읽고 나면 브랜드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 브랜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라고 하면 막막해진다.
대기업은 막대한 광고비를 투자하고 수많은 인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일까? 브랜드의 본질은 신뢰이기 때문이다. 자본과 인지도만으로는 브랜드를 만들 수 없으며, 단순한 이론만으로도 불가능하다.
유니타스브랜드의 접근 방식
2007년에 출간해서 2016년까지 45호를 발행한 《유니타스브랜드》는 그동안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를 쉽게 풀지 않았다. 브랜드의 황금 법칙이 존재하고, 이를 적용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를 제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철학이 없는 브랜드라면 시작조차 하지 말라고 조언해왔다.
진행된 시즌 1, 2에서는 ‘이론’이 아닌 ‘사실’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일반화의 오류를 피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과정에서 개별 사례를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특수화의 괴리’에 부딪히기도 했다.
브랜드 지식의 전달 방식 변화
‘재미가 없으면 지식은 소용없다.’
스마트폰이 우리를 스마트하게 만들었을까? 아니면 단순히 재미를 찾게 만들었을까? 지하철, 도서관, 회의실, 심지어 장례식장에서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들이 보는 것의 대부분은 게임, 문자, 메일이다. 요즘 한 시간 동안 스마트폰 없이 책을 읽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러한 변화 속에서 《유니타스브랜드》 시즌 1, 2는 다소 무거운 학술서처럼 느껴질 수 있었다. 이를 인식하고, 시즌 2.5에서는 브랜드 지식을 보다 쉽게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하지만 쉬운 내용을 만들기 위해 핵심을 생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정교하게 압축하는 방식이 필요했다.
시즌 2.5에서는 브랜드 지식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형식을 시도했다. 매뉴얼북, 브랜드 런칭 실전 이론을 담은 편지 형식, 같은 주제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교차 인터뷰, 그리고 이번 호에서는 만화를 활용했다.
그러나 이번 작업을 통해 깨달은 점은, 어려운 개념을 쉽게 전달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이다. 브랜드 개념을 단순히 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 환경, 대사, 갈등,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만화를 기획하면서 브랜드를 운명의 선물처럼 연출하고, 브랜드가 살아 숨 쉬는 서사를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스토리텔링과 브랜드의 접점
단순히 브랜드를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만화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만화를 통해 브랜드가 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현실과 허구가 섞인 팩션(Faction)을 통해 브랜드의 보이지 않는 내면을 조명하고자 했다.
앞으로 시즌 2.5에서는 SF 팩션과 소설 형식을 활용해 브랜드를 탐구할 계획이다. 브랜드의 시작과 끝, 브랜드가 스토리 속에서 어떻게 진화하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브랜드의 끝을 기획하다
‘끝이 없으면 시작도 없다.’
모든 이야기에는 복선이 존재한다. 복선(Foreshadowing)은 ‘미래의 그림자’다. 이야기에서 복선은 주제와 방향을 설명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만화 작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이 복선을 직렬과 병렬로 배치하는 일이었다.
그 이유는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히 한 권의 만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부랜드》 시즌 1으로 이어지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만화에서 등장한 브랜드를 현실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만화가 끝난 후 브랜드 워크숍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기획했다.
가장 훌륭한 복선은 독자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복선이다. 하지만 이번 작업에서는 너무 많은 복선을 배치하다 보니, 오히려 지나치게 복잡해지는 어려움이 있었다.
브랜드와 운명의 교차점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난 후 <토이 스토리>를 만들었다. 그는 이 작업을 통해 ‘이야기’의 본질을 깨달았을 것이다. 주인공이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운명과 싸워야 하며, 운명은 결국 그 운명을 위해 그의 생명을 가져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브랜드 계획서를 쓰면서 ‘끝’을 기획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스토리는 끝이 있어야 한다. 이번 만화를 기획하며, 나는 처음으로 브랜드의 ‘끝’을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
모리 교수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이렇게 말했다.
“죽는 법을 배우게 되면, 사는 법도 배울 수 있다.”
그렇다면 영속 가능한 브랜드를 만들려는 브랜더는 ‘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유한한 생명을 가진 브랜더가 영원한 브랜드를 만들려면,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