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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시간여행을 위한 중장년 글쓰기

about/나이듦에서 나듦으로

by chief-editor 2023. 11. 2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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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갇힌 나

 

지인들이 나보고 옷을 젊게 입는다고 칭찬했다.

말은 칭찬이지만 톤은 나에게 맞게 입으라는 핀잔이다

아마도 등판에 얼굴만 한 해골 문양이 있는 항공 점퍼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최근에 입는 젊은 옷들은 대부분 아들 옷이다.

심지어 나이키 에어포스 신발도 275부터 285까지 5켤레를 갖게 되었다.

내 키는 178cm이다. 아들이 고1 때는 나보다 작았지만, 고3이 된 지금은 185cm가 되었다.

아들은 계절마다 가제가 탈피하듯이 계절로 옷을 바꾸었다.

 

시간이라는 허물을 벗으면서 아들은 계속 크고 넓어지면서 변신 중이다.

덕분에 나는 갑자기 청소년들에게 인기 있는  여러 옷들을 받게 되었다.

새 옷이기에 버릴 수 없고 입던 옷을 누구에게 줄 수 없기에 내가 입기로 했다.

병원에서는 아들이 아직 성장판이 열려있어서 3cm는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아들에게 물려받은 옷이 많아서 옷장 정리를 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

옷장 뒤편에는 2003년에 생일 기념으로 나에게 내가 선물한 가죽점퍼를 비롯해서 한번 입고 그래도 보관 중인 여러 옷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옷장에 모아둔 옷 크기는 줄어들고 내 몸 크기는 옆으로 커져만 갔다

하지만 나는 젊었을 때 샀던 옷을 언젠가는 다시 입을 것이라는 결심으로 105호 마지막으로 옷을 사지 않았다.

바지 크기도 36인치를 마지막으로 구매하지 않았다.

딱 10킬로그램을 빼면 아들 옷을 입지 않고 옷장에 봉인한 내 옷을 입을 수 있다.

그렇게 내 옷은 옷장에 묻혀서 10년이 지났다.

옷장에 옷들은 탈피한 가제 껍질과 뱀 허물처럼 늘어져 있다.

몇 개를 꺼내어 입어 보았지만, 양복은 이제 입기에는 너무 구식이 되었다

배를 집어넣고 허리 단추를 풀어 입고 거울을 보면 1990년대 드라마에 나오는 길거리 행인처럼 보였다.

 

 

 

어바웃 타임(about time)이라는 시간여행 로맨스 영화에서 주인공은 옷장에 들어가서 주먹을 쥐고 눈을 감으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영화 내용은 황당한 설정이지만 내 삶에서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이 영화를 10년 전에 볼 때는 로맨틱이었지만 지금 다시 보니 인생 다큐 같다.

영화에 이런 대사가 있다.


 

인생은 모두가 함께하고 있는 시간여행이다.

매일매일 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나의 특별하고도 평범한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어바웃 타임


 

내가 2000년도에 산 옷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옷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왠지 그때 산 옷을 입으면 시간 여행을 통해 젊어질 것 같다.

과거로 돌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살을 빼서 영화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처럼 옷장으로 다시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이제 선택할 시간이다. 아들이 물려준 풍성한 크기에 현란한 그림이 들어간  새 옷을 입느냐 아니면 희귀 우편을 모아둔 책장처럼 옷장에 몇 번 입지 않은 옷을 꺼내 입을 것인가?

그 어떤 것을 입어도 젊게 입을 수 있다.

 

옷장에 들어가는 시간여행처럼 나는 1996년부터 썼던 일기를 보면서 시간 이동을 할 수 있다. 

한 달 전 일기를 읽으면 사진 연사촬영처럼 미세한 움직임은 있지만 특별한 변화는 없다.

하지만 5년 전, 10년 전 그리고 20년 전 썼던 일기를 다시 읽으면 옷이 주는 충격보다 더 파괴적이다. 

예전 일기를 읽으면 입에서 이런 감탄사가 나온다. 

“미친놈, 또라이, 이 새끼 완전 미쳤네, 호구였네, 제발 좀, 미친 거 아냐!”

이 말은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보면서 하는 말이다. 

 

조금만 인내했다면, 잠깐 생각만 했다면, 자기답게 결정을 했다면, 주변 사람의 조언을 들었다면,

사람을 의지하지 않았다면, 돈을 포기했다면 지금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내 또래 중년들처럼 나도 가족 시간을 포기하기 선택한 수많은 것들이 후회스럽다.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된 인생 비밀과 잃어버린 후에 알게 된 가치로 인해서 나는 짜증 내고 억울해한다.

그럼에도 굳이 옛 일기를 꺼내어 읽는 것은 추억에 잠기기 위함은 아니다. 

인생에  반복되는 수렁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다. 

그래서 나는 [과거 일기]를 보면서 [미래 일기]를 쓴다. 

 

 


미래 일기 쓰기 샘플

#선택,#실수,#자기 다운결정 

권민아. 지금 네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새로운 프로젝트 때문에 갈등하고 있는 거지.

2000.12.3, 2004.5.6, 2014.11.10, 2015.8.17에 일기를 먼저 읽어봐.

이때 일어난 일을 기억해 봐. 

선택 기준, 주변관계 그리고 가족관계에 대한 고려를 해야지. 

또 바보 같은 선택을 하면 안 되지. 

선택 조건을 점검해 보자. 어차피 일주일 안에 결정해도 상관없다면 잠깐 핸드폰을 내려놔  

기억 못 하겠지만 이런 결정이 있을 때 꼭 일어야 할 책이 있잖아. 아래 두 권 중에 한 권만 읽어보자. 

제발 바보같이 항상 같은 실수를 하지 말자. 

그리고 옛 일기를 다 보았다면 네가 2021년 3월 4일에 쓴 미래일기를 다시 읽어봐

그때와 지금과 비슷한 문제로 갈등을 하고 있다면 너의 가치에 문제가 있는 거야.

권민아. 네가 너를 속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너가 너를 가장 속이기 쉬운 상대라는 것을 잊지 말자. 


 

나처럼 예전부터 일기를 쓰지 않은 사람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미래 일기를 쓰면 된다.

중장년이 된 나에게 일어날 나를 위해서 미래 일기를 써보자.

죽음에 관해서, 자식과 싸웠을 때, 친구들이 떠나갔을 때, 주변 사람이 나를 속일 때,

갑자기 외로워질 때, 배우자가 먼저 죽었을 때, 일자리를 찾지 못할 때.

미래 일기는 타임캡슐처럼 한번 쓰고 나중에 읽어보는 일기가 아니다.

일기장 앞에 리스트를 만들어서 매일 업데이트하면서 써야 한다.

놀랍게도 한 달 전에 쓴 미래 일기를 보면 낯설게 느낄 것이다. 내가 계속 변해가고 있다는 증거다.

성장과 성숙일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매일 일기와 미래 일기를 쓰면 내 안에 있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여행할 수 있다.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 이제 옷장에 들어가거나 옷장을 열 필요가 없다. 일기장을 열어라.

 

글을 쓰면 영혼에 옷을 입히는 것 같다.

옷장에서 옛 옷을 꺼내 보면 촌스럽다. 그때 최신 유행 옷인데 10년 전 옷이 박물관 전시 옷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촌스러워진 것은 내 눈이 사회 문화적으로 변화되었다.

20년 전 트렌드가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패션은 돌고 돈다.

하지만 이 땅에서 한번 살고 죽는 나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너무나 사실적인 일기를 쓰는 이유는 나의 다음 세대가 나처럼 실수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나의 옷을 물려줄 수 없지만 내 일기를 전해주고 싶다.

물론 수십 년 동안 썼던 일기는 그들이 읽지 않고 중간에 분리수거될 수 있다. 

딸과 아들이 태어나기 전에 그들에게 쓴 편지가 있다고자녀에게 말했지만,

태어난 지 20년이 넘어도 보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다.

 

아마도 내 일기는 아내가 보면서 웃고 짜증 내다가 그녀가 내 곁으로 다시 올 때 일기는 분리수거되어 폐지가 될 것 같다.

그래도 쓰는 이유는 나를 위해서다. 자기답게 살다가 죽기 위해서 일기와 미래 일기를 쓰고 있다.

자녀들에게 아빠가 어떻게 죽음을 기다리고 맞이했는지 알려주고 싶다.

자녀들도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죽음을 위해서 나는 오늘 일기를 쓴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아빠는 아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Everyone walks a similar path in life.

인생은 누구나 비슷한 길을 걸어간다.

The memories of the past that eventually grow old foes.

결국엔 늙어서 지난날을 추억하는 것일 뿐이다.

Pour the warm and married people.

결혼은 따뜻한 사람하고 하거라.


 

 

과거일기는 오늘을 통역해 준다.

미래일기는 오늘을 해석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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