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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나이 들어 잃어버린 기술, 친구 만들기

about/나이듦에서 나듦으로

by chief-editor 2023. 11. 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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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미팅

내가 30대에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직장 동료에게 문자가 왔다.

그와 어떤 일을 같이했는지 기억나지 않았지만,

A 브랜드의 리뉴얼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했던 기억 조각은 있었다.

그와 사적인 기억이 없었기에 그는 알고 있는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서로가 같이 다녔던 직장에서 퇴사한 이후로는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한두 번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첫 번째는 미팅은 새로운 브랜드 론칭을 위해서 투자 계획서를 검토해 달라고 회사로 찾아왔었고,

두 번째는 자신이 연남동에 카페를 오픈했다고 초청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7년 넘게 아무런 교류가 없다가 나의 SNS 계정에서 내가 퇴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안부 문자를 보내주었다.

내가 문자를 보고 답 문자를 쓰는 도중에 전화가 왔다. 아마 문자 읽힘, 표시를 본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전화 통화를 하고 다음 날 미팅을 잡았다. 그는 뭔가 급해 보였다.

 

친구는 내가 만든 사이트와 SNS를 계속 보고 있었다며 나의 향후 계획을 물어 보았다.

나는 중장년 휴먼 브랜드 교육과 지방 도시 소멸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수년간 인터뷰와 컨설팅을 했기 때문에 나는 상대방의 관심도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경험치가 몸에 쌓여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브랜드 경영자를 만나면 설명할 수 있지만 정의할 수 없는 질문을 한다.

“브랜드를 어떻게 정의하십니까?”라고 질문을 하면 브랜드에 관해서 고민한 경영자라면 선문답 禪問答으로 나온다.

 

“브랜드는 영혼이 있는 사람 같아요!” 이런 식으로 대답한 경영자는 브랜드에 관해서 고민하고 책을 읽고 그리고 깊은 깨달음을 가진 사람이다.

반면에 “브랜드는 심벌과 네이밍의 결정체죠.”라고 말한다면 브랜드를 상표로만 생각하는 상인에 가깝다.

나의 질문은 “브랜드는 영혼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영혼은 무엇이죠? 영혼이 없는 사람과 어떤 차이가 있죠? 영혼이 있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으신가요?” 이렇게 질문이 계속 깊어지고 넓어지고 높아진다.

 

친구가 나의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다면 내가 말한 부분에 대해서 이런 질문을 해야만 했다.

중장년이 왜 휴먼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지, 중장년에게 필요한 것이 꼭 브랜드인지?

 

그는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 7년 만에 문자로 연락해서 만나자고 했던 친구는 왜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까?

친구는 내가 관심이 있는 것에 관심이 아니라 자신의 관심이 있는 부분을 나에게 질문했다.

뭐라고 딱히 표현할 수 없지만 친구의 질문은 궁금해서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확인하기 위한 찔러보기 질문들이었다.

 

나는 친구를 조심할 사람에서 매우 조심할 사람으로 친구의  수위를 한 단계 올렸다.

그리고 예전 편집장 시절에 읽었던 인터뷰이들을 관찰했던 관찰자 시점으로 모드를 변경했다.

이때 행동 심리학에서 말하는 몇 가지의 특징을 가이드로 상대방을 관찰하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손의 위치, 자세, 동공, 눈동자의 흐름, 단어 선택 등. 전) FBI 요원이었던 조 내버로joe Navarro가 쓴 [행동의 심리학]에서 말한 규칙을 생각하면서 친구가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를 파악하려고 했다. 관계의 특성상 ‘의심하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양분되어 있다.

 

 친구의 질문들은 자신이 말하기 위한 일종의 떡밥이었다. 친구는 이 상황에서 어울리지 않는 손흥민 이야기를 하면서 축구 업계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갑자기 독일로 축구 유학을 보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축구 유학 자금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고 세세한 항목을 들면서 이야기했다.

 

자식 자랑이 결론이 아니다. 왜 자식 자랑을 하면서 묻지도 않은 비용 이야기를 했는지가 핵심이다. 나는 그 많은 돈을 어떻게 혼자서 벌고 있냐고 물었다. 왜냐하면 친구가 새로운 사업과 카페를 한다고 할 때 나에게 심벌을 부탁하면서 남는 것은 하나 달라고 했었다. 그랬던 친구가 1년에 2억 넘게 들어가는 축구 유학을 어떻게 보냈을까?

 

 친구는 비타민 유통 비즈니스를 한다고 말했다. 대충 감을 잡았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친구는 종교성이 강한 다단계 판매업자였다.

나는 비타민 유통 비즈니스가 무엇인지를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것을 물어보는 순간에 걸리게 된다.

이제부터 신속하게 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몇

가지 방법이 있지만 이 글을 읽고 역이용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공개는 하지 않겠다.

 

나는 다시 말의 주도권을 움켜쥐고  ‘고령화, 인구감소 그리고 지방 도시 소멸’에 대해서 설파했다. 나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친구는 돈과 사업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는 계속 이 주제를 말했고, 결국 우리는 헤어졌다.

 

이렇게 경계하는 이유는 사람의 비극은 대부분 잘못된 만남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내가 운영하는 사회적 브랜드 창업 과정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이 과정도 자기다움 교육과정과 비슷한 이유로 무료 강의로 진행하고 있다.

그 이유는 수강생이 원칙에 벗어나는 행동을 했을 때 퇴교시키기 위해서다.

수강생은 결혼 여부만을 오픈하고 이름, 나이, 전 직장 그리고 카카오도 공개하지 못한다.

모든 것은 메일로만 진행한다.

 

1:1 미팅은 없으며 모든 미팅은 모두가 함께한다. 녹음을 금지하고, 개인적 문자와 접촉을 엄격히 금한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끝나도 절대로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교육과정 중에 돈, 종교 그리고 기타 다른 영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바로 탈퇴시킨다. 이렇게 유별나게 하는 이유는 절박한 사람들을 가지고 사기를 치는 사람을 막기 위해서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사업 보고서를 보고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끌고 나가는 사람, 종교 및 다단계를 권유하는 사람, 물건을 파는 사람들.

 

상상 그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온다. 특히 50대 수강생 중에는 다수는 아니지만 거의 사기꾼에 가까운 사람들도 수업에 듣는다. 이때 유료 수강생이라면 이런 상황이 일어났을 때 주의를 주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하지만 무료일 경우에는 사전에 각서를 쓰고,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서약한 문서와 함께 통보 메일을 보내주면 끝이다.

 

 50대 넘어서 계속 직장 직원들을 만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옛 친구들을 다시 만나거나 동호회 사람들 혹은 종교 단체에서 관계를 다시 맺는다. 배가 고플 때 시장을 보지 말라는 말처럼, 퇴직 혹은 은퇴 이후에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한 성급한 시도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실패를 맞이한다. 그렇다고 혼자 살 수 없기에 새로운 관계와 사회생활은 그 무엇보다도 겁쟁이가 되어서 진행해야 한다.

 

 은퇴자 및 중장년은 전 직장 동료 대신 다른 사회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어렵고 통제하기 힘들다. 강쇠돌들을 만나면 가장 후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부분이 바로 [사기]다.  마치 인기를 누리는 연예인들이 쉽게 사기를 당하는 이유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 TV 인터뷰에서 배우들에게 쉬는 날에 무엇을 하십니까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집에 있어요’라고 대답한다.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의 직업은 대중 앞에서 자신의 캐릭터와 이미지를 노출하는 연예인이다. 그러나 집 밖으로 나가면 미디어 노출과 사람의 눈으로 피곤해진다. 자신에 관한 이야기가 나쁜 뉴스로 나오면 소속사에서 계약서를 가지고 달려올 것이다.

 

그들이 공식적으로 만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녹음과 촬영으로 인해서 언제든지 가십이 될 수 있는 인간관계에서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연예인들은 지극히 편협된 소수의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결국에 자신이 신뢰한 주변인들로 인해서  사기를 당한다. 연예인이 사기를 당하는 이유는 사회적 관계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출신의 강쇠돌들도 연예인과 비슷하다.  강쇠돌들도 회사에서 조직을 좌지우지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조직 안에서 부여받았던 직책의 힘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다.  자신도 회사의 연예인으로 살았다는 것을 퇴임 이후에 알게 된다. 최민식이 주연으로 나오는 카지노라는 영화에서 최무식(최민식)은 돈을 선배에게 빌렸지만 갚지 않는 양정팔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서 제일 좆같은 새끼들이 어떤 새끼들인지 알아? 너를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 등쳐먹는 새끼들이야.”  강쇠돌들은 퇴사 이후에 이렇게 미필적 고의(未必的故) 등쳐먹는 사람이 내 주변에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직장 생활에서 만난 동료들이 은퇴 이후에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40살 때부터 이 부분에 대해서 의심했다.

 

친구 만들기

[앞에서도 한번 이야기했지만]

창업 5년 차가 될 시점에 나는 얼굴에 홍반(붉은 반점)이 생기고 몸이 아파서 병원 갔다가 생각하지도 못한 자가면역 질환이라는 루푸스 판정을 받았다. 3개월 뒤에 오진으로 밝혀졌다. 루푸스는 우리 몸을 세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하는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면역세포들이 거꾸로 우리 몸을 공격하여 염증을 일으켜 장기의 손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이병은 난치성 중증질환으로 남성이 걸리는 경우에는 예후가 좋지 않다. 나는 아내에게 이야기했고 아내는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했다. 의사도 현재의 상태로서는 무조건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회사는  3개의 브랜드를 컨설팅하고 있었을 때였다. 나는 이 사실을 파트너들에게 알렸다. 파트너들의 반응은 충격적이었다. 내 몸을 걱정했지만, 그다음 말은 ‘그러면 컨설팅을 어떻게 진행하죠?’였다. 그 누구도 나에게 일을 멈추고 쉬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컨설팅 오더의 진행이었다. 몇 달이 지나 병원에서는 루푸스가 아닌 면역성 저하로 인한 일시적인 감염이라고 통보가 왔다. 나는 그 사실을 파트너에게 바로 알리지 않았다. 그들의 반응이 궁금했지만 결국 그들은 내가 오진이라는 것을 말해줄 때까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 그 기간에 그 누구도 병들어 가고 있을 나에게 회사를 떠나 쉬라고 말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민낯을 보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우리는 영리 조직이었고 그들의 목적은 나와 달랐으며 우리는 처음부터 동업자였기 때문이다. 동역자라고 서로 속이면서 동반자처럼 말하다가 ‘결국 돈’에 의해서 관계된 그렇고 그런 동업자였을 뿐이었다.

 이렇게 상처받은 나를 치유한 것은 [루푸스 환자]들이었다.

 

나는 한 달 동안 루푸스 카페에 가입해서 루푸스 환자로 살았다. 카페에 모인 루푸스 환자와 가족들은 나를 환대했다. 나에게 하루에 한 번씩 안부를 묻는 메일을 보내고 서로의 일상을 나누었다. 그들은 핀란드와 스웨덴 왕립 병원에서 발표한 루푸스 보고서를 어떻게 구했는지 모르지만, 모두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중에 어떤 사람은 미국 병원에서 치료받은 루푸스 진료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그들은 살기 위해서 정보를 나누면서 서로 독려했다.

 

나는 권민이라는 가짜를 보내고 루푸스 환자라는 진짜를 만나게 된 것이다. 말로만 들었던 비영리 단체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돈이 아니라 생명을 위해서 함께 죽음을 맞서는 전우들이었다.

 나의 병이 오진이라고 밝혀졌지만, 루푸스 카페를 나올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 내가 오진이라고 말하기가 미안하고 창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나올 수 없었던 더 큰 이유는 그들의 사랑과 관계가 진짜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배가 난파되어 물에 떠 있는 생존자가 서로 몸을 비비면서 저체온증을 막는 것처럼 아주 가깝게 있으면서 서로의 호흡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그런 관심을 더 받고 싶었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결국 탈퇴했다. 그러나 카페지기는 계속 메일을 보내면서 나의 안부를 물었다. 

 

그분(카페 관리자)의 메일은 그렇게 오다가 갑자기 끊겼다. 카페지기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그가 치유되었는지 아니면 악화하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종달새 둥지에 있는 뻐꾸기 같은 나에게 계속 정보를 주면서 안부를 묻고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해서 항상 50페이지 넘는 자료를 주었던 사람이었다. 나의 상태를 물어보면서 여러 자료와 사진을 전해주면서 그 어떤 의사보다도 나의 루푸스에 진심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서 나는 브랜드 커뮤니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 하는 소셜 브랜드에 영향을 주었다. 예상했겠지만 그때 꿈과 비전을 나누었던 동업했던 사람들과 교류는 없다. 루푸스 사건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서로가 목적은 아니고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유효기간이 있는 관계였다.

 

루푸스 오진을 받아서 마음이 힘들었을 때 보았던 톰 마샬(Tom Marshall)의 저서 ‘관계’에서는 관계를 유지하는 특별한 다단계 기술(?)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간 간의 관계를 세우는데 사랑, 신뢰, 존중, 그리고 이해의 네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사랑은 관계를 가장 지속하게 하고, 신뢰는 가장 깨어지기 쉬우며, 존중은 가장 소홀히 취급되기 쉽고, 이해는 가장 오래 걸린다.” 맞는 말이다. 충분히 공감된다. 그런데 이런 관계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대상이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상도 이 부분에 대해서 동일하게 공감하고 지향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제 중년이라면 “그래, 언제 만나서 밥 한번 먹자!”의 관계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게 된다. 진짜로 밥 먹는 것을 시간 잡아서 먹는 관계도 별로 없지만 또 한 번 밥을 먹는 경우는 더욱 없다. 서둘러 같이 밥 한번 먹은 인연은 반찬 리필처럼 또다시 채워지지 않았다. 그렇게 밥 한번 먹고 끝나는 인연이 많다. 부레 없는 상어가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만 살 수 있듯이, 상호 이익이 없는 관계도 앞으로 나가는 노력 없이는  인연을 유지할 수 있다.

밥 한 끼로 연장할 수 없다.

 

 

드러난 본성과 숨길 수 없는 본심.

사자 새끼를 애완동물로 키우다가 어느 날 성체가 된 사자에게 주인이 잡아 먹혔다면 사자가 잘못한 것일까? 사자 주인이 잘못한 것일까?  최근에 어미에게 버린 하마 새끼를 키워서 자식처럼 키웠는데 다 자란 하마는 사육사를 죽였다. 참고로 아프리카 야생에서 하마는 사자보다 인간을 많이 죽인다.

 

 50대, 혹은 중장년들이 사기를 쉽게 당하는 이유는 자신의 편협된 경험 때문이다. 특히 기업에서 퇴사한 강쇠돌은 기업 안에서의 편협된 경험과 노하우를 전적으로 의지한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어느 정도 기업의 중력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그런 중력이라는 기득권이 모두 사라진 세상에서 자신도 모르게 두 발이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을 한번 당하고 나서 깨닫게 된다.

 

아무리 경고해도 여러 번 당해야만 알게 되는 무지함과 경솔함은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 이유는 퇴임 이후에 말 그대로 물속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전문지 편집장으로 경험이 도움이 된다. 나는 전문서적 작가들과 인터뷰할 때 먼저 그들이 쓴 책을 세밀하게 읽어본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질문도 그들이 쓴 책에서 주로 뽑는다. 그러나 당연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의외로 많이 생긴다. 자신이 쓴 내용도 알지 못하거나 쓴 것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다.

 

놀랍게도 의외로 많다. 그 이유는 베끼거나 아니면 어디서 참고한 내용을 그대로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 상대방을 알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같은 책을 읽는 것이다. 컨설팅할 때는 컨설팅하기 전에 클라이언트와 프로젝트와 관련된 책을 읽었고, 교육과정이 시작되면 교육에 필요한 책을 같이 읽었다. 책을 읽은 후에 주제별로 서로의 의견을 나누면 상대방의 수준, 방향, 세계관, 의도 그리고 왜 나를 만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누는 것은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최소 5번 이상의 미팅을 한다. 그러면 처음 했던 말과 지금 하는 말의 차이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상대방을 확인하는 것도 있지만 자신도 확인하며 서로가 확인하는 작업이다. 중장년에게는 이런 작업은 그 사람의 인생과 영혼까지 끌어올려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단순히 칭찬과 가능성 이야기로 가득 찬 MBTI를 통해서 서로를 알아가는 방법이 아니다.  나는 이 방법을 중장년 자기다움 모임에서 진행한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은 50년 넘게 인생을 살아 본 사람이다. 사회적 갑과 을의 위치에서 요령껏 살아왔기에 한 번에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 물론 책을 읽고 나눈 것만으로 사자인지 하마인지는 알 수 없다.

 

본성과 본심을 확인하는 단계는 [피드백]이다. 자기다움 프로그램 중에서는 프로젝트가 끝낼 때마다 서로가 서로에게 피드백을 준다. 단순히 좋은 말고 가득한 감사 카드를 주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항목에 대답을 적어서 나누게 된다.

 

1) 나는 OOO와 다시 프로젝트를 할 의향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2) 나는 OOO와 와 다시 프로젝트를 할 의향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3) 나는 OOO의 좋은 점은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 나는 OOO가 개선할 점은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항에 서로가 대답을 쓰고 무기명으로 돌려받는다. 5명이 한 팀이었다면 4명의 피드백을 받게 된다. 이 피드백을 받을 때 50대가 받는 건강검진처럼 부담스럽고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이때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된다. 10대 20대 아이돌 가수들이 자신의 춤과 노래를 모니터 화면을 보면서 서로의 실수와 보충점을 나눌 수 있지만, 50대 이상이 되면 그런 나눔은 불편한 공격이다. 50대 이상은 자신에 관한 불편하고 어려운 피드백을 받으면 80% 이상이  교육과정에 재참여를 하지 않는다.

 

 내가 가장 꺼리는 것은 사람을 추천하거나 추천받은 사람과 뭔가를 하는 것이다. 그만큼 실수가 잦았다. 5년 전에 나와 함께 일했을 때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서 모두의 관계가 깨지는 경우가 언제나 있었다. 내가 만날 때는 새끼 하마였고 그동안에 성체가 된 것이다. 배가 만났을 때부터 하마 성체였다면 나는 그에게 속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서로가 너무 좋더라도 서로 만나주는 것은 절대로 금하고 있다.

 

 50대 이후부터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 가장 많이 준비해야 하는 노후 설계는 자금 계획이 아니라 관계 계획이다. 직장과 일터에서 관계는 퇴사와 동시에 사라진다. 그리고 그때 관계를 퇴사 이후에도 비슷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해다. 자신이 성간우주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여전히 예전 습관과 태도로 바뀐 환경을 유지하려고 한다.

 

 중장년 때 자신이 진짜 누구인지를 가능한 한 빨리 알아야 한다. 생각보다 지질하고 좁고 어설프다는 것을 알거나 의외로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으로 중년을 시작해야 한다.

 

 

협력은 행동이 아니라 철학이다.

50대들과 자기다움 혹은 브랜드 창업 교육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5~10권의 관련 책을 먼저 읽는다.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해서 읽고 나누고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과정의 목적은 지식 학습도 있지만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에 대해서 정확히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도 책 2~3권이 지나가면 많은 사람이 중도에 포기한다. 자신이 많은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개인적인 학습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다시 교육과정으로 돌아와서 수료하는 경우는 매우 극소수다. 교육과정에서 이탈하면 이런 지식이 필요 없는 쪽을 찾다가 결국 자기 경험과 직관에 의해서 자기 갈 길을 간다. 50대 퇴임한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협동학습을 한 경우에는 20년 전 이후로는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다.

 

어느 정도 책을 읽은 후에는 서로 협력해서 자신의 목적 혹은 관심 분야에 맡은 프로젝트를 행한다. 가상으로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아니면 특별한 봉사활동도 상관없다. 목적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그 목적을 이루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중년에 경험하는 협력과 우정을 경험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50대 중장년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최악 혹은 최상의 리더십, 팔로우십을 경험한다. 대부분의 50대 교육생의 결론은 ‘협력은 철학’이라는 것이다. 협력의 동기부여와 감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성찰에서 나오는 철학이라는 것이다.

 

“왜 나는 이들과 협력해야 하는가?”

“협력이란 무엇인가?”

“우리 다움을 누리기 위해 나의 자기다움은 무엇인가?”

 


 

일본의 경제학자 오마에 겐이치는 책 ‘난문쾌답’에서 인간을 바꾸는 세 가지 방법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이렇게 세 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결심을 하는 건 가장 무의미한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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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목적연합 유니타스 라이프

Unitas Life for Midlife, 중장년의 삶은 나이 듦에서 나듦으로 변화됩니다. 유니타스라이프Unitas Life의 라이프L.I.F.E는 Learning Innovation For Evolution입니다. 평생 학습이 아니라 인생 혁신입니다.

www.unitas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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