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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중장년 회고록 쓰기, 시간 여행

about/나이듦에서 나듦으로

by chief-editor 2023. 10. 2.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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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한다.

첫 번째 방법은 인간이 빛의 속도와 가깝게 이동해서 상대성 이론에 따른 시간 지연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질량이 있는 우리는 빛의 속도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광속으로 이동하지 못한다. 두 번째는 영화에서 많이 나온 방법인데  블랙홀과 웜홀의 시공간 왜곡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세 번째 워프 warp는 시공간을 일그러뜨려 4차원으로 두 점 사이의 거리를 단축해서 광속보다도 빨리 원거리 목적지에 도착하는 방법이다.

(내가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는지도 의심스럽다.)

 

이론적으로 사람이 물 위를 걷는 방법과 비슷한 것 같다.

오른발이 물에 빠지기 전에 왼발을 내딛고, 왼발이 물에 빠지기 전에 오른발을 내디디면 물 위를 걸을 수 있다. 이론적으로.

 

오늘 소개할 시간여행은 이론적이 아니라 ‘진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회고록을 쓰면 ‘자기 인생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자기다움 프로그램에서는 인생 글쓰기인 회고록을 워프 warp라고 부른다. 과거에서 미래로 미래에서 과거로 이동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회고록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워프 외에 랩 wrap(포장하다/ 마무리한다.)의 기능도 있다. 나의 경우에는 과거 일(트라우마)이 현재와 미래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많다.

 

예를 들어 과거에 용서하지 않았던 사람, 사건 그리고 나의 실수가 항상 나의 미래를 끌고 가는 것을 목격했다. 회고록을 쓰면서 그런 것들을 기억에서 의도적으로 삭제하려고 노력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나의 경험으로는 불가능했다. 반면에 나의 과거에 있었던 상처와 아픔을  포장하고 마무리하므로 정리할 수 있었다. 여기서 포장이란 포장지로 겉면을 화려하게 감추는 그런 것이 아니다.

 

wrap 랩의 포장은 패키지 package의 개념인데, pack 팩은 한 묶음을 말한다. 패키지는 포장지와 박스로 더 좋게 만들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상처와 회복, 고난과 성공을 한 팩으로 묶는 것을 의미한다.

 

회고록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만 시간여행 warp과 묶음 처리 wrap가 가능하다. 회고록의 진가를 경험하려면 내 인생에서 어느 정도 경험과 추억이 쌓여야만 판단할 수 있다. 20~30대 사람이 휴먼 브랜드를 하기 위해서 회고록을 쓸 수도 있지만 회고록을 통해서 자기다움과 브랜드 가치 키워드를 찾는 경우는 드물고 어려웠던 것 같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경험과 생각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운명과 소명을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이 만들어진다. 그런 점들이 만들어져야만 이을 수 있고, 그렇게 점을 이어 보면서 자신이 본능적으로 그리는 (아니면 그 누군가에 의해서 그려지는) 그림을 볼 수 있다. 

 

애플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졸업식 때 축사 내용을 살펴보자.

"물론 제가 대학에 다닐 때는 미래를 보고 점들을 연결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10년 후 되돌아보니 그것은 아주 아주 분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 당신은 점들을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과거로 되돌아보았을 때 그것들을 연결할 수
그러니까 지금의 점들이 당신의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지 연결된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당신의 배짱, 운명, 삶, 업보 등등 무엇이든지 간에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점들이 미래로 연결된다는 믿음이 여러분의 가슴을 따라 살아갈 자신감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스티브 잡스의 말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그의 말은 이론이 아니라 나에게 일어났던 실제이기 때문이다.

감히 그의 말에 무엇을 보태는 것이 그렇지만 내가 경험한 것을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스티브 잡스가 말한 인생의 ‘그’ 점들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만약에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스티브 잡스가 인생의 ‘그’ 점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살았는지 볼 수 있다. 우리도 회고록을 쓰면 자신의 점들이 보일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점이라는 것은 지금 하는 일 그리고 앞으로 하는 일과 관계된 점이다.

(스티브 잡스의 회고록을 읽으면 단번에 알 수 있다) 

 

나의 회고록을 보여주고 싶었지만(소설은 보여주었다/새벽 나라에 사는 거인)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는 대부분 손 글씨로 쓴 단편 회고록이다. 회고록 내용 중에는 특정인을 향한 욕과 저주 그리고 분노가 피딱지처럼 그대로 있기에 차마 공개할 수 없다. 나의 회고록은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가 없을 정도로 내 삶의 오물로 가득 차 있다.

 

회고록을 쓰는 것은 마치 구덩이에서 무엇인가 건져 올리는 기분이다. 그렇게 올라온 것은 나의 옛 모습, 괴물이었기에 누구에게 보여줄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이렇게 쓴 회고록은 내가 죽기 몇 년 전에 모두 불태울 예정이다. 이미 몇 권은 종이 파쇄기에서 사라졌다.

 

내 기억으로 처음 썼던 나의 회고록은 욕만 썼던 것 같다. 하지만 한번 그렇게 욕을 하고 안 보는 것이 아니다. 다시 보면서 내가 아직도 그 사람들과 그 실수에 묶여 있는 것을 본다. 첫 번째 회고록에서 보인 나는 닭장 같은 개장에 갇혀서 계속 으르렁거리는 짖는 미친개였다. 그런 개 같은 감정을 들고 살면 … 결국 나만 피곤한 일이 아닌가?

 

일단 나를 달래기 위해서 나는 욕을 하고 기다리고 나의 유약함과 유치함을 계속 기다린다. 그렇게 곪았던 살을 긁어내는 것이 아니라 썰어 내어 버리는 것이다. 회고록은 습윤밴드처럼 붙여 두고 기다리면 물이라고 올라오는 것을 보는 것 같다. 

 

 회고록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점차 시간이 맞지 않는 손목시계 태엽을 감는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 내가 론칭하려는 중장년 자기다움을 마음에 두고 과거의 나를 찾는 것은 크라운(태엽 꼭지)을 돌려서 늘어진 나의 시계를 움직이게 하는 것과 같다. 이것을 설명하고 싶다….

 

 

습윤밴드처럼 글쓰기

습윤밴드가 나오기 전에는 건조 밴드에 치유 연고를 발라서 상처에 붙였다. 그러나 습윤밴드는 건조 밴드와 달리 한번 붙이고 상처 주변에 물이 차오르고 상처가 치유될 때까지 기다린다. 처음 습윤밴드를 사용했을 때는 뭔가 잘못되는 것 같았다. 상처에 붙인 습윤밴드에 물이 차오르는 것이 마치 염증이 생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하루 걸러서 계속 드레싱을 해주었던 적이 있었다. 물이 차오르는 것은 염증이 아니라 나의 상처치유 세포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중장년 회고록 쓰기와 습윤밴드는 너무나 닮았다. 글을 쓰면 인생의 고름과 물이 차오른다. 처음에 당황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안에서 스스로 치유가 생긴다.

 

과거의 아픈 기억이 있다면 차분히 앉아서 그 기억을 팩트 중심으로 쓴다. 내가 화가 난 이유, 욕이 나오는 이유, 열받은 이유 등. 필요하다면 욕을 써도 좋다. 일단 끝까지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긁어 부스럼이 되지 않기 위해서 중도에 포기하면 안 된다. 이 과정은 습윤 밴드를 붙이기 전에 상처 소독을 위해서 따가운 소독약을 바르는 것이다(라고, 믿어야 한다).

 

따끔거리고 화끈거리며 모든 피부에 노출된 신경이 고통을 뇌로 전달하지만 그래도 습윤 밴드를 붙이기 전에 소독은 해야만 한다. 의사들이 환부에 묻어있는 흙을 긁어내거나 닦아 낼 때 환자의 비명에도 동요하지 않고 치료하는 것처럼 나도 나의 상처를 글로 벅벅 긁어내면서 기억하고 글로 적는다. 기억하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고 버겁다. 더 이상 쓸 욕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쓴다. 이상하게 그런 과정이 지나면 마음이 안정된다.

 

울고 나면 가슴이 시원한 것처럼 내 배속 어느 곳에 뭉쳐있던 더러운 감정이 오물처럼 노트에 흐린 것을 볼 수 있다. 쏟아지는 눈물과 솟구치는 욕은 상처에 새살이 나기 위한 진물과 고름이라고 생각하면 희한하게 안정이 된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습윤밴드를 붙이는 것이다.

 

쓴 글은 바로 읽지 않고 며칠 지나서 다시 읽는다. 습윤밴드를 붙이고 기다리는 것과 비슷하다.

놀랍게도 (꼭 한번 해보기를) 그러면 기억하지 못했던 그 기억 주변에서 진물이 생기고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자기만 보는 회고록이라면 나의 첫 번째 회고록처럼 욕으로 시작해서 저주로 끝날 수도 있다.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몇 주가 지나 회고록을 읽으면 그럴 수밖에 없는 운명이 보이고 상황도 이해된다. 이렇게 마음이 바뀐 것에 대해서 처음에는 포기, 자위, 인정 그리고 정신 승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것에 집착하거나 고민하지 않는다.

 

나의 더러웠던 시간 속에서 내 기억이 피딱지가 되고 그 안에서 새살, 그러니깐 새로운 생각이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중장년 회고록 쓰기는 마치 습지에서 돌덩이라는 들어 올리면 숨어 있던 벌레들이 빛에 놀라서 도망가는 것처럼, 과거의 기억도 회고록을 쓰기 위해서 노트를 열고 연필을 들어 올리면 도망간다. 자세히 보면 그 기억에 숨은 벌레 같은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회고록을 쓰면 선택적 망각으로 인해 잊었던 과거의 상처 같은 기억들 때문에 특정 과거 기간에는 진입도 하지 못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것도 나의 인생 부분이기에 코를 찌르는 악취로 가득 찬 쓰레기 소각장에서 미래의 내가 될 수 있는 단서를 찾아야 한다.

 

회고록을 쓰다가 나를 알게 된 사건 중의 하나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만들어진 나의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하는 경우다. 시간(마감) 강박 관념이다. 40세까지 나에게 시간 강박 관념이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나는 예전부터 마감을 잘 지키고, 사전에 모든 일을 끝내고,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한 가지 불편한 것이 있다면 오전 8시 정도에 약속을 잡으면 새벽 3시부터 깨어나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 시간에 대해서 유별나게 민감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것을 통제할 수 있었다고 착각했다.

 

이런 사람이 마감을 지켜야 하는 편집장을 한다는 것은 기름을 들고 불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결국 나는 잡지를 발행하면서 이빨이 잇몸 염증으로 3개나 빠졌다. 이런 시간 강박증은 브랜드 주제의 완성도를 올릴 때는 남들에게 없는 원자력의 핵연료봉처럼 사용됐다. 컨설팅할 때도 놀라운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문제는 진짜 핵연료봉처럼 쓰고 나서 골치 아픈 핵폐기물이 생긴다는 것이다. 잡지 마감에서 사용되고 강화된 강박증은 나의 일상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이런 강박증은 왜 생긴 것일까?

 

회고록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이 강박증은 나의 7살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알았다. 나에게는 형제가 4명이 있다. 그러나 모두 어머니가 다르다. 여기까지만 말해도 나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내 강박증은 이런 환경의 부산물이다. 어렸을 때 나는 하루에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할 일이 있었고 항상 그것을 해야만 했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때부터 집에서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시간 마감이 있었고 그것을 완성하지 않았을 때 돌아오는 처벌도 있었다.

 

 성인이 돼서 나는 나의 유년 시절을 기억하지 않았다. 하지만 회고록을 쓰면서 그런 어린 시절의 상처가 지금 나와 어떤 인과관계가 있고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것도 나의 인생이고 이것도 나의 자기다움의 부분이라는 인정 하였다. 회고록은 습윤밴드처럼 고름과 진물을 만들어 냈고 그 밑에 상처는 아물어져 갔다.

 

나는 회고록을 쓰면서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가진 나를 만났다.

 분노, 원망, 저주, 비난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돌이켜보니 회고록은 습윤밴드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새살이 돋게 해 주었다.

 

 회고록을 쓰기까지 이런 상처는 내 무릎 상처처럼 아물지 않고 계속 덧나고 딱지 앉고 다시 띄고 …. 내가 이런 상처를 이해하고, 아니 덮어버린 것은 회고록을 쓰고 나면서부터였다. 자기다움을 찾기 위해서 나는 과거로 돌아가야만 했다. 내가 지금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알아야만 한다. 50대 회고록을 쓰는 단 한가지 이유는 나이 들어 늙은 괴물로 되돌아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회고록 쓰는 방법에 대해서 이 책만 보면 될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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